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WHO "게임 장애 인정되면 수많은 치료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질 것"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31개 |


▲WHO 타릭 자세레빅(Tarik Jasarevic) 대변인(사진출처: UN News)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가 지난 6월 18일 게임 장애를 포함한 국제 질병 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이하 ICD)의 최신 개정안인 ICD-11를 공개했다. ICD-11 정식판은 2019년 5월 세계 보건 총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며, 2022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계속된 게임 질병 코드화에 대한 논란은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게임과 관련된 올바르지 못한 행동 패턴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연구를 기대하며 환영하는 측도 있으나,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게임의 질병 코드화에 대한 근거 부족, 게임 장애에 대한 불명확한 정의, 그리고 실제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또한, 이번 질병 코드화로 인한 부정적 낙인 효과와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게임 업계와 관련 협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반대 성명을 발표했으며, 심리학 및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게임 장애의 정식 질병 등재와 관련해 찬반 토론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인벤은 이번 게임 질병 코드화와 관련하여 WHO의 공식 입장을 듣고자 WHO 정신 건강 및 약물 중독부 책임자인 블라디미르 포즈냑 박사(Vladimir Poznyak)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포즈냑 박사는 직접 인터뷰에 응하지는 않았으나, WHO의 타릭 자세레빅(Tarik Jasarevic) 대변인을 통해 최근 반대 측 입장에서 제기된 의견에 대한 WHO의 입장과 건강한 게임 문화를 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Q. 게임 질병을 포함한 ICD-11가 공개되었다. 게임 질병 코드화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에는 게임의 질병 코드화가 충분한 연구없이, 증거없이 진행됐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ICD-11에 대한 작업은 지난 2005년부터 이루어졌다. 정신 및 행동 장애에 대한 분류는 특히 이번 이슈를 위해 구성된 전문가들의 상의를 통해 개정됐다. 현직 전문가들의 모든 권고 사항은 검토된 유효한 증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최종 결론은 WHO가 구성한 다양한 분야 및 지역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과 WHO가 이행한 관련 기술 활동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WHO의 전문가들은 (입증 방법에 있어서) 유효한 증거가 다른 조건들만큼 확실한 것은 아니나, 게임 장애를 ICD-11에 포함하는 데에는 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고통 및 심각한 기능장애로 이어지는 게임 행동에 관한 임상 사례는 수년간 학술 언론과 임상 실습에서 보고됐다. 2013년 북미 정신 의학 협회에서는 DSM-5에 '인터넷 게임 장애'를 향후 연구를 위한 조건으로 정신 및 행동 장애에 추가한 바 있다. 이 문제와, 세계 각국에서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치료에 대한 필요성, 그리고 ICD-11의 엄격한 발전 과정을 뒷받침하는 수백, 수천 권의 과학 출판물이 있다. ICD-11가 충분한 연구 없이 진행되었다는 의견은 사실과 맞지 않다.


Q. WHO의 이번 결단이 성급했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는데. 수많은 반대 의견에도 왜 굳이 이번 ICD-11에 게임장애를 포함시켰는지 궁금하다.

WHO는 2014년부터 전문가, WHO 협력 센터, 학계, 그리고 임상학자들의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 및 그 외 유사 전자기기 사용과 관련된 건강 문제에 대한 유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에 대한 공공건강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다. 만약 사람들이 게임장애가 해결되어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이야기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ICD에 포함되어야 한다.


Q. 반대로 게임 질병 코드화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만큼 먼저 게임을 질병이라고 결론을 짓고 뒷받침할 근거를 찾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ICD-11에 게임을 포함하겠다는 결정은 활용 가능한 증거에 대한 검토와 ICD-11의 개발 과정에서 WHO가 진행한 기술 협의 과정에 참여한 다양한 분야 및 지역의 전문가들이 합의한 내용에 기반하고 있다.

ICD-11에 게임 장애를 포함하면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게임 장애와 동일한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며, 게임 장애에 대한 위험성과, 더 나아가 적절한 예방 및 치료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다.


