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플래직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게임 음악은 문화 생활의 한 부분"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4개 |



게임을 하다가 "어, 이 음악 좋네? 무슨 곡이지?"라고 생각해보신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음악에 더 흥미가 있는 경우에는 그 음원을 직접 찾아보거나, 그 음악을 누군가가 연주하는 동영상을 찾아보는 경우도 있죠.

한때 게임 음악은 단순히 게임 내 부산물로 여겨졌고, 게이머들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점차 게임 음악 자체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일부에서는 게임 음악을 주제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규모도 라이브 밴드 정도의 규모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이루어지기도 했죠. 최근 스웨덴 방송 교향악단에서 젤다의 전설 OST를 연주한 것 등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래직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곽용신 영업마케팅 팀장과 박찬희 아티스트 매니저는 우리나라 게임 음악에도 그런 힘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단순히 게임 내에서 소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연 등을 통해서 보다 다양한 형태로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죠. 더 나아가 국내 게임 음악이 단순히 일부 계층의 향유물이 아니라, 보편적인 문화 활동의 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벤에서는 곽용신 팀장과 박찬희 매니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게임 음악을 제작하는 과정과 국내 게임 음악의 전망, 게임 음악 공연에 대해서 보다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 플래직 박찬희 아티스트 매니저(좌), 곽용신 영업마케팅 팀장(우)


윤서호: 플래직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곽용신: 플래직은 '플렉시블 클래식'을 표방하고 있는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입니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게임 음악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오케스트라죠.

사실 문화 활동, 이렇게 말씀드리면 많이들 생각하시는 게 게임 음악을 갖고 클래식처럼 만들거나, 혹은 클래식 공연장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일 거에요.일단 저희의 경우는 기존의 음악을 새롭게 해석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어요. 여기서 기본 틀은 오케스트라인데, 오케스트라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음악에 따라서 밴드라던가, 다른 형태로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해요.

공연뿐만 아니라 유튜브, 스트리머 방송 등을 통해서 게임 음악을 알리는 일도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에는 공연보다도 이쪽에 많이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죠. 악기를 연주하는 분들의 방송이나, 동영상을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게임 음악이 이렇게 좋을 수 있다, 게임 밖에서 따로 들어도 좋은 곡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윤서호: 단원이 몇 명 정도고, 오케스트라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합니다.

곽용신: 상주하는 직원의 경우에는 지휘자이자 대표이신 진솔 대표님이 계시고, 또 작곡가 한 분이 계세요. 그 외 오케스트라의 경우는 악장 한 분을 제외하고 평균 20명의 단원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분들은 평소에는 따로 본인들의 업무를 하시다가 큰 공연을 할 때 그에 맞춰서 인력을 선발해서 연락을 드리고,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이죠.





윤서호: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플래직’은 게임 작곡 외에도 연주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곽용신: 일반적인 연주 공연 외에도 자체적으로 플래시몹 같은 영상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또 저희가 진행하는 가장 특색 있는 행사는 '컨덕트 어스'라는 행사입니다. 단순히 공연을 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오케스트라 지휘를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사실 단순한 공연은 관객과 연주자 사이에 거리감이 있을 수 있어요. 직접 곡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듣는 거니까요. 컨덕트 어스 행사에서는 야외 무대를 만들고, 그곳에 소풍 나온 사람들이나 일반 대중들도 한 번 게임음악을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컨셉입니다.

공연에서 지휘 말고도, 취미로 악기를 즐기는 게이머에게 저희가 제작하거나 편곡한 악보를 드려서 게임 음악을 연주해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기도 합니다.



윤서호: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것이 어렵고, 또 그만큼 해보기 어려운 경험이잖아요? 작년 8월 20일 선유도공원에서 진행했던 '컨덕트 어스' 행사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곽용신: 일단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어요. 사실 야외 음악 행사는 그냥 하면, 사람들이 참여를 잘 안 해요. 그래서 사회자가 게임캐릭터 코스프레를 해요. 작년의 경우에는 마리오로 코스프레하고 지휘했고요.

