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경석 게임본부장, "건강한 게임문화 토대 있어야 산업 생태계 있다"

인터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3개 |


▲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강경석 본부장

지난해 홍역을 치렀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김영준 원장 취임 후 지원부서의 전문성과 정책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조직 혁신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고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8본부, 1국, 1단, 1실, 30팀 체제를 8본부, 1국, 2단, 2실, 30팀으로 재편했다.

이 개편을 통해 기존 콘텐츠진흥1본부 산하 팀 단위로 있었던 게임과 방송 지원부서를 각각 게임본부와 방송본부로 승격됐다. 9년만에 부활한 게임 단독조직, 게임본부의 강경석 본부장에게 각종 현안에 대해 물었다.





취임 후 본부장으로서 '가장 먼저 적극 움직여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사안은 무엇이었나.

=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 '업계의 도산'에 관한 심각성을 인지했다. 모바일 게임 업체가 많이 힘들어 '10억 원은 빚져야 빚 좀 있다고 할 수 있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업계가 양극화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더 심화했다. 3N에 집중되면서 중소업체가 많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이 이동하면서 개발자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온라인 게임은 많은 개발자가 필요한데 모바일 게임은 소수 인력으로 창업, 개발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실패한 사례도 많아졌다. 이런 부분에서 공공 섹터의 지원 즉, 제도적인 부분으로 업계 분위기 그리고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정부 사업이라는 게 이미 전년도에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만, 역량을 집중해야겠다고 여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올해 초 WHO 질병코드 이슈가 터졌다. 업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이슈가 될 수 있어 중요한 문제로 인식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컨퍼런스도 나가고 중독심리학회 토론회나 가서 업계 이야기도 들어봤다. 질병코드 등재 이슈는 산업도 산업이지만, 청소년의 미래와 업계의 미래가 연관되어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말한 것처럼 예산이 이미 책정된 상황이다. 그런데 WHO질병코드 이슈는 올해 초에 발생했다. 정해진 예산이 없는데 대응을 어떻게 해나갈 계획인가.

= 예산은 이미 전년도에 정해져 있어 바꿀 수는 없지만, 정해진 예산안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제작지원분야 예산 같은 경우 과거에는 글로벌진출과 스타트업 분야에서만 집행했는데, 올해는 시장선도영역을 신설하고 제작지원분야 자체를 늘렸다. 이처럼 분야 내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WHO질병코드 이슈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이슈와의 전쟁은 계속 있었다.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보건복지부의 4대 중독법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개발을 꾸준히 해왔다. 과몰입에서도 게임이 문제냐, 이용자가 문제냐 같은 연구와 과몰입률 자체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를 작성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종단 연구해왔다.

대표으로 과몰입 사례에서는 청소년 2천 명을 대상으로 종단연구를 시행, '청소년과 게임보다는 학업스트레스 등을 비롯한 학생을 둘러싼 환경이 문제다'라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4대 중독법 연구의 연장선에서 질병코드 대응 공동연구 형태로 예산을 신청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자들과 질병코드 대응 연구를 사업화할 예정이다. 게임문화재단과 과몰입힐링센터의 사업도 마찬가지다.




WHO 질병 코드 등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게임본부에서는 어떤 대응을 할 계획인가.

= 지난 5월 23일에 WHO 총회가 있었다. 당장은 통과는 안 됐지만, 내년 총회는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내부적으로 대응안을 세웠지만, 보안상 공개할 수는 없다. 다만, WHO 내부에서 한국, 중국 의료계를 빼면 이 문제에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한다.


질병코드 등재는 의료계의 일방적인 주장아닌가. WHO 회원국들도 크게 집중하지 않는 사안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코드 등재를 막으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일단 질병코드로 등재되면 게임을 잘 모르는 국민이 이를 병으로 인지하고 알코올중독, 도박과 같은 급으로 대할 것이다. 편견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업계 생태계도 문제가 생긴다. 업계는 김정주, 김택진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창업한 후에 일궈졌다. 이후로도 계속 똑똑한 인재가 수급되어야하는데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으면 누가 업계로 들어오려고 할까. 사회 분위기상 인재들이 기피하는 업계가 되면 발전이 힘들다.

