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느긋함이 포인트" 네코아츠메에 이은 '타비카에루'의 개발 철학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16개 |



"이렇게 방치하고 있어도 되나요?"

보통 게임하면 유저가 직접 조작하거나, 혹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히트포인트의 전작 '네코아츠메'나,이번 작품 '타비카에루'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유저가 게임을 켠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개구리에게 도시락과 도구, 부적 등을 주고 클로버를 수확하는 것뿐입니다. 개구리는 집에서 쉬고 있다가 마음이 내키면 여행을 떠나버리죠. 그리고는 돌아와서 자신의 여행사진과 기념품을 유저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 전부인 게임입니다.

'타비카에루'는 이렇게 단순한 게임이지만 특유의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아트와 단순하면서도 여유로운 게임성으로 일부에서는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일본어 버전만 지원되고,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았는데도 중국에서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도 SNS 등을 통해 일부 유저들에게 힐링 게임으로 점차 알려지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타비카에루'의 기획을 담당한 우에무라 마유코 게임 디자이너는 '타비카에루'를 "느긋하게 관찰하고 즐기는 게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벤에서는 우에무라 디자이너와 인터뷰를 통해 타비카에루의 개발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히트포인트 우에무라 마유코 게임 디자이너

윤서호: 시작하기에 앞서 회사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코아츠메'의 개발사라고 한국에 알려져있는데, 그 외에도 다른 게임들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에무라: 저희 히트포인트는 2007년 교토에서 설립된 회사입니다. 당시부터 게임기획 및 개발을 전문으로 하고 있고, 현재 개발 사무소는 나고야와 교토 두 곳에 있죠.

사내에서는 여러 개발 팀으로 나뉘어있고, 팀별로 각각 나뉘어서 게임 개발, 운영, 관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팀에서 만든 작품은 '킬러팬더', '모그러쉬', '네코아츠메', '펌프킨 잭', '타비카에루'가 있습니다.



윤서호: 방치형 게임도 강화나 유저의 출석을 유도하는 요소들이 들어간 게임들이 많은데, '네코아츠메'도 그렇고 '타비카에루'도 그렇고 유저에게 어떤 걸 하라고 강제하지 않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특별한 개발 철학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에무라: '타비카에루'는 다른 사람과 경쟁이나 비교 없이, 유저의 페이스대로 느긋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부터 사생활에서까지 바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타비카에루'를 플레이하고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윤서호: 네코아츠메의 고양이처럼 다른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개구리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에무라: '타비카에루'라서 개구리(かえる, 일본어로 카에루)를 주인공으로 한 것도 있죠. 일본에서 개구리는 무사히 돌아오다(無事かえる)라는 말처럼 여행의 길조를 비는 동물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에 채용했습니다.

고양이도 후보에 있었지만, 아마도 여행을 떠나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피하고 말았습니다(웃음).







▲ 그래도 여행 중에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윤서호: 전작 네코아츠메는 개발 인력이 2명이라고 들었습니다. '타비카에루'의 개발 인력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우에무라: 현재 팀의 전체 인원은 6명이고, '타비카에루'의 개발에는 저를 포함해서 4명 정도 참여했습니다.


윤서호: 개발 기간과 개발비용은 어느 정도 들어갔습니까?

우에무라: 2017년 봄 무렵에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고, 출시까지 대략 10개월 정도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개발비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윤서호: 타비카에루 개발을 시작했을 때 특별히 중시했던 요소나 철학, 컨셉 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우에무라: 전작 '네코아츠메'는 심플한 게임성과 귀여운 고양이의 특징을 잡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아닌 다른 기획자가 발안했고, 그 분이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기 때문에 '네코아츠메'가 완성됐죠.

이번에는 제가 기획해서 만들게 됐는데, 제 취미가 여행이라서 이를 테마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설정이나 세계관도 그렇지만 리얼리티, 즉 현실에 있는 것을 소재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 자신의 취미인 여행과 그 정서를 게임 속에 담고자 했다고...


윤서호: 타비카에루의 배경은 물론 대체적으로 일본의 명소입니다만, 그것을 완전히 리얼하게 그려낸 것은 아니잖습니까? 또 '네코아츠메'의 방은 확실히 현실에 있는 것을 많이 반영했지만, '타비카에루'의 마당이나 방은 현실보다는 동화에 있을 법한 분위기인데, 이 '리얼리티'라는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에무라: '타비카에루'의 세계는 현실세계를 모델로 했지만, 캐릭터에 대해서 말하자면 말씀하신대로 그림책 속 캐릭터의 느낌에 가깝습니다. 게임 속 작은 동물들은 자신이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고, 마치 인간처럼 생활하고 있는 등 마치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있지만, 무대는 현실세계라는 갭을 갖고 있죠.

