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클래식 JRPG+임팩트, 어나더 에덴 2주년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10개 |



심플하고 고전적인 UI와 그래픽, 시나리오와 퀘스트 중심의 게임플레이. WFS가 개발하고 서비스 중인 모바일 RPG '어나더 에덴'의 특징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언제 어디서든 고퀄리티 3D 그래픽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지금은 조금 낯설지만, 한때 수도 없이 많은 게이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초창기 JRPG의 특성이기도 하죠.

모바일에도 몇 GB 이상의 용량을 담을 수 있는 요즘과 달리, 8~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1MB를 넘기면 용량 초과라는 말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한된 리소스를 극한까지 끌어쓰면서 그 안에 이야기를 꽉꽉 눌러담은 JRPG 스타일이 등장했고,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어나더 에덴'은 이 스타일을 일부 가다듬되, 최대한 원형을 살려 현대에 다시 구현하면서 일본 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2년이 지난 2019년,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로도 출시됐죠. 최근 모바일 게임과 달리, 한정 픽업이나 기간 한정 이벤트 없이 차근차근히 스토리를 풀어가는 싱글플레이 JRPG 느낌은 나름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WFS에서는 글로벌 서비스 2주년을 기념, 어나더 에덴 글로벌 버전에 신규 캐릭터 '멜리사'를 먼저 선보입니다. '드래그 온 드라군' 등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후지사카 키미히코와 협업해 제작된 '멜리사'가 어떤 캐릭터일까요? 또 어나더 에덴 특유의 고전적인 그래픽과 감성을 현대에 맞춰 담아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후지사카 키미히코 일러스트레이터와 WFS의 최신우 디자이너, 미야세 료 프로듀서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WFS 최신우 디자이너(좌) 일러스트레이터 후지사카 키미히코(우)


Q. 어나더 에덴이 어느 덧 글로벌 출시 2주년을 맡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최신우: 모든 게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습니다. 글로벌팀에서 '00주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계속 1주년으로 착각하고 있었어요(웃음).

미야세: 긴 시간인 듯하면서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2년 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운영해 올 수 있었던 것도 모든 유저분들이 사랑해 주신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Q. 이번 글로벌 2주년을 맞아 유저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신 것이 있으신가요?

미야세: 일본판에서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를 글로벌판에서 선행으로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Q. 2년 정도 먼저 서비스했던 서버가 아닌, 나중에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서버에서 캐릭터 등을 먼저 공개하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이와 같은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를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최신우: 일본판으로 먼저 알려진 캐릭터와 콘텐츠로는 해외 유저분들에게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판 선행 공개로 서프라이즈를 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미야세: 아시다시피 어나더 에덴 글로벌판은 일본판에서 공개된 내용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합니다. 여기에서 해외 유저분들이 좀 더 재미있어할 만한 게 없을까 고민한 결과, 멜리사라는 캐릭터를 선행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쳐나갈 것 같네요.


Q. 글로벌로 선출시하게 되는 캐릭터, 멜리사가 어떤 캐릭터인가 간단히 소개하신다면?

후지사카: '스타일리시하고 아름다운 인조 살상병기'라는 설정입니다.



▲ 글로벌 서버에서 먼저 선보이는 신규 캐릭터, '멜리사'


Q. 멜리사를 디자인하실 때 핵심으로 삼은 키워드가 무엇인가요? 또 어떤 매력을 드러내고자 했나도 궁금합니다.

후지사카: 도도함, 시크함, 공허함. 조금 무서운 설정이었지만 귀여운 느낌도 나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이번에 어나더 에덴 2주년 캐릭터 디자인에 후지사카 키미히코 님이 협업하시게 되셨는데, 협업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지게 됐나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신우: 저는 대학교 시절부터 후지사카 님의 일러스트를 정말 좋아해서 일러스트집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볼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어나더 에덴의 캐릭터들도 아마 그런 저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후지사카 님이 캐릭터 디자인을 해 주신다면 어나더 에덴의 세계관에 잘 녹아들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후지사카 님은 예전에 어나더 에덴의 시나리오 담당인 카토 마사토 님의 다른 게임에서도 일러스트를 맡은 적이 있어서, 그분의 세계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그려 주실 것이라 믿었습니다.

3년 전에 후지사카 님을 직접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정기적으로 게임 업계의 지인들 몇 명과 함께 만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존경하는 동종 업계 선배님과 한번 같이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저의 개인적인 바람도 있었고요.

협업 상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안이 올라왔을 때, 이미 간략한 캐릭터 시나리오와 설정이 있었는데요. 후지사카 님과의 협업이 결정되면서 시나리오팀도 '후지사카 님한테 의뢰를 할 거면 그분의 디자인을 잘 살릴 수 있는 캐릭터로 하자'며 처음부터 모든 설정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설정에 따라 발주서에 설명을 넣고, 아트팀은 '색채의 종류가 심플했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드리면서 후지사카 님의 러프 디자인을 계속 주고받았습니다.





Q. 이번 멜리사 캐릭터 제작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나 간단히 소개하신다면?

후지사카: 세계관에 대한 상세한 자료와 캐릭터 설정을 먼저 받았고, 러프를 거듭하여 디자인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최신우: 처음에 러프 디자인을 받았을 때, 개인적으로 정답에 가까운 형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후의 과정은 그냥 믿고 다 맡겼습니다(웃음).


