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직접 작은배를 만들어 망망대해로" 에이버튼 김대훤 대표

인터뷰 | 이두현,김수진 기자 | 댓글: 21개 |
김대훤 개발자가 넥슨을 떠났단 소식은 지난해 말 게임업계 화제였다. 그가 넥슨을 떠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오갔고, 대형 게임사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단 소식도 전해졌다. 결국, 그의 최종 선택은 게임사 창업이었다.

김대훤 대표를 만나러 가는 길 건너편에 넥슨이 보였다. 10층짜리 넥슨 건물을 뒤로 하고, 지하 공유 오피스에 김대훤 대표가 있었다. 그의 표정은 밝았다.



▲ 에이버튼 김대훤 대표

국내에서 가장 큰 게임사의 부사장으로 지내다가, 이제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김대훤 대표 = 조금 의외일 수 있을텐데, 나오니까 우리 N사, 친정에 대한 고마움이 많이 느껴지더라. 창업한 뒤로 많은 일을 부딪히면서 여러 일을 해나가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이나 지식, 경험을 친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결국 이렇게까지 독립할 수 있게끔 키워준 친정에 대해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느낀다. 일단, 고마움이 개인적으로 컸다.


웹툰이자 드라마 '미생'에서 그런 대사가 있더라.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라고. 공감이 가나?

= 지옥까지는 아니고.(웃음) 그래도 A부터 Z까지 해야 할 일이 정말로 많다는 걸 느낀다. 그만큼 새로운 도전에 설렘을 느끼고 있다.

사실, 일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했다. 전 직장을 그만두고서 바로 시작했으니까.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모았다. 이제 '우리가 뭘 만들까', '무엇을 만들어야 시장과 유저가 반응을 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이제 책임감이 많이 느껴지는 시기다.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이 많이 모이고 있다.


사무실로 오는 길 건너편에 친정이 보이더라. 밖에서 친정 건물을 보게 된 느낌은 어떤가?

= 솔직히 너무 가까워서 여기에 있지 않으려고 했다. 그냥... 밖에서 보니 저곳은 정말 모든 게 갖춰진 대기업이라고 느낀다. 여기선 하나하나 다 해야 하니까, 일이 장난 아니다. 새로운 사무실은 곧 계약하는데, 인테리어 공사를 생각하면 5월쯤에 입주할 거 같다.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회사를 그만둘 때 부사장이라는 자리와 민트로켓 중에 뭐가 더 아쉬웠나?

= 둘 다 아깝지는 않다. 다만, 민트로켓은 계속해 갔으면 좋겠다. 만약에 내가 다른 대형 게임사의 부사장이었다면, 민트로켓과 같은 시도를 못했을 거 같다. 그나마 친정이었으니까 민트로켓과 같은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친정에는 다양한 시도를 장려하는 창업자의 유산이 남아있으니까.


SNS에 유명 개발자들이 "에이버튼에 합류했다"라고 밝히는 걸 봤다.

= 되게 좋은 분들이 많이 모여서, 그분들과 함께 즐거운 개발의 과정을 즐기고 있다. 그들과 함께 만들 결과물에 대한 기대도 크다. 결국, 게임 개발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를 다시 한번 느끼는 요즘이다.



▲ 스타트업 에이버튼은 이미 게임 개발에 본격적이었다

친정 시절 때에도 자회사 대표를 지내봤다. 지금과 어떤 차이를 느끼는지 궁금한데.

= 기본적으로 인사, 총무, 재무까지 모든 회사의 기능을 봐야 한다는 건 동일하다. 게임 개발과 비개발, 회사 내부와 밖까지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하는 부담감은 비슷한 거 같다.

자회사 대표 시절에는 여러 비슷한 조직끼리 통폐합됐던 상황이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여러 곳에서 모인 사람끼리 하나의 철학과 방법을 조율해 나가는 보람이 있었다. 다만, 여러 조직이 대등하게 뭉치다 보니 '우리의 색깔'이 무엇인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 같다.

이제는 완전히 바닥부터, 한 명 한 명이 모여 쌓아가는 빌드업의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처음부터 우리의 색깔을 정하고,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내가 이상적으로 꿈꾸던 비전에 가깝게 조직을 만들어가고 있다. 월급쟁이 사장, 조직 통폐합 결과의 수장으로서와는 완전히 다른 감정을 느끼고 경험을 하고 있다.


