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버히트, 정말 수집할 '맛' 나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86개 |


'히트'를 개발하며 모바일 액션 RPG 명가로 자리 잡은 넷게임즈의 신작 '오버히트'가 26일 리미티드 테스트를 시작한다.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지막 담금질인 셈이다.

전작이 보여준 그래픽과 연출이 워낙 뛰어났기에 신작은 그 이상의 시각적 만족도를 주는 액션 RPG가 아닐까 예상했다. 한데, 그들은 수집형 RPG라는 다소 의외의 장르를 선택했다. 실시간 액션 연출 노하우를 내려놓고, 넷게임즈 특유의 화려한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수집'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

2년 만의 넷게임즈 신작, 그리고 넥슨의 올 하반기 모바일게임 라인업의 핵심이지만, 안정보단 모험을 선택한 '오버히트'. 개발팀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강남에 위치한 넷게임즈 본사를 방문했다.




▲ 좌부터 오버히트 김의현 디렉터, 이세형 매니저, 구석 AD






히트가 출시된지 약 2년 만의 신작인 만큼, 개발자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김의현 디렉터(이하 김의현) - 히트 만들때 고생을 많이 했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줘서 고마운 마음 뿐이다. 이번에 다시 새롭게 오버히트를 선보일 수 있게 됐고, 개인적으로도 기대감 많이 된다.


전작이 2016년 게임 대상을 수상한 만큼, 후속작을 만드는 데 부담도 컸을텐데.

김의현 - 부담감보다는... 좀 더 재밌게 만들었던 것 같다. 히트는 뭐든 다 처음해보는 거라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오버히트 만들 땐 여러가지 겪은 과정이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

구석 AD(이하 구석) - 난 군대를 두번 간 느낌이었는데(웃음). 요즘은 꼭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모바일 게임은 PC 게임과 비교해 개발 시간이 짧은 편이다. 히트가 2년 정도 걸렸고, 이번에도 그정도 걸렸는데,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고비를 2년 안에 몰아서 겪었다는 게... 쉽지 않았다.


오버히트는 '히트를 넘자'는 의미로 지은, 일종의 프로젝트 명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이 이름이 그대로 최종 확정됐다.

김의현 - 처음에는 그냥 '히트 다음 작품이니 더 좋은 결과 얻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지었는데, 계속 부르다보니 정감있고 괜찮아 보이더라. 물론, 그냥 애정있다고 막 지은 이름은 아니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인 '오버히트' 스킬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하다.


게임명만 보면 히트의 후속작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 게임플레이 장면을 보면 전작과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김의현 - 히트와는 완전히 분리된 작품이라 보면 된다. 전작의 몇몇 몬스터가 이번 작품에도 들어가 있긴 한데, 그 점 말고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



▲ 전작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한 '오버히트'


전작은 한 캐릭터를 쭉 육성하는 액션 MORPG였지만, 오버히트는 영웅 수집 시스템에 기반을 뒀다. 전작과 개발 방향을 다르게 둔 이유가 무엇인가?

구석 - 제작년부터 AOS나 멀티히어로 베이스의 게임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 게임들을 보니 욕심이 나더라. 일반적인 RPG는 세팅된 몇몇 영웅의 장비만 바뀌는 수준인데, 수집형 RPG는 다양한 영웅을 선보일 수 있으니까. 우리도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히트 수준의 캐릭터를 100개 이상 디자인해야 되는데... AD에겐 훨씬 힘든 작업 아닌가.

구석 - '지겨운 거 또 할래', '힘들지만 새로운 거 해볼래' 중에서 선택하는 셈이었다. 그래도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어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결과적으로는 만족한다. 작업 자체가 재밌었다.

넷게임즈에는 테라 그래픽 만들다 오신 분들도 많다. 이분들도 오버히트 만들면서 '이렇게 일이 많을지 몰랐다'라고 하더라. 나름대로 이쪽에선 잔뼈가 굵은 사람들인데, 퀄리티 올리려다보니 작업이 쉽지 않았다.

