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윈드러너 이길형 대표, "랩터는 랩터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인터뷰 | 이현수,김수진 기자 | 댓글: 9개 |


▲ 조이맥스 이길형 대표

2013년 설 명절, 가족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또 뛰고 뛰었다. 링크투모로우의 '윈드러너' 덕분이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받은 이 게임은 조이맥스와 합병한 후, 위메이드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2편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그런 게임이 있었어?'라고 할 정도로 참패를 당하고 만다.

그 후 조이맥스는 흔들렸다. 상장폐지 이슈가 있었고, 중국계 인수 루머가 돌기도 했다. 2017년에도 이럴다고 할만한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며 당기순손실 120억 원을 기록했다. 조이맥스 이길형 대표는 2018년을 반등의 해로 보고 있다. 그는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랩터는 랩터만의 생존 방식이 있다"며 자신의 방향성을 믿고 5월 29일 출시 예정인 '윈드러너Z'를 시작으로 3분기에 2종의 게임을 더 선보일 계획이다.



5월 29일 출시할 윈드러너3가 Z가 된 까닭은?

조이맥스에게 엄청 중요한 한 해가 될 거 같다.

= 관리 종목 이슈도 있었고... 그 간 게임 제작에 몰입했다. 올해는 여러 타이틀을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연말까지 국내에 4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중 가장 먼저 나오는 건 역시 윈드러너Z 인가. 회사의 간판이라 부담감이 좀 있겠다. 시장도 많이 변했고.

= 5월 29일 출시할 예정이다. 코어 게임시장도 어렵지만, 캐주얼 게임 시장도 마찬가지다. 우선 캐주얼 게임은 장르 특성 때문에 RPG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용자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모객 비용이 너무 올라가 있어서 부담된다. 메이저 게임이 선점하고 있는 부분들도 뚫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캐주얼 게임의 경우 모객 비용이 비싸 많은 회사가 코어한 게임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현재 시장의 모습이 되었다. 게임이라는 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교육이 되듯 캐주얼에서 코어한 게임으로 넘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캐주얼 게임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마땅한 게임이 없었으니 아마 그들도 갈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캐주얼 게임은 정말 잘 만들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유저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게, 광고에서 보듯 화려한 게임에 뒤지지 않게 잘 만들어야 한다.


NHN한게임 시절부터 캐주얼 게임만 만들고 있다. 굳이 캐주얼 게임만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 실력이 부족해서, 하하하... 사실 RPG를 잘 못하는 편이다. MMORPG를 가장 오래 해본 것도 한 달 정도? 성향이 그런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내가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정리해서 짧게 분석하는 걸 좋아해서 캐주얼 게임이 성향에 잘 맞는 거 같다.

사실 2007년인가, 2008년인가 업계를 떠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당시 '갓 오브 워', '기어즈 오브 워' 같은 게임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나는 2D 캐주얼 게임이나 만들고 있으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보고 어떻게 하면 캐주얼 게임을 활성화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

그러다가 소셜 게임들이 막 나오기 시작했는데 캐주얼 게임이 정말 많이 나왔다. 모바일 게임이 없던 시절이었고, PC 캐주얼 게임은 거의 수익이 없을 때였는데, 윷놀이를 유료화하는 등 소셜에서는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윈드러너Z가 사전예약 100만 돌파했다. 축하한다.

= 100만 명. 쉽지 않은 숫자다. 마케팅을 조용하게 진행했는데, 그래도 윈드러너란 단어를 보고 클릭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클릭률 자체가 높은 편이라고 들었다.


윈드러너3란 이름으로 지스타에서 공개했는데 갑자기 이름을 윈드러너Z로 바뀌었다. 왜 바꿨나?

