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펄어비스 김대일 의장, "난 여전히 현역 개발자... 차기작 이미 개발중"

인터뷰 | 이동원,박태학 기자 | 댓글: 246개 |


▲ 펄어비스 김대일 의장


김대일 의장은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고집과 능력을 모두 갖춘 게임 개발자 출신으로, 자신이 그려왔던 MMORPG를 만들기 위해 펄어비스를 세웠습니다. 이후 처녀작 '검은사막'은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고, 펄어비스는 11월 27일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 10위를 기록했습니다. 그사이 그의 명함은 게임 개발자 김대일에서 게임사 대표 김대일로, 그리고 의장 김대일로 변했습니다.

게임 개발자로서 더 오를 곳이 없다고 보는 평가도 있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 개발자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의장실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프로그래밍에 최적화된 전용 컴퓨터와 그 앞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던 김대일 의장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기존에 했던 인터뷰와는 조금 다른 내용입니다. 곧 출시를 앞둔 게임의 시스템 소개같은 게 아닙니다. 이제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펄어비스와 김대일 의장 그 자체를 조명하는 인터뷰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펄어비스의 미래, 그리고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의 미래는 어떤지 들어봤습니다. (김대일 의장 인터뷰는 지난 10월 말에 진행되었습니다.)





"개발은 여전히 하고 있어요"
개발자에서 대표로. 대표에서 의장으로. 그렇지만 여전히 현역 개발자.


인벤 - 상장 후 인터뷰는 처음인데요. 이전에 개발에 집중할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김대일 의장(이하 김대일) - 음... 아군이 많이 생겼다고 할까요. 전세계적으로 우리 유저도 늘었고 그에 더해 투자자도 늘었다는 게, 저희 회사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는 말이잖아요. 내적이든 외적이든 도움이 많이 돼요. 사기도 올라가고... 이 분위기 잘 몰아서 '내년에 런칭할 게임 꼭 성공해야 한다' 이런 책임감도 들고.

인벤 - 펄어비스의 상장은 느낌이 좀 다르거든요. 뭐랄까... 중형 게임사의 상장이니까. 처음에 펄어비스를 만들 때 상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셨어요?

김대일 - 전혀 안했어요. 회사 운영하면서 조금씩 필요성을 느낀 거죠. 다른 게임사 보니까 주주들까지도 회사 격하게 아껴주고 그러더라고요. 그게 엄청 부러웠어요. 저흰 그게 없었으니까.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저희 게임을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같이 성장하고, 직원들도 같이, 주주 분들도 같이 성장하는 환경이 필요했어요.

인벤 - 지금 펄어비스가 몇 명이죠?

김대일 - 한 300명 정도. 서비스를 확장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회사가 커지더라고요.

인벤 - 원래 다른 게임사에서 일하셨잖아요. 이미 직장 안정적인데, 이거 박차고 나가서 따로 회사 차려야겠다는 마음 먹는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첫 작품으로 개발비 많이 드는 MMORPG 선정한 것도 흔한 사례는 아니고요.

김대일 - 제가 생각한 게임을 잘 만들려면, 일단 그만큼 권한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도 내 마음대로 뽑을 수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게임 개발자들 노동 강도가 센 편인데, 그에 걸맞는 보상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런 팀은 오래 못가요. 개발력 유지가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이전 회사에선 개발팀들 사이에 경쟁심도 너무 강한 것 같았어요. 다같이 협력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이런 협력 문화 안 만들면 살아남을수가 없어요. 지금 세상에서는.

게임이라는 게, 일정 수준 이상으로만 성공하면 직원들에게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의 돈은 벌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게 뭐냐면, 연봉이 높더라도 아주 뛰어난 직원 위주로 채용하자 이거였죠. 일반적으로 같은 인력이라 하더라도 뛰어난 직원이랑 일반 직원이랑 퍼포먼스는 몇 배 차이가 나요. 게임쪽은 그게 특히 심하고. 그러니 잘 하는 사람들 더 챙겨주는 게 좋죠.