유저가 개구리를 통해 동화 속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현실에 게임 속 개구리들 같은 주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현실과 판타지가 이어지는 감각을 느꼈으면 하는 생각에서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윤서호: 전작 '네코아츠메'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특유의 동글동글하면서 귀여운 아트 스타일이 눈에 띕니다. 캐릭터 디자인 자체는 단순하지만, 감정 표현이나 움직임 등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특별한 디자인 철학이 있을까요?

우에무라: 무대를 현실세계로 설정했기 때문에 캐릭터의 움직임도 실제의 개구리를 참고했습니다. 또, 디자이너에게는 "이렇게 움직이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만 전했는데, 디자이너가 그렇게 해서 그려낸 도안이 꽤 잘 나오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윤서호: 개구리가 집에 들어와있으면 창문에 불이 켜지는 등 소소하면서도 세심한 연출도 눈에 띕니다. 이렇듯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잘 캐치해내시는 것 같은데, 어떤 비결이라도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우에무라: 이 부분도 현실을 의식한 연출입니다. 또, 유저들이 게임에서 마당과 방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즐길 수 있도록 약간의 소소한 장치를 끼워 싶다고 생각해서 이런 연출을 추가했습니다.



▲ 유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은 방 안과 마당으로 한정되어있습니다


윤서호: 개구리의 도시락을 보면 대체로 빵 종류에 국한되어있는 느낌입니다. 도구도 수건, 그릇, 램프, 텐트만 있고요. 일부러 이렇게 기획하신 건가요? 아니면 이후에 다른 종류의 도시락이나 수건, 텐트 등의 아이템이 추가되나요?

우에무라: 도시락은 다른 종류의 것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개구리들이 굉장히 작은 편인데 쌀이나 밥 종류는 개구리들의 크기에 비해서 사이즈가 너무 커져버렸거든요.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그 대신에, 그들의 사이즈에 맞는 빵 종류를 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도시락과 도구 모두 종류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 이후 도시락과 도구가 더 추가될 예정입니다


윤서호: 타비카에루가 중국 등 해외에서 큰 반응을 보였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리라고 예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에무라: 앱 자체도 일본어밖에 대응하지 않는데 해외에서 많은 유저들이 즐겨주시는 것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국경을 넘어서 많은 유저가 즐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윤서호: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식 출시가 되지 않은 곳에서도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정식출시할 계획이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에무라: 중국과 한국 유저를 비롯해서 많은 해외의 유저들이 즐겨주시고 계신데, 해외 로컬라이징 대응도 현재 시점에서는 일단 계획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윤서호: 배경이 현재는 일본으로 한정되어있는데, 다른 지역도 추가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우에무라: 개구리들이 지금은 일본 국내를 여행 중인데, 일단 이후의 업데이트로 일본의 모든 지역을 여행하게 될 예정입니다. 개구리들이 해외 쪽도 여행할 수 있게끔 해주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는 일본 일부 지역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윤서호: '네코아츠메'는 팝업 스토어 등을 통해서 굿즈 판매도 이루어졌습니다. '타비카에루'도 관련 굿즈 제작이나 판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에무라: 이것도 시기는 미정입니다. 그렇지만 게임 이외 사업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 있고, 응원해주시는 유저 분들을 위해 가능한 부분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윤서호: 유저에게 받은 피드백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또 실제로 게임에 반영된 의견도 있나요?

우에무라: 중국, 한국 유저부터 해서 대체로 저희 게임 유저 분들이 해외 분들입니다. 그러다보니 로컬라이징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부분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에 있습니다.


윤서호: 연동기능이 없는데, 이런 기능을 추가하실 계획이 있는지요?

우에무라: '타비카에루'가 여유롭게 노는 캐주얼 게임으로 분류되는 게임이라서 그 부분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후의 상황에 따라 업데이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윤서호: 앞으로의 '타비카에루'의 청사진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우에무라: 이후의 '타비카에루'의 전개는 일단 여행의 목적지로 일본 전체 지역을 포함하는 것을 계획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도구, 사진 같은 것을 추가해나가고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게임 이외에도 굿즈 판매 등도 물론 염두해두고 있습니다.


윤서호: '타비카에루'를 즐기고 있는 유저 여러분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에무라: 유저 여러분들이 '타비카에루'를 즐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기까지 많은 반향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했고, 또 미흡한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후 '타비카에루'에서는 여행의 목적지나 사진, 도구 추가 등 게임의 볼륨을 늘려나가고자 계획하고 있기에 오래도록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해외 현지화의 노력도 검토 중에 있습니다. 모든 유저 분들이 즐기실 수 있도록 이후에도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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