= Z랑 3이랑 M이랑 암튼 많은 이름을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Z로 결정했다. 숫자 2랑 비슷하기도 하고. 발음도 '이게, 윈드러너지~'처럼 부르기도 쉽고. 윈드러너3를 공개했을 때 '2는 어디 가고 3이 나왔느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2가 워낙 소리소문없이... 아무튼, 게임 외적으로 궁금해지는 게 많아지면 게임에 집중하기 어려우니까 Z로 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붕괴3'는 2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잘됐다고 그냥 3으로 하자는 사람도 있었는데, 일반인들은 궁금 할 거 같아서 Z로했다.




캐주얼 게임은 특히 시리즈 만들 때 고민이 많을 거 같다. 2를 보면...

= 윈드러너2는 참패했다고 생각한다. Z는 새로운 것과 전작에서 쉽지 않은 부분들을 잘 살려냈다고 본다. 윈드러너를 만들 때는 100일 정도만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오랜 기간 잘되다 보니 밸런스가 잘 안 맞는 부분이 존재했다.

그래서 윈드러너Z는 밸런스에도 신경 썼고, 그래픽 눈높이가 높아진 유저들에 맞춰 캐주얼 게임이지만 그래픽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래픽으로 윈드러너Z보다 좋은 동종 장르 게임은 찾지 못할 것으로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혼자만이 즐기는 느낌이 아니라 함께 멀티플레이를 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출시는 언제인가?

= 5월 29일이다.


윈드러너Z의 특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 고작 달리기 게임인데, 깊이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부인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참 깊이가 있다. 우리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라고 부른다. 공간감이 살아있고, 그래픽과 카메라 연출이 좋아서 그렇게 부른다. 캐주얼게임이지만, 약간 콘솔게임하는 느낌이다. 음... 풀3D 액션 콘솔이 아니라, 깊이감 있는 휴대용 콘솔을 즐기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그토록 많은 공을 들였으면 진짜 휴대용 콘솔, 이를테면 닌텐도 스위치 같은 플랫폼에 넣어보는 건 어떤가?

= 생각은 하고 있다. 그런데 모바일게임은 일정이 촉박한 경우가 많다. 한국에 오픈하고 글로벌 서비스를 하면 많이 바쁠 것 같다. 윈드러너가 동남아와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보니, 이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조만간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잘되면 잘되는 대로 또 업데이트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전작은 난이도 허들이 높은 곳이 존재했다. 윈드러너Z는 이에 대해 고민을 좀 했나?

=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게임을 할 때, 생각해보면 50, 100원 넣고 시작하면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왔다. 그리고 죽고는 했는데, 죽는 것도 게임의 한 재미였다. 가끔은 마음먹고 컨티뉴하고. 사실 이게 그 당시 유료화 모델이었기도 한데, 어쨌든 죽음을 맞이하는 허들을 항상 고민하게 했었다. 귀무자의 시스템 설계나 레이싱 게임의 AI 등도 같은 맥락이다. 페르시아왕자는 지금 해도 매우 어려운 게임인데, 그걸 깰 때의 쾌감이 대단했다. 유료화로 넘는 것도 있지만 컨트롤로 깨는 쾌감이 있었다.

윈드러너의 경우 남성 유저가 많았다. 남자들이 아무래도 게임에 익숙하니까 컨트롤을 잘해서 많이 잔존했던 걸로 분석하고 있다.




배우 진기주를 홍보 모델로 썼다. 연예인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나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마케팅 효과가 있으니까 많이들 하지 않나 생각한다. 너무 생뚱맞은 캐스팅보다는 게임에 제대로 녹일 수 있으면 신선할 것 같다. 예전 캔디팡 시절에 연예인 온유가 잘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슈퍼주니어의 규현, 걸스데이의 유라 등이 즐겨서 많이 노출되기도 했다. 아, 이번 동계올림픽 컬링팀의 '영미!'를 외쳤던 분(김은정)도 윈드러너를 하셨더라.


그럼 이번 광고에 그분을 쓰면 되겠다!