그리고 사실, 검은사막에 개발비가 엄청나게 투입되진 않았어요. 실력있는 사람들도 워낙 많았고, 그리고 저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고... 개발비가 한 120억 원 정도 썼어요. 개발 비용 아끼려고 프로세스를 엄청 개선했죠. R2나 C9 만들 때 방식하곤 아예 달랐어요. 내부 논의를 엄청 많이 했고, 순간적인 판단이 엄청 많았어요.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게 이거야' 한다면, 바로 회의하고, 바로 개발하고.

회사 기조가 '일단 만들고 보자'예요. 일단 어디로든 가야 하는 거죠.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았는데, 얼마 전에 깨달았어요. 시행착오도 결국은 쌓이고, 나중에 쓸 데가 있다는 걸.




▲ "검은사막은 볼륨이나 완성도에 비해 개발비 적게 쓴 MMORPG라고 생각해요"


인벤 - 검은사막의 개발 과정에서 나온 시행착오도 결국엔 활용했다는 뜻이군요.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대일 - 어떤 시스템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완성하고 돌려보니 너무 재미없는 거예요. '홀드해놓자, 나중에 더 만질 일 있겠지' 하고 뒀는데, 정말로 이걸 다시 살릴 기회가 오더라고요. 시간 지나면서 개발자들 실력이 느니까, 예전에 애매하게 만들었던 걸 완성까지 끌고 갈 능력이 생기는 거죠. 지금 검은사막에 들어간 시스템 보면, 예전에 접었다가 다시 만든 게 꽤 돼요. 점령전도 처음 만들 땐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이후 개발력 쌓이고, 이젠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 하에 만든 거지.

인벤 - 그럼 지금도 검은사막 개발에 관여하고 계신 거예요?

김대일 - 네. 그렇죠.

인벤 - 모바일 버전 개발도 직접 하시고.

김대일 - 네. 콘솔 버전도 해야 하고요(웃음).

▲ 검은사막 XBOX One 버전 공식 트레일러


"개발에 최적화된 '시스템'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10년, 20년 가는 게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사후관리'. 이것은 개발보다 중요하다.


인벤 - 검은사막이 처음 공개됐을 때 솔직히 비평도 많이 받았어요. 게임이 너무 하드코어하다, 퀘스트 동선, UI 복잡하다 이런 의견도 있었고.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김대일 - UI에 문제가 있다는 건 저도 알지만, 그냥 기존 MMORPG UI 형태로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남과 똑같이 만들기도 싫었고요. 이건 계속 내부적으로 연구중인 부분인데, 최근에 해결할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인벤 - 그럼 UI도 개선 계획이 있는 건가요.

김대일 - 네. 모바일, 콘솔 버전 만들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가져올 수 있는 요소가 엄청 많더라고요. 지금 대표적으로 보고 있는 게 미니맵이에요. 지금 검은사막 미니맵은 솔직히 별로예요. 나중에 개선된 거 보시면, 지금 제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거예요.

인벤 - 검은사막이 업데이트 속도 빠르기로 유명하잖아요. 우스갯소리로 커뮤니티에선 개발자를 갈아 넣고 있다고 할 정도로... 그나마 요즘은 좀 천천히 가는 느낌인데요.

김대일 - 업데이트 양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요. 제가 진짜... 그 업데이트 쉽게 할 수 있는 구조 만들려고 정말... 정말로 애 많이 썼어요. R2나 C9 만들면서 느꼈거든요. 업데이트 착착 되도록 시스템 구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인벤 - 서비스 후 업데이트 관련한 시스템을 탄탄히 하는 게 필수라는 거군요.

김대일 - 그렇죠.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넣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평가가 달라져요. 캐릭터와 배경은 어떻게 해야 빠르게 잘 만들까, NPC 1000명이 필요한데 어떻게 바로 만들까... 진짜 고민 많이 했죠. 자동화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자동화하려고 했고요. 데이터 중심, 스크립트 중심으로 게임 만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온 거고.