대형 게임사는 새로운 프로젝트 공고가 사내에 올라오면, 다른 팀에 있던 사람이 이력서를 내고 새롭게 조직을 꾸린다고 하더라. 아예 회사를 바꿔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건 얘기가 다를 거 같다.

= 완전히 다르다. 어쨌거나 전자는 회사를 바라보고 일을 하는 거니까. 우선 게임사를 보고, 그다음에 자신에게 맞는 프로젝트로 찾아간다. 개발자 개인의 이상향과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일치하는 경우가 적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정말로 에이버튼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 에이버튼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어디든 그렇지만 게임개발은 정말 사람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내 동료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막말로 내 등을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가 얼마나 많이 있느냐가 중요한 거 같다. 에이버튼에 합류하는 사람들은 이곳에 누가 있는지를 보고, 과감하게 등을 맡길 수 있다고 여겨서 온다.

결국, 큰 울타리가 중요한지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한지의 차이인 거 같다.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자 본인이 절실하게 해당 프로젝트를 원한다기보다는 여러 선택지 중에서는 낫다는 생각으로 가게 되는 상황이 온다. 어떻게 보면 '그냥 기업이다, 정말 큰 기업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다른 게임사의 러브콜 등 여러 선택지가 있었던 걸로 안다. 창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 게임업계라는 망망대해에서 큰배와 작은배의 역할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큰배의 안정성도 좋지만, 어떨 때는 작은배의 순발력과 과감함이 더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나는 적당한 크기의 배를 직접 만들어 망망대해 속에서 원하는 속도로 과감하게 방향 전환할 수 있길 바랐다.

친정은... 항공모함 같았다. 거대한 항공모함이 영향력도 분명 막강하겠지만, 나는 작은배의 순발력과 과감함이 갖는 장점을 더 생각했다.

다른 이유로는, 어쨌거나 우리는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미 갖춰진 서비스의 운영과 유지보수, 발전도 정말 중요하지만, 우리는 만들고 싶었다. 만드는 게 절박한 상황이 되려면 만드는 거 자체가 존재 목적인 스타트업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드는 게 중요하고 만드는 게 전부인 조직을 만들었다.

만드는 것에 있어 중요한 게 누가 모이느냐다. 우리도 만들다보면 어느 순간 타협하고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개발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상적인 조직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런 조직에 적합한 구성원을 지금 한 명 한 명 채워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대형 게임사에 합류하고 싶다는 사람의 역량이 떨어지고, 게임을 처음부터 만들겠단 사람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건 아니다. 단지, 정말 뭔가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해보고 싶었다.


혹시, 'S사'가 새로운 디렉터로 영입하려 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던 건가?

= 캐주얼하게 얘기가 오간적은 있지만, 심각하게 논의되지는 않았다.(웃음) S사에서 그런 얘기를 했지만, 나는 일관되게 독립된 개발사를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래서 투자나 협력 단계의 이야기로 넘어갔다. 이후 몇 군데와 더 얘기했고, 최종적으로는 컴투스와 함께하게 됐다.



▲ "정말 뭔가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해보고 싶었다"

회사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우선 왜 '에이버튼'이라 지었나?

= 이름을 진짜 많이 고민했다. 이름이 항상 중요하니까. 이름만 두 달 고민했던 거 같다. 일은 그 전부터 했는데, 이름을 못 지어서 법인등록을 못하고 있었다.


잠깐, 추리해 보면... 게임 컨트롤러의 'A버튼'이 선택에서 '예'를 의미하지 않나. 그런 의미지 않을까 생각했다.

= 맞다. 긍정적인 진행을 의미한다. 'A버튼'만 누르면 쭉쭉쭉 앞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 이름을 고민할 때 처음에는 게임과 관련된 익숙한 단어 중에 쓸만한 것을 고민했고... 그러다 'MAX', 'HP'와 같은 것만 나오니 신선한 거 없나 더 생각했다. 그러다 'A버튼'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이름을 정하기 전에는 내가 과거에 "게임을 만들 때 혼을 넣자"라고 해서, '대혼이형'이라고 놀림도 받았었다. 그래서 돌려까기 식으로 '대혼게임즈'라는 것도 나왔는데, 일단 싫다고 했다. 그러다 '에이버튼'이란 아이디어가 나왔고, 어쨌거나 'A버튼'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는 거라 최종적으로 정해졌다.