Q. 처음 제의를 받으셨을 때 이렇게 캐릭터를 디자인해봐야겠다, 라고 초안을 생각해두신 것이 있었나요? 만일 있다면, 멜리사는 그 초안에서 얼마나 바뀌었나 여쭤봐도 될까요?

후지사카: 저는 그냥 중세 판타지 느낌의 캐릭터를 제안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가면을 쓴 중년의 기사 같은 걸 혼자 생각했었는데요. 실제로는 전혀 달랐습니다.


Q. 이번 협업에 이어서 다음에 또 어나더 에덴의 캐릭터를 협업해서 디자인하게 된다면, 어떤 유형의 캐릭터를 디자인해보고 싶으신가요?

후지사카: 사이러스처럼 다양한 종족의 귀여운 캐릭터, 또는 아저씨 캐릭터를 디자인해 보고 싶습니다.


Q. 어나더 에덴은 클래식한 스토리 중심의 JRPG의 노선을 채택한 만큼, 그간 캐릭터를 추가할 때 캐릭터의 테마나 인상, 혹은 매력을 어필할 만한 스토리나 에피소드, 이벤트를 준비해오곤 해왔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준비해왔나 유저들에게 살짝 힌트를 주신다면?

최신우: 캐릭터의 외형으로 눈치채셨으리라 생각하지만 미래에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일러스트를 보시면 멜리사가 어떤 일(?)을 하는 인물인지 아실만한 요소가 있으니 한 번 상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어나더 에덴은 ‘시공을 넘는 고양이’라는 부제처럼, 어느 한 시대가 아니라 다양한 시공의 세계를 오가는 모험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디자인하실 때 시대적 배경이나, 여러 가지 고려할 것들이 많아보이는데 어떤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최신우: 고대, 현대, 미래에 더해 서방, 동방, 미글레이나 대륙 등 장소와 시대도 제각각이어서 되도록 전체적인 흐름이 잘 이어지게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시 초기의 캐릭터들의 경우, 캐릭터를 실제로 그렸던 시점과 출시했을 때의 시점에서 시대 설정이 바뀐 것도 있어서...시대적 배경이 반영되지 않은 캐릭터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되도록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시대적 배경이 다양한 만큼, 전체적인 흐름이 이어지도록 디자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Q. 아울러 그 세계관이 서로 동떨어지지 않고, 맥락이 이어지게 하는데에 아트의 일관성도 중요한 포인트로 보입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는지 잠시 소개하신다면?

최신우: 이게 맞는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캐릭터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전제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저뿐만 아니라 어나더 에덴의 아트 디렉터인 에쿠사 님을 비롯하여 시나리오팀, 프로듀서도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런 노력이 캐릭터 전체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Q. 그간 디자인하신 어나더 에덴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리고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최신우: 역시 가장 처음에 디자인했던 주인공 알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부터 알도의 이미지가 있었기에 그 시대와 주민들의 문화적 수준 같은 부분도 결정되었던 것 같네요.




▲ 메인 캐릭터인 '알도'뿐만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관점에서 캐릭터를 디자인했다


Q. 모바일 기기가 좋아지면서 최신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나더 에덴은 고전적이고 왕도적인 그래픽과 스토리 중심의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유저들도 고전적인 스타일이면서도 좀 더 발전된 그래픽을 기대하고 있는데, ‘어나더 에덴’에서는 어떤 식으로 그래픽적인 부분에서 노력을 하고 있나 한국 유저들에게 잠깐 소개를 하신다면?

최신우: 저는 연극, 뮤지컬 같은 무대 예술을 좋아합니다. 연출 방식의 측면에서 보면 영화보다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한정된 공간과 세트장에서 얼마나 관객에게 잘 보여 주고 상상력을 끌어 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보는 게 좋습니다.

게임도 마찬가지로 한정된 화면 사이즈, 용량, 그리고 한정된 제작 비용으로 유저에게 어떤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가 요점인데요. 저는 반드시 최신 그래픽이 아니어도 어떻게 연출을 하고 보여주는지에 따라 그 게임의 매력, 임팩트를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신, 고퀄리티 그래픽은 아니더라도






▲ 제한된 용량에서 최대한의 임팩트를 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Q. 어나더 에덴의 매력을 한 마디로 표현하신다면?

후지사카: RPG의 정석.

최신우: 음 뭐라고 해야 할지. 죄송합니다. 계속 생각을 해 봤는데 역시 한 마디로 표현하는 건 너무 어려워요(웃음).

미야세: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고향 집 같은 느낌?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유저들을 위해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후지사카: 코로나로 다들 어려운 시국이지만 게임이라도 편하고 즐겁게 플레이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나더 에덴 유저분들이 멜리사를 좋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최신우: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특히 일본 유저들의 반응뿐만 아니라 해외 유저분들이 게임, 이벤트, 캐릭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해외 유저 여러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는 게임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미야세: 한국은 예전에 여러 번 놀러 간 적이 있고, 제가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출장으로도 꼭 가 보고 싶네요. 김치찜을 또 먹으러 가고 싶어요.

어나더 에덴은 다른 게임들처럼 업데이트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PC 게임 강국인 한국의 유저분들은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저희 게임을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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