아이들이 그래서 많이 참여했는데,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냥 지휘를 한 것이 아닌 거에요. 지휘가 끝난 다음에 부모님한테 "마리오랑 같이 지휘했어. 그런데 마리오 음악이 나와."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아이들 입장에선 꿈꾸던 것이 이루어진 셈이죠. 게임 캐릭터와 함께 게임 음악을 연주한다는 그런 꿈 말이죠.

또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것이 정말 해보기 어렵고, 그만큼 새로운 경험이죠. 그동안 많이 들었던 게임 음악이지만,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또 다른 느낌으로 즐겨볼 수도 있는 것이고요. 게이머 분들의 경우에는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게임 음악이 전해지는 모습이 좋았다고 하시기도 했고요.







▲ 작년 선유도에서 진행했던 '컨덕트 어스' 행사


윤서호: 그와 같은 참여형 행사를 올해에도 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곽용신: 올해에 일단 정해진 것을 말씀드리자면, 작년처럼 플레이엑스포에서 공연이 잡혀있습니다. 또 11월에 공연장을 대관해서, 저희의 주최 및 주관 하에 게임음악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 중간중간에 다른 게임 업체와 콘택 중에 있죠.

또 그 외에도 업체들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할 때, 저희가 그 행사에 축하 공연팀으로 참여하고자 조율 중에 있습니다.



윤서호: 참여형 행사 외에도 자체적으로 유튜브 등에 게임음악 관련 영상을 올리는 등, 유저와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유저들이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곽용신: 사실 게임마다 달라요. 예를 들면 스타크래프트의 경우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분들이 많이 반응하시는 편이에요. 리마스터 때문에 여러 연령층에 관심을 받긴 했지만, 주로 댓글을 보면 스타크래프트 음악을 이렇게 다시 들으니까 가슴이 뭉클하다, 이런 식으로 추억을 되살리시는 분이 많아요.

또 다른 예로 '메이플스토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반응을 보였어요. 어느 한 연령층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그 범위가 굉장히 넓었어요. 이렇듯 즐기시는 게임의 소비층에 따라, 혹은 게임의 분위기 등에 따라서 그 게임에 삽입된 음악에 관심을 보이는 층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윤서호: 게임 음악 관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게임 음악과 일반 음악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곽용신: 게임음악과 가장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 영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둘 다 스크린에 맞춰서 흐른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저는 그 차이를 몰입도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작곡가 분들이나 기획자 분들과 이야기할 때도, 게임음악 쪽이 작업할 때 몰입감이 더 필요하다고 말씀하는 경우가 많아요. 게이머들은 관객이 되어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직접 하잖아요. 그 상황에서 음악은 게이머들로 하여금 게임에 온전히 몰입하도록 해야 하니까요. 때로는 음악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게임 그 자체로 인지할 정도로 일체가 되어야 하고요.

사견이지만 정말 좋은 게임 음악은, 그 음악을 듣고 게임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봐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음악 그 자체로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플레이 경험과 음악이 맞닿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서호: 사실 음악이라는 분야가 굉장히 개인차가 큰 분야잖아요?

곽용신: 저희는 그걸 종종 빈익빈 부익부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웃음)


윤서호: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이 자체로 작업하기보다는, 외부에 맡기려고 하죠. 그런데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부터 막연해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게임 음악 제작의 의뢰 수주 과정과 작업 과정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곽용신: 이 부분은 제각각이긴 해요. 하지만 개발자들이 놓치기 쉬우면서도, 또 제일 중요한 부분은 작곡가도 게임플레이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고, 스테이지 구조가 어떻고, 배경이 어떤지를 파악해야 그에 맞춰서 곡을 만들 수 있거든요. 의미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낼 수 있고, 이를 담아낼 수도 있고요.