질병 즉, 중독으로 판명되면 정신질환자 취급을 받게 된다. 만약 질병코드 등재된다면 정신질환자의 대부분은 청소년이 된다. 연구에 의하면 34살을 기점으로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10대 20대가 게임 중독자 낙인을 받게 될 텐데, 부모의 상실감, 자의식 소멸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 및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가 선진국처럼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아니어서 정신병자라고 왕따 당할 수도 있고, 대학 진학할 때도, 취업할 때도, 승진할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의료계의 의견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낙인을 찍어 망치는 일이 올 수도 있다.

업계 종사자로서도 문제다. 게임이 질병이 되면 게임 개발에서부터 새로운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창작자로서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며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각종 요소가 보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그로인해 이용자는 행복추구권을 침해받게 된다.

현재 게임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은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정신 질병을 유발한다고 하고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망한 산업이라고 하고 있다. 양립할 수 없는 가치다. 질병이라고 하면서, 효자라고 하면서 정부에서 서로 다른 정책을 펴니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 등재되면 심각한 낙인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의 중견이 허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견, 중소 개발사 진흥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방안이 있는가?

=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벤처 캐피털에서 투자를 안 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대박 치지 않으면 입에 풀칠할 정도만 매출이 나오니 VC가 투자할 생각을 안 한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은 장기간 매출이 발생하니까 투자를 했는데 모바일 게임은 매출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만 나오니까 꺼리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중소 업체들의 자금줄이 막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자금을 지원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제작 지원사업은 160억 원에서 200억 원 정도인데 한 업체에만 주는 게 아니라 한 업체당 3억 원에서 많으면 5억 원 정도 지원할 수 있다. 작은 업체들에게 기본적인 게임 개발 비용을 해결할 수 있게 해주므로 투자금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케팅 분야 역시 지원하고 있다. 광고비 형태, 이용자 테스트형태로 지원하기도 하고 모바일 CPI부스팅이라든지 실제 마케팅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해외 진출 시 모바일 글로벌 퍼블리싱을 위한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사용자마케팅을 비롯해 대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또, 오픈 포럼이라고 해서 잘 모르는 신흥시장, 이를테면 중남미, 인도 시장의 전문가를 불러 진행하는 세미나에 비용을 보조하고 있다. 게임본부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가는 사다리를 마련해 줄 계획이다.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본다.


e스포츠 분야에 국내외 대규모 기업에서 관심을 두고 움직이고 있다. 국내 e스포츠 생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 국내 e스포츠는 구단과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 그리고 종목사가 열쇠를 쥐고 있는데 현재 협회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3자 간의 협업이 더 강화되어야 하며 협회가 다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에 e스포츠가 들어갔는데 홍보를 잘해서 국민적으로 지지받으면 e스포츠의 격이 올라갈 것 같다. 협회가 중간에서 잘 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협회와 기본적으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책을 마련할 때 논의하고 있으며 정책 지원 등 각자 역할을 하면서 세부사업 등에서는 협력하고 있다.

유명한 선수는 해외진출도 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e스포츠 인프라는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경기장도 없다. 생활체육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저변을 탄탄하게 해야한다. 정부에서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이처럼 생활체육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서울 e스타디움은 개관 이후 232회 경기를 개최했으며 총 98,684명이 방문했다.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운영하고 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 전시관 및 아카이브로 운영하고 있다. MBC 게임이 사라지면서 자료 소실에 대한 위험이 있다는 걸 깨닫고 자료를 축적하려고 한다. 전시로 정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현역 및 은퇴선수를 보여주면서 기념하거나 홍보하는 방향으로 구축했다. 기술이 발전하면 홍진호 인공지능이랑 대전 시뮬레이션을 할 수도 있고... 그런 기념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축구나 야구의 명예의 전당처럼 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한 선수를 전시하고 있다.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은 관광상품으로도 가치가 있다. MBC 에브리원의 프로그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보는 것처럼 e스포츠 선수들의 발자취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오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 한류관광에 e스포츠 투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월 1회 외국인 관광객 신청을 받아서 경기장과 전시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현장학습체험장으로도 인기다. 견학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서 학교에서 가지는 게임 인식을 바꾸고 있다. 게임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e스포츠다.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면 새로운 '현상'으로서 인식이 변할 수 있다. 새로운 직종, 직업, 산업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체험, 경험 현장이다.



