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공을 위한 '판'을 짜는 기업, 'VR 플러스' 황명중 대표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3개 |




하나의 대상을 두고, 사람들은 모두 다르게 생각한다. 얼추 비슷할 수는 있으나 결국 디테일로 들어가면 의견 차이가 생긴다. 산업이라고 다를쏘냐. 비슷한 자본을 들고 똑같은 산업에 도전하는 수많은 이들 중 몇몇은 샴페인을 터뜨리고, 또 누군가는 고배를 마신다. 이 조금의 시선 차이에서 생기는 일이다.

VR 산업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이들이 VR에 대한 포부를 가슴에 안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방법은 다르다. 시선도 다르다. 누군가는 이 길이 된다고 생각하며, 다른 누군가는 저 길이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VR 플러스'를 알았을 때. 내 눈엔 이들 또한 그 여러 가지 길 중 하나를 걷는 이들이었다.

다소 많은 이들이 선택한 길로 보이기도 했다. 오프라인 VR 사업장은 지금 현재 가장 뜨겁게 성장하고 있는 종목 중 하나이니 말이다. 물론 이 '오프라인 사업장'이라는 항목 자체에서도 찬반이 갈리긴 한다. 이를 두고 섣부른 판단이며, 오히려 독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VR 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VR 플러스는 작년 7월 첫 매장을 개점한 이후, 꾸준히 전국에 매장을 늘리고 있다. 확신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오프라인 VR 매장은 어느 정도 '실험'적인 성격을 띤 사업체라고 스스로 말해왔다. 하지만 VR 플러스를 포함한 몇몇 기업은 우직하게 사업을 밀고 간다. 그들이 생각하는 VR 산업의 미래가 도대체 어떤 모습이기에 이런 저돌적인 행보가 가능한 걸까?

VR 플러스의 황명중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프렌차이즈 사업만 20년을 넘게 이어온 베테랑 사업가이자, 이제 VR 업계를 이루는 기둥 중 한 명이 된 그가 말하는 VR 플러스.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인가?



▲ VR 플러스 황명중 대표



Q. 이렇게 뵙는건 처음인 것 같다. 먼저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VR 플러스의 황명중이라고 한다. 96년부터 프렌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사업가로 살아왔고, VR이나 IT는 이제 배우고 있는 단계에 있다. 2000년에 미국에 이민을 간 후 미국에서도 사업을 이어왔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 시장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왔다.


Q. 그럼 VR 업계에 들어오게 된 것은 아이템을 찾는 과정 중에 일어난 일인가?

2012년쯤, 전 세계를 돌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그때 중국에서 처음으로 VR을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 수준에 비하면 굉장히 조악한 수준의 VR HMD였다. 에그형이라고 해야 하나? 영상 싱크도 잘 맞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냥 그 정도에서 멈췄다. 흥미는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아이템이었다.



▲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그형 VR 체험존

왜냐하면, 당시 난 VR이라는 산업이 한국에서 더 잘 되고 있을 것이며, 한국이 더 잘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회적 통념상에서 한국은 IT 강국이 아닌가? 당연히 이런 선진적 분야에서도 풀뿌리 산업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찾아보니 별로 나오는 것이 없었다.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콘텐츠, 하드웨어를 통틀어 뚜렷하게 뭔가를 하겠다고 나선 업체들도 적었고, 비즈니스쪽으로 시작하는 업체들은 없었다. 그래서 VR 산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결심하게 되었다.


Q. 그럼 VR 산업이 커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는 뜻인가?

분명히 말해 확신은 있었다. 지금이야 VR의 저변 확대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게임을 위주로 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국한된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지만, VR 산업의 잠재력은 VR에 대해 잘 모르던 내가 생각해도 어마어마했다. 교육, 방산, 의료를 포함해 실생활 전반에 어떻게든 응용할 수 있는 산업 아닌가?