또 유저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곡을 만들거나, 진지한 분위기일 때는 진지하게끔 유도하는 곡을 만들거나 할 때 게임플레이의 경험 기반이 되어야 보다 게임에 맞게 작업할 수 있어요.


박찬희: 의뢰를 받고, 작업하는 과정은 단순히 의뢰를 주고 결과물을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그 과정에서 작곡가와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서 원하는 그림을 그려나가야 하죠. 중간중간에 메일 등으로 소통하고, 체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죠. 종종 개발을 하다보면 이 부분을 놓치기도 하시는데, 중간중간 체크하시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윤서호: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라는 말을 들으면 무언가 클래식한 느낌의 곡을 전문으로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오케스트라 자체에서 소화하는 장르는 어떤 장르인가요? 그 외에 다른 장르는 어떤 식으로 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곽용신: 예를 들어 밴드 음악 같은 경우에는 라이브 카페 등과 연계해서, 그곳 분들과 콜라보를 해요. 또 유튜브에서 활동하시는 분 중에 커버 음악을 만드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과도 연계해서 작업하기도 하죠.

저희 아티스트 중에서도 밴드 음악이 가능하신 분들도 있어요. 클래식 외에도 재즈라던가, 그런 것이 가능하죠. 또 기존의 곡도 재즈풍으로 편곡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작업도 가능하고요. 노래 부르시는 분도 게임 커버 음악 같은 경우에 라이브 밴드로 소화해낼 수 있는 분이기도 하고요. 자체적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존 밴드 음악 악기들뿐만 아니라 플루트, 호른 같은 클래식 악기도 추가해서 크로스오버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니면 솔로 파트만 떼어서 솔로 연주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곡을 소화해내죠.



윤서호: 주로 요청이 들어오는 음악의 장르는 어떤 것이 있나요?

곽용신: 아무래도 저희가 오케스트라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보니까 클래식의 느낌이 드는 곡들, 또 규모가 크고 웅장한 곡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 외에도 다른 장르들도 종종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그쪽으로도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죠.

자체로 작업하는 것 외에도, 저희는 최대한 여러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진행하고자 해요. 사실 클래식, 예를 들면 베토벤의 악곡 같은 경우도, 혼자 혹은 한 곳에서만 연주해서 남은 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면서 길이길이 남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여럿이 함께, 게임 음악을 널리 알리고자 하고 있어요.





윤서호: 사실 음악이라는 것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차가 크죠. 정말 모르는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요. 작곡이나 공연은 특히나 더 그럴 것 같습니다.

곽용신: 그렇죠. 게임음악을 소재로 공연하려면,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겪는 분도 많아요. 음악을 전공하시는 분들도 그래요. 공연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굉장히 어려워하시는 거죠. 반대로 게임회사나, 개발자 분들은 공연자들을 섭외하거나, 프로그램을 짤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고요.

대형 회사들은 설비나 인력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거나, 혹은 노하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많아요. 그래서 자신들이 갖고 게임 음악을 알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기도 하죠. 또 게임 음악을 전공하시는 분들 중에는 컨택 포인트가 없어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는 그 중간에서 게임 음악을 하는 분과, 게임회사 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들과 협업하는 이유가 그런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여담이지만 공연을 많이 보시면, 공연 기획 외에도 곡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이 악기가 이런 음색을 낸다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 악기의 분위기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요.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윤서호: 게임 음악 관련자들과 회사 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하신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곽용신: 말 그대로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게임 음악을 제작하는 곳도 생각보다 다양하고, 또 게임 음악에 대한 수요도 다양해요. 그런데 그들을 서로 연결해줄 통로가 없다고 봅니다. 또 중간중간 소통이 이어지지 않아서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데에도 애로사항이 있기도 해요.