▲ 김대일 의장은 서비스 이후 시스템 추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인벤 - 개발 속도를 올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뭘까요. 의사결정 구조 이런 거?

김대일 - 맞아요. 같은 프로그래머라도 배려심의 차이 같은 게 있거든요. 다른 직종 사람들 위해서 세심하게 잘 챙겨주는 프로그래머가 있어요. 이거 만들면 편하게 적용할 수 있겠지? 같은 거. 반대로 완전히 이기적이면, 이 정도면 이제 나한테 덜 찾아오겠지? 이런 거(웃음).

인벤 - 그럼 내부적으로 만든 개발 툴도 많겠네요.

김대일 - 많죠. 다 한곳에 몰아 놨어요. 한 번 쓸건데 왜 만들었지 싶은 것도 있고, 어쨌든 지금까지 작업한 거 다 모아놨어요. 검은사막 모바일 전용 개발툴도 따로 만들었고.

인벤 - 만들 땐 고생이지만, 한번 만들어놓고 나면 그게 다 내부 자산이잖아요.

김대일 - 저도 그게 진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이걸 좀 더 확장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이 툴에다가 AI 기능 합쳐서 뭔가 더 자동화시키고 싶고. 유저들 행동 패턴 분석해서 개발도 좀 더 실용적으로 하고 싶고. 그래서 작년부터 AI 쪽 공부하고 있어요.

인벤 - 그 자동화라는 게 유저들이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거죠?

김대일 - 그런 부분은 자동화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원래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쪽을 자동화로 처리한다고 보면 돼요.

인벤 - 그러고보니 인터뷰할 때마다 느낀 건데요. 김대일 의장 모니터는 항상 검은사막 커뮤니티 사이트가 띄워져 있더라고요.

김대일 - 뭐, 그거만 보고 있는 건 아니고요(웃음).

인벤 - 유저들 의견 보다 보면, 날 선 비판도 있을텐데... 하나하나 다 챙겨보시는 거예요?

김대일 - 완전히 다 보는 건 아니에요. 한데, 말씀하신대로 그중에 정말 날카로운 비판이 있긴 해요. 저희가 기획하다 막혀서 고민중일 때, 그런 게 꽤 도움이 됩니다. 조직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놓치는 부분이 없진 않으니까.

인벤 - 개발은 개발 조직에서 하고, 유저 피드백은 GM 조직이나 QA 조직에서 받은 다음에 문서화하고 보고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펄어비스는 그걸 엄청 다이렉트하게 체크하는 것 같아요.

김대일 - 필터링된 정보, 날것 그대로의 정보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되도록 저희는 날것 그대로 보려고 하고요. 유저가 글을 썼으면, 그 글을 쓸 때 감정이라던가 컨셉같은 게 있거든요.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 많이 했죠.

인벤 - 그렇게 분석한 뒤 정말 수정해야 될 문제라면 수정하는 거고.

김대일 - 해야죠. 개발자들과 바로 얘기해요. 물론, 이런 개발 방식을 피곤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도 해야죠.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봐요. 제가 우리 게임 하다가도 야, 이건 유저들 진짜 화낼만 하다 싶은 것도 있는데.



▲ "유저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고 생각해야 합니다"


인벤 - '검은사막'이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서비스 중인데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대일 - 한국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됐어요. 이제 이걸 어떻게 유지하냐가 관건이죠. 현지에서 잘 된 다른 게임들도 분석 중입니다. '이게 어떤 이유로 사랑받게 됐나' 이런 레퍼런스를 모으고 있어요.

인벤 - '검은사막'도 그렇지만, 엔진도 외국에서 관심 많지 않아요? 이정도 그래픽 논타겟팅 보여준 MMORPG가 없으니까.

김대일 - 잘 모르겠어요. 외국 문화같은데... 사실, 외국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엔진들 대부분 만들어 써요. 전용 엔진 만든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저희도 '검은사막' 만드는 데 필요해서 만든 것 뿐이고.

인벤 - 필요했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정도는 만들어야 해'라는 목표치가 있으니 이 엔진이 나온거잖아요.