사명을 정할 때 불호가 안 나오는 게 참 중요하더라. 논의 때에는 'DH게임즈'(대훤의 DH)도 나왔는데, 정말 싫다는 반응이 있었다. 적어도 '에이버튼'은 싫다는 사람이 없었다. 집에 가 아이들한테 "에이버튼 어때"라고 물어보니 귀엽다고 하더라.

AD의 아이디어였다. Xbox로 게임을 많이 하는 AD였는데, 어느 날 문득 "에이버튼이 어때요?"라고 하더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나중에 포상으로 뭔가를 해드리려고 한다.



▲ '에이버튼' 의미는 긍정의 A버튼을 뜻한다(사진: Xbox)

국내외에 동명의 게임사는 없던가?

= 신기하게도 게임업종으론 없었다. 도메인도 누군가 점유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빠르게 도메인도 구매했다. 다행스럽게도 '닷컴(.com)' 도메인을 확보했다. '닷넷(.net)'이나 '케이알(.co.kr)'이면 조금 모양이 빠질 수 있으니까. 지루한 협의 끝에 조금 할인받았다.


여러 유명 개발자가 에이버튼에 합류하고 있단 소식이 들리더라.

= 유명한 프로젝트, 큰 프로젝트에서 주역으로 활약하셨던 분들이 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팀의 리더를 맡았던 사람들이 많다. 감히 말씀드리면, 전원 A급으로 구성되고 있다. 현재 57명 정도 모였고, 우선 80명까진 모집하려고 한다. 처음 80명까지는 타협하지 않고 정말 인재라고 생각되는 분들만 모시고 있다. 인재로 구성된 조직이면, 그들과 함께하고 싶은 인재들이 더 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현재까진 굉장히 고무적인 상황이다. 진짜 인재들이 모여 훌륭한 개발사, 대한민국 대표 개발사가 돼보자는 목표가 생기고 있다.

스스로를 평가해 보면, 나는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재기발랄한 사람들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강하다. 어느 조직의 리더라면 재기발랄함을 강조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에이버튼에 재기발랄한 친구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

코딩을 잘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기에 다른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는 재기발랄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들이 A급 인재라고 생각한다. A급의 기술을 갖추고 있거나, A급의 재기발랄함을 갖춘 사람들을 최대한 모으려고 한다.

기술력을 갖춘 사람이 블록버스터가 필요한 부분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재기발랄한 사람에게서 색다른 시도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에이버튼이 무수히 많은 시도를 할 텐데, 경쟁력 있는 시도와 색다른 시도 모두 가능하도록 구성원을 갖추고 있다. 무수히 많은 시도 중에 실패도 여러 번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두려움을 구성원들이 느끼지 않도록 인재의 환경을 만드는 거다.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실패 이후 재도전 기회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대형 게임사 내에선 다음이 있지만. 혹시 다음을 위한 '총알'이 넉넉하게 준비된 건가?

= 총알은 넉넉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낭비할 생각은 없다. 그런 외부 평가도 있더라. "N사에서 무슨 로켓을 하겠다고 한 사람이 나가서 결국 MMORPG를 만든다고?"라고.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을 강조하던 사람이 나가서는 결국 하던 거나 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는 평가다.

현재 개발 중인 것을 소개하면, MMORPG 하나와 슈팅을 기본으로 하는 특이한 게임 하나를 준비하고 있다. 슈팅 게임은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같은 모습은 아니다.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했고, 최근 슈팅에 탈출을 접목한 게 인기를 끄는 거처럼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총을 잘 쏘는 거 외에도 다양한 파훼법이 있는 멀티플레이 코옵(co-op, 협력) 슈팅을 구상하고 있다.

슈팅 장르를 잠깐 되돌아보면, '오버워치'와 같은 하이퍼 슈팅 다음에 배틀로얄로 넘어갔다가 이제 탈출이 나왔다. 기존에 '어려웠던 탈출' 게임의 대중화를 노린 '가벼운 탈출' 게임이 다음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게 전체적인 흐름이다. 에이버튼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음 형태의 슈팅 게임을 고민하고 있다.