영화 같은 경우에는 2차 창작의 개념으로 영화음악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하죠. 그것도 상당한 퀄리티로 진행되잖아요? 사실 국내 게임 음악도, 퀄리티가 있어요. 제 사견이긴 하지만, 실제로 공연을 해도 먹히겠다 싶은 명곡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게임 안에서만 소비되는 것 같아요. 아니면 음원 단계에서 끝나는 경우도 많다고 보고 있고요.

게임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 중에도 공연을 기획하거나, 공연을 전제로 작업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작업이 안 들어와서 다른 쪽으로 전향하는 케이스도 있어요. 공연에 대해서 게임 회사들이 수요가 있는데도, 서로 소통할 창구가 없어서 성사가 안 되는 것이죠. 그 창구가 되고자 하는 것이 저희 플래직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서호: 최근에는 미디 프로그램이나 신디사이저, 시퀀스 프로그램이 발전해서 실제 악기와 유사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에셋 스토어 등에 올라온 곡들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이런 상황에서 플래직처럼 실제 연주자가 녹음하는 회사가 갖는 강점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곽용신: 일단 확실한 것은, 자체적으로 음악을 생산한다는 것, 그 자체가 강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단순히 게임음악을 만들어서 파일을 드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걸 갖고 영상 콘텐츠라던가, 2차로 게임을 전파하는 것도 저희는 진행을 하고 있거든요.

게임을 알리는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시연을 하거나, 혹은 광고를 하거나 이런 식으로 진행되죠. 더 나아가서 저희는 음악을 만들면서, 이를 전파하는 역할도 수행하기도 합니다. 음악은 사실 여가 생활 중에 하나잖아요? 저희는 게임 음악을 게임의 부수적인 콘텐츠가 아닌, 또 다른 '취미'의 관점에서 보고 있어요. 음악 감상 같은 그런 취미 속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음악을 알리고, 더 나아가서 그 음악이 포함된 게임을 알리는 일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윤서호: 음원과 게임을 알리는 것을 대행해준다는 점 외에, 실제 연주자가 녹음하는 것이 가지는 강점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곽용신: 전자 악기가 발전했는데 왜 오케스트라를 하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사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그 둘의 차이가 잘 안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대작 RPG 같은 경우에는 좀 더 웅장하고, 규모가 큰 음악을 사용하게 되잖요? 그때는 분명히 차이가 있어요. 전자 악기가 발전했다고 하지만, 대규모 오케스트라 규모의 곡을 전자 악기로만 다 표현하기에는 아직은 한계가 있어요. 또 그렇게 입력한 노트들을 일일이 오케스트라의 느낌이 나게 사운드를 어레인지하는 작업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고요. 규모가 커지면 그걸 일일이 하기 힘들고, 또 그런 느낌을 살리기도 어렵죠.

또 실제 연주자가 녹음하고 작업하는 경우에는 그 음악을 가지고 공연을 하기도 보다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죠.




윤서호: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게임 음악은 실제로 연주하지 않고 미디로만 작업한 곡들이 있습니다. 그런 곡 중에는 연주를 고려하지 않아서 실제 연주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보를 쓰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곡들은 공연하실 때 연주가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처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곽용신: 작곡가 분이 사실 그것 때문에 매일 힘들어하세요(웃음). 악보 중에는 때로는 '이게 공연이 될까?' 싶은 악보도 있어요. 노트로만 입력할 때는 가능한데, 사람이 직접 하려고 하면 정말 운지법 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것들도 있기도 하고요.

그런 경우에는 어레인지를 가하기도 해요. 또 가상악기 상에서 사용된 악기와 다른 악기를 쓰기도 해요. 사실 게임 음악 자체가 처음 작업한 이후에 완성할 때 어레인지하는 과정에서, 원래 사용했던 악기의 음색이 아니라 다른 악기의 음색에 가까워지기도 하거든요. 그 음색에 보다 유사한, 다른 악기를 사용하는 것이죠.



