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픽셀핌스 최명균 이사 "곧 열릴 VR 콘텐츠 시장의 선두에 서고 싶다"

인터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2개 |


▲ 픽셀핌스 최명균 이사

최근 샤오미, 오큘러스, HTC, 삼성 등 많은 기업이 선과 휴대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스탠드얼론' HMD를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기계는 더욱 가벼워졌고, 게임을 즐기는 중 선에 걸려 넘어질 걱정도 없어졌다. 그야말로 온전히 VR에 몰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VR 콘텐츠는 어떤가? VR 체험을 위한 신체적 불편함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좋은 기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스팀 상점만 둘러봐도 매번 비슷한 형태의 VR 게임이 페이지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다. 지금은 VR을 사랑하는 코어 유저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양질의 VR 콘텐츠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

이때, VR 콘텐츠 개발사 '픽셀핌스'가 어떤 VR HMD에서도 원활히 구동되는 VR 게임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을 공개했다. 대전 격투 게임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사실적인 검투 액션을 VR에 담은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은 세계 최초로 멀티 플랫폼 네트워크 대전 플레이가 가능한 VR 게임이기도 하다. 출시 버전부터 기어 VR, 데이드림, 오큘러스 고, 샤오미 스탠드얼론, 피코 등 4종의 HMD를 동시에 지원한다.

높은 사양의 최신 HMD를 활용하여 실사와 같은 비주얼 개발에 전념하는 대다수의 지향점과 다르게 그들이 멀티 플랫폼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저들이 VR 게임을 불편하고, 단순하고, 즐길 것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를 항상 염두에 두며 개발한다는 픽셀핌스 최명균 이사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VR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박광석 기자(이하 박광석) - 지난 인터뷰 이후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픽셀핌스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 개발 중이던 VR 게임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의 진척상황도 궁금하다.

최명균 이사(이하 최명균) - 지난 3개월간 오직 개발에만 매진했고, 첫 작품인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의 런칭 준비는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삼성 기어 VR과 구글 데이드림은 스토어 검수를 진행 중이고, 중국 하드웨어 개발사인 피코와 샤오미의 스탠드얼론 HMD에도 포팅을 진행하여 기기 출시 시기에 맞춰 곧바로 게임을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다.

박광석 - 그렇다면 피코와 샤오미의 스탠드얼론 HMD, 그리고 기어 VR과 데이드림까지 총 4종의 HMD에서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인가?

최명균 - 4종의 HMD는 물론 현재 PS VR의 R&D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 나올 대부분의 스탠드얼론 HMD는 전부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모든 기기에서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 간에 실시간 네트워크 대전 플레이도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지원하는 VR 게임은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이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다.



▲ 이미 기어 VR, 데이드림, 피코, 샤오미에서 런칭 준비를 마친 '라이즈 오브 더 폴른'

박광석 - 서로 다른 VR 플랫폼 간의 실시간 대전 플레이는 어떤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최명균 -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을 위한 독자의 서버와 DB를 구축했기 때문에 하드웨어 개발사가 로그인 인증만 잘 지원하면 멀티플레이를 사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장 특성상 별도의 서버를 마련해야하는 중국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의 유저들이 각기 다른 HMD로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이미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마쳤다.

박광석 - 지난 GDC에 참가하여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의 시연 행사를 진행했다고 들었는데, 해외 유저들의 반응은 어땠나?

최명균 - GDC에 기어 VR, 데이드림, 피코, 샤오미까지 현재 포팅 작업을 마친 네 개의 기기 전부를 가져가서 멀티플레이 시연을 진행했고, 각각의 기기가 가진 불편점이나 개선점을 체크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플랫폼간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고, 그중에서도 '코어가 살아있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들었을 때 가장 기뻤다. 우리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유저들을 만나고 정말 많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행사였다.




박광석 - 국내 유저들의 반응도 기대된다.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은 언제 정식으로 출시되나?

최명균 - 늦어도 5월 중에는 스토어를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출시 가격은 5.99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박광석 - 5월이면 정말 금방인데, 출시 버전에 포함되는 콘텐츠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최명균 - 싱글 플레이와 에피소드, 멀티 플레이, 연습모드 등 전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포함된다. 또한, '라이즈 오브 더 폴른'에는 기존의 VR 게임과는 다르게 로그나 유저 동접 수치, 행동패턴 등 이벤트값을 데이터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다. 세계 최초의 플랫폼 간 네트워크 게임이다보니 처음에는 소프트런칭 형식으로 진행하며 잘못된 점은 없는지, 서버의 문제는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한 후 바로 1차 업데이트를 추가할 예정이다. 기껏 열심히 키워놨더니 장비가 없어지거나 초기화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다. 1차 업데이트에는 상점, 팩토리, 장비 강화와 모바일 컴패니언 앱 등이 포함된다.

박광석 - '컴패니언 앱'은 정확히 어떤 것인가?

최명균 -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의 1차 업데이트와 함께 공개되는 무료 어플리케이션으로, HMD로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때도 언제든 자신의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추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신의 HMD를 보유하고 있는 유저라면 로그인과 동시에 자신의 캐릭터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HMD가 없어도 어플로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를 확인하고, 상점, 제련, 커뮤니티, 업적 등 여러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은 궁극적으로 'VR e스포츠 진출'까지 준비하고 있는데, 컴패니언 앱에는 이를 보조하는 관전 기능도 제공한다. 현재는 다른 유저들의 전투 상황과 경기의 디테일한 정보가 매니지먼트 게임 형태로 간략하게 표시되는데, 향후에는 실시간 경기 영상이 그대로 송출되어 친구를 응원하거나,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등의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의 모바일 컴패니언 앱

박광석 - 모바일 앱을 함께 사용하는 것보다 HMD로 모두 하는 편이 더 편하지 않나?

