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픽세븐, "퀄리티와 디테일에선 타협하지 않는다"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52개 |




시간은 흘렀고, 게임은 변했다. 2D가 3D가 되었고, 3D는 VR이 되었다. 장르는 돌고 돌았다. 액션에서 슈팅으로, 슈팅에서 RPG로, 그리고 또 액션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 모든 것이 돌고 돌다 결국 다 뒤섞여 잡탕처럼 되어버리면서 유행이라는 단어도 무색해졌지만, 모바일 시장은 조금 달랐다. 여긴 확실히 유행이 남아있다.

MMORPG와 IP 게임이 상위권을 점령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에픽세븐`은 조금 다른 점을 매력으로 내세우며 도전장을 던졌다. 2D 턴제 RPG 게임. 확실히 시대와 무관히 인기를 끌어온 장르긴 하지만 조금은 애매하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퍼블리셔인 스마일게이트와 개발사인 `슈퍼크리에이티브`는 도전장 속 부록 책자로 `연출`을 끼워 넣었다. 2D는 맞는데 그간 볼 수 없었던 2D의 정수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지난 7월 말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표면만 살짝 볼 수 있었다. 더욱 더 깊은 내면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기회는 왔다.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전국이 시끌벅적한 와중 판교의 `슈퍼크리에이티브`를 방문했다.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폭풍은 잠잠했고, 쏟아진다던 빗방울도 그저 심심할 뿐이었다. 관심은 폭풍에서 오늘 만날 `에픽세븐`으로 넘어갔다. `에픽세븐`, 모바일 시장의 폭풍이 될 수 있을까?



▲ 슈퍼크리에이티브 강기현 공동대표


Q. 먼저 물어볼게 있다. 에픽세븐은 독자 IP의 턴제 RPG 게임이다. 현재 모바일 시장은 MMORPG나 유명 IP게임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강기현 대표: 맞다. 에픽세븐은 2D 턴제 RPG 게임이고, IP또한 독자 IP다. 일단, 턴제 RPG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장르였다. 개발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했고,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장르이기도 했다. 그리고 모바일 시장은 꾸준히 변화해왔고, 유행도 돌고 돌았다. 장르의 순환은 자연스러운 데다가 턴제 RPG는 딱히 시기를 타는 장르가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다. 시대와 관계없이 언제나 턴제 RPG 팬들은 있었지 않나. 그래서 우리가 정직하게 작품성만 쌓아올릴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장르라 보았다.



▲ 정확히는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턴제 RPG이다


Q. 개발 기간은 얼마나 되었나? 그리고 개발 중에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 있었나?

강기현 대표: 우리가 회사를 세운 게 2015년 8월이니 만으로 딱 3년이 되었다. 에픽세븐이 우리 스튜디오의 첫 작품이니 개발 기간도 이와 같다 보면 된다. 개발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선`을 넘는 일이었다. 다른 선이 아니고 `수준의 선`이다(웃음).

에픽세븐은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2D 연출을 내세운 게임인데, 아무래도 2D라는 표현 방법이 일정 선까지는 구현하기가 쉬운데, 그 선을 넘어서려면 굉장히 어려워진다. 기존의 2D 구현방식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연출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선`을 넘기 위해 새로운 개발 구조를 만들었고,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개발을 이어왔다. 기존 스타일에 맞춰서는 제작이 어렵다 보니 아예 엔진을 새로 만들었고(유나 엔진) 이에 맞춰 개발 파이프라인도 다듬었다.

기간 중 새로 개발자들이 합류해도 이 파이프라인이 익숙지 않으니 적응과 훈련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고. 사실상 개발 중 힘들었던 부분은 이렇게 개발 자체에 관련된 부분들이다.