윤서호: 아무래도 게임 음악은 대규모 개발사가 아니고서는 자체 제작하기 어려운 만큼, 외주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개발자들이 게임음악 제작사들에게 외주를 줄 때 “이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찬희: 개발자 분들이 저작권 부분을 많이들 간과하고 계세요. 특히 혼자서 작업하시는 분들이 더 그런 편이에요. 워낙에 혼자서 작업하시다보니까, 저작권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굉장히 낯설어하시기도 하고요.

또 계약 기간 같은 것을 말씀드릴 때에도 굉장히 낯설어하세요. 기간을 얼마나 잡고 계약을 해야 할지, 그런 것을 미처 생각하지 않고 일단 만들어보자, 라는 식으로 접근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가 저희가 말씀드리니까 그제서야 생각해보시고는 했어요.

게임을 기획하시는 분들이 음악 외주를 줄 때 도움이 될만한 팁이라면, 계약 기간이나 저작권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시는 게 좋다는 것이죠. 내 게임에 들어갈 음악이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거나, 계약 기간을 얼마나 잡겠는가, 이런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에요.

그래야 저작권 이야기를 할 때 당황하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하실 수 있다고 봐요. 또 그렇게 해오시면 저희 입장에서는 맞춰드리기가 더 쉽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저희 입장에선 사실 먼저 이야기하긴 어려워요. 그분들의 작품인데, 저희가 먼저 터치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디테일하게 생각하시거나, 혹은 먼저 말씀해주시면 서로 좀 더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저작권에 대해서 평소부터 생각해두는 것은 계약 진행에 큰 도움이 된다


윤서호: 저작권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게임 음악과 공연의 저작권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곽용신: 예전에 어떤 게임사가 공연을 요청해왔는데, 그 회사에서 음원을 해외 회사에 외주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최초 계약 때 공연 라이센스 계약을 안 하셨던 거에요. 즉 게임 내에서만 사용하겠다, 라고 계약을 했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그 해외 음원 회사랑 따로 연락해서 허락을 받고 난 뒤에 공연을 진행했어요.

기획자 분들에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게임 음악을 기획하실 때 음악을 활용하는 방향도 기획을 미리 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곡을 갖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를 하시고 접근을 하셔야 그 뒤에 2차, 3차 콘텐츠로 폭넓게 활용하실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거든요.


박찬희: 그런데 보통은 게임 안에서만 사용할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조금 더 시야를 넓게, 구체적으로 가지시면 보다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윤서호: 게임 기획자들 중에 음악을 잘 아는 분도 있지만, 음악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자신이 게임에 삽입하고 싶은 음악의 느낌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할 때 막연함을 느끼는데, 그때 조금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팁 같은 것도 있을까요?

박찬희: 사실 저희가 작곡가 여러 명과 함께 작업하는 이유는, 개발자 분들이 어떤 곡을 원하는지 확실히 모르기 때문이에요. 작곡가마다 스타일이 다르다보니까, 그 분들과 소통하면서 또 개발자 분들과 피드백을 거치면서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거죠. 혹은 개발자들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는 작곡가를 해당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곽용신: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음악의 장르와 플레이타임, 반복 여부, 또 가상악기의 종류입니다. 그리고 그 음악의 분위기에 대해서 설명이 곁들이면 더 좋죠.

사실 음악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어요. 그냥 음악에 대해서 좋아요, 혹은 싫어요, 이런 말 외에는 잘 표현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 경우에는 참고가 될 만한 소스 음원을 보내주시면 좋습니다. 아무래도 완전히 백지에서 작업하는 것보다, 그런 분위기라는 것을 참고해서 작업할 때 보다 개발자분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거든요.

백지로 작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작곡가의 스타일이 좀 더 강하게 표출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간 작업한 것을 보면 작곡가들마다 어떤 특징이 있거든요. 참고를 하지 않고 작업하게 되면 그것들이 좀 세게 드러나더라고요. 그 스타일이 개발자가 원하는 방향과 맞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아서 "이건 고쳐야 될 것 같아요"라고 피드백을 주시기도 해요.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작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죠.