아까 우선 80명의 인재를 모집한다고 했는데, 65명 정도가 MMORPG를 맡는다. 10명 정도는 민트로켓처럼 우리 가슴 속에 있는 브랜드로 활동하려고 한다.

MMORPG는... 물론 계속해서 갈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의 MMORPG는 어떠한 변곡점에 서 있다고 본다. 그 변곡점에서 우리만의 것을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야망이 있다.

나는 MMORPG가 굉장히 재밌다. 커뮤니티 간 협력과 경쟁이란 키워드가 정말 재밌다. 게임사가 판을 만들면, 유저끼리 서사를 만들어내는 다이나믹함이 엄청난 재미를 가져다준다. 어쩌다 보니 유저에게 수억 원, 수십억 원을 쓰게 만들고, 오늘 발표한 정책을 다음 주에 뒤통수치니 유저들 인내심의 한계점이 넘어선 거 같다. 그래서 난리가 났고.

기본적으로 MMORPG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자극하는 재미가 있다. 세상의 장악, 지배감, 치욕 속에서 뭔가 해보려는 움직임 등 인간 밑바닥에 있는 메커니즘과 같다. 개인적으로 MMORPG가 족보도 있고, 미래도 있는 장르인데... 현재 상황이 좀 안타깝다.

그래서 사람들이 분노한 부분을 최대한 제거, 완화를 시키고 커뮤니티의 협력과 경쟁의 재미를 살리는 MMORPG를 만들 것이다.

MMORPG와 슈팅을 동시에 끌고 가면서 주류 시장에 새로운 문법을 제시하고, 싸우고 싶다. 그다음에 완전히 색다른 것을 동시에 한 번 해보려고 한다. 둘 다 과감한 시도이지만 MMORPG는 기존 틀에서 문제점을 제거하는 방식이고, 슈팅은 완전히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고 있다.

총알에 대한 얘기처럼 사업은 현실이고 생존이다. 어느 정도 리스크 배분이 필요하다. 리스크가 적은 사업과 큰 사업에 총알을 배분해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시작은 됐고, 이제 사람이 문제다. 각각을 잘 해낼 전문가와 앞으로 합류할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 투자도 끝났으니, 이제 한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음 스텝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단계다.



▲ "MMORPG와 슈팅을 동시에 끌고 가면서 주류 시장에 새로운 문법을 제시하고, 싸우고 싶다"

MMORPG의 경우, 한국에선 요즘 PC와 모바일 멀티 플랫폼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너무 많이 나와서 MMOPRG에 대한 유저 피로도가 너무 쌓였다고 생각된다. 이런 MMORPG의 레드오션에 대해 에이버튼은 어떤 생각인지 궁금하다.

=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생각하면서 생각했던 차별성 포인트가 있다. 결국 새로운 MMORPG의 숙제를 생각하고, 해결해야 하니까. 다만, 솔직히 이 자리에서 우리가 생각한 차별성을 미리 말하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우선 차별성보다 생각하고 있는 숙제를 말하면, 정말 뻔한 얘기지만 여러 과금 정책과 맞물려 MMORPG 본연의 재미가 사라진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아이템을 갖추는 파밍의 재미로 MMORPG를 하는데, 요즘 게임에는 파밍의 재미가 사라진 거 같다. 결국 다 과금 시스템으로 가니까.

그러다 보니 결국 '분재형' 게임이 된다. 또한, 모든 유저가 하이텐션(시간을 많이 들이고 몰입하면서)으로 플레이할 수는 없다. 로우텐션(가볍게 즐기는)으로 하는 유저에게도 플레이를 이어나갈 이유를 줘야 하는데, 요즘엔 구조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로우텐션으로 즐기는 유저는 결국 끊임없이 뒤처지게 되고, 게임 속 세상에서 개미 취급만 당하게 된다. 2시간 플레이한 사람과 10시간 플레이한 사람의 차이는 5배 정도여야 하는데, 지금 구조에선 20배, 50배 느낌으로 벌어진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템의 가치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그 선을 넘었다. 예전처럼 어떤 아이템을 획득해 기뻐하는 재미가 다 사라졌다. 뭔가를 얻고, 노력하고, 보람을 느끼는 재미가 지나친 과금 정책과 뒤를 바라보지 않는 정책으로 완전히 엉망이 됐다.