Q. 게임의 질병 코드화가 게임 산업에 부정적인 낙인을 찍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런 낙인을 찍지 않으면서도 더욱 건강한 게임 문화를 양성하기 위해 어떻게 게임 장애에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는 모든 게임을 게임 장애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게임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과도한 게임이 건강상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국제 질병 분류(ICD)는 건강 통계를 위한 기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상태를 출생에서 사망까지를 도식화한다.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어떤 질병이나 외상, 그리고 우리를 사망으로 이르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코드화된다. 그뿐만 아니라 ICD는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소나 사망률, 이환율에 대한 외부적인 원인을 파악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삶의 모든 요소를 전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건강 통계는 모든 건강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데 기초가 된다. 사람들이 어디서 질병을 얻게 되는지, 그리고 무엇이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질병의 동향과 전염병을 도식화하는 데에, 그리고 의료 서비스를 어떻게 프로그램할지를 결정하거나 의료 비용 지출에 대한 할당과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중심이 된다.


Q. 게임의 질병 코드화와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에는 근거가 부족한 게임의 질병 코드화는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장애’를 형식화하고 진단하게 되고, 악용하는 사례를 만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장애는 디지털 및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 중 오직 소수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게임에 소모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게임에 소모하는 시간이) 일상적인 활동을 배제하고, 게임 활동 패턴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건강 및 사회 기능에 변화를 준다면 그 필요성이 높아진다.

동시에 게임 행동과 관련된 건강문제는 비단 게임 장애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충분하지 못한 신체 활동, 시력 및 청력 문제, 근골격 문제, 부상과 같은 육체적 건강과 수면 부족, 공격적인 행동, 우울증, 자살 행동과 같은 정신 건강과 심리 사회적 기능을 포함한다.


Q. 사실상 WHO가 발표한 게임 질병 기준에서 게임이라는 단어만 빼서 다른 어떤 문화나 행동을 넣어도 중독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있다. 예를 들어 ‘애완동물’을 넣으면 애완동물 중독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기준이 게임에 대한 충분하고 특정적인 연구없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ICD-11에서 정의된 바로는, 게임장애는 게임에 대한 통제력 약화, 다른 관심사 및 일상 활동보다 게임을 우선하는 정도까지 게임을 우선순위를 두고,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대하는 게임 행위 패턴(디지털 및 비디오 게임)을 뜻한다.

게임 장애가 진단되기까지 행동패턴은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또는 기타 기능에 중요한 부분에서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해야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12개월 동안 증상이 명확해야 한다.


Q. 게임 장애가 질병이 될 수 없다는 논리 중에는 우울증이나 강박증의 한 증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상위 질병으로 설명될 수 있는 장애를 단독적인 질병으로 명명할 수 있나?

게임 장애는 분리된, 독립적인 임상 상태로 구분될 수 있지만, 다른 정신 및 행동 장애와 마찬가지로 많은 경우에 합동, 공동 발생 조건을 수반한다. 동시에, 어떤 사례에서는 게임 행동이나 그에 대한 변화가 기분 장애와 같은 다른 근본적인 정신 및 행동 장애의 징후가 되는 경우도 있다.


Q. 게임 장애가 정식적으로 질병으로 분류되면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지 궁금하다.

ICD는 전 세계적으로 건강 통계와 추세를 확인하기 위한 근본이며, 질병과 건강 상태를 보고하기 위한 국제적인 기준이다. ICD는 전 세계 의료 종사자들이 상태를 진단하고 연구원들이 상태를 분류하는데 사용된다.

ICD에 해당 장애가 추가되면 의료 전문가들은 건강 상태에 대해 인지하고 적합한 관리 방법을 구축할 수 있으며, 국제적인 협력과 연구를 가능해지고, 공공 보건 정책이나 장애에 대한 추세를 관찰할 때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Q. 실제로 ICD-11 최신판이 공개되면서 벌써 영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치료 시설과 프로그램이 개설되고 있는데. 게임 질병과 관련해서 어떤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나.

ICD-11에 추가된 게임 장애 항목에는 임상적 설명만이 명시되어있으며,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ICD-11에 게임 장애를 포함함으로써 국제적인 연구와 게임 장애를 인지하고 관리하는데 좋은 실제 사례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