또 예산을 미리 책정하고 알려주시거나, 일정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그 예산을 고려했을 때 가능한 작업 방식이나, 소요되는 시간 등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거든요.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타겟층을 미리 언급해주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이 부분은 공연에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공연을 만들 때 주 소비층이 누군지에 따라서 테마가 달라지거든요. 예를 들어서 유소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라고 하면, 그에 맞춰서 분위기를 조금 밝게 한다거나 하는 것도 필요하거든요.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공연은 아무래도 그 연령대에서는 잘 안 찾게 되죠. 이와 같이 자신의 의도나 관련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서호: 게임 음악 기획서 같은 것을 작성해서 보내기도 하잖아요? 작성할 때 팁 같은 것이 있을까요?

곽용신: 보통은 엑셀로 작업해야 하는 곡들의 종류나 리스트 등을 작성해서 보내주시죠. 그때 장르라던가 분위기 등을 언급해주시면 작업할 때 도움이 됩니다.

사실 아트 분야다보니 일러스트 쪽과 많이 비교가 되는 부분이긴 해요. 일러스트 기획서는 좀 뭐랄까, 컨셉이라던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적는 경우도 많거든요. 게임 음악 기획서는 그것보다는 좀 더 추상적인 느낌인 경우가 많았어요. 아무래도 시각적인 것이 아니다보니까, 그것을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긴 하죠.

다만 일러스트 기획서처럼, 게임 음악 기획서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적을수록 작업 결과물이 의도한 것에 보다 가깝게 나올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윤서호: 제가 예전에 게임개발자 교육을 받았을 때, 게임 음악 기획서를 작성했던 적이 있거든요. 실무에 관련된 분들이 보시기에 어떤지 한 번 감평 부탁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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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신: 상당히 자세하시네요.

박찬희: 이런 식으로 준비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만 와줘도, 작업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 것 같네요. 음악 전공하신 건 아니죠?

윤서호: 그냥 취미로 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용될 곡의 테마나 포맷, 재생시간, 악기 등을 설명하면 될까요?

곽용신: 네. 이거 샘플로 써도 될 것 같은데, 언젠가 한 번 정식으로 요청드리고 싶네요.


윤서호: 감사합니다(웃음) 아무튼 기획자가 준비할 부분인 게임 음악 기획서 말고, 게임음악 작곡가들이나, 게임음악을 전공하려는 사람들은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하잖아요?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필요한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찬희: 제가 아티스트 분들에게 제일 먼저 받는 것이 기존의 영상에 맞춰 자기가 작곡한 음악을 첨부한 파일이에요. 그것을 보고서 그 분이 어떤 스타일의 게임에 맞는 분이다, 어떤 장르에 강한 분이다, 이런 것을 체크하거든요.

게임 음악을 전공하시려는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막연히 작곡하는 것보다 기존의 영상들을 보고 그 영상의 느낌과 분위기에 맞춰서 자신의 곡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 해두시면 크게 도움이 됩니다. 게임 음악의 경우, 영상 또는 게임 플레이에 맞춰서 곡이 나와야 되잖아요? 그냥 막연히 작곡만 하게 되면, 영상이나 플레이에 맞춰서 사운드가 나오도록 하기가 어려워요.

또 그런 식으로 작업한 것들을 모아두시면, 자신이 게임 회사와 작업할 때도 이런 느낌으로 작업하는 것이 가능하다, 라는 것을 어필하기도 보다 편해요.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쉽게 감이 안 잡히는데, 그걸 시각적인 것과 동시에 보여주면 좀 더 감이 잘 잡히니까요.



윤서호: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 중에서 게임 음악을 전공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유의사항이나 조언 같은 것을 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곽용신: 일단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셨던 분의 경우는, 어떤 특정한 분위기의 곡을 주로 연주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고루고루 연주하고는 해요. 그러다보니 본인이 어떤 스타일을 보다 잘 소화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클래식에서도, 독주 위주로 하는 경우에는 자신에게 맞는 곡 스타일을 좀 더 인지하기도 해요. 그래도 다양한 곡들을 소화하는 능력이 중시되다 보니까, 아주 깊이 그 부분을 파고들지 않는 편이고요.