최명균 - 컴패니언 앱은 HMD가 자체적으로 지원할 수 없는 여러 세부 기능들을 추가하기 위해 만들었다. 대부분의 개발자가 HMD에 국한되어 한정된 기능만 넣으려 할 때, 더 다양한 기능을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항상 HMD를 쓰고 있을 수는 없으니, 언제든 자유롭게 캐릭터를 관리할 수 있으면 더 편하지 않나?

이는 항상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 왜 VR 게임을 불편하다고 느끼는지, 혹은 단순하고 즐길 게 없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게임을 구매하는 유저들은 자신이 좋은 콘텐츠라고 판단한 작품에는 기꺼이 5만 원, 6만 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한다. VR 기기들은 기존의 HMD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점차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기 사양에 맞춰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을만한 콘텐츠가 한국에서도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생스럽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는 방향으로 더욱 나아가려는 것이다.





박광석 - 주제를 바꿔서, 이번엔 차기작 이야기를 해보자. 픽셀핌스가 준비 중인 차기작은 가장 낮은 스펙으로 시작한 '라이즈 오브 더 폴른'과는 반대로, 하이엔드 급에서 내려가며 VR의 양극화를 줄이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최명균 -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 중인 차기작의 타이틀은 '더 패쳐'로 결정됐다. 현재 프로토타입이 완성된 상태다. '더 패쳐'의 가장 큰 특징은 6DoF를 사용하는 기존의 게임들과 달리 더욱 사실적인 무기 표현들이 더해진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점이다.

박광석 - 사실적인 표현이라면, 무기 그래픽이 실사처럼 만들어진 것인가?

최명균 - 실제 무기가 가지는 여러 특징들을 VR 게임 속에 반영했다. '더 패쳐'에서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칼에는 가속도와 등속도의 차이를 연산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칼을 대기만 하면 썰려나가는 기존의 VR 게임과는 다른 정교한 칼싸움을 볼 수 있다.

또한, 화살도 활시위를 오래 당기면 당길수록 파워와 직선성이 강해지고 중력값이 적용되어 보다 사실적인 궤도를 가진다. 물론 총에도 탄도학이 적용되어 있다. VR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레이저 포인트' 총 대신,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탄착군이 벌어지는 진짜 같은 총이 이미 '더 패쳐'의 프로토 버전에 전부 적용된 상태다.





박광석 - 무기 표현 외에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최명균 - '더 패쳐'는 서바이벌 장르의 게임이기 때문에 싱글 플레이를 진행할 때 언제든 다른 유저가 난입할 수 있는 형태로 멀티 플레이를 지원한다. 또한, 기존의 VR 게임에 등장하는 단순한 AI 대신, 여러 상황에 반응하는 똑똑한 AI를 추가했다. 순찰을 돌고, 유저가 어디있는지 찾아다니고, 총소리에 반응하여 몰려드는 식이다.

박광석 - '라이즈 오브 더 폴른'과 '더 패쳐' 모두 정말 기대가 되는 VR 타이틀인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홍보해나갈 예정인가?

최명균 - 일단은 개발에만 집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VR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뭐라도 더 가시적인 것을 구축하고 성과를 보일 생각이다.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을 개발할 때는 실제로 경기문화창조허브에 있는 뇌파 측정기를 가져다 게임 테스트를 진행한 적도 있다. 뇌파측정을 통해 어떤 부분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어떤 부분에서 어지러움을 느끼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과학적인 방법들을 콘텐츠 개발에 활용한 후, 그동안 쌓았던 지식과 경험을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게임을 알릴 생각이다.

중국 쪽은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있는 피코와 샤오미를 통해 프로모션을 진행할 생각이다. 특히 '피코'는 자체적으로 VR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이쪽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마침 '라이즈 오브 더 폴른'도 e스포츠에 적합한 게임이니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 전신을 사용해야하는 '라이즈 오브 더 폴른', 보는 재미도 있다

박광석 - 열심히 준비한 만큼, 첫 작품인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의 출시를 통해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는 목표가 있을 것 같다.

최명균 -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기대를 안고 공개한 게임이 모두 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없는 법이다. 대형 게임사에서 진행하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마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VR에 관심이 있는 유저들은 정말로 게임을 좋아하는 코어 유저이기 때문에, 단순한 게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텐션이나 DAU 등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분석한 후, 큰 사업적 매출이 없더라도 조금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 방향을 향해 계속 나아갈 생각이다.

큰 매출과 영업이익을 생각했다면, 차라리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것이 낫다. 지금 VR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앞으로 더 개선된 VR 하드웨어가 등장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해외 스튜디오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진 좋은 콘텐츠를 먼저 갖추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광석 - 마무리할 시간이 됐다. 앞으로의 국내 VR 시장에 대한 전망, 꿈꾸고 있는 비전이 있다면?

최명균 - 항상 '내가 유저라면 어떤 VR 게임이 하고 싶고, 갖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놓지 않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첫 번째 작품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은 출시한 이후에도 어떤 부분을 더 보강하고 개선해야 할지 끊임없는 유저와의 소통을 통해 알아가려 한다.

픽셀핌스는 VR 시장이 곧 열릴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그 시장이 크게 열렸을 때, 가능하면 한국의 콘텐츠 개발사가 정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나아가 픽셀핌스가 그런 준비된 게임 스튜디오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를 계속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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