[인터뷰] 피지맨게임즈 김영호 대표, "VR 시장의 '주인공'이 목표다"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2개 |





VR 업계 관계자를 만나게 되면, 늘 비슷한 대화 주제가 오고 간다. 하드웨어 이야기, 콘텐츠 이야기. 대부분 주제는 나름 긍정적이고 합의 가능한 내용으로 끝이 난다. 대화라는 게 그렇다. 어느 정도 논쟁을 벌이다가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론으로 끝이 나는 것.

하지만 어떻게 말해 보아도, 확신할 수 없는 대화 주제도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시장 그 자체다. VR 시장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다들 표정이 조금은 심각해진다.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미래. 표정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다들 생각하는 바도 다르고, 예측하는 미래도 다르다. 어느 정도 비슷한 흐름이 있지만, 상반되는 부분도 있다.

피지맨게임즈의 김영호 대표는 이런 VR 시장에 과감한 출사표를 던졌다. 모바일, PC, 그리고 VR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그의 목표이자 이상이다. 업계 18년 차의 개발자 출신 업계인이 그리는 VR 시장의 미래. 직접 듣고, 글로 옮겨 보았다.



▲ '피지맨게임즈', 김영호 대표


Q. 만나서 반갑다. 먼저 간단히 본인 소개부터 해줄수 있나?

원래는 삼성 SDS에서 일했다. 전산, 컴퓨터 쪽을 다루는 분야라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니 전산실 관리가 주 업무가 되더라. 그래서 퇴사를 결심한 후 게임으로 발을 돌렸다. 이후 '이투소프트'에 합류해 자체 3D 엔진을 만들고 바스티안이라는 게임을 제작했다. 게임을 내놓으면서 세계 최초의 3D 엔진을 썼다고 자부심을 품으려는 찰나 '뮤'가 먼저 등장했다. 그래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쳐 버렸다.

이후 다양한 회사를 전전하며 개발을 해왔고, FHL게임즈를 설립해 글로벌 서비스에 발을 담갔다. FHL게임즈에서 일하는 기간 동안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감을 익혔고, 나만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FHL게임즈를 나와 스크린 야구 사업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그 찰나 '라이언 게임즈'에서 연락이 왔다. 한 5년 전이었나? 얼마 전 서비스 시작한 '소울 워커'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는데, 아트는 완성되었지만, 프로그래밍이 이뤄지지 않은 단계였다.

그래서 사업 생각을 잠시 접고 라이언 게임즈에 합류해 3년 정도 일하며 소울 워커를 개발했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엔진, 게임 구동에 관여하는 과정부터 서버, 클라이언트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 조금씩이나마 손을 댔다. 이후 게임의 윤곽이 나오면서 모바일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잠시 재워뒀던 나만의 사업이 다시 생각났다. 그래서 피지맨게임즈를 설립하게 되었다.


Q. 피지맨게임즈가 지향하는 플랫폼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해 줄 수 있나?

궁극적인 목표는 '멀티 플랫폼'이다. 모든 게임 개발자들의 공통적인 목표 중 하나가 만들어낸 소스를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 담는 것이다. 그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만든 게 바로 '피씨모스토어'다. 계약된 콘텐츠만 들어갈 수 있는 클로징 마켓이 아닌, 오픈 마켓의 형태를 하면서 다양한 하드웨어와 연결되는 형태다.



▲ 모든 하드웨어의 통합이 궁극적 목표


Q. 하지만 국내는 이미 기성 플랫폼의 장악력이 크지 않나? 글로벌을 노리는 건가?

물론이다. 구글과 애플 스토어는 얼핏 보기에 세계 시장을 장악한 듯 보이지만, 약점도 존재한다. 결제 수단 비중 중에서 신용카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신용 카드 보급률이 낮은 중남미나 동남아 시장에서는 생각 외로 시장 장악력이 낮은 편이다. 그쪽 시장은 선불카드가 전체 결제 수단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 결제 수단을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꾸린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멀티'라는 코드가 들어간다. 모바일 게임은 이제 더는 모바일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모바일 게임을 PC로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기존의 모바일 게임을 PC로 가져오면서, 동시에 계정 동기화와 크로스 플레이까지 지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사실 계정 연동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구글이든 애플이든 같은 웹 프레임워크를 쓰기 때문인데, 그 프레임워크를 쓰는 이상 같은 웹으로 계정을 동기화시키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법에 저촉되는 부분도 없다. 문제는 연동을 웹을 통해 해야 한다는 점인데, PC모스토어는 SDK에 자체적으로 기존 플랫폼들과 같은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는 웹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 계정 연동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고


Q. 모바일 게임을 PC로 즐기는 것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질적인 파급력이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처음 모바일 게임이 열렸을 때, 대부분 게임은 다운받을 때만 데이터를 쓰고, 그 이후에는 로컬에 데이터를 저장해 두었다가 와이파이 연결 때만 데이터를 동기화하는 식의 '비동기식' 게임이 대세였다. 하지만 개발력이 올라가고 점점 더 좋은 콘텐츠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완전 동기화'가 요구되었고, 그 결과 현재는 완전 동기화 게임이 대세가 되었다. 어떤 게임을 봐도 '실시간'을 강조한다. 실시간 PVP, 실시간 공성전, 실시간 레이드. 요즘 모바일 게임 하면 늘 나오는 카피라이트 아닌가?