▲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은 좋은 체험, 경험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가 바라보는 '게임이 가진 부작용' 이미지 완화를 위한 올바른 게임 문화 활성화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용도다. 나는 일요일마다 'C&C 레드얼럿'을 한두 시간 정도 즐기는데, 이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학생들 보면, 매일 밤늦게까지 학업에 시달리다가 자기 전 30분에서 1시간 게임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고는 한다. 난 게임이 여가 문화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매체를 소비하는 행위에 대해 유독 게임만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물론 학부모로서 답답한 것도 잘 안다. 해야 할 공부를 게임 때문에 안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10년 정도 지나면 이런 이미지가 많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저질, 폭력, 외설로 손가락질받던 만화와 TV가 그랬듯이 게임을 하는 세대가 지금 기성세대 위치로 변하게 되면 결국 대중문화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변수는 질병코드다. 질병코드가 등재되면 이미지가 아닌 문서로 규정되기 때문에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셧다운제도 제도화되니까 수많은 문제점에도 고치기 힘들지 않은가. 질병코드는 병이므로 더 심할 것이다. 이 부분만 막으면 10년 뒤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게임을 일상의 문화로, 특히 학부모들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게임에 대한 왜곡된 부정적 시선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본다. 이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 공공 섹터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을 해주는 게 우리 역할이다. 게임 가족캠프나 리터러시 교육을 하고 있으며 학교 선생을 대상으로 교원직무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선생에 대한 교육은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게임리터러시 연수에 매년 1,500명 이상이 지원하고 있다. 실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교사 연구회를 지원하는 등 현장 위주의 접목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사실 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러나 함께 해야 하는 게 많다는 건 확실하다. 산업현장에서도 문화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으며 문화계에서도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한다. 문화가 토양이고 건강한 기반에서 건강한 산업이 발전해 만드는 생태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문화와 산업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게임문화를 넣어서 개정하는 내용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문화적인 토양이 있어야 산업도 발전한다.



▲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하는 연구보고서, 게임G피G기(게임리터러시 중학생용)

기성 문화계는 물론이고 젊은 층에서도 게임을 고상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중문화로서 이런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 그런 사람들을 만족하게 만들 평론이 한 방법일 수 있다. 영화의 지위는 예술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평론 문화가 생기면서 예술과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게임도 비평문화가 활발해지면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

또한, 현재 인디게임 중 의미 있는 '애프터데이즈'같이 훌륭한 의도의 게임, 그리고 '마인크래프트'처럼 재미있고 교육적인 게임에 대해 평가하는 등의 행위로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블레이드&소울 뮤지컬, 판교 멀티유저랩과 같은 행사를 통해 일반적인 콘텐츠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최근 게임 단독만이 아니라 콘텐츠 장르를 넘어서 융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실태 연구만 하더라도 공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인문학, 예술로 넓혀가고 있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 상업성만 부각할 게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등의 제작기반도 필요하다. 다양한 문화 융합이 필요하다. 이런 게임 문화적인 측면에서 지원하려고 한다.


정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게임본부가 다시 생겼음에도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직된 구조 및 현장을 잘 모르는 관료들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잘 알고 있다.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우선 내부 분위기를 설명해야겠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내부에서 게임 분야는 약간 진입 장벽이 있다. 게임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캐릭터나 방송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이 게임 분야로 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20~30%가 정기적으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이동이 많지는 않다.

게임 분야에는 2~3년 된 직원들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젊은 직원들은 게임을 기본적으로 생활에서 하고 있으니까 별로 거리낌을 가지지 않아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게임산업팀, 게임문화팀이 순환보직을 하는데, 통합하고 나서는 절반 정도가 게임 업무를 유지하고 있다. 기능부서, 이를테면 마케팅, 금융투자, 정책에서도 게임이 있다. 기능 부서 안에서도 게임을 다루고 있다. 부서를 돌기는 하지만, 게임과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는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 업계경험 있는 사람을 경력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또한, 전문직위제 도입도 검토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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