물론 우리가 MMORPG로 돈을 벌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외국에는 아직도 시간을 가치로 하는 MMORPG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확률 기반으로 하기에 거부감이 좀 있지만, 서양권에선 시간을 가치로 하는 과금으로 어느 정도 앞서나가는 유저가 있다는 건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다. 결국 MMORPG의 핵심 가치를 지키냐 마냐의 문제로 생각된다.

"그래서 너희의 답이 뭔데?"라고 물으면, 필살기로 내보일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어떠한 해결책을 만들었는지는 시간을 두고 보여드리려고 한다. 그런 포부를 가지고 새로운 MMORPG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MMORPG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려고 한다. 시장에서 지켜보는 게임은 '알비온 온라인'이다. 'WoW'나 '파이널판타지'와 같은 거대 IP는 아니지만, 옛날 '울티마온라인'과 같은 감성이 살아있는 게임이다. PK 위주의 샌드박스형 MMO의 명맥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확실히, 요즘 파밍의 재미는 "와 현금 1억 원은 써야 하는데 5천만 원에 뽑았어!" 정도가 있는 거 같다. 옛날 'WoW'에서 아지노스의 쌍날검을 맞추는 재미와는 결이 아주 다르다.

= 맞다. 심지어 게임이 런칭되자마자 빨리 뽑아서 빨리 앞서나가면, 그대로 끝나버린다. 이런식으로 타이틀이 바뀌면서 반복된지 오래다. 완전히 잘못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MMORPG 본연의 재미를 생각하면, 정책과 과금 구조, 밸런스의 문제다. 요즘의 MMORPG도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으나, 그렇게 빨리 재미가 죽어버리는 상황은 개발사와 유저 모두 원하지 않았을 거 같다.


슈팅과 생존의 게임을 만든다니까, 지금 넥슨이 민트로켓을 통해 '낙원'을 개발하고 있다. 물론 다르겠지만.

= 아, 당연히 다르다. 같으면 큰일나지.(웃음) 그런 일 때문에 회사로부터 징계도 받고 문제의 사람과 소송까지 했던 사람인데.


어떤 슈팅 게임인지 더 소개할 수 있을까?

= 일단 '낙원'과는 세계관부터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완전히 글로벌적인 느낌으로 갈 거다. 아, '낙원'도 글로벌적으로 준비하던 거였다.

에이버튼의 새로운 슈팅 게임은 총을 열심히 쏘는 게 아니다. 우선 1인칭 시점으로 몰입감 있는 플레이를 기본으로 뭔가를 준비 중이다. 설명하자면... 우리에게 영감을 준 게임은 '러스트', '세븐 데이즈 투 다이'처럼 기지 건설과 생존이 결합된 작품들이다. 흔히 말해서 '타르코프 라이크' 다음의 슈팅 게임은 무엇이 될까란 상상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나는 최대한 새로운 슈팅 게임 개발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감히 내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올라 구현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누구를 발탁하고, 기회를 주고, 팀의 색깔과 창의성을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되어 사업을 시작한 거다. 이 점에 대해서는 친정에서의 경험이 커 고마운 마음이 있다.



▲ "'타르코프 라이크' 다음의 슈팅 게임은 무엇이 될까란 상상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SNS에 에이버튼에 합류한 개발자가 "최고대우로 모신다"라고 구인하더라. 에이버튼의 대우가 어떤지 궁금한데.

= 사실 최고대우보다는 합리적인 대우, 진정으로 공정한 대우가 맞다.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대기업은 어쩔 수 없는 형평성 논리나 회사의 제도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이 나름대로 큰 틀이 있기 때문에 더 잘해주고 싶어도, 진정으로 공정하게 잘해주기가 어렵다. 잘하는 사람에게 엄청나게 잘해주고, 못하는 사람에게 엄청 비난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나는 잘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대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정말 잘하는 사람에겐 과감하게 허들을 넘어 대우를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인재를 모시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다.