김대일 - 그렇죠. 만들고 또 만들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인벤 - 처음부터 '이정도 그래픽은 나와야 해'라고 의장님이 정한거예요?

김대일 - 저도 그렇고, 저희 개발팀하고 상의하면서 정했죠.

인벤 - 그래픽 리마스터 관련 정보나 그외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어요. 새로운 직업이나 새로운 지형도 있을 거고...

김대일 - 그런 형태의 업데이트는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봐요. 이제는 좀 다른 형태의 업데이트를 준비해야 할 것 같고... 새로운 직업을 낸다는 것도, 기존 신규 클래스 업데이트가 아니라 이미 있는 클래스의 파생형도 생각해볼 수 있고요. 기존 콘텐츠와의 연관성을 높이고 싶어요. 업데이트하면서 항상 아쉬웠던 게, 저희가 콘텐츠 많이 추가해도 유저분들은 기존에 하던 콘텐츠 위주로 즐기니까. 메인 콘텐츠 외 다른 콘텐츠의 비중도 좀 키워보겠다는 거죠.

▲ 올해 GDC에서 공개된 검은사막 그래픽 리마스터링 영상


"검은사막 모바일? PC 버전과는 별개의 게임이에요"
최종 목표: 1. 모바일 MMORPG의 끝 보여주기 2. 유저들이 두 검은사막을 모두 즐기는 것.


인벤 - 검은사막은 나름대로 스타일이 있는 게임이에요. 그런데 이게 모바일 게임으로도 잘 이어질지 걱정도 되거든요.

김대일 - 저희 나름대로 장기적인 플레이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요. '이 조건은 꼭 달성해야 돼'라는 기준이라고 할까. 이거 다 통과하면 게임 출시하는 거고.

인벤 - 그게 어떤 조건인가요?

김대일 - 길드전이 완벽하게 운용되는지, 아이템 성장은 어느 선까지 이루어져야 하고... 이런 각 스텝들이 있잖아요. 캐릭터 성장 요소가 충분히 들어갔는지 보는 거죠.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뭘 어떻게 해도 1년 내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진짜 재밌는 게임 나오더라도 정작 재밌게 하는 기간은 한 달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적어도 그 이상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검은사막 만들 때도 그런 생각으로 하긴 했는데, 요즘 유저들에겐 그 부분을 좀 더 강조해야 돼요. 지금 시대가 그래요.

인벤 - 검은사막 정도면 콘텐츠가 많은 MMORPG에 속하지 않나요.

김대일 - 그래도 더 필요해요. 유저들이 전체 콘텐츠를 다 즐기는 건 아니잖아요. 대다수 유저들은 특정 콘텐츠 위주로 즐겨요. 그러니 거쳐가는 서브 콘텐츠라도 더 깊이있게 만들어야 하죠.

인벤 - 검은사막 모바일도 플랫폼만 모바일이지...

김대일 - 우린 그냥 MMORPG 만든다 생각하고 있어요. 꼭 모바일이 아니라.

인벤 - '검은사막 모바일' 출시되면 기존 검은사막 온라인 유저들이 대규모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대일 - 저희 최종 목표는 유저분들이 둘 다 즐기도록 만드는 거예요. 모바일로 느낄 수 없는 경험은 PC판으로 주고, 그 반대의 경험은 모바일로 주고 싶어요. 이건 취향의 문제라고 봐요. 전 대규모 공성전 같은 영역은 PC 온라인 게임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더 화려한 액션, 더 다이나믹한 컨트롤... 이런 건 PC에서밖에 안 돼요. 모바일은 한계점이 분명하고.



▲ "검은사막 모바일은 기존 검은사막과 게임성이 좀 다릅니다"


인벤 - PC로는 예전만큼 MMORPG가 많이 안 나오고 있거든요. '검은사막' 이후에도 몇 개 나오긴 했는데, 대부분 실패했고.

