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트로이자 뉴트로를 목표로, '삼국대난투'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6개 |



청소년들의 필독 도서였던 삼국지. 예전에는 이문열의 삼국지이냐, 황석영의 삼국지이냐를 가지고 싸우기도 할 정도로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삼국지보다는 마블 히어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익숙한 그림이 되어버렸고, 게임에서 삼국지는 왠지 모를 식상한 설정이 됐다.

안경을 쓴 조조, 사마의의 얼굴을 한 용.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디디디게임은 삼국지를 조금 다르게, 코믹하게 풀어낸다. '삼국지디펜스'부터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국대난투'까지, 한자로 이루어진 고풍스러운 삼국지가 아니라 쉽고 웃긴, 그러면서도 삼국지에 대한 '덕심'이 담긴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다. '삼국대난투'는 삼국지에 대한 고증과 함께 개그가 엮여, 삼국지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레트로'함이 되고, 그렇지 않은 좀 더 젊은 층에게는 '뉴트로'가 될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오위즈와 디디디게임의 '삼국대난투'는 그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인트로에서는 비트박스 아티스트의 음악이 수록될 예정이라고. 살짝 들어본 데모에서는 삼국지다운 웅장함과, 비트박스의 유쾌함이 함께 담겨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디펜스 게임 위주로 개발했던 디디디게임이 선보이는 도트 그래픽의 RPG, '삼국대난투'. 첫인상은 '삼국지디펜스'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개발 기획단계부터 콘셉트까지, 디디디게임의 안희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디디디게임 안희영 공동 대표

왠지 조금 피곤해 보인다. 확실히 바쁜 시기일 것 같다.

안희영 : 새벽에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와서. 개인적으로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렇다(웃음).


디디디게임은 피처폰 시절 때부터 게임을 개발해왔다.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변화일수도, 위기일 수도 있는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때와 개발 환경이나 마인드가 달라진 점이 있나?

안희영 : 그 당시 대부분의 게임사는 모두 똑같이 과도기를 겪었을 것이다. 아이폰 게임 개발에 뛰어든 회사도 많았고. 우리는 피처폰 버전으로 만들었던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컨버팅하면서 자연스럽게, 슬그머니 넘어간 편이다(웃음). 그래서 큰 장벽은 없었다. 최근 모바일 게임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어려움이 있긴 한데, 해결되어가고 있다.

예전 피처폰 게임을 만들 때는 완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개발하고 오픈하면, 놀러 가면 됐다(웃음). 하지만 이제는 완제품이긴 하지만, 출시하고 끝인 게임이 아니라 업데이트까지 고민해야 하는 환경이 됐다. 어떻게 보면 이제는 게임의 출시부터 종료까지가 ‘완제품’이 된 거다. 개발 내용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이 바뀐 것 같다(웃음).



이번 게임, ‘삼국대난투’는 제목과 콘셉트가 ‘삼국지디펜스’를 떠오르게 한다. 의도적이었던 부분인지, 기획 단계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하다.

안희영 : ‘삼국지디펜스’도 직접 개발했었던 작품인데. 삼국지를 약간 코믹하게 다룬다는 부분에서 스타일을 계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게임 자체는 전혀 다른 게임으로, 귀여운 도트 디자인의 삼국지 RPG다. ‘삼국지디펜스’의 캐릭터와 특성, 성격이 전부 내가 좋아했던 스타일이다. 그런 만큼 진지한 삼국지는 상상하기가 어렵다(웃음).

’삼국대난투’는 디디디게임이 잘해왔던 것과 좋아하는 것의 교집합이라고 생각한다. 삼국지IP와 코믹한 요소. 그 조합의 처음이 ‘삼국지디펜스’였고, 더 발전되어 ‘삼국대난투’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삼국지라는 소재는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흔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삼국지 IP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안희영 : 개인 취향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삼국지를 많이 읽었고, 좋아해 왔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디펜스 게임류가 재밌을 것 같았고, 많이 만들어왔는데 플레이어로서는 별로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다(웃음). 사실 예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게임은 RPG였다. 좋아하는 삼국지와 RPG, 이런 RPG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삼국대난투’를 만들게 된 계기다.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삼국대난투’는 디자인 콘셉트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코믹하다. 이런 부분에서 지루함을 탈피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삼국지 게임들은 대부분 멋있고 웅장함에 초점을 맞추지 않나. 캐릭터를 코믹하게,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도 이에 맞춰보자는 생각으로 아트 콘셉트를 잡았다.