김의현 - 개발자 입장에서 액션 MORPG는 캐릭터를 만드는 폭이 좁은 장르다. 오버히트는 디자인할 수 있는 폭이 워낙 넓다 보니, 힘든 만큼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히트는 처음 출시됐을 당시 정상급 그래픽과 연출을 가진 모바일 게임이었다. 약 2년이 흐른 지금 봐도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준다. 덕분에 후속작인 오버히트의 그래픽에 대한 기대도 큰 편인데.

구석 - 정말 그 부분은 기대해도 좋다. 내부적으로 봤을 때도 그렇고, 넥슨에 처음 보여줬을때도 그렇고 가장 좋게 평가받았던 게 캐릭터 스킬과 연출이었다. 우리도 이 부분에 가장 신경썼다.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김의현 - 시장에 나온 모바일 RPG들을 보면,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5개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린 그 최고 수준의 캐릭터를 수십 개 이상 만들고 있다. 그래픽 팀에서 힘들다고 한 게 당연하다. 이렇게 나온 결과물인 만큼, 자부심도 크다. 유저들도 오버히트의 캐릭터 수준에 만족하리라 생각한다.

구석 - 얼마 전에 만든 캐릭터들 체크해보는데, 하나하나 볼 때마다 이거 만들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생각나더라. 뭔가 짠했다(웃음).






▲ "그래픽과 연출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영웅 수집형 RPG 시장을 포화 상태라고 보는 시선도 많다. 이런 가운데 신작으로 수집형 RPG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김의현 - 캐릭터 수집형 RPG가 포화 시장인 건 맞지만, 그만큼 꾸준히 사랑받는 장르인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수집형 RPG를 좋아하는 유저이기도 하고, 나같은 유저에게 오버히트가 최고의 선택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다.

또, 히트를 만들 땐 '모바일에서 이런 그래픽의 캐릭터를 갖고 놀아보자'라는 생각이었고, 오버히트는 '히트 수준의 캐릭터를 많이 모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수집형 RPG를 보면 귀여운 3D 그래픽도 있고 2D 도트 그래픽도 있지 않나. 히트급 퀄리티를 가진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게 만든다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다.


수집형 RPG의 기본 요건은, 유저로 하여금 수집욕을 갖게 만드는 데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살렸나.

김의현 - '결투장에서 이기려면 이런 캐릭터, 모험 다 돌려면 이 캐릭터가 필요해'같은 성능적 접근은 좋지 않다고 봤다. 스킬이 마음에 든다, 캐릭터가 예쁘다 이런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유저에게 '생동감'을 전달하고자 했다. 스토리텔링도 신경 썼고, 대화 연출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대화 연출은 기존 모바일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시네마틱 연출을 통해 극적인 요소를 강화했다. '이 캐릭터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또, 그냥 스쳐지나가는 캐릭터가 아닌, 뒷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강화했다. 예를 들어 A와 B가 어떤 관계인지 보여주는 여러가지 장치들을 넣었다.






▲ 몰입도 높은 시나리오를 통해 정말 '갖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모바일 RPG의 시나리오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유저들도 많다. 세세한 이유는 다르지만, 유저를 확 잡아 끄는 서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즉, 스토리의 완성도도 그렇지만, 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중요한 관건인데.

김의현 - 대사나 연출을 스킵하는 분들이라도 간단하게나마 스토리를 알 수 있도록, 별도의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다. 또, 게임 내 도감에서 캐릭터 설정이나 스토리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 당장 스토리를 읽어야 한다는 강요보다는 이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의 전반적인 콘셉트가 궁금하다.