김대일 - 일단 개발비가 너무 비싸요. 기간도 많이 잡아먹고. 힘들 것 같긴 해요. 제대로 만들려면 4~5년은 걸리니 투자받기도 어렵고.

인벤 - 그런 거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김대일 - 그건 그거고 우린 우리니까... 저흰 계속 해야죠.

인벤 - 앞으로도 MMORPG 만드는 걸로.

김대일 - 펄어비스에서 MMORPG 또 나올 거예요. 다만, PC로만 낸다는 건 아니고... 지금 '검은사막'을 콘솔로도 만들고 있는데, 이거 작업하면서 아쉬운 점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처음부터 이렇게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거 있잖아요. 다음 작품부턴 처음부터 좀 넓게 보려고요.

▲ 검은사막 모바일 공식 트레일러


인벤 - 그럼 검은사막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을 연동할 계획이 있나요?

김대일 - 안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별개의 게임이니까.

인벤 - 많은 유저들이 직업 공개 순서를 궁금해하더라고요. PC판과는 공개 순서가 다르니까.

김대일 - 저희가 검은사막 PC판 처음 만들고 나서 깨달은 게 있어요. 대중적인 클래스가 없더라고요. 유저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모습의 마법사가 없었어요. 모바일에서는 일단 판타지 세계관에서 요구하는 클래스를 먼저 내놓고, 이후 반응이 좋은 클래스를 선보일 계획이에요. 순서만 달라질 뿐이죠.

인벤 - 결국 PC판 클래스들은 다 나오는거죠?

김대일 - 그럴 것 같아요. 이미 다 만들어놨는데 아깝잖아요. 써야지.

인벤 - 모바일 게임의 BM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 검은사막 모바일의 BM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김대일 - 우리나라 유저들의 1인당 지불 능력은 이제 상향 평준화됐어요. 그걸 아는 게임사들이 조금 더 자극적인 형태로 BM 모델을 거는지 안 거는지 정도의 차이죠. 저희는 기존 모바일 게임과는 좀 다른 BM을 적용할 생각이에요. 검은사막 PC판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 따로 저희가 생각한 모델도 있어요. 과도한 BM을 적용하기보다는, 일단 충성도 높은 유저 숫자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게 장기적인 매출에 있어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유저들이 스트레스 적게 받는 방법도 그거라고 보고요.

내부에서 BM 관련해 많이 조사해봤는데, 너무 과하지 않더라도 저희가 생각한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행동력 같은 건 시간이 부족한 유저를 위해 팔긴 하겠지만, 인게임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예요. 뽑기도 기존 게임들과는 다른 형태가 될 거고요. 이 밸런스를 잘 맞출겁니다.


인벤 - 검은사막 모바일이 출시되고 나서, 유저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길 원하세요?

김대일 - 이걸 완성시켰네.

인벤 - 아, 모바일로.

김대일 - '모바일 MMORPG의 끝에 도달했네' 이런 평가가 가장 듣기 좋죠. '아이템도 매력적이고, 그래픽도 좋고, 모바일 한계점을 다 뛰어넘은 게임이다' 같은.



▲ "모바일 MMORPG의 끝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음 작품도 MMO 생각 중입니다"
'전연령층 MMO', 'FPS + AOS'등... 펄어비스의 개발 역량 보여줄 것.


인벤 - 차기작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검은사막 모바일 이후 계획된 작품이 있나요?

김대일 - 모바일 게임 하나 더 만들고 있어요. 펄어비스의 이후 방향성에 대해 내부에서 얘기 많이 하는데요. 항상 한국 시장만 바라보고 게임을 만들수는 없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아, 물론, 한국 시장은 매우 중요해요. 오해하시면 안 돼요(웃음).