찾아 보니까 VR의 역사도 생각보다 오래되었더라. 수십 년 전부터 항공 시뮬레이터 같은 몇몇 분야에서는 HMD를 이용한 훈련 등이 도입되어 있었으니 그간 VR HMD라는 분야에 쌓인 기술력도 절대 가볍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국내는 너무 조용했다. 이해되는 바였다. 당시 VR 시장은 실체가 없었고, 비전은 더 없었다. 게다가 3D 텔레비전과 같이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진 산업들이 남긴 좋지 않은 인상도 한몫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단단히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 이쯤 되니 국내 시장만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IT 강국이란 단어가 이제 한물갔다고 하지만, 사실 지금 수준으로도 IT 개발이라는 분야에서 한국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간 쌓여온 것은 허상이 아니니 말이다. 결국, 한국은 VR이라는 산업에서 후발 주자가 되어버렸다. 이 상황에서 누구라도 먼저 시작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VR은 그 잠재력이 너무 거대했고,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Q. 현재 'VR 플러스'는 어느 정도 규모로 돌아가고 있는 건가?

작년 7월 강남에 첫 매장을 개점했다. 우리보다 먼저 오프라인 사업장을 시작하려는 업체들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VR 오프라인 매장을 하기에는 너무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았고, 갖춰지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관련 법안, 수익 구조, 대중의 인지도 등 여러 문제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우리가 오픈할 당시엔 그보단 조금 나았다. 이후, 투자와 동시에 체험존을 무료로 돌려 저변 확대를 노렸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전국에 17개 매장이 운영 중이고, 3월 중으로 총 22개 지점으로 늘릴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올해 안에 60개 지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각 매장 매출도 상당히 괜찮게 나오고 있고, 점주들 또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매장에 따라 크기가 다른데, 100평 이상의 규모에는 'VR 테마파크'라는 이름을 쓰고, 100평 미만의 지점은 'VR 존'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테마파크 급의 매점은 입장료만 받고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으며, 소규모 매장은 30분, 60분, 90분 단위로 시간제 운영을 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매장 크기가 작다 보니 회전율을 생각할 수밖에 없더라.



▲ 400평 규모의 테마파크 부산 남포점


Q. 최근 'VR 존'형태의 매장들이 오히려 VR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를 조장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와 같은 오프라인 사업자들에게는 좋은 충고라고 생각한다. VR 시장은 아직 개인 단위 소비자보다 오프라인 매장이 주를 이루는 단계이기 때문에 일종의 순환 고리가 생긴다. 콘텐츠 공급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하고, 오프라인 사업자는 콘텐츠 사업자가 콘텐츠를 팔 수 있는 '마켓'의 역할을 한다.

공급자와 사업자라는 두 축이 제대로 맞아들어갈 때 의미 있는 사업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현재 'VR 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는 이유는 콘텐츠의 퀄리티 때문이다. 시간을 들여 외부 매장을 방문했는데, 막상 콘텐츠가 기대 이하인 경우가 생기면서 결국 VR 전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오롯이 콘텐츠 공급자의 문제일 수는 없다. 콘텐츠란 작물과 같아서 좋은 토양과 비료가 있어야 좋은 품질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현재 VR 콘텐츠 개발 시장은 토양과 비료 모두가 부족한 형편이다. 결국,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제대로 된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데, 이젠 또 투자자의 고민이 시작된다. 투자자로서는 투자를 해서 상품이 나와도 이를 팔 만한 시장이 눈에 보이질 않으니 고민하게 되는 거다.



