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를 만드는 개발사 '레이아크', 부사장 제리 장을 만나다

인터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7개 |
지스타로 출장 가는 길, 휴게소에 들러 심심풀이로 운세를 봤다. 재물운, 연애운 모든 것이 꽝인데 인연운은 좋다고 한다. 남쪽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날 수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는 기분 좋은 한 마디가 와닿았다. 부산 도착 이후에도 과연 어떤 귀인을 만날 수 있을지 자뭇 기대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15일 목요일, 지스타 개막 첫날, 정말로 반가운 얼굴을 마주쳤다. 지스타 참가 업체도 아니고, 미리 귀띔을 들은 것도 아닌데 참 공교로운 만남이 성사됐다. 4개월 전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던 레이아크 부사장 ‘제리 장’이다.


'문화'를 키우는 레이아크



▲ 레이아크 부사장 제리 장(Jerry Chang)

특유의 선한 인상은 그대로였다. 그는 의외의 만남에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서울 국제 도서전 이후 오랜만에 본다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이런저런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어제 급하게 입국했는데 내일 바로 다시 출국해야 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사실 지스타에 처음 와봤어요.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처음 방문했는데, 하필 일정상 내일 바로 출국을 해야 하네요. 부산이란 도시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래도 잠깐이나마 부산 해변가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인 거 같아요.”

오늘 하루, 그의 스케쥴은 미팅의 연속이었다. 환한 미소 속에 피곤함이 묻어나왔다. 이 자리에서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서비스 중인 게임의 실적 등을 다짜고짜 묻자니 참 정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알맹이 없는 수다만 떨자니 서로의 시간만 낭비하는 거 같았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

결과적으로 참 뻔한 질문을 건넸다. 연말이라면 으레 다 바쁠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밸런스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중 무의식적으로 툭 던져진 한 마디다.

별 뜻 없이 건네 질문에 제리 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동의를 표했다. 최근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회사도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정신이 없고, 12월 15일에는 중요 행사인 ‘레이아크 콘서트’가 기다리고 있다.

올해 레이아크 콘서트는 유독 특별할 것이라 한다. 사이터스 대회를 열 계획이기도 하고, 레이아크의 각종 콘텐츠를 활용한 굿즈와 음식 등을 팬들과 같이 즐길 생각이다. 이렇게 팬들과 같이 어우러진 환경 속에서 보다 편하고 친숙하게 레이아크의 2019년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저는 단순히 게임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싶지 않아요. 처음엔 게임 하나로 시작했을지라도 IP가 성장해가면서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디모가 자라왔고, 사이터스가 커왔습니다.”


자국 게임 산업의 부흥을 꿈꾼 6인




돌이켜보면, 레이아크라는 단어를 참 자주 들은 한 해였다. 중국 시장이 막힌 뒤로 대만 시장을 공략하려는 개발사가 늘어났고, 이에 관한 강연 역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자리에서 항상 언급되는 게임사가 ‘레이아크’였다. 대만의 대표적인 게임사이기도 하고, 유독 빠르게 그리고 독특하게 성장해온 덕이기도 하다.

레이아크는 올해로 7살을 맞이했다. 지난 2011년 처음으로 문을 연 곳이다. 게임 산업의 역사가 길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레이아크는 분명 어린 편이다. 그런데, 직원 수가 200명을 넘는다고 한다. 7년이란 시간 동안 정말 급격하게 발전했다는 증거다.

“7년 전 처음 레이아크 문을 열 때, 딱 6명이 있었어요. 그중 한 명이 저였죠(웃음). 당시 대만 게임 산업은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유행했던 게임은 대부분 해외 게임이었죠. 이에 대한 반감은 아니지만, 대만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우리가 마련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6명이 바로 이루기엔 다소 큰 꿈 아닐까?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게 먼저였죠. 적어도 도박을 만들기는 싫었습니다. 좋은 게임을 만들면 좋은 문화가 생길 것이고, 그러면 좋은 인재가 따라올 것이라 믿었어요. 레이아크가 성장해오면서 다양한 인재가 이곳을 거쳐 갔고, 그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저희에겐 정말 기쁜 일이에요.”


한국 팬 여러분들, 내년에 꼭 뵈요!




참 특이한 건, 레이아크가 한국에 보내오는 관심이 유별나다는 점이다. 리듬 게임이 큰 강세를 보이는 시장도 아니거니와 별도의 현지화 과정을 매번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을 터인데, 왜 이런 애정을 보이는 걸까?

“한국 팬분들, 참 특별하죠. 정말 열성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동시에 저희에게 많은 영감과 피드백을 주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한국 게임 산업은 항상 강세를 보여왔기에 그 어느 곳보다도 높은 기준점을 지니고 있다 생각합니다. 좋은 게임으로 진솔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레이아크의 진지한 애정을 느낀 건 사이터스2의 등장부터였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번역, 상호 간의 문화 차이를 반영한 현지화가 인상 깊었다. 사이터스2의 독특한 세계관과 텍스트를 한글로 녹여낸 것 부터 남다른 정성이 느껴졌다.



▲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사이터스2'의 현지화

“(정)지민 씨 기억하시나요? 그 친구 덕에 번역 퀄리티가 월등히 좋아졌어요. 단순히 뜻만을 옮기는 게 상황과 맥락, 그리고 문화를 이해해서 맞춰 옮길 수 있게 됐죠. 현재는 타이베이에만 3명의 한국인 직원이 있습니다. 모두 번역을 맡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한국 서비스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죠. 앞으로 나올 모든 레이아크 작품은 당연히 한국 현지화가 진행될 겁니다.”

그런데, 아쉽다. 게임은 와 닿지만, 참 만나기 힘들다. 레이아크 콘서트에 직접 가서 음악도 즐기고, 개발자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픈 팬이 한국에도 많을 텐데,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투정일까.

“사실, 올해 홍대 등에서 콜라보 카페를 진행할 계획이었어요. 아쉽게도 예약이 다 차 진행할 수가 없었지만, 내년에는 꼭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스도리카 팬분들이 애정어린 마음으로 찾던 창옌 PD, 앞으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와 인터뷰 등으로 인사드리도록 할게요.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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