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 "기본은 하는 게임사로 기억되고 싶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25개 |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오버히트'를 처음 보았을 땐 걱정부터 들었습니다. 이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MMORPG로 흐름이 넘어갔고, 그외 중국산 모바일 게임들 및 기존 인기작들만이 살아남은 상황이었죠. '리니지2', '테라' 등 대작 MMORPG를 개발한 박용현 사단으로 잘 알려진 넷게임즈의 신작이라지만, 기존 멀티히어로 RPG에서 크게 다른점을 찾기 어려운 '오버히트'가 무난히 순위권에 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버히트는 출시와 동시에 구글플레이 매출 10위 권 내로 안착했고, 13일 현재 최고 매출 4위에 올라 있습니다. 1~3위가 MMORPG니까 그외 장르에선 전체 1위라 해도 되지요. 박용현 대표는 "혁신적인 시스템보다는, 넷게임즈가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게임들을 꼼꼼히 살핀 후 부족한 점을 채우고, 여기에 넷게임즈의 주무기인 그래픽과 연출을 강화해서 출시했어요. '히트' 때와 같은 전략입니다.

넷게임즈의 정체성과 비전, 그리고 '오버히트'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BM까지. 그간 궁금했던 걸 박용현 대표에게 하나씩 물었습니다.




▲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





현재 '오버히트'가 모바일 멀티히어로 RPG 중에서는 가장 좋은 기록을 보이고 있다. 먼저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대표 입장에서는 '오버히트'가 좀 더 잘 됐으면 좋겠다(웃음). 그런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2~3년 사이 훨씬 커졌다. 그 전과 같은 등수에 같은 매출이 아니다. 욕심은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나름 건실하게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액션 RPG는 1년 정도 서비스하면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하지만, 멀티히어로 RPG는 시장에 안착만 하면 2~3년은 간다. '히트'도 국내만 보면 매출이 아주 잘 나온 건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거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히트' 때도 그렇고 '오버히트'도 그렇고 기존 장르를 해석하는 능력이 좋은 것 같다. 기존에 시장에 있던 게임들의 유저 동향분석이나 피드백을 파악하는 팀이 내부에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팀이 있기도 하고, 내가 천성이 공돌이라 기존에 있던 무언가를 잘 다듬는 데 특화되어있는 것 같다. 회사 직원들도 대표 성향과 비슷하지 않나. 내가 그러니 넷게임즈 직원들도 그런 성향이 아닐까 한다(웃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고 싶다. '오버히트'의 인기가 언제까지 유지되리라 생각하나.

앞으로 3~4개월정도는 더 가지 않을까. 다음 콘텐츠도 잘 개발되고 있는 만큼, 그 정도는 버티리라 생각하고... 그 다음 업데이트도 유저 피드백을 토대로 준비에 들어갔기 때문에 방향성 면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4위에 랭크된 '오버히트'


그렇다면, 요즘 우리나라 유저들은 어떤 게임을 원한다고 생각하나.

분석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분석했다고 해도 유저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내기가 쉽지 않다. 유저들은 항상 개발자들에게 메세지를 던진다. 그리고 게임이 시장에 나왔을 때의 반응도 있다. 그런데 이 두 의견의 방향이 묘하게 다르다. 이걸 게임사가 잘 판단해서 만들어주길 바라겠지만, 이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최근 시장을 보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일본풍 게임이 인기다. 예전엔 이런 방식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시기가 지나면서 제법 대중적인 장르가 됐다. 이쪽으로도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내가 굉장한 '덕후'다(웃음). 어쨌든 일본풍이든 중국풍이든 시장에 나온 작품 종류가 다양해지는 건 환영할 일이라고 본다.


확실히 과거와 비교해 서브컬쳐 문화를 품은 게임이 인기다. 유저들이 이런 문화에 대해 관대해진 걸까, 아니면 상대적으로 착한 BM이 눈에 띄어서일까.