= 사실 생각은 해봤는데, 워낙 유명해져서... 우리가 LG를 이길 수는 없지 않나. 하하하


캐주얼 게임 시장이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보나?

= 대세가 바뀔 거 같지는 않다. 캐주얼 게임 시장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잘되는 하나의 게임이 존재하고 나머지 비슷한 게임이 난립한다. RPG는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지만, 캐주얼게임은 쉽게 즐기는 게임이라 1등을 이기기 힘들다. 또, 마케팅 비용 자체가 높은 편이라 대세가 바뀌기가 어렵다.

윈드러너Z가 한국 탑 10안에 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5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워낙 오랜만에 출시하는 게임이기도 하고 해서 국내 탑10보다는 글로벌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느 나라를 가봐도 30~40위 안에 들어가는 그런 게임이 되게 하고 있다.

요즘 탑5에 드는 게임들은 50명 이상의 인원이 2년 이상 만들어야 하는 게임들이다. 우리 색과는 상이한 부분이 많다. 윈드러너와 캔디팡을 겪어오면서 보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어쩌면 운구기일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한다.



"티라노사우르스에게는 티라노사우르스의 방법이 있고 랩터는 랩터만의 방식이 있다"

윈드러너Z말고 어떤 작품들을 만들고 있나.

= 윈드러너Z를 5월 29일에 출시하고 3분기에 두 개의 게임을 더 오픈할 예정이다. 퍼즐게임 캔디팡2(가제)와 윈드소울 아레나를 선보이고 4분기에는 허슬을 예상하고 있다. 지스타에서 공개했던 스페이스 퀀커러는 올해 안에 소프트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아직 다 결정된 건 아니다.

스페이스퀀쿼러같은 경우도 전략게임 중에 중세, 해상, 현대전 다 나왔는데 우주만 없어서 도전하는 케이스다. 그래픽을 만들기 힘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우연하게 좋은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퀄리티가 좋아졌다. 시장 상황이 좋을 것 같다.

허슬은 약간 B급 감성의 게임이다. 명절에 보던 중국/홍콩 영화 같은 느낌이랄까. 남자들은 단순하게 강함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이를 살리면서, 요즘 RPG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액션에 육성을 입히면 어떠하겠느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스토리모드는 복수에 대한, B급 영화적 감성으로 많이 준비하고 있다.



▲ 허슬(좌), 스페이스퀀쿼러(우)

올해 예년과 다르게 게임 출시가 많다. 아무래도 올해 반등이 필요하지 않겠나.

= 기자를 많이 안 만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보통은 만나서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난 현실적인 사람이라서 그러질 못해서다. 지금은 일단 윈드러너 때처럼 홈런을 노리는 게 아니라 안타를 두개, 세 개 쳐서 득점하는 게 목표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중전안타를 때리려다가 넘어가면 좋은 거고.

탑10안에 들어가는 대작이 필요하다기보다는 글로벌에 성공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발판부터 마련할 생각이다. 한국은 빨리 올라갔다 빨리 내려가는 시장이라 조금 힘들다. 폭발 성장을 노리기보다는 계단을 쌓아놓고 올라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서비스 전략도 필요하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캐주얼성이 강한 게임은 지역마다 따르게 갈 생각이다. 국내 유저들이 실력이 좋아서 밸런스가 안 맞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미드코어 장르부터는 원빌드를 고민하고 있으나 장단점이 있다. 퍼블리싱에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할 예정이다.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언제든지 준비하고 있다. 허슬이나 스페이스퀀쿼러의 경우 현재 중국과 한국 업체와 연락을 하고 있다.


조이맥스가 바라보고 따라갈 회사는 어디인가. 롤모델 같은?