▲ 개발을 위해 별도로 만든 '유나 엔진'


Q. 그럼 '게임 시스템'에 대해 말해보자. 모든 게임은 일종의 콘텐츠 순환 구조가 있다. 에픽세븐의 콘텐츠 루프는 어떻게 되는가?

김윤하 디자이너: 기본은 영웅 수집형 게임이다. 게임 시작 후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영웅을 모으고, 이 영웅들이 성장하면 장비를 파밍하고, 충분한 장비가 파밍 되면 `각성` 시스템을 통해 한 번 더 강해진다. 각 영웅은 등급별로 나누어져 있지만, 3등급 영웅도 최종적으로 6등급까지 성장하며, 이때 다른 6등급 영웅과는 차별화된 쓰임새가 있어 태생에 따라 사용도가 갈리는 일은 별로 없다.

최상위로 넘어가면, 각 유저가 실력을 겨루는 PVP 모드와 `아티팩트` 시스템이 있다. 아티팩트는 일종의 성장형 아이템인데, 영웅에게 패시브, 액티브 스킬을 포함한 고유 효과를 부여한다. 고등급 아티팩트의 경우 직업 제한이 존재한다.



▲ 최종 콘텐츠의 하나가 될 '아티팩트'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에픽세븐의 지속 콘텐츠에서 `스토리`의 비중이 타 게임보다 높다는 점이다. 에픽세븐은 3등급 이상의 모든 영웅이 독자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이 스토리는 출시 후에도 매주 업데이트를 거쳐 추가될 예정이다. 현재 캐릭터는 수집 가능한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를 합쳐 인간형 캐릭터가 100여 종, 모든 캐릭터로 넓히면 300종가량이 준비되어 있다.

이 주간 업데이트에는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는데, 새로운 캐릭터와 기존 캐릭터의 서브 스토리, 그리고 명절이나 기념일을 기념하는 이벤트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 SGP 이상훈 사업실장, 슈퍼크리에이티브 김윤하 콘텐츠 디자이너


Q. 아무래도 많은 캐릭터가 존재하다 보면 캐릭터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살리기가 어렵다. 무분별한 추가가 될 수도 있고, 디테일이 충분히 살지 못할 수도 있는데, 에픽세븐의 차후 업데이트 방향은 캐릭터의 양인가 질인가?

강기현 대표: 퀄리티와 디테일에서는 타협이 없다는 것이 에픽세븐의 기조다. 사실 100여 종의 캐릭터는 그리 많은 양이 아니다. 다른 작품들을 보면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나(웃음)? 동시에 양까지 동시에 잡는 게 목표다. 게이머들에게 제공할 업데이트의 양은 언제나 충분해야 한다.


김윤하 디자이너: 개발 기간이 길다 보니 비축된 캐릭터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에픽세븐은 캐릭터를 기획하는 과정이 다른 게임들과는 조금 다를 수 있는 게, 우리는 게임의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고려해, 시나리오의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캐릭터를 기획하는 것으로 캐릭터 구상을 시작한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캐릭터를 배제하고, 세계관과 상황에 딱 맞는 캐릭터들을 만드는 거다. 속성, 직업 등 캐릭터가 가진 특성의 분류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들과 역할이나 컨셉이 겹칠 경우도 거의 없다.



▲ 저등급 영웅도 고등급으로 육성할 수 있다.


Q. 아무래도 개발 과정이 다른 게임들과 다르니 캐릭터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리소스도 꽤 크지 않나?

강기현 대표: 확실히 하나를 만드는 데 오래 걸리긴 한다. 공정 자체가 아예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서 말한 개발 중 어려웠던 일들이 모두 이런 것들이다. 이 공정 파이프라인을 다듬는 데만 3년을 몽땅 쓴 기분이다(웃음).

지금은 공정 라인이 정리되었고, 2~3주면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게 하자`인데,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버려지는 일이 많은 저등급 캐릭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보통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이면 게임 시나리오까지는 신경 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시나리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았다. 게임을 즐겁게 즐기게 하려면 유저가 게임을 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이 시나리오에서 나온다. 그래서 스토리 진행 중간중간 삽입되는 컷씬이나 연출에도 굉장히 공을 들였다.



