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젠 프로게이머, 나는 콩두 길리슈트 정준영이다

인터뷰 | 장민영, 박태균, 남기백 기자 | 댓글: 49개 |



어떻게 하면 연예인,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뤄낸 분이 있습니다. 요즘 시대에 맞는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슈퍼스타K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하더니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 프로 대회에도 모습을 드러낸 정준영을 만나봤습니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프로게이머 정준영'이 더 익숙해졌다고 합니다.

처음 그가 프로게이머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TV를 틀면 '1박 2일', '짠내투어'와 같은 예능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었으니까요. 음악에 예능 출연만 해도 바쁠 것 같은 그가 프로게이머까지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죠. 팬분들과 일반 게이머들 역시 정준영의 프로게이머 데뷔에 대해 우려도 있었습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정준영은 무덤덤하게 답했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했다는 말 뿐이었죠. 치열할 것 같은 연예계, 프로 생활 속에서도 정준영만의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밤을 새는 것에 익숙한 연예인이자 프로게이머, 뚜렷한 '마이웨이'를 걷고 있는 정준영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Q. 반갑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인사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 콩두 길리슈트 정준영입니다.


Q. 올해 갑자기 프로게이머가 됐는데, 생활에 변화가 생겼나요?

요즘 방송국에 가면 연예인이라고 생각해주지 않더라고요. 저를 프로게이머로 여기던데, 연예인 사이에서는 프로게이머를 굉장히 부러워하거든요. 엄청난 대우를 받고 살고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연예인이 많은데, 전화해서 저보고 부럽다고 해요. 취미로 게임을 하던 시절에는 핑곗거리조차 없거든요. 약속이나 일정이 있을 때, 게임을 하느라 못 나간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연습 때문에 못 나간다고 하면 “그래, 열심히 해야지”라는 반응이 나오더라고요(웃음).


Q. 가수-예능인에 이어 프로게이머까지 도전했는데요. 어떻게 이런 다양한 일을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음악을 하다가 슈퍼스타K를 통해 연예인이 된 거고, 방송을 하다 보니 예능까지 하게 됐죠. 프로게이머는 저도 정확히 어떻게 된 지 잘 모르겠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생겨서 하게 된 것 같아요.





Q.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예능에서 큰 오락기를 가상 신혼 방 안에 들일 정도로 게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본인이 해왔던 게임 역사를 말해줄 수 있나요?

시대를 대표할 만한 게임은 다 해본 것 같아요. 열심히 했던 건 아마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였을 거예요. 나열해보자면 샤이닝 로어, 씰 온라인, 그랜드 체이스, 스톤에이지 등을 했고요. 오래했던 게임은 아키에이지였어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퀘스트만 깨서 열심히 레벨을 올리다가 높은 레벨을 구매할 수 있는 ‘점핑 시스템’을 보고 회의감을 느끼고 접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LoL도 열심히 했었는데, 슈퍼스타K에 나가느라 그만뒀어요. 소나 장인이었습니다.

FPS는 중국에 살 때 많이 했어요. 제가 있을 당시에 중국에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유행이었거든요. 인터넷이 발달이 잘 안 돼서 피시방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랜 연결을 통해 대결하곤 했죠. 상대가 그 PC방 안에 있으니 게임이 끝나면 저를 찾더라고요. 한국 친구들은 얼른 다른 게임을 켜고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안 하는 척을 했습니다(웃음). 그럴 정도로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잘했는데, 뭐 요즘 CS : GO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Q. '포켓몬 GO'가 출시 됐을 때도 속초까지 찾아간 모습이 이슈가 됐어요. 새 게임을 누구보다 빠르게 접하거나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나요?

포켓몬 GO는 정말 해보고 싶어서 찾아갔지만, 제가 생각한 게임이 아니었어요. 닌텐도 포켓몬스터를 재미있게 해서 기대도 했고요. 사진으로 포켓몬을 찾는 건 줄 알았는데, AR 방식이라 실망했어요.

그리고 게임으로 최고가 되고 싶은 생각은 잘 안 들었던 것 같아요. 블레이드&소울, 아키에이지를 할 때 한번은 최고가 되려고 해봤는데, 억 단위로 현금을 쓰시는 분들 때문에 금방 포기했던 것 같아요.





Q. 그런데 갑자기 작년 말에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취미를 넘어 프로 단계까지 도전한 이유가 있다면?

순위를 올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최고가 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잖아요. 그냥 배틀 그라운드라는 게임에 너무 빠져있다 보니 기회가 주어진 것 같습니다. 당시 제 실력으로 프로게이머는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콩두 컴퍼니 쪽에서 실력을 더 키워줄 수 있다는 느낌을 줬어요. 저 역시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확실히 열심히 하니까 실력은 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시작했을 때랑 비교하면 지금 엄청 잘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프로게이머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고요.