김의현 - 그랑버스 대륙을 중심으로 검과 마법의 왕국, 숲 부족 연합, 그리고 기계 공화국이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크리스탈'이라는 새로운 존재가 나타났고, 각국에선 이걸 먼저 차지하기 위해 원정대를 파견했다. 마침내 최후의 원정대가 크리스탈까지 도달했지만, 의문의 사건으로 크리스탈은 파괴된다. 이후 세상은 여러 재앙을 맞이하고, 4가지 빛의 조각을 받은 주인공들이 검은 안개에 휩싸인 세계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게임 내 등장하는 영웅이 약 120여 종이다. 이중 시나리오 진행으로 얻을 수 있는 영웅은 몇 종인가.

김의현 - 구체적으로 몇 종을 획득한다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콘텐츠를 즐기는 데 큰 불편함이 없도록 충분히 제공할 계획이다.

이세형 매니저(이하 이세형) - '모험으로 얻는 영웅으론 플레이가 불편하니 다른걸 얻어야 해' 같은 문제는 없을 거다. 그보다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시나리오 획득 캐릭터 외에도 많다고 보는 게 좋다.








전열, 중열, 후열로 구성된 대열 시스템이 눈에 띈다.

김의현 - 각 영웅은 자신에게 맞는 대열이 있다. 여기에 맞게 배치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다른 영웅과 특정 대열을 이룰 경우 추가적으로 얻는 효과도 있다.


그렇다면 대열로 얻는 효과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 물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중간 성능의 캐릭터를 대열에 맞춘 조합이, 뛰어난 성능의 캐릭터를 대열에 안 맞춘 조합보다 강할 수 있나.

김의현 - 중간 성능의 캐릭터들로 대열 맞춘 조합이 더 선택할 가치가 높도록 디자인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뛰어난 영웅들이 대열을 맞춘 조합이다.


영웅 수집형 RPG는 출시 후 시간이 지나면 실제 활용되는 영웅, 그냥 수집용 영웅으로 나뉘지 않나. 게임사마다 나름의 해결법을 제시했지만, 막상 출시된 게임을 보면 그런 거 없이 그냥 센 캐릭터가 어디서나 제일 좋았다. 개발팀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을텐데.

김의현 - 수집형 RPG에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 요소가 '수집', '육성, '조합'이다. 우리는 여기에 '전략'까지 더해 총 4가지 키워드를 갖고 오버히트를 만들었다.

일단, 캐릭터 획득 루트가 단일화되는 걸 피하고, 더 다양한 형태로 수집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즉, 무과금이라도 얼마든지 강한 영웅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무조건 강한 영웅만 갖는게 우선이 아닌,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 이끌려 육성하더라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게임을 디자인했다.

무엇보다도, 최대한 다양한 조합이 나오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냥 센 캐릭터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열에 맞춰 최적화된 전략을 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또, 추가적 육성을 통해 나오는 캐릭터의 고유 효과 및 버프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상호 관계가 있는 캐릭터를 함께 배치하면 강력한 효과의 오버히트 스킬도 사용 가능하고, 특정 적을 먼저 제거하는 일점사 시스템도 구현했다. 그 상황에 맞춘 전략을 사용하는 재미를 제공하고자 했고, 이것이 오버히트만의 특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주류 캐릭터로도 모든 PvE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건가.

김의현 - 대세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조합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캐릭터 수집뿐만이 아닌, 색다른 조합을 찾는 것도 오버히트의 재미 중 하나다.


오토 시스템이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수동 전투와 비교해 효율이 어느 정도인가.

김의현 - 오토는 편의적인 요소다. 직접 조작하는 게 더 재미있고, 좋은 결과를 얻도록 디자인했다. 유저의 전략적 선택에 더 큰 가치를 뒀다고 보면 된다.


넷게임즈는 그래픽과 연출력에 강점이 있는 회사다. 이런 장점을 살려 PC나 콘솔 게임을 만들어볼 생각은 없나.

이세형 - 그 생각을 아예 배제하진 않았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많은 유저들이 원한다면 진지하게 고려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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