▲ 유저 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수용할 공간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것이 이 '시장'을 만들어 주는 거다. 콘텐츠를 개발해서 공급할 수 있는 단단한 판매처가 되어 주는 것. 그래야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쌓이고, 이 데이터가 결국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가 되지 않겠는가? 지금까진 이런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콘텐츠 개발자들이 국외 시장을 알아보곤 했다. 하지만 외국 시장이라고 쉬울까. 그 시장엔 더욱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들이 쟁쟁하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 한다. 꾸준히 콘텐츠를 선보일 공간을 만들어주고, 저변을 늘린다면 결국 유저도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킬러 콘텐츠도 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시장의 형성은 기정사실이라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서는 중국의 영향도 없잖아 있는 것 같다. 익히 알려진 대로 중국에는 수천 곳의 VR 매장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중 대부분이 대충 HMD와 저질 콘텐츠를 가져다 놓고 VR 체험존이라 말하는 '허당'이며, 진짜 진지하게 산업을 생각하는 이들은 제대로 체험존을 운영 중임에도 비중이 적다. 그런데 참고자료로 많이 쓰이는 '빅데이터'들은 이 블러핑에 가까운 숫자를 모두 취급하기 때문에 시궁창 같은 모습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Q. 앞에서 VR 시장이 성공할 거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VR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객관적으로 여러 가지 요소를 생각해보면 분명 한국에서 성공할 만한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산업이다. 다만 시작이 늦어 후발 주자가 된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한국은 애초부터 여러 가지 다 잘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들을 파고드는 것이 한국의 스타일인데, VR은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IT와 관련된 저변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고, 기술적인 노하우도 충분하다. 사회 인프라도 전반적으로 첨단화되어있기 때문에 VR이 응용될 만한 여지도 충분하다.



▲ 실제로 VR과 다양한 산업의 접목은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Q. 그럼 VR 플러스가 자체적으로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거나 투자할 생각도 있나?

물론 여건이 된다면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모든 것을 함께 할 역량은 없으므로 투자할 수 있는 부분도 한정되어 있다. 믿고 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에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안될뿐더러, 사업 분야가 늘어날수록 역량 집중도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판을 만드는 역할이다. 콘텐츠를 만들어냈을 때,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시장. 그것이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지금의 VR 시장은 그 누구와의 경쟁도 성립되지 않는 곳이다. 시장이 커질 여지는 바다같이 넓은데,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다. 최대한 많은 분이 용기를 갖고 VR 시장으로 나서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VR이라는 시장을 부정적인 견해보다 희망 어린 시선으로 보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기존 게임업계에 종사하던 분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계신다.


Q. 많은 이들이 HMD의 가격이 많이 내려간다는 것을 전제하며 최종적인 VR 시장의 모습이 개인 단위 소비자 중심으로 흘러갈 거라 예상하고 있다. 오프라인 사업장으로서 썩 바라는 모습은 아닐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아마 3년에서 4년 후면 HMD도 굉장히 간소화될 것이고, 누구나 쉽게 위험부담 없이 다룰 수 있는 장비가 될 것이라 본다. 아마 개인 보급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명확하다. 아무리 PC의 개인 보급률이 늘어난다 해도 PC방은 항상 운영된다. 이는 개인 PC와 PC방이 이제는 '게임'이라는 같은 소재에 기댈 뿐, 다른 문화로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개인 단위 문화활동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 사회의 문화 활동은 양극화가 일어났다. 예전 같으면 뭔가 이상하게 들릴 '혼밥'이나 '혼술'이 비교적 쉽게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다.

개인 단위 VR 소비자가 늘어난다 해도, 당연히 함께 즐기는 문화로서 VR 체험존의 위치는 남아 있을 거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VR 플러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VR을 활용해 게임뿐만이 아닌 다양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매장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매력이 충분히 한몫을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함께 즐기는 문화로서 오프라인 VR 사업장은 이어질 수 있다.


Q. VR 플러스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마지막으로 VR 산업에 종사하는 다른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최근 들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콘텐츠 개발사들을 소개해 달라든지, 해외의 콘텐츠를 한국 시장에 보급하고 싶다거나 하는 다양한 제안이 오고 있다. 사업적인 부분이나 투자 관련해서도 간혹 이야기가 들리고 있고 말이다.

이런 제안들을 보면서 내심 자신감이 생기곤 한다. 우리같이 작은 업체에도 이런 제안이 온다는 것은 그래도 부족하게나마 옳은 길을 걸어왔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다른 분들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함께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완성될 VR 시장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도전하고, 추진하고, 또 실행에 옮긴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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