인벤 - 네, 한국은 당연히 중요하고, 전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김대일 -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컨셉도 좀 다양하게 두려고 해요. 새로 만들고 있는 모바일 게임도 MMO인데, 중세시대 배경 이런 건 아니고요. 전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이에요. MMO의 핵심은 경쟁이 아니에요. 다른 유저와 만나는 게 즐거워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저희가 MMO 외에 또 잘 만들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봤는데, FPS나 AOS 쪽이더라고요. 사실, AOS가 MMORPG의 압축된 형태잖아요. 여기에 FPS 요소를 섞어서 만들고 있어요. 아, 이건 모바일은 아니에요

인벤 - 검은사막, 검은사막 모바일, 전연령 대상 모바일 MMO, 그리고 1인칭 슈터 AOS까지... 지금 4개를 작업하고 있는 거네요.

김대일 - 네. 그 다음 게임들도 작업 중이지만 아직 공개할 순 없고... 그런데 사실 지금 가장 급한 건 검은사막 그래픽 리마스터예요. 이게 단순히 검은사막만을 위한 게 아니고, 여기서 최적화 방향성이 결정되는 거라서... 이게 끝나야 다음 작업들도 좀 더 탄력이 붙을 거예요.

인벤 - 그 전연령 대상 MMO는 검은사막과 그래픽이 아예 달라요?

김대일 - 아예 아트웍부터 달라요. AD분 이미 모셔서 작업 중이에요.

인벤 - 그 1인칭 슈팅 AOS는...

김대일 - 그건 리얼리티를 추구하긴 하는데, 검은사막과는 컨셉이 다르죠. 콘솔에서 전통적으로 추구하는 리얼리티라고 보면 돼요.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분야라 이걸로 계속 갈 것 같아요.



▲ 펄어비스의 가족형 MMO와 1인칭 슈터 AOS는 어떤 느낌일까.
(사진은 위: '동물의 숲', 아래: '둠 리부트')


"어떤 개발사든, 노하우가 무서운 거예요"
누적 노하우가 곧 게임의 퀄리티. 펄어비스는 이제 누적을 시작하는 단계.


인벤 - 차기작들은 어떤 평가를 받길 원하세요?

김대일 - 검은사막 다음 플래그십을 만든다면... 이제 '훌륭한'이라는 말을 붙여야 할 것 같아요. 훌륭한 게임성, 훌륭한 그래픽, 훌륭한 게임 디자인, 훌륭한 프로그래밍 완성도... 마케팅이나 매출이나 뭐 다 훌륭하게.

인벤 - 그건 모든 게임에 다 적용 가능한 이야기라고 봐요. 이 시장에서 뭔가 차별화된 길을 가야겠다 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자면 '우린 하드코어의 끝을 보고 말겠어'라던가.

김대일 - 아니, 정말 그런 목표는 없어요. 생각도 안 해봤고. 그냥 '우리는 게임을 만들 뿐이지' 하는 생각밖에 없어요. 무엇보다 우리 펄어비스가 아직 그 정도 역량을 못 가졌다고 보고요. 역량이 된다면 고민해볼텐데, 아직 그 레벨이 아니에요.

인벤 - 너무 겸손한 거 아니에요?

김대일 - 그, 최근에 출시된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있잖아요. 그런 거 저희는 절대 못만들어요. 우리 역량으로는.

인벤 - 어떤 면에서요?

김대일 - 저흰 그거 개발할 사고방식이 갖춰진 개발자들이 아니에요. 닌텐도는 수십 년 간 마리오를 만들면서 누적된 노하우가 있는 거죠. 그 노하우가 무서운 거예요. 배틀그라운드도 이전부터 축적된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나온 거죠. 사실 저희는 지금부터 노하우를 누적할 단계고요. 시간이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당장 무슨 새로운 장을 열겠다 이런 생각은 없어요. 언젠가 도전해보긴 할텐데, 지금은 아니에요.



▲ "게임 개발에서 '누적'을 무시할 수 없어요"


인벤 - 누적이라 하면, MMO에 대한 노하우를 누적시킨다는 건가요.

김대일 - MMO에는 굉장히 다양한 장르가 포함됩니다. 그래서 다른 장르도 해볼 수 있어요. 일단은 그냥 게임 만드는 것에 대한 누적이 필요하죠. 블리자드 보세요. 설립 초창기에는 지금만큼의 인기가 없었어요. 그러면서도 계속 게임 만들고 자신들 방향성 찾아가면서 이렇게 큰거죠. 일본 게임사들 봐도 그렇고요. 진짜로 누적이 무서워요.