게임 음악의 경우는 약간 달라요. 다양한 음악을 소화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느 한 게임의 음악을 작업하게 되면 그 게임 하나에 온전히 맞춰야 하니까요. 거기에서 본인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못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거죠. 그래야 맞춰갈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개발자에게 작곡가를 소개를 드릴 때에도 그 작곡가가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말씀드려요. 그러다보니 본인을 소개하실 때 클래식을 전공했었고, 이런 스타일의 곡을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것만으로는 사실 애매해요. 게임을 만드시는 분들에게 이 분이 어떤 것을 만들고 싶다가 아니라, 하실 수 있는 것을 먼저 말씀드려야 하니까요.

앞서 박찬희 매니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의 영상에 맞춰서 작곡한 곡을 보여주거나 혹은 그 영상에 나오는 곡을 연주하는 등의 예시가 있으면 좋아요. 그래야 이런 음악을, 이런 분위기를 자기가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거든요.

저희는 처음 작곡하는 분과 작업할 때는 각 장르별 샘플곡을 드려요. 그것들 중에서 그 분이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달라고 말씀드리죠. 그래야 그 분의 스타일과 맞는 의뢰를 하신 분을 연결해드릴 수 있거든요.

사실 개발자 분들도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제대로 말씀하시는 데에 굉장히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음악이 전공이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음악을 작업하는 사람도 자기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서 모른다, 라고 하면 더 막막해지는 것이죠.

실용음악의 경우는 원래 자기가 주로 하던 장르가 있다보니, 그 부분에서는 조금 덜한 편이에요. 물론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갈 필요는 있죠. 장르 내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고, 그 중에서 자신의 특기 분야가 또 따로 있으니까요.



윤서호: 그동안 플래직에서 여러 곡들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셨고, 또 공연도 여러 번 참여하셨을 것 같은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곡이나, 공연이 궁금해집니다.

곽용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작년 9월에 진행했던 장애학생 e페스티벌 오프닝 공연이었습니다. 그때 블리자드와 같이 작업했는데. 블리자드 측이 준비한 영상에 맞춰서 곡을 연주하는 컨셉의 공연이었습니다.

전체 영상이 15분 정도였는데, 중간에 태사다르가 아이어에서 초월체를 막기 위해서 희생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에서 곡이 딱, 멎었죠. 그때 저는 여운을 느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몰입을 해버렸어요. 기획에 참여했었던 입장인데, 그런 것도 다 잊었어요.

영상에 맞춰서 음악이 흐르네, 이런 것이 아니라 스토리상 큰 사건에 맞춰서 음악이 호흡한다,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게임 음악으로도 이런 효과를 줄 수 있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 공연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 블리자드와 함께 진행한 전국장애학생 e페스티벌 오프닝 공연


윤서호: 공연을 준비할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곽용신: 외국 게임사의 경우는 게임 오케스트라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악보를 미리 저희에게 전달하는 편이에요. 다만 국내 게임사는 아직 오케스트라 작업이 활성화가 안 되어있다 보니, 전자음악으로만 작업한 것들이 좀 많았어요. 이것을 오케스트라에 맞게 편곡하고, 악보를 저희가 만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죠. 거기에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소요됩니다.

보통은 행사가 있기 3주 전에 파일이 오는데, 한 달 가량 걸릴 분량을 3주 전에 주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때는 꼼짝 없이 야근을 해야 하죠(웃음). 물론 저희가 어떻게든 의뢰하신 것에 맞춰서 완성하긴 하지만, 이런 작업은 한 번 해두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만든 자료들을 다음 번 공연에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일본 같은 경우에는 파이널판타지 오케스트라 같은 것도 있고, 북미에는 게임 음악을 전담하는 VGL이라는 오케스트라가 있죠. 유럽에도 VGO라고 해서, 게임사와 지역 오케스트라를 연결하면서 연주회를 하는 단체가 있고요. VGO에서는 또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요.