=없다. 우리가 대단해서 없는 게 아니라, 우리는 캐주얼 게임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캐주얼과 미드코어 중간 사이에 자리한다. 캐주얼만 잘 만드는 회사는 많다. 선데이토즈나 트리노드, 데브시스터즈가 게임을 잘 만드는데 우리는 그들보다 코어한 장르, 심지어 가장 코어하다는 전략 게임도 만들고 있다. 회사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눌 때 보면 중구난방 별별 이야기가 나온다. 다양한 카테고리가 터져 나오는데,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어서 색이 약간 다르다고 본다.




오랜 시간 업계에 있었는데, 지금의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나.

= 20년 정도 게임 업계에 있었다. 지금은 성숙시장이라고 본다. 잘되는 기업도 나름의 걱정이 있겠지만, 새로 진입하기는 더 어려운 시장이 되었다. 스타트업이 비집고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 자금과 인력이 필요한데, 인적인프라를 갖추려도 돈이 없으면 힘들다. 우리 같은 중견도 많이 어렵다. 언제나 그렇듯이 길을 찾아야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중견... 게임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중견기업이 더 어려운 것 같다.

= 모든 회사가 고민하고 있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해답보다는 방향성을 정하는데 많은 고민이 따른다. 티라노사우르스에게는 그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랩터는 랩터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랩터는 1:1로는 티라노사우르스를 못 이기지만 활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살아간다. 초식도 초식 나름대로 방향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우리 영역을 확보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잘 만든 캐주얼,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미드코어 그리고 글로벌로 쉽게 나갈 수 있는 게임에 몸을 담그고 있다. 거대한 게임처럼 30억 원 매출을 올려야 겨우 먹고사는 곳이 아니다. 연비가 다르다. 그렇기에 대박이라고 말하는 수준도 다르다. 할 수 있는 전략이 다르기에 이를 믿고 밀어붙이고 있다.


그럼 중견기업은 더 힘들어질까?

= 정반합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계속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정치도 어느 한 당에서 10년 하면 다른 당에서 10년 하는 것처럼 개발사가 강할 때가 있고 퍼블리셔가 강한 때가 있다. 퍼블리셔 입장에서보면 개발사가 잘 안돼서 직접 만들어 끌고 간다. 그러다 다시 게임을 찾아오는 형태로 바뀌고는 한다.

중견기업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찾아서 그들만의 특색으로 성과를 내어야 한다. 그리고 빈틈은 귀신같이 찾는 스타트업이 반드시 존재한다. 대기업은 느리거나 정치 등의 사내이슈가 있을 수 있어서 항상 긴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인디게임도 쉽지 않다. 방치형 게임이 한동안 먹여 살렸는데, 앞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모뉴먼트밸리처럼 특색있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 그마저도 2는 잘 안됐다.

그래도 중견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지 않았나 싶다. 바닥은 찍은 것 같다.




개발자들이 결과물을 중간마다 가지고 왔을 때 판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나.

= 내가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가끔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그래도 직접 하는 편은 아니다. 입사 조건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다. 난 지난 20여 년간 서버 프로그래머, 클라이언트프로그래머, 기획, 사업기획을 거쳐서 지금은 경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개발도 기획도 그림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모았고, 그런 사람들 결과물을 내가 지적하면 내 수준의 게임밖에 안 나온다고 생각한다.

예전에야 내가 만든 게 잘됐지만, 이제는 아니다. 프로젝트가 많은데 이를 모두 알 수 없다. 그들이 고민해도 나보다 많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팀의 생각을 믿는 편이다. 누가 시키는 것보다 책임감을 가졌을 때 일이 더 잘된다고 믿는다.

가끔 전략적으로 부탁하는 때도 있기는 하다. 윈드러너나 캔디팡을 만들 때 그러했는데, 시장을 보니 필요한 거 같아서 밀어붙이긴 했다. 난 내가 전략적 판단은 잘할 수 있지만,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한 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와 관련한 것들은 믿고 맡기는 편이다.


그럼 신작프로젝트에서도 주도하기보다는 PD가 가져오는 걸 확인하는 타입인가?