과감성의 차이라고 본다. 지금 순위권에 있는 일본풍 중국 게임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 게임사에서 그렇게 만들었다면 자체적인 필터링을 통과 못했을 거다. '이런 동인느낌 나는 게임으로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어?'라는 의견이 사내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한국이나 일본의 메이저급 회사에서 그런 동인 코드로 게임을 만들면, 게임의 완성도를 떠나 내외에서 욕 먹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니까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그게 통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의 게임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함부로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다. 10개 중에서 9개는 안 되더라도 1개는 성공하겠지, 이런 마인드로 시작해야 한다. 리스크가 큰 장르다.


중국 모바일 게임들이 점점 매출 상위권에 앉고 있는데, 긴장되지는 않나.

'중국에서 이런 게 나왔으니 우린 이렇게 하자' 라는 생각은 안 한다. 우리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 최대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면 된다.



▲ "중국 게임을 의식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합니다"


'오버히트' 이후 차기작은 MMORPG라고 들었다. 이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많은 MMORPG가 서비스 중인데, 넷게임즈는 어떻게 차별화를 둘 생각인가.

개인적으로 '한국식 모바일 MMORPG는 이렇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리니지' IP의 모바일 MMORPG, 그외 중국식 BM을 적용한 모바일 MMORPG 정도만 있지 않나. 명확하게 '이게 한국식 MMORPG'라고 말할 작품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우리도 이런 면에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 BM도 아주 독특한 시스템을 생각하기보다는, 최소한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고 싶다.


'오버히트'가 BM이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특히, 뽑기 결과를 미리 보여주고 유저들에게 구매 선택권을 주는 시스템은 참신하다는 평가가 따랐다.

좋은 BM으로 좋은 결과가 나와야 다른 회사도 따라오는 것 아닌가. 넷게임즈에서 좋은 BM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사실, '오버히트'의 선택과금제로 오는 매출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의미를 가질만 한 규모는 된다. 최소한 유저들이 처음 게임에 진입했을 때의 평가는 좋은 편 아닌가. 일단 접속자 수를 높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최근 국내 몇몇 게임사가 모바일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으로 게임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넷게임즈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우리 개발팀이 원래 PC 게임 만드는 데서 시작했다. 그런 만큼, PC 게임 개발도 여전히 생각 중이고, 넥슨에서도 'PC 게임 한 번 만들어보는 게 어때'라고 의견을 주는 편이다. 하지만, PC MMORPG는 워낙 개발 기간이 길다보니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요즘 젊은 개발자들에게 '우리 4~5년 정도 PC MMORPG 만들 거야'라고 말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다(웃음). PC 게임 만든다면, 개발기간을 효과적으로 단축시킬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물론, PC 게임시장 자체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콘솔 시장은 솔직히 잘 모른다. 최근에 국내에서 스위치가 이슈를 끌긴 했지만, PC, 모바일 게임 유저와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어떤 유저들이 즐기는지, 어떻게 즐기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으니 함부로 접근하기 어렵다.


'히트'가 외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나. 그런 면에서 유저들의 성향을 분석한 데이터가 좀 쌓였을 것 같은데.

그 데이터를 보고 각 나라 유저별로 니즈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한 거다. 콘솔 게임은 그 자체로 완성된 상품이고, 각 나라별로 유저 니즈를 훨씬 촘촘하게 파악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엔 아직 인력과 자본이 부족하다. '히트'가 그나마 외국에서 잘 된 게임인데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오버히트'의 외국 서비스 준비가 한창이라고 들었다. 특히, 매출이 잘 나온 일본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클텐데.

얼마 전 일본 서비스 관련 업무 담당인력으로 30명 정도 더 뽑았다. 넥슨 역시 일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우리도 일본 시장에서의 성과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아이폰 6S 정도면 무리 없이 구동 가능하니, 최적화 면에서도 일본 유저들에게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글로벌 런칭 시점에서는 요구사양을 좀 더 낮출 계획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은 한국이라는 거다. 넷게임즈가 한국 게임사인 만큼, 한국 시장, 한국 게이머가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이 일본이다.



▲ "전작 히트처럼 '오버히트'도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


이후 넷게임즈의 개발 라인업을 간략하게나마 설명 부탁한다.