아직은 국내에는 그런 것이 부족한 편이에요. 사실 국내에서 게임음악 분야는, 개인적으로는 시작 단계라고 보고 있어요. 아직까지 관심이 크지 않거든요. 다만 발전은 빠른 편이에요. 일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3년 전에 비해서 국가 지원이나 기반 시설의 수준도 달라졌고, 예술 단체나 게임사에서 게임 음악에 대해 갖는 관심이 굉장히 커졌거든요.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윤서호: 플래직이 추구하는 게임 오케스트라 공연의 방향은 어떤 방향인가요?

곽용신: 예를 들어서 라라랜드 공연을 보면, 공연 그 자체를 원래부터 보러 다니던 사람도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그 공연을 보게 된 사람들도 있어요. 즉 어떤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공연 문화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같은 공연 문화를 접근하게 할 때, 접근하기 쉬운 테마는 사실 게임이에요. 아무래도 게임을 쉽게, 그리고 많이 접하니까요. 그리고 게임 음악에도 얼마든지, 학부모님들이 생각하는 클래식의 느낌이 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곡들이 많아요.

학부모님들이 흔히 게임하면 중독이다, 이렇게 말하잖아요?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서 게임 콘텐츠도 충분히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윤서호: 이번에 WHO에서 게임중독에 관한 이야기도 있기도 했고요.

곽용신: 그 부분은 정말 아쉽죠. 저는 개인적으로 게임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음악 같은 경우는 그렇다고 봐요. 게임 음악은,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 중 하나이기도 하잖아요. 직접 그 곡을 연주해보거나, 혹은 그 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는 것은 큰 경험이에요. 또 공연 문화, 문화 생활의 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윤서호: 작업하신 곡에 대해서 음반이나, 음원 출시 같은 계획은 있으신가요?

곽용신: 그 부분은 게임사들과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게임 음악 자체가 대중들에게 보다 널리 퍼졌으면 하니까, 가능하다면 그런 것을 많이 하고 싶긴 해요. 그렇지만 음원은 저희만의 것이 아니라, 게임사들의 것이기도 하죠.

다만 공연 같은 경우는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최대한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윤서호: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곽용신: 우리나라 게임 음악은, 아까 초기 단계라고 했었는데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기술력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고 봅니다. 아티스트의 수준이나, 유저들이 음악에 대해서 갖고 있는 열정의 수준과 이해력의 수준 등 모든 것들이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마비노기' 유저들이 게임 내 연주회 같은 걸 영상으로 찍어서 올린 것들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개중에는 작곡에 대해서 전혀 모르시는데도, 음을 일일이 찍어보고 계속 수정하시면서 곡을 만들어가신 분들도 있더라고요.

또 앞서 말씀드린 부분이지만, 저도 게임을 하면서 종종 이 곡은 공연하고 싶다고 느낀 곡들도 많아요. 아마 게임을 하시는 분들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에요.

개인적으로 국내 게임계는 그런 보물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초기 단계라고 말씀드린 거에요. 음악 자체의 퀄리티가 낮다, 외국 게임 음악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이런 의미가 아닌 거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른다는 의미에서 초기 단계인 셈인 거죠. 저희는 그 값진 진주를 널리 알리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게임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덕후라고 하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게임 음악을 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인식을 걷히게 하기 위해서는 공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게임 음악은 단순히 게임의 부산물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이자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의 한 형태거든요. 그리고 그것을 잘 드러내는 것이, 실제로 게임 음악을 소재로 공연을 하는 것이라고 보고요.

앞으로 양지에서도 버젓이 게임 음악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고, 또 게임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문화생활의 하나로 여겨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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