인벤 - 슈퍼마리오 오디세이처럼 또 눈에 띄는 게임이 있었나요? 아니면 요즘 재밌게 했다던가.

김대일 - 요즘 게임들은 거의 안 하고... 요즘 파이널판타지6를 하긴 하는데...

인벤 - 그것도 명작이죠.

김대일 - 어렸을 때 하긴 했는데 엔딩을 못 봤어요. 억울해서 다시 하고 있고(웃음). 그런데 나이 좀 들고나서 하니 옛날엔 그냥 보고 지나쳤던 것들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와,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같이. 놀라면서 하고 있어요.

인벤 - 스스로 생각하기에 본인은 대중적인 성향인가요, 매니아적인 성향인가요.

김대일 - 뮤지션들 보면 대중적인 가수도 있고 매니악한 가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게임 쪽은 그렇게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게임은 그냥 재밌으면 돼요. 재미만 있으면 확산이야 엄청 빨리 되니까. 저는 충분히 대중지향적인 사람 같아요.

인벤 - 대중적인 게이머라는 말씀이시죠.

김대일 - 전 오히려 숨겨진 명작 이런게 가장 적은 장르가 게임이라고 봐요. 있기야 있겠죠. 적을 뿐이지. 음악은 하나 마음에 들면 일년 내내 듣는 분들도 계시고, 혹은 평생 듣기도 하잖아요. 영화는 극장에서 내려가더라도 정말 수준이 높다면 나중에라도 재조명받고요. 그런데 게임은 덜 해요. 물론, 시간이 지난 후에 재발견되는 게임도 있긴 하지만, 희석되는 정도가 다르죠. 게임은 그 특성상 대중지향적일 수 밖에 없어요.

인벤 - 그럼 지금 개발 중인 작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게임이 있다면?

김대일 - 음... '레드 데드 리뎀션2' 기대하고 있어요.



▲ 김대일 의장이 기다리는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2'


"회사 때문에 집 옮겼으면, 그만한 보상을 해줘야죠"
직원의 퍼포먼스를 끌어내려면, 그 직원 '삶의 질'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인벤 - 앞으로 펄어비스가 나아갈 방향성같은 게 궁금해요. 복지라던가 이후 회사의 비전이라던가.

김대일 - 지금도 충분히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은 회사 차원에서 더 대우해줄거라 공지했어요. 물론, 외부에서 온 사람이라도 능력에 따라 대우해줄거라 얘기했고요. 돈도 중요하지만, 퍼포먼스를 끌어내려면, 근본적으로 그 사람 삶의 질을 끌어올려줘야 해요.

인벤 - 회사 가까이 이사오면 주거비 주고, 아이 낳으면 양육비도 지원해준다고 들었어요.

김대일 -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는 거예요.어쨌든, 회사 때문에 집 옮긴 거잖아요. 그에 맞는 보상을 해줘야죠.

인벤 - 창립 초기에는 그렇게 안 했는데.

김대일 - 그땐 가진게 별로 없었으니까. 여유가 생기고나서부턴 복지 쪽 투자 많이 했어요. 이걸 제일 먼저 해결해야된다고 봤고.

인벤 - 회사 안에다 만들고 싶은데 아직 못 만든 게 있나요. 직원들 전용 미용실도 최근에 생겼는데.

김대일 - 아이디어는 많이 나오는데 좀 더 벌고 나서 해야죠. 다른 게임사에서 안해본 거 해보고 싶어요. 일단 기본부터 맞춰놓은 다음에.

인벤 - 개발할 때도 그렇고 원래 직원들하고 소통 많이 하시기로 업계에서 유명하잖아요. 지금 회사 규모가 300명 규모인데 지금도 직원들하고 이야기 자주 하시나요?