▲ 신경쓴 모습이 보이는 스킬 연출


Q. 연출이 많이 들어갔으면 게임 용량도 꽤 클 것 같은데, 출시 빌드의 용량은 어느 정도 되는가?

강기현 대표: 출시 빌드는 1GB 정도 될 것이다. 용량 최적화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3GB 정도였다. 아무래도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출시가 가까워지면서 다른 작업들이 우선시되다 보니 아직은 확실히 말을 할 수가 없다.



Q. 지난달 말 진행된 간담회 당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에픽세븐의 1차 글로벌 목표는 어떤 시장인가?

이상훈 사업실장: 북미와 대만, 동남아 시장이 1차 목표 시장이다. 북미 시장의 경우 시장의 전체적인 자금 규모와 유저 풀도 생각했지만, MMORPG가 딱히 강세를 보이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했다. 북미 유저들의 성향은 MMORPG보다 수집, 육성이 주가 되는 캐릭터 베이스의 게임들을 선호하는 편인데, 현재 서구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게임인 `서머너즈 워`또한 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대만 시장의 경우 한국과 매우 유사한 시장 구조를 띄고 있는데, 한·중·일의 IP가 모두 진출 가능한 시장이다. 여기서 확장하면 동남아 시장까지도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중국의 경우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 최근 판호 문제로 시끌시끌하기도 하고…. 중국 현지 기업에서 접촉하는 경우가 많긴 한데, 우리 또한 어떤 방법이 좋을지 고민하는 단계이다.



▲ 중국 시장 진출은 아직 정해진게 없다.


Q. 앞서 추석이나 설 등 명절마다 이벤트가 진행될 것이라 말했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게 되면 각 문화권별로 다른 명절과 기념일이 존재할텐데, 각국에 맞춘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인가?

이상훈 사업실장: 서버가 대륙별로 나뉘긴 할 테니 그럴 수도 있지만, 일단은 지역에 따른 차별 이슈가 생길 수 있어 모든 서버에 같은 이벤트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혹시나 뒤늦게 게임을 시작해 기간 한정 이벤트를 못 즐겼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에픽세븐 내에는 지나간 이벤트를 다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Q. 게임 내에 유료 재화는 어떤 기능을 하는가?

이상훈 사업실장: 크게 다르지 않다. 유료 재화는 게임 내에서도 획득할 수 있는데, 보통 게임 내 자원으로 바꾸거나 캐릭터, 아티팩트 등을 소환할 수 있다.

게임 내에 `인연 시스템`이란 것이 있다. 그래서 과금 없이 게임을 플레이해도 인연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영웅을 확보할 수 있다. 에픽세븐의 재미는 영웅을 모으는 것도 있지만, 모은 영웅을 키워나가는 것에도 있다. 그만큼 영웅 하나하나에 많은 공을 들였다.



▲ 각 캐릭터는 인연으로 얽혀 있다.


김윤하 디자이너: 우리는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유저가 게임을 즐기게 되는 원동력으로 `최애캐` 개념을 생각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얻고, 이를 키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연 시스템뿐만 아니라 소환을 통해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30번의 기회를 주는 `선별 소환` 시스템을 만들었다.


Q. 출시 일정은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곧 볼 수 있는건가?

강기현 대표: 조만간 볼 수 있을 거다.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추석 시즌 이벤트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3분기 안 출시가 목표인데, 3분기가 얼마 안 남았다(웃음).


Q. 출시 후에도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즐길 유저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강기현 대표: 오래 준비했고, 많이 준비했다. `에픽세븐`이 그동안의 턴제 RPG와는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듯 편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게임을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게임을 즐겨주실 유저분들께 드리는 말이니 덧붙이자면, 에픽세븐을 관심 있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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