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키렌'에서 '라샤'를 거쳐 '설요'까지... 권민우를 아시나요?

인터뷰 | 박범 기자 | 댓글: 21개 |



여러 e스포츠 종목에서 두각을 보이는 선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각종 FPS 대회를 섭렵했던 '에스카' 김인재입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최강자로 불리다가 얼마 전 젠지 LoL 팀 미드 라이너가 된 '리치' 이재원도 있고요.

그리고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설요' 권민우도 여러 종목에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과거 던전앤파이터 최고수로 군림했던 권민우는 LoL에서 '라샤'라는 아이디로 LCK에 출전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LoL 씬에서 은퇴했던 권민우는 또 다시 새로운 종목에 도전했습니다. 바로 사이퍼즈였죠. 액션토너먼트에 오래 전부터 출전했던 그는 '설요'라는 닉네임과 함께 사이퍼즈 최강자 중 한 명으로 군림 중입니다. 대회에서도 3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등 기량을 뽐내고 있죠.

무려 세 종목에서 두각을 보인 권민우와 인터뷰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마무리된 액션토너먼트에 대한 소회와 과거 LoL에서의 활동에 대해 권민우가 전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Q. 인터뷰를 읽을 독자들에게 인사 및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돌고 돌아 이번엔 사이퍼즈로 인사 드리는 권민우입니다. 다시금 만나뵙게 되어 좋네요.


Q. 먼저 이번 액션토너먼트 이야기를 해보죠. 아쉬운 준우승이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마지막 세트의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을 했어야 했는데 순간 제 치명적인 실수로 패배한 거 같아요. 2승 2패까지 쌓아 올린 걸 놓치게 된 거라 패배 후 그 순간과 장면만 계속 떠올랐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쉬웠죠.


Q.긱스타 소속으로 걸출한 선수들과 한 팀을 꾸렸어요. 처음 팀을 꾸리게 된 배경은 뭔가요?

저번 액션토너먼트 이후로 출전을 많이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여러 제안들을 거절하던 와중에 긱스타 팀원 네 분이 먼저 팀을 꾸린 상태에서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 하자고 제안을 해주셔서 수락했죠. 가장 마지막에 영입됐어요. 분명 처음에는 가볍게 즐기며 하자는 말에 혹하여 수락을 했는데 막상 시작하게되니 눈에 불을 켜고 하게 되더라고요.


Q. 처음 팀을 꾸렸을 때 몇 위를 기록하리라 예상했나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도 함께 말해주세요.

처음엔 4강 안에만 들자는 말을 나눴어요. 우승했던 선수들이 모였지만 목표를 낮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만큼 가볍게 즐기자는 의미로 모였던 거라서요. 그런데 긱스타로부터 스폰서를 받게 되고 합을 맞추다 보니 '어?' 싶어지더라고요. 우승했던 사람들의 승부욕이 어딜 가겠나 싶었죠.


Q. 어쩌다 보니 3연속 준우승이네요. 사이퍼즈 대회 계의 '콩라인'으로 불릴 법도 한데 어떠신가요?

엄청 씁쓸하네요... 다행히도 저보다 한 시즌 먼저 3연속 준우승을 이뤄준 '1412' 유형민 선수 덕에 화살을 피해가는 중이지만 제가 먼저 나서서 자폭하고 다니는 중이에요. "뭐? 3회 출전해서 3회 연속 준우승한 '슈퍼 콩콩이'가 있다?" 라고 하면서요. 이젠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듯 해요.


Q. 이번 대회 중에 가장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준비했던 게 많았는데 다 보여드리지 못한 점과 결승전 5세트가 먼저 떠오르네요. 특히 아쉬운 건 팀원의 만류에 의해 시드니를 리그에서 플레이 해보지 못한 부분?


Q. 과거 이야기도 해보죠. 처음 팬들이 권민우에 대해 접하게 된 건 던전앤파이터였어요. 당시 자신의 이력이나 대회 경력 등 자랑하고 싶은 만큼 자랑해도 좋아요.

처음이라 하면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네요. 내년이면 벌써 제가 e스포츠 10년차라니... 아무튼 2010년 던전앤파이터 8차 리그에서 팀전 우승, 9차 리그에서 개인전, 팀전 양대 우승한 게 시작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패기 넘치게 플레이했던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그 후 2년 간 공식 리그가 열리지 않아서 마냥 기다리다 다른 게임에 눈을 돌리게 됐어요.