이번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안희영 : 60개가 넘게 있기 때문에 하나를 꼽기가 참 어렵다(웃음). 장각이라던가… 장각은 사실 시대적으로 보면 비주류인데. 캐릭터 디자인에서나 에피소드를 담아내는 부분에서 재밌게 풀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비주얼도 보시면 웃기게 생겨서 놀라실 거다.

멋있는 부분도 있지만, 재미 위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사마의 캐릭터는 스킬을 쓰면 용이 나와서 불을 뿜는데, 용이 사마의의 얼굴을 담고 있다(웃음). 시각적인 요소와 텍스트, 청각적인 요소가 합쳐져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라도 재밌게 풀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작이었던 웹툰 원작의 ‘마음의 소리’야 원작의 특징 때문이긴 했지만, ‘코믹함’을 꾸준히 끌고 나가고 있는데. 이러한 ‘코믹함’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다.

안희영 :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잘 도전하지 않는 부분이다. 잘되면 좋지만, 자칫 게임 같지도 않은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 코믹함을 고수하는 이유는 정형화된 게임을 개발하면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야 유저들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사고방식이 이렇다(웃음). 예전에는 코믹하지 않은 게임도 만들어봤는데, 내가 봐도 재미가 없더라.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야 유저들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캐릭터와 스토리는 전부 삼국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나?

안희영 : 삼국지연의를 토대로 개발했다. 삼국지와 크게 연관없는 부분들도 있지만, 세계관은 무시하지 않았다. 만약 이랬더라면, 하는 생각과 함께 각색한 부분도 있지만, 기존 스토리를 고려해 최대한 잘 녹여내고자 노력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고,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서 조합한 결과다.


개인적으로 안경 쓴 졸병이 인상 깊었다. 왠지 삼국지답지 않아서. 안경도 쓰고 있고.

안희영 : 그런 부분이 코믹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당시엔 안경이 없었지만, 조조도 안경을 쓰고 있고(웃음). 장수가 활을 쐈는데 미사일이 나간다든가. 현대적인 요소를 섞어서 웃기거나 멋있게 보일 수 있도록 구상했다. 졸병은 콘셉트 자체가 궁병인데, 더 잘 보이게 안경을 쓰면 활쏘기에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웃음).


콘텐츠는 어떤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궁금하다.

안희영 : 기본적으로 시나리오 모드가 있고 PVP모드가 있다. 그리고 ‘나라’를 단위로 하는 길드 시스템이 있다. 이외에도 요일던전과 같은 추가적 콘텐츠가 있다. 이와 함께 로비는 아군 진영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만들었다. 진영 안에 내가 장착하고, 키우고 있는 장수들과 친구들의 장수들이 모일 수 있도록.

시나리오 모드와 게임 중간마다 말풍선 대화, 그리고 스킬 멘트 등으로 코믹한 요소를 담았다. 또한, 요일던전이라고 단순하게 ‘노가다’를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각 던전마다 시나리오 모드처럼 에피소드와 콘셉트를 담아서 풀어낼 예정이다.





플레이 도중 등장하는 트랩과 포로구출 등 다양한 요소가 등장하는데,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안희영 : 먼저, 시나리오 스테이지에서는 대부분 등장하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조건은 아니다. 대신 클리어하는 도움이 되는 요소가 된다. 포로를 구출하면 아군이 되어 같이 싸워준다든지 하는 식이다.

예전 오락실 삼국지 게임에 대한 오마주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그때 그 게임들을 왜 재밌게 했었지, 하고 그때 오락실 게임들의 아케이드적 요소들을 고려해 넣었다. 오브젝트를 파괴하면 미션에 도움이 되는 요소가 숨겨져 있던지. ‘삼국대난투’도 자동전투를 지원하지만, 직접 플레이할 때 이득이 되도록, 손맛을 살릴 수 있도록 구상했다. 상자를 부수면 아이템이 나온다든가.