과감한 보상, 투명한 시스템이 중요하다. 그래서 회사는 개방된 구조가 정말 중요한 거 같다. 물론 전 직장에서도 그렇게 했다. 특히 신규개발본부에선 모든 정보를 한곳에 모아 공개해 잘하는 사람이 튀어 보일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결국, 잘하는 사람을 잘 대우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사가 커지면 결국 대기업처럼 시스템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게 되지 않을까?

=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린 문제 같다. 50명, 100명일 때에는 공정하게 하기 쉽다. 사람이 늘어나면서 점점 어려워지는 건데,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냐에 따라 달라질 거 같다. 그래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여러 평가, 보상 시스템을 알아보고 있다.

어느 순간 대기업이 제품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평가와 보상 시스템 발전에 대한 노력은 덜 한 거 같다.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니까. 제품의 혁신은 있지만, 평가의 혁신은 없었다. 평가에 대한 것을 너무 등한시 했기 때문이다. 나도 간접적으로 많이 느꼈고. 앞으로의 기업에선 기존 시스템을 통한 적당히 평가가 안 통할 거라고 여긴다. 문제를 100%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회사가 그만큼 노력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 "앞으로의 기업에선 기존 시스템을 통한 적당히 평가가 안 통할 거라고 여긴다"

반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저성과 직원을 비교적 쉽게 내보낼 수도 있다. 우리 기업은 그러기 어려운데, 저성과자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 그들처럼 내보낼 수는 없겠지. 다만, '너 진짜 못해'라는 피드백을 우리 기업이 제대로 하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니 적합한 톤과 매너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못하는 사람에게 못한다고 잘 전달하지 못하니 어느 순간부터 방치하게 된다. 이러면 당연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점점 커진다.

그에 관한 것도 회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냉정한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상호 발전하기 위해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의 계획을 세우는 걸 무한 반복하게 될 거 같다. 결국 노력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가 입는 피해도 엄청 커지게 될 테니까. 잘하는 사람에게 잘한다고 해주는 거만큼 중요한 게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다.

IT 산업, 그중에서도 게임은 정말 사람이 전부인 곳이다. '사람 관리'라는 말에 어폐가 있지만, 정말 사람이 전부다. 그래서 사람과 관련된 이슈를 회사가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게임산업이 행복한 시기를 지내 좀 소홀했지만, 이제는 정말 신경 써야 한다. 그만큼 게임산업이 성숙해진 거 같기도 하고. 산업이 성숙기로 변했지만, 자원은 오직 사람뿐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결국 사람이 코딩하고, 사람이 그려서 만들어지는 것이 게임이니까.

= 진정한 개발자는 예술가처럼 감수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에이버튼이기도 하고. 그래서 직원과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 회사도 굉장히 노력해야 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친정 때 많이 배운 게 있고, 에이버튼이 커지면 커지는 대로 현명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지금 매니저급에 중요하게 전달하는 말이 인재 관리다. 게임이란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인재 관리에 대한 생각도 항상 일정 부분 할애해야 한다. 나 역시도 그렇고. 어떤 일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사람을 잊는데, 항상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고 일을 해야 한다고 전한다.




사업 파트너로 컴투스와 함께하게 됐다. 왜 컴투스인가?

= 도장을 찍기 전에 컴투스 송병준 의장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개인적으로 송병준 의장과 얘기를 나눴을 때 컴투스가 사업적으로, 운영적으로 매우 많은 노하우를 지닌 회사라고 여겼다.

일단 컴투스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에 MMORPG가 약했던 것도 우리의 강점이 됐다. 컴투스와 우리가 서로 상호보완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이전까지 컴투스는 아기자기한 게임에 강점이 있었다. 그러다 컴투스가 원하는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무거운 게임, 리얼한 분위기의 게임, 퀄리티 좋은 PC 게임에 대한 갈증을 우리가 채워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컴투스는 여러 미디어 기업을 가지고 있다. VFX부터 각종 미디어 콘텐츠, 연예 기획사까지. 에이버튼이 '컴투스 그룹'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컴투스 외에도 여러 기업을 만났다. 그런데 특히 컴투스가 우리의 자율성을 더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았다. "네 생각대로 한번 만들어봐"와 같은. 우리의 소신대로 만들게끔 최대한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직간접적으로 받았다. 물론, 컴투스가 투자자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할 것이고 우리도 투자받는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

게임이라는 작품은 믿음 속에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송병준 의장이 단순히 계약 이슈가 아니라, 정말로 우리를 많이 믿어주고 인정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장을 찍기 전까지 많은 얘기를 나눴고, 신뢰를 느꼈다.