김대일 - 지금도 하죠. 그런데 300명 되니 얼굴 모르는 직원들도 많아요. 그래서 조직 담당자한테 이런거 해달라고 부탁하는 편이예요.

인벤 - 그게 어떻게 보면 사내 문화잖아요. 직접 그렇게 소통하니 문화가 생겼다고 보는데요.

김대일 - 이런 문화를 피곤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사람들한테는 굳이 이렇게 안하죠.



▲ 직원 맞춤형 복지를 지향하는 펄어비스 본사


"앞에 '훌륭한'이 붙는 게임사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안양을 대표하는 게임사?


인벤 - 처음에 게임 개발로 진로를 잡은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김대일 - 그냥 게임 즐기다가 온 것 같은데... 음, 어렸을 때 게임하다가 엔딩 보고 '아, 난 이 게임 더 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 다들 해봤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불만족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게임이 마음에 드니까 엔딩 이후에도 계속 갖고 놀고 싶은 거죠.

인벤 - 예를 들면?

김대일 - 삼국지 하는데 어느 정도 통일 되어 가면 뭔가 아쉽잖아요. 내가 중국은 다 통일했는데, 뒤에 몽골같은 더 강한 세력 있었으면 좋겠다, 아예 전세계를 정복하는 게임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거. 그것에 대한 확장이었죠. 아마 다른 게임 개발자 분들도 다들 비슷한 동기였지 않을까요.

인벤 - 사실 저도 어렸을 때 컴퓨터로 간단한 비행기 게임 만들고 그랬거든요. 중 고등학교 때도 컴퓨터 클럼 활동했는데, 이게 게임 개발까지는 안 갔어요. 뭔가 좀 더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김대일 - 아, 제가 어렸을 때 컴퓨터 학원을 다녔거든요. 짝수 홀수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오래요. 처음으로 제 스스로 이걸 해결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엄청 단순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이 프로그램 만들고 나서 성취감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어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계속 프로그래머로 갔던 것 같아요. 코딩도 하고 게임도 만들고.

인벤 - 지금의 김대일 의장을 만든 건 짝수 홀수였다(웃음).

김대일 - 진짜 기분 좋았어요(웃음). 어디 놀러가는 길에 갑자기 딱 생각나는 거예요.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어서 바로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 붙잡고 만들었죠. 희열을 느꼈어요. 프로그래머 분들이라면 대부분 그럴 거예요. 비슷한 감정 느끼면서 살겠죠.

인벤 - 이제는 개발자 겸 의장이잖아요. 투자나 인수 쪽도 관리하시나요?

김대일 - 그 쪽은 제가 직접적으로 하진 않아요. 이사진이 가서 하는 거고, 전 그냥 따라가서 의견 정도만 내죠. 그쪽 전문가가 아니니까 '좋아', '싫어' 정도만 말해요.

인벤 - 의견 낼 때 기준이 있다면?

김대일 - 게임은 엄청 잘 만드는 팀인데 왜 잘 안 됐을까, 좀 더 잘 될 수 있었을텐데... 이런 거요. 우리와 한다면 더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 이런 걸 보죠.

인벤 - 원래 이쪽을 생각하고 회사를 만든 건가요.

김대일 - 아뇨, 그땐 여유가 없었어요.

인벤 - 지금은 여유가 생겼고.

김대일 - 아니, 그렇지도 않은데(웃음).

인벤 - 이제 인터뷰도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향후 목표 한 말씀 해주세요.

김대일 - 의장이지만, 개발 계속 할거예요. 10년 후 목표는... 사실 10년 후에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잖아요. 함부로 예단하긴 힘들 것 같고...

인벤 - 그럼 펄어비스가 유저들에게 어떤 회사로 인식되었으면 하나요?

김대일 - 앞에 '훌륭한'이 붙는 회사요. 굉장히 게임 잘 만드는 훌륭한 게임사.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게임사 이런 거.

인벤 - 지금은 어느 정도 온 것 같아요?

김대일 - 지금은... 일단 안양을 대표하는 게임사 정도 된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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