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화 논란④] 앤서니 빈 교수 "게임 장애 등재, 수많은 오진 사례 만들어낼 것"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33개 |


▲ 앤서니 빈(Anthony M. Bean) 교수

WHO가 28년 만에 개정하는 국제 질병 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 ICD-11이 최종 승인을 약 두 달 남짓 남겨놓은 가운데, 초안에 등장하는 '게임 장애' 항목에 대한 찬반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

인벤에서는 가디언, 폴리곤 등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ICD-11에 대한 입장을 밝힌 미국 임상심리학자, 앤서니 빈(Anthony M. Bean) 교수와의 연락을 통해 이번 이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앤서니 빈 교수는 텍사스 주 임상심리학자이자 프레이밍햄 주립 대학교의 부교수로, 비디오게임과 청소년, 가상 세계 분야의 전문가로, 비디오 게임이 개인과 가정에 미치는 효과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의 임상적 관심 분야는 치료 도구로서의 비디오게임, 놀이 치료 및 성격 연구로, 정신 병리학, 비디오게임, 청소년과 게임 등 다양한 주제의 논문을 출판했다. 앤서니 빈 교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타일을 관찰하는 것으로 환자의 성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으며, 해당 논문을 통해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Big 5 성격 모델을 활용해 게이머의 성별, 주로 플레이하는 콘텐츠는 물론 선택한 종족이나 직업 등에서도 개인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디오게임과 폭력성에 관한 연구 또한 진행했다. 앤서니 빈 교수는 남,여로 구성된 피험자들에게 '헤일로', '모탈컴뱃' 등과 같은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게 한 뒤 플레이 전후로 공격성을 알아보는 검사를 진행했다. '비디오 게임과 인지 능력: 비디오게임 공격성의 예측 변수'라는 이름의 논문에서는 공격성의 변화는 비디오게임의 종류나 플레이 여부보다 개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공격성 점수가 예측 변수로서 작동한다고 밝혔으며, 서로 다른 성별의 피험자들에게서 일관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즐긴 남성이 여성보다 공격성이 높아진다는 기존의 연구를 반박하는 사례가 된 것이다.

현재 앤서니 빈 교수는 지역 대학에서 심리학과 비디오게임, 생활 경험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고 있으며, 라디오 쇼 및 팟캐스트, 컨퍼런스 등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비디오 게임과 심리학, 게이머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섣부른 '게임 장애' 등재, 수많은 오진 사례를 만들어낼 것
"빈약한 진단 사항은 기존 여가생활 또한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는 토대를 열어줄 것이다"




ICD-11 초안 상 '게임 장애' 등재와 관련해, 한국은 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 쪽의 반응은 어떤가.

=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이번 '게임 장애'이슈와 관련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대부분의 임상의들은 이것이 유효한 진단이라고 믿지 않고 있으며, '게임 장애' 진단을 둘러싼 연구가 실제로는 정상적이지 않거나 질환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연구자는 물론 임상심리학자, 게이머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WHO에서 게임 중독 및 게임 장애를 정신건강질환으로 분류하겠다고 갑자기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 좋은 질문이다. 일전에 관계자들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그들은 이미 이 사안에 대한 합의점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게임 장애'를 진단에 포함하도록 "압력(Pressure)"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몇 가지 연구 사례를 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은 맞지만, 해당 장애와 관련된 모든 연구를 고려하고, 이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ICD-11 초안에 등장한 '게임 장애'는 게임을 열심히 즐기는 사람과 중독자 사이의 구별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렇게 빈약한 진단 사항으로는 이후 달리기나 운동, 그리고 독서와 같은 기존 여가생활들 또한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는 토대를 열어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국가들과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것도 같다. 해외에서는 게임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 대부분은 게임을 다양한 뉘앙스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게임을 즐긴다. 누군가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게임을 즐기며, 누군가는 고통을 치료하는데 활용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게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게임을 하나의 병리 증상으로 보는 시각은 한국에서는 꽤 뿌리 깊게 남아있다. 한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게임 장애를 치료하려는 기관 또한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그쪽은 어떤지 궁금하다.

= 미국 정부 차원에서 시도된 적은 없다. 하지만, 몇몇 캠프들이 등장하며 이런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사례는 있었는데, 이들이 했던 일이라고는 사람들을 아무것도 없는 오지에 모아 놓고 몇 달 후 다시 데려오는 식이었다. 실제로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지난 2016년 한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게임을 병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런 사례들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 연구에 따르면, 게임을 병리적으로 보는 대부분의 사례는 더 많은 인구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아시아 국가들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



▲ 북미 의학 매체 Mental Health Weekly에서는 WHO이슈를 1면에 소개하기도 했다

게임을 병리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은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가.

= 가장 먼저, '게임 장애'를 정식 질병으로 인정할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잘못됐으며, 이는 결국 오진이나 거짓 양성 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게임 장애'는 빈약한 방법론적, 이데올로기적 기초에 기반을 두고 있다. WHO가 아직 진단 기준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증상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안된 모든 기간 및 진단 기준을 건너뛸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하며, "과도한" 게임 이용이라는 상태를 충족시키는 기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약물 남용 진단 기준에서 "헤로인"을 "비디오 게임"이라는 단어로만 바꾼 진단 기준으로 진행된 연구가 명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게임 장애'는 이론적 토대가 없으며, 우울증이나 PTSD, 불안 증세와 같이 더 길고 명확한 연구 조사가 존재하지 않아 우리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논문을 통해 "현재 '게임 장애'를 뚜렷한 병리적 장애로 제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 앞서 말한 것처럼, 진단 기준 자체가 명확한 데이터 또는 이데올로기적 토대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무엇이 비디오 게임 중독을 구성하는 요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이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고객들을 오진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미국 게임 산업 협회(ESA)가 이슈와 관련해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단체에서 직접적인 반대 의사를 준비 중인 곳이 있는지 알고 싶다.

= 당장은 떠오르지 않지만, 가마수트라, 코타쿠 등 게임 미디어 웹사이트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활동을 준비 중인지도 궁금하다. 또, 게임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연구한 것으로 아는데, 연구 결과를 간단하게 소개해줄 수 있는가.

= 현재 나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다양한 주제의 논문을 완성했으며,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각도의 논의를 시도하고 있다.


게임 장애와 관련하여 '경험적인 사례'가 있음을 지적하며,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그렇다면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개인적으로는 끔찍한(Terrrible)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게이머를 비 중독적인 관점으로 대하는 방법에 대한 임상 심리학 서적을 집필했으며, 곧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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