송병준 의장이 했던 말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 회사를 세워 오래 고생하고 키웠던 사람인데, 오히려 조언을 해주는 것에 조심스러워 하더라. 오히려 자신의 고충을 많이 얘기해줬다. 고충에 대한 얘기가 에이버튼이 앞으로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던 거 같다.


인터뷰 초반 에이버튼에 대해 '꿈꾸던 비전'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어떤 의민가?

= 뜬금없을 수 있지만, 내가 만들고 싶다는 마음보다 뭔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아이디어가 넘치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회사가 에이버튼이 되길 바란다. 물론,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사람이 먼저 찾는 회사가 에이버튼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조직, 회사를 꼭 만들고 싶다. 나는 그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싶다.


연예 업계에서 하이브가 운영하는 레이블 구조가 그런 식인 거 같다.

= 나도 가끔 그 얘기를 한다. 연예 업계는 뭔가를 해보겠다는 움직임이 나오는데, 왜 게임업계는 계속 이런 식인지. 지금은 뭔가 해보겠다는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직원들조차 회사가 마음껏 해보라고 해도, "안 믿어요. 어차피 돈 되는 거 해야하지 않아요? 만들고 싶은 거 있죠? 저희들한테 오더(지시)를 내려주세요"라고 여긴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답이 없겠단 생각을 한다.


생각해 보면 지난해 '데이브 더 다이버'로 그런 성과를 내지 않았나?

= 그러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당시 내부에 창의성 넘치는 개발자들이 있다고 다들 짐작만 했다. 나는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발굴하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거지, 분명히 있다"라며 "우리 경영진들이 회사의 문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라고 엄청 주장했었다.


게임 하나로 조단위 매출을 벌고, 디렉터의 리더쉽으로 수천억 원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 그런데 수천억 원에 비할 수 없지만 패키지 게임 300만 장 판매와 '머스트 플레이 뱃지'로 넥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었다. '넥슨이 이것도 할 수 있어'란 평가는 액수로 표현이 안 되는 거니까.

= 결과적으로 '데이브 더 다이버'로 어느 정도 증명을 했다. 나는 아직도 친정에 그런 능력 있는 사람들이 숨어있고,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랬던 과정을 통해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배운 거 같다. 직원이 창의적인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깨우친 거 같았다.

친정에서 계속해 그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어쨌거나 항공모함이었다. 각도를 1도 틀기 위해서도 어마어마한 힘이 들어갔다. 우리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가기 위해서는, 결국 작은 배의 강점이 필요했다. 90도 틀었다가 270도로 틀어보기도 하고, 갔다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 되돌아올 수 있도록. 에이버튼은 그렇게 가고자 한다.



▲ "직원이 창의적인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깨우친 거 같았다"

앞으로 에이버튼은 어떤 회사로 성장할까?

= 항상 왜 인재에게 기회를 주지 못할까 고민했었다. 솔직히, 친정을 그런 회사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었다. 몇 년을 그렇게 노력해 봤지만, 결국 항공모함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절실한, 그것이 비전인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뭔가를 해보겠다는 사람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분명 대한민국에 아이디어와 창의성 넘치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데, 마땅히 갈 게임사가 없어서 그들이 방황하고 있단 느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정말 가고 싶어 하는 게임사가 어떤 곳이겠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물론 자선사업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큰 회사들이 인디게임에 후원하는 정도의 느낌도 아니다. 나는 회사가 기술력과 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창의력이 넘치는 인재가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조직을 꿈꾼다. 전사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직을 원한다.

그거야말로 게임이라는 콘텐츠업에서 회사와 인재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닐까? 에이버튼이 구조가 잘 만들어진, 철학적으로나 문학적으로 가장 우대받는 조직이 되길 바란다. 그럼으로써 세상이 깜짝 놀랄 결과물이 나오고, 계속해 인재가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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