Q. '나를 알아봐 주는 것보다 게임 실력을 인정해줄 때가 더 기뻤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프로게이머 활동이 그것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혼자 피시방에 있고 싶을 때, 저를 알아봐 주면 그렇게 좋진 않죠. 그래도 게임 실력을 인정해주는 건 좋습니다. 남자니까요(웃음).


Q. 주변에서 프로 활동을 한다는 것에 반대는 없었나요?

오히려 부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멋있잖아요(웃음). 걱정하는 분들도 있긴 했죠. 분명 실력에 대해서 쓴소리를 들을 텐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런데, 팀 게임이라는 게 제 실력을 발휘하기보단 팀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팀원들과 스크림 외에도 함께 게임을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그럼에도 가수-예능인-프로게이머까지 정말 다양한 일을 취미를 넘어 프로 단계까지 이뤄냈는데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인가요?

그런 면이 있긴 한 것 같아요. 목표를 정하고 이루겠다고 하진 않는데, ‘하고 싶은 건 열심히 해봐야지’라는 생각은 했죠. 즐겁게, 편하게 취미로만 하면서 살 수도 있었지만, 프로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열심히 해보겠다고 생각했어요. 노래보다 게임 연습을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슈퍼스타K에서 올라갈 때 노래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 그 때 간절함과 지금 프로에 도전하는 마음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Q. 다른 게임도 많이 했지만, 배틀그라운드를 하면서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잖아요. 본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임인가요?

이 게임을 통해 대회라는 좋은 경험을 하고 있잖아요. 취미로 하던 다른 게임보다 저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죠. 게임 자체로 좋은 점은 제가 배틀그라운드를 할 때 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거예요. 저는 핵을 만나도 스트레스를 잘 안 받습니다. 시작부터 만나면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후반에 핵을 만나면 오히려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Q. 주변에 게임을 하는 연예인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다른 연예인들이랑도 게임을 많이 했나요?

프로 데뷔 전부터 정말 많이 했죠. 게임하는 걸 밝힐 수 없는 친구들도 많아요. 제가 연습할 때 항상 게임하는 연예인들이 있어요. 요즘 가장 잘나가는 분들이에요. 새벽에 내일 일정이 없냐고 물어보면 있대요. 그러면 반대로 형은 없냐고 반문하죠. 저도 ‘1박 2일’ 하기 전에도 밤새고 나갔거든요. 연예인들이 오히려 밤새우는 것에 단련이 돼 있어서 그런지 2-3시간 자도 멀쩡합니다(웃음).

(김)기열이 형 방송을 보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같이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7번 연속으로 '광탈' 해버렸죠. 배틀그라운드하면서 스트레스 잘 안 받는데, 그 날은 좀 심했어요. 다음날 바로 만회하긴 했지만요(웃음). (김)준호 형도 엄청나게 해요. 이번에 블루홀에 허가받고 ‘얼간 김준호'배 배틀그라운드 듀오 대회’도 열 정도니까요. 형은 평소에 하면 잘하긴 하는데, 무언가 행동이 느려요. 차를 타야 하는 상황인데, 목소리를 깔고 “잠깐만” 하면서 파밍하고 있더라고요. 오더는 잘 따라서 저를 보는 것 같아요(웃음). 한번은 제가 준호 형 때문에 죽어서 저 혼자 답답해했는데, 준호 형이 더 안하겠다고 말하면서 토라졌더라고요. 같이하면 정말 재미있는 형이에요.


Q. 취미에서 프로가 되려면 입단 테스트 같은 과정 역시 필요한데, 어떻게 콩두 팀으로 합류하게 됐나요.

저는 콩두 컴퍼니와 서경종 대표님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입단 테스트를 보라고 제의가 왔죠. 테스트를 보고 합격했고요. 구체적으로 합격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잠재력이 보였나 봐요(웃음).

제가 생각하는 장점은 팀 오더를 잘 듣는다는 거예요. 명령하면 누구보다 잘 따르죠. 잘하는 팀원의 말을 들어야죠. 의견이 갈릴 때가 있는데, 저는 오더가 하라는 대로 합니다. 내가 죽는 건 실력 문제가 아닌 오더의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저 빼고 다른 팀원들이 모두 전사했을 때 팀원이 “형! 이제부터 자율교전”이라고 해요. 그때부터 제가 날아다니죠. 제가 부탁하는 건 단 하나. “AR(돌격소총) 가져와!”죠(웃음).