40대40 전투가 눈에 띄었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안희영 : 개발 초기의 기획으로, 지금은 조금 방향이 달라졌다. 개발 초기의 콘셉트와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 추후 나라 길드와 길드 전쟁이 업데이트될 때 시스템을 개선해서 많은 병력이 함께하는 전투를 추가할 생각이다.


PVP는 비동기로 이루어지는지, 길드 콘텐츠는 오픈 기준으로 어느 정도까지 준비될지 궁금하다.

안희영 : 먼저, PVP는 실시간은 아니며, 길드전은 추후에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길드전이 이루어지려면 길드 인원이 생겨야 하니까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길드는 '나라' 단위로 이루어진다

‘삼국대난투’의 게임 플레이 부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요소가 있다면?

안희영 : 파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스테이지를 돌면 보물상자가 딱 열려서 보상을 받는 식이 아니라, 직접 상자를 여는,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를 하나 끝내면 보통은 다음 챕터로 넘어간다는 것 자체가 게임 플레이의 유일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삼국대난투’는 파밍이 끝나고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추가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부분이 클리어 이후에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제갈량의 칠종칠금을 소재로 한 추가보상이 있는데, 스테이지를 클리어한다고 그냥 캐릭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를 이해하고 받을 수 있도록 구상했다. 삼국지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리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니까.



앞서 언급한 부분이나 게임 속의 구성에서 디테일함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요소는 게임에 차별성 염두에 두고 구상한 것인지 궁금하다.

안희영 : 다르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다른 게임 참고 자체를 많이 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야 해, 하고 그 틀 안에 갇힐까 봐. 차별화를 하는 데에는 아예 조금 다른 게임을 만드는 방식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익숙한 틀에 +a를 추가하는 방식도 있다. ‘삼국대난투’의 차별화 방식은 학습 비용을 낮춰주는 익숙한 시스템에 추가적인 요소들을 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너무 삼국지와 동떨어진 UI 될 수도 있고 식상한 UI가 될수도 있으니까.

안희영 : 어려움이 많았다. 들어가야 할 요소는 많은데 도트로 구현해야 했고, 글자가 커서 배치 자체도 어려웠다. 최대한 감출 것은 감추고 고전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했다. 일반적으로 삼국지 게임들은 한자를 많이 사용하는데, 써놓아 봐야 많은 사람이 읽지도 못하는데 싶어서, 최소화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느꼈던 아쉬움이나 노하우 등, 이번 작품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안희영 : 이전까지는 개발이 간단한 횡스크롤 게임을 많이 만들었다. 바닥이 있고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는 게임. 이번에는 횡스크롤 게임이기는 하지만, 캐릭터가 상하로도 움직인다. 전작에서는 못했던,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물론 파생되는 문제도 많아져서 개발기간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보기에도 좋고.

지금보면, 처음 도전했던 장르는 디펜스로 2차원 직선 형태의 플레이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여기서 확장되어 오펜스 RPG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기획단계에서는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장을 구상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단순화되긴 했지만 이전보다 확장시킬 수 있었다.



유저들이 ‘삼국대난투’를 통해 어떤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안희영 : 먼저,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 유저분들이 콘텐츠 속에 숨겨져 있는 요소를 하나하나 찾아서 해보신다면, 그보다 더 좋을게 없을 것 같다.


출시 일정은 언제로 예정되어있나?

안희영 : 출시는 3월 26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월 26일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삼국대난투’가 디디디게임에게 어떤 게임이 되어주기를 바라는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다.

안희영 : 게임을 개발할 때마다 떠올리는 말이 있다. 메탈 기어 시리즈의 개발자 코지마 히데오 디렉터가 말했던 문장이었는데. 이번이 마지막 게임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공감이 되더라.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매번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니까. (‘삼국대난투’에 대해 우리의 마음가짐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 게임인 것처럼, 그런 마음가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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