= 확인하는 타입이다. 가끔 프로젝트가 드랍되는 경우가 있다. 그럼 드랍된 팀에서 굉장히 이른 시간에 프로토타입을 가져오고는 하는데 쉬라고 말하는 편이다. 급하지 않으니까 쉬라고. 열심히 했으니까 쉬라고.

'놀면 뭐하냐'라는 말은 참 위험한 말이다. 어영부영 시작하면 어영부영 결과가 나온다. 차라리 확실히 재충전해야 한다. 기획 같은 경우 갑자기 급조해서 가져오는 것보다 깊이 고민하다가 가져왔을 때가 더 좋다. 기획서를 가지고 오면서 눈빛이 타오를 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제작하다 보면 에너지가 떨어지게 되어있다. 의도대로 안되는 경우도 많고 구현했는데 생각처럼 재미가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에너지가 떨어진다. 그래서 '열혈'상태로 시작하는 게 아니면 중간에 게이지가 바닥나고 만다. 그래서 꽉 채워서 시작해야 한다.


개발자 텐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할 텐데, 사기 올려주는 팁 같은 게 있을까?

= 예전에는 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마다 달라서 지금은 잘 모르겠다. 사기를 올린다기보다는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편이다.

우리 회사에 들어왔다가 빨리 나가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우리가 메이저 브랜드보다 낮기에 찾아온 사람들인데, 우리 요구 수준이 높아서 맞지 않았다.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다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거다. 이런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네가 맞는 거다. 우리는 그냥 조이맥스급 게임을 만들면 망하니, 메이저처럼 최고 퀄리티를 위해 도전하기 위해서 뿐이야"라고 말해준다.

링크투모로우일 때 작은 회사였지만 소수정예였다. 그런데 지금은 150명쯤 되니 다들 정예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같은 팀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통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정도 세팅이 되었다고 본다.

일단 내가 지나갈 때 갑자기 모니터가 바뀌는 사람은 없다. 내가 돌아다녀도 동영상 보던 사람은 보고 쇼핑하던 사람은 한다. 물론 산출물이 없다면 평가가 낮아지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마무리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자녀가 게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조이맥스의 게임을 하나?

= 한다. 하고 있다. 아들 영어 이름이 레오인데, 윈드러너의 남자이름에서 따왔다. 우리 게임이 다행히 아직 선정적이거나 도박적이지는 않아서 아이들이 즐기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총각시절이랑 결혼 후 자식을 가졌을 때,개발자로서 마음가짐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

= 있다. 아침에 아들이 일어나자마자 게임을 해서 버럭 한 적이 있다. 허허허. 우리 때는 게임을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해야 했다. 자고 일어나서 바로는 하지 못했다. 학교 가는 길에 들리는 것도 시간상 좀 그렇고 보통은 학교 끝나고 들리는 곳이었다. 나름대로 이러한 제한 장치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 제한을 걸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 때를 생각해봐도 난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살고 싶었을 정도로 참 좋은데 집에도 가야 하고 학교에도 가야 하고, 무엇보다 돈이 없었으니까 무제한 있을 수가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처지에서 게임보다 유튜브가 더 조심해야 할 매체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행동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유튜브는 클릭을 하다 보면 자극적으로 흐르게 되서 더 위험하다. 요즘 아들이 게임을 할 때 혼잣말을 많이 하는데, 왜 그런가 하고 보니, 게임 유튜브를 자주 봐서 그렇다더라. 사실 집이 대화가 많은 아이라 조금은 어색하다. 하하.

요즘 아이들은 유튜버를 보면서 '재미있게 놀면서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30명 정도 되는 반에서 6명이 장래희망이라고 이야기도 한다. 우리 때는 대통령, 의사, 과학자였는데 이제는 1등이 유튜버다. 우리랑 달라서 신기하다.