지금에 이르러 모바일 게임을 진짜 '모바일'로 즐기기는 생각 외로 쉽지 않다. 게임은 점점 무거워지고, 요구하는 리소스는 늘어난다. 하지만 발열 문제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모바일 CPU의 발전 속도는 더뎌졌다. 모바일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불성설이 되어버린 거다.

잘나가는 모바일 게임 카페에 가서 살펴보면 상위 랭크 랭커들은 대부분 PC로 게임을 돌린다. 네트워크의 안정성, 큰 화면, 마우스와 키보드라는 압도적으로 편한 조작 장치까지, PC로 모바일 게임을 돌리는 게 더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 PC에뮬레이터는 이미 널리 쓰이는 상황


Q. 얼핏 보니 플랫폼 중에 VR도 포함되어 있는데, 현재 VR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처음에는 VR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게임을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을 바라보니 그게 아니더라, 게임을 개발한다는 건 결국 그만큼의 자원을 쓴다는 거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그 개발비를 회수할 만한 시장이 없다. 지금 VR 게임을 만드는 개발 스튜디오의 90% 이상이 정부 지원사업을 받아서 개발하고 있을 거다. 그러다 보니 그들로서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보다 뭔가 '결과'물을 내는 데 지향하게 되고, 결국 콘텐츠의 전체적인 질이 떨어진다.

VR 체험존 사업이 부상하고 있는데 이들도 이들 나름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체험존을 만들려면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요구되는데, 현재 시장에 나온 콘텐츠 중 눈에 차는 콘텐츠가 거의 없는 거다. 개발 스튜디오는 스튜디오대로 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이나 투자를 끌어올 수 있는 지표가 없고, 사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찾을 수 없다. 이런 불균형이 만연해 있다.


Q. 그럼 피지맨게임즈의 VR 전략은 어떻게 되는 건가?

플랫폼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답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과감히 나서기로 했다. 초기 목표는 시장을 만들고, VR 디바이스가 더는 낯선 물건이 아닌 상황을 이끌어내는 거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게임을 초기 주류 콘텐츠로 삼기엔 부족한 면이 여러모로 많았다. 개발 기간도 너무 길어 꾸준한 콘텐츠 공급이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영상 콘텐츠다. 처음엔 엔터테인먼트 영상하고 교육 영상을 생각했다. 근데 이것도 문제가 있는데, 제작 기간이 게임 못지않게 길다.(웃음) 그래서 여러모로 시장 조사를 해봤는데, 즉각적으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수익성까지 챙길 수 있는 콘텐츠는 하나뿐이더라. 바로 '성인 콘텐츠'다.

성인 콘텐츠는 길어야 일주일이면 영상이 나온다. 작년 초에 미국에 만들어진 VR 성인 콘텐츠 사이트의 수익을 작년 말 살펴봤는데, 월 수익이 40억가량이 나온다. 재밌는 건 그 이용자 중 20%가 한국인이더라.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한 소비 잠재력이 있다는 거다.

일본에서도 대부분의 AV 배우들이 VR 콘텐츠로 전향하려는 의사를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 매우 큰 AV 사이트의 판매 순위 중 3위와 6위가 VR 콘텐츠다. 그 정도로 VR과 성인 콘텐츠의 연계가 뜨겁다. 현재 그렇게 판매되는 VR 성인 콘텐츠 가격이 한화로 약 1만 원에서 1만 5천 원이다. 분량이라 해봐야 15분 정도인데, 그런데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 가장 빠른 수급이 가능한 분야


Q. 성인 콘텐츠가 피지맨게임즈의 VR 사업 메인이 되는 것인가?

몇 가지를 더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도, 개인적인 일을 볼 수 있는 공간. 숙박업소와 카페에 VR 장비를 들여놓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TV 한 번 보듯이 그냥 해 보는 것. 이게 다 기반이 되는 거다. 우리 사업의 기반이 아니라, VR이 대중에게 보급되는 기반 말이다. 모바일 게임이 뜨기 전, 한 2년간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무료 콘텐츠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중들이 모바일 게임을 접하게 되었고, 현재는 국내에서만 천만에 가까운 잠재 고객을 가진 시장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개인 VR 장비의 보급이 요원한 상황이다. 장비를 들고 다니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고, 장비 자체의 가격도 비쌀뿐더러 콘텐츠 하나하나도 다 사야 한다. 그러므로 최대한 많은 대중이 먼저 시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알아서 순리에 맞게 돌아갈 거다.

그러나 'VR 체험존' 사업은 유의미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이 과정에서도 수익이 발생해야 사업을 이어갈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장비 가격부터 인건비까지, 투자 금액에 비해 잠재 수익이 너무 모자란다. 중국의 경우 현재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유사한 방식을 쓰고 있다. 쇼핑몰 등에 VR 장비를 써볼 수 있도록 만들어 다른 쇼핑몰과 경쟁할 힘을 하나 더 만드는 쪽이다. 시장이 형성되기 전까지 VR이 '주인공'이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업에 더해져 조연의 역할을 하다가, 힘이 붙기 시작하면 주인공이 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이런 형태


Q. 궤도에 오른다면 정말 멋진 일이지만, 변수도 많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모든 플랫폼을 하나로 가져가는 것. 그것이 피지맨게임즈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이 유의미한 수익을 올린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아직 VR은 고객 개인에게 다가갈 타이밍이 아니다. 업체와 업체 간의 관계로 시작해 수익을 만들고, 만들어질 시장에서 PC모스토어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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