Q. 던전앤파이터에서 소위 '네임드'였다가 LoL 프로게이머를 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2012년에 LoL을 시작하게 되었고 친구들과 가볍게 일반 게임이나 간간히 듀오를 하며 즐기는 일반 유저였어요. 그러다가 모 채팅 채널에서 '파라곤' 최현일 선수와 접점이 생기게 됐어요. 같이 플레이를 하게 되었고 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입단 제의를 하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안이 벙벙한 게 제가 당시 플래티넘 티어에서 상주했던 '즐겜' 유저였거든요. 그런 제게 어떤 가능성을 보고 제의를 했던 걸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 물어봐도 '느낌이 왔다'는 것 말곤 특별한 대답을 못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고마울 따름이죠.

제의를 받은 후 감독님과 연락을 마치고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점도 있었고요. 그런데 머릿속에 2012 LCK 섬머 시즌 결승 무대가 떠오르면서 '저 무대에 나도 서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가득차더라구요. 그래서 LoL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죠.



▲ IM 소속일 당시 '라샤' 권민우(우측)


Q. 현 킹존 드래곤X의 전신인 IM 소속 서포터로 활동했어요. 실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보니 어땠나요?

첫 단체 숙소 생활이었는데,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워낙 혼자 생활하는데 익숙하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제약도 있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았으니까요. 민폐를 많이 끼쳤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죄송한 일들만 잔뜩 떠오르네요. 당시 감독님과 코치님, 팀원들에게 미안해요.


Q. 팀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개인 기량이 뛰어나서 당시 '고통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이 있었는데요?

그 별명을 정말 싫어했어요. 저를 안타깝게 여겨 지어주신 별명이라도 달갑지 않았죠. 고통의 아이콘, 원맨팀 등의 별명은 그 선수와 팀에게 악영향을 주는 별명이라고 생각해요.

팀원들도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 별명을 들었을 땐 사실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어요. 아무리 제가 커뮤니티를 살피지 않는다고 해도 들려오는 말들을 모두 무시할 수도 없고 팀원들 또한 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팀워크가 정말 중요한 게임인데 팀원들과 와해될 수 있는 별명을 가진 선수가 그 별명을 받아들이고 웃어 넘길 수 있었을까요?


Q. LoL 프로게이머를 그만 두게 된 이유가 건강상의 이유라고 되어 있던데 아쉽진 않았는지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정말 속상했고 크게 상심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건강관리 또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보면 제가 부족했던 거였죠.


Q. 지금 다시 LoL 프로게이머가 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사실 근 2년간 LCK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도 보지 않았어요. 워낙 게임을 흥미 위주로 하다 보니 현재로썬 LoL에 흥미를 잘 느끼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다시 LoL 프로게이머로 돌아간다는 상상을 하기 힘드네요. 그래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다양한 선수들과 게임해보고 싶단 생각은 들어요.


Q. 두 종목에서 두각을 보였던 권민우가 사이퍼즈에도 도전했어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저는 워낙 게임을 흥미와 재미 위주로 하는데 그 대상이 요즘엔 사이퍼즈가 된 것 같아요. 이유는 정말 지극히 단순해요. 재미있어요.


Q. 사이퍼즈만의 매력을 소개해주세요.

다른 AOS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몰입감이 굉장히 좋은 거 같아요.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사이퍼즈 특유의 타격감인데, 대처할 게임을 아직 찾지 못했어요.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해봐도 결국 사이퍼즈로 돌아오게 되더라구요.


Q. 앞으로도 액션토너먼트에 꾸준히 출전할 계획인지요?

리그에서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낙이기에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출전할 예정이에요.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출석 도장을 꾸준히 찍을려고요.


Q. 혹시 또 도전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나요?

흥미 위주로 게임을 찾아 플레이하는지라 철새처럼 본진을 여러 번 옮기게 된 것 같네요. 아직 사이퍼즈 말곤 흥미를 끄는 게임을 찾진 못해서 당분간은 여기에 몰두할 듯 해요.


Q. 그럼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어떨까요?

미래를 워낙 상상하지 않으면서 살아서 그런가... 쉽게 떠오르진 않아요. 그때도 게임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흥미를 느끼는 게임들을 찾아 다니며 살고 있지 않을까요?


Q.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주세요.

단순히 게임만 잘한다고 해서 인터뷰이가 되거나 프로게이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리그가 개최되고 그걸 봐주고 즐겨주시는 관중과 팬들, 그리고 이끌어주시는 관계자 분들이 있기에 프로게이머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이에 고맙고 감사하단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LoL 씬에서 은퇴한지 어느덧 5년이 되어가요. 시간이 많이 지났고 걸출한 실력을 가진 선수가 넘치죠. 그런데도 가끔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해서 엄청 감동이었어요. 지친 기분이 들 때 예전에 팬들이 보여주신 선물들을 열어보곤 하는데 어떤 위로보다 힘이 되어줍니다. 저를 응원해주시고 보내주신 정성을 잊지 않고 있어요.

인터뷰를 봐주신 분들 모두 건강하셨으면 하고, 다음에도 또 뵐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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