우리가 다작을 하는 회사는 아니다. 기존에 '히트', 그리고 최근에 '오버히트'를 내놨고, 아까 말했듯 모바일 MMORPG를 하나 개발 중이다. 그리고 큰 문제 없다면 내년에 아마 신규 게임을 하나 더 만들 것 같다. 액션, 멀티히어로, MMORPG까지 하면, 주력 장르 게임 하나씩 출시한 것 아닌가. 이후에는 우리가 안 해본 새 장르로 갈지, 아니면 기존 장르에서 좀 더 심화한 방향으로 갈지 고민중인 단계다.


넷게임즈에서 '히트'라는 IP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 IP를 강화하기 위해 준비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우리는 IP에 큰 강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IP는 강화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게임 출시하고 오랜 시간 서비스가 잘 유지되면, 그게 곧 IP라고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건 '히트', '오버히트'를 열심히 업데이트하며 꾸준히 서비하는 것 아닐까. '리니지'도 2000년 초에는 대형 IP란 이미지가 없었다. 15년 이상 서비스 잘 유지해오면서 대형 IP가 된 거다.

'히트' 그리고 '오버히트'를 최소 4~5년 넘게 서비스해야 IP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게임 자체로 IP가 된 게임들을 보면, 최소 5년은 다 넘기지 않았나.


모바일 e스포츠의 전망에 대해 묻고 싶다. '히트'도 예전에 시도했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는데.

누구나 다 알듯이 정말 힘든 분야다. e스포츠도 IP와 마찬가지다. 노려서 게임 만든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일단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는 게 기본이다. 참고로 일본 유저들은 '히트'를 완전히 PvP에 특화된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커뮤니티에서는 e스포츠 특유의 분위기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e스포츠는 게임의 흥행 자체보다는 흥행의 방향성에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우리도 계속 도전해볼 생각이다.





박용현 대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 장르나 코드가 궁금하다.

난 배나 우주선이 등장하는 게임을 좋아한다. 홈월드도 굉장히 열심히 했고, 최근에는 월드 오브 워쉽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취향이 이러니 우리 게임 만드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더라(웃음).


넷게임즈가 지금보다 더 커지고, 자금에 여유가 된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나.

여유가 있다면 RPG 말고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FPS가 될수도 있고, 전략 게임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게임 만들 때 바닥부터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해당 장르의 전문가를 모셔와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시장 조사를 기반 유저들의 니즈를 전달하고, 개발은 전문가에 맡기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아까 말했듯 난 공돌이에 가깝지 아티스트가 아니라서, 새 장르 게임을 만든다면 아마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것이다.


회사 규모가 커진 만큼, 자체 서비스에 대한 욕심이 날 법도 한데.

자체서비스는 회사 규모보다는 어떤 게임인지가 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만약 모바일로 정액제 MMORPG를 만들었다면,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이 자체 서비스를 해야만 한다. '회사가 커졌으니 퍼블리싱 및 자체 서비스도 해보고 싶다' 같은 생각을 지금 당장 하고있지는 않다. 우리 게임이 어디에 더 적합한지 고민해보고 그에 맞춰 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넷게임즈를 어떤 모습의 회사로 이끌고 싶은지 궁금하다.

유저들이 넷게임즈 하면 '저 회사는 그래도 기본은 한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넥슨 옆에 있으면 그런 말 듣기 쉽지 않다'고 하지만, 사실 게임이 욕 먹는 데는 개발사 책임이 훨씬 더 크다. 이에 대한 채찍질 역시 개발사가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본다.


기본은 하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는데, 박용현 대표가 생각하는 '기본'이 무엇인가.

유저들이 게임을 하기 전 기대가 10이라면, 거기에서 최소 7 이상은 충족시켜야 기본은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어느 한 분야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래픽, 퍼포먼스, 안정성, 게임 시스템 등 다방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 되야만 나올 수 있는 수치다. 그런 게 쌓여서 기본이 되는 거고, 그런 기본기를 잘 갖춘 게임을 꾸준히 낸다면, 그게 곧 넷게임즈의 방향성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넷게임즈에서 만든 '히트', '오버히트'는 일단 그 기준은 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넷게임즈가 기본은 하는 회사라는 이야기를 듣기엔 아직 부족하다. 다음 작품이 중요하다. 아까 말했듯, 넷게임즈의 차기작이 MMORPG인데, 이걸 잘 다듬고 다듬어서 유저들에게 인정받는 게 이후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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