물론, 프로라고 모든 오더를 다 들을 수는 없죠. 처음 스크림 할 때가 기억납니다. 무기가 나오는 대로 경기하는 걸 익혀야 하는 상황에서 근접용 무기인 우지-펌프 샷건이 나왔어요. 그런데 동료 선수들이 저 멀리 능선에 있는 적들을 상대하라는 거에요. ‘어떻게 싸우라는 건지… 프로는 이걸 가능하게 할 수 있나’라고 생각했고 뭐 역시 안 됐죠. 그때부터 제 갈 길을 찾는 법도 배웠고요. 이제는 오랫동안 합을 맞춰봐서 그런지 의견이 갈리진 않아요.





Q 프로게이머를 본업으로 하는 팀원들도 있는데, 그들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다고 걱정한 적은 없나요.

그래서 팀원들과 대화를 많이 해요. 혹시라도 제가 팀에 도움이 안 되거나 피해가 된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죠. 그러면 프로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남들이 봤을 때는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팀원들이 워낙 착해서 그런지 괜찮다고 해요. 저랑 게임하는 걸 더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Q. 배틀그라운드가 스쿼드로 하는 팀 게임이기에 본인 실력대로만 결과가 나올 수 없어요. 프로 단계의 팀 게임을 해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공개 방은 즐겁게 하면 되는 곳이죠. 찾아가면서 킬 스코어 올리면 되는 게임이라면, 대회나 스크림은 모두 잘하잖아요. 높은 수준의 전략을 짜야 하죠. 대회나 스크림 때는 운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자기장 운이 안 따라주면 약도 소비를 많이 하게 되잖아요.

팀 게임에서 호흡 역시 중요한 요소죠. 우리 팀은 대회 나갈 때마다 감독님이 최고의 조합을 짜기 위해 리빌딩을 하면서 나가잖아요. 새로운 조합을 짜서 나가서 다른 팀에 비해서 호흡을 맞추는 기간이 굉장히 짧았어요. 저와 팀원들 모두 처음에는 고생했지만, 점점 잘 맞더라고요.


Q. 데뷔 전에 팀 킬을 하는 장면도 나왔어요. 당시 상황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나요.

제 잘못이 아니에요(웃음). 제가 수류탄을 던진다고 분명 말했거든요. 팀원이 피했어야 했는데 맞고 죽은 거죠.


Q. 조금이라도 억울했던 게 있으면 여기서 풀어봅시다. 프로게이머 데뷔 전에 아이디를 저격하기도 했는데, 신경 쓰이지 않았나요.

조금 신경 쓰이긴 했죠. 제가 아이디를 4개를 쓰는데, 하필 가장 성적이 안 좋은 아이디가 공개된 거예요. 새 시즌이 시작되고 그 아이디를 열심히 올려보려고 했는데, 그 아이디만 하면 저주가 걸린 것처럼 말리더라고요. 나중에 KDA 10, 딜량 800까지 올려놨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웃음). 팀원들도 “형, 자존심 살려야지”라면서 오히려 신경 써준 적도 있어요. 요새는 콩두 아이디만 관리하고 방송용 아이디로는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Q. 대회에 나가면 계속 순위 경쟁을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나요?

이번에 대회에 출전하게 된 이유가 경험을 쌓기 위해 나간 거예요. 승리하고 싶긴 했지만, 호흡을 맞춰보는 데 중점을 뒀죠. 최대한 부담을 덜고 임했어요. 그래도 빠르게 탈락했을 때 팀원들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말은 다 잘했다고 하는데… 당시 팀원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뭐 우리 팀이 못해서 패배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크게 낙담하진 않았어요. 운이 작용하기도 했잖아요. 아무튼, 대회 자체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Q. 3월 29일에 새로운 노래도 발표한다고 들었습니다. 프로게이머 생활과 가수, 어떻게 병행할지 앞으로의 계획 역시 궁금해요.

이번 노래는 예전에 작업해둔 거예요. 노래는 꾸준히 하면 되는 거죠. 시간 내서 하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노래를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요. 프로게이머 생활은 대회가 잡히면 스케줄대로 잘 소화할 거고요. 대회가 많이 흔들린다는 말도 있던데, 저는 그냥 대회 열심히 준비하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요즘 게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팬들도 제가 얼마나 잘 하는지보다 연습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제 팬 중에는 배틀 그라운드 잘 모르는 분들도 많잖아요. 제가 한다니까 그냥 보는 거죠. 음악이나 방송 때문에 저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는데, 팬들이 마음에 걸리긴 해요. 음악 안 하고 게임만 하고 있으니 속상할텐데, 깨끗한 카카오 배틀그라운드 32,000원을 결제하고 시작하면 저와 함께 성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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