사실 아무리 업계에 종사한다고 해도 직장인이면 게임을 하기가 쉽지 않다. 대표 본인은 게임 좀 하고 있는가?

= 예전만큼은 못 한다. 그래도 모바일 게임은 많이 하려고 한다. 콘솔 게임은 요즘 동영상 공략 찾아보기도 귀찮고 따라 해도 잘 안된다. 어쩌다 가끔 하더라도 게임을 하다가 '어? 이거 유료화 포인트인데?!'라고 생각해야 하니... 하하하.

3분기까지 출시하는 게임들은 자동전투가 없다. 윈드러너Z는 점프를 하고 캔디팡2(가제)도 시간 압박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윈드소울아레나의 경우 실시간 플레이라 없다. 하루에 7~10번 정도 접속하고 한 번 켰을 때 15분 정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이라는 게 가끔 플레이해보면 참 재미있다. 요즘 너무 켜놓는 게임들이 있는데 이것도 나름의 스트레스다. 한편으로는 북미 쪽으로 자동전투에 관한 인식이 우리와 달라서 희망을 품고 있다.




HTML5 게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마켓 수수료도 없는데.

= 내가 기고만장했을 때는 처음부터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퍼스트무버보다 패스트팔로워가 나한테 잘 맞는다. HTML5 게임을 분석해봤는데 아직 모바일 게임의 액션감을 따라가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약간 시스템에 치우쳐서 재미를 전해야 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아직 모바일 게임이 통신망에 부담을 주는 수준이 아녀서 용량부문도 크게 문제는 아닌 거 같다.

그러나 수수료 부분은 분명 크긴 하다. 30%와 10%의 차이인데 아직는 20% 부분은 다른 부분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HTML5 게임은 시장 저변이 확대된 다음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VR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 지금 VR은 선도 많고 휴대도 쉽지 않다. 휴대기기는 화소가 떨어져서 어지러움이 커지는 부분이 있다. 3D 기술력만 있으면 진입 장벽이 없지는 않지만, 어렵지는 않은 환경임에도 진출을 안 하는 이유다.

예측은 어려운데 잘 모르니까 섣불리 도전하기는 어려워. 잘 되는 게임이라도 있으면 R&D라도 집중하는 팀을 만들겠는데 섣불리 새로운 걸 시도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하는 게 바르다고 본다.


15년 취임 이후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어떤 생각으로 버텼나. 히트작도 없었는데.

= 위에서 많은 힘을 실어줬다. 사업을하다 보면 잘될 때 보다 안 되는 기간이 길다고 말해줬다. 이 말이 큰 힘이 됐다. 내부적으로는 제작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못 버텼을 것이다.

윈드러너Z의 경우 방향성을 정하고 만들면서 '어떻게 돈 벌지?', '요즘 세상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게임이 정말 재미있었다. 모두가 게임이 일이잖나. 게임이 재미있으니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팀끼리 이야기하면서 만들면서 퀄리티 업그레이드되는 거 보면 정말 재미있다.

제작이 잘 진행되고 있고 제작 방향성 이슈는 없는 상태다. 위메이드에서 제작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세세하게 디테일을 잡거나 하라, 하지 마라 하지 않는다.


윈드러너, 캔디팡을 출시할 때 성공할 거로 생각했나. 지금도 그런 느낌이 좀 있나?

= 어떻게 예상했겠나. 그때는 정말 짜릿했다. DAU가 500만이 넘어갔다. 워낙 높았기 때문에 살짝만 내려와도, 중턱까지만 내려와도 골짜기에 내려온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때를 다 잊었다. '내가 말야~' 이 말은 지금의 발전도 가릴 수 있다. 그 때 생각은 거의 안 하고 있다.

오랜만에 조이맥스 게임이 나가는거라 조심스럽다. 준비를 많이 했고, 100% 성공한다는 믿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다만, 열심히 준비했기에, 게임이 점점 업그레이드돼가는 모습을 봐서 많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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