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8] 픽셀베리 올리버 미아오 CEO, "스토리는 모든 콘텐츠의 핵심이다"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3개 |


▲ 픽셀베리 스튜디오 올리버 미아오 CEO

게임 속에서 스토리는 어느 비중을 차지할까? 이 질문에 대해 각자가 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스토리를 단순히 흘끗 훑어보고 지나가버리는 그런 것으로 인식할 수 있고, 일부는 하나하나 파고들면서 게임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순수하게 스크립트만 읽어가면서 스토리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임의 수요가 적다. "스토리 좋던데요, 물론 읽어보진 않았지만"이라는 드립이 나올 정도로 스토리를 일일이 읽기보다는 대충대충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캐릭터 육성에 더 힘쓰거나, 자신의 랭킹을 올리는 등의 행위에 더 집중하고는 한다.

픽셀베리 스튜디오는 대화형 스토리텔링이라는 장르만 12년 동안 집중해온 올리버 미아오 CEO를 중심으로 한 개발사다. 첫 작품인 '하이스쿨 스토리'와, 그 이후 출시한 '초이스' 또한 캐릭터 간 대화를 읽어나가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게임이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다른 스토리가 전개되고, 매주 스토리가 계속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선택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모토로 삼은 '초이스'는 북미 앱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픽이 뛰어나거나 캐릭터를 조작하고 육성하는 재미가 없는 이 게임이 그런 성과를 거둘 수 있던 것에 대해서 미아오 CEO는 "스토리의 힘"이라고 말했다. 모든 콘텐츠에는 스토리가 있고, 좋은 스토리는 콘텐츠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번 NDC 2018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미아오 CEO는 넥슨이 인수하기 전의 과정에 대해서 짧게 설명했다. 픽셀베리 스튜디오는 2012년에 창립한 스튜디오로, 미아오 CEO가 EA에서 구조조정 당한 뒤에 자신의 팀에 있던 팀원들을 모아서 만든 회사다. 그간 그가 집중해왔던 스토리 기반의 모바일 게임을 제작해왔으며, 첫 작품인 '하이스쿨 스토리'를 2012년에 출시했다. 뒤이어서 '초이스'를 2016년쯤에 출시했다. 이때 자금이 없어서 스튜디오 전원의 월급이 삭감되는 일을 겪기도 했지만, 출시 후 1주일만에 임금을 원상복귀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 첫 작품인 '하이스쿨 스토리'와



▲ 뒤이어 출시된 '초이스' 다 스토리텔링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다

'초이스'는 온갖 스토리를 모아둔 상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로맨스, 호러, 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를 선택에 따라서 읽어나갈 수 있는 앱이라는 것이다. 주로 젊은 여성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지만,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유저들이 호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 순위는 북미 앱스토어에서 최고 8위까지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자주 탑 25에 오른다고 밝힌 그는 원동력을 스토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픽셀베리 스튜디오에는 수십 명의 작가들이 있으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가 유저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다양한 게임사에서 관심을 보였다고 회고한 그는 넥슨을 선택한 세 가지 이유에 대해서 언급했다. 첫 번째로 넥슨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똑똑하고 야망이 있으며, 같이 오래 일하는 데에 충분한 자질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로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오래도록 서비스하면서도 매출을 꾸준히 올리는 것을 높게 산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아시아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이유로 들었다. 픽셀베리 스튜디오는 서구권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았지만, 아시아권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넥슨의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험이 픽셀베리 스튜디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미아오 CEO는 넥슨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들과 함께 스토리텔링 기반의 게임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Q. EA에서 구조조정을 당했다고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더 이야기해주었으면 한다. 또 넥슨이 픽셀베리 스튜디오의 어떤 점 때문에 투자를 하게 됐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미아오 CEO: EA에 있기 전에는 비벤디에 있었다. 비벤디가 액티비전을 인수하게 되면서 우리 스튜디오는 액티비전 쪽에 가게 됐는데, 당시의 액티비전은 모바일 게임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EA에 내가 속해있던 스튜디오를 매각했다. 그곳에서도 지금과 같이 스토리 기반의 게임을 개발했었고, 첫 작품은 북미 앱스토어 인기 순위 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 팀 전체가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고,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팀원들은 12년 가량 같이 일해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같이 꾸려나가고자 했다. EA에서 구조조정 당한 것은 슬픈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넥슨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들이 우리에게 투자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넥슨이 스토리 게임 장르에 대해서 높이 평가를 했고, 또한 스토리가 유저를 확보할 수 있는 툴이라고 생각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다양한 미디어 포맷을 합치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우리가 선보이는 미디어의 형태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텍스트가 상상을 자극해서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이지 않는가. 또 한 가지 장점은 자기 페이스대로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긴박감 있으면 빨리 읽히고, 느릿느릿한 이야기일 때는 느릿느릿하게 읽어나가는 것 외에도 자기 속도대로 맞춰서 읽어나가지 않는가.

두 번째 형태는 게임이다. 게임의 힘은 다른 이들과 소통한다는 것과, 선택한다는 것에 있다. 게임 속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를 선택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조작하고 있거나, 혹은 자신이 만나게 되는 캐릭터와의 연관성을 느끼게 된다. 이 연관성은 책으로 읽었을 때 느끼는 감정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TV 프로그램을 손꼽고 싶다. TV 프로그램을 보면, 매주마다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는가.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초이스'에서도 매주 새로운 챕터가 공개된다. 유저는 그 챕터를 읽어나가면서 머릿속에 담아둔 이야기가 더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어떤 캐릭터의 정보나 관계 등 다양한 것을 더 확장해나갈 수 있다.




우리 게임은 이와 같이 책, TV 프로그램, 게임이라는 세 가지 포맷을 합쳐놓은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점 때문에, 스토리텔링 기반의 게임이라는 이 장르가 새로운 미디어 포맷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마치 한국에서 웹툰이 새로운 미디어 형태로 자리잡은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우리 게임의 가능성에 대해서 야망과 꿈이 있다. 넥슨은 그걸 이루도록 도와줄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넥슨과 같이하게 된 것이다.


Q. 한국에서는 스토리텔링 기반 게임하면 텔테일의 워킹데드 같은 게임의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이런 스타일의 게임과 픽셀베리 스튜디오의 게임이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 넥슨과 연결된 이유는 한국, 더 나아가 아시아권 진출을 위한 것 아닌가 싶다.

미아오 CEO: 물론 '초이스'를 한국을 포함한 다른 시장에 현지화를 내놓고자 하는 의향은 있다. 일단 앞의 질문에 대해서 말하자면. 텔테일의 게임 같은 경우에는 잘 알고 있다. 워킹 데드 역시도 물론이고. 굉장히 아름답고 몰입력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와 가장 큰 차이는, 워킹 데드는 게임과 영화를 합친 것에 가까운 게임이다. 하나의 업데이트를 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는 앱 속에 수십 개의 스토리가 있고, 그것이 다 업데이트되는 건 아니지만 주마다 평균 5~7개의 스토리가 업데이트 된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3D 그래픽이나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게임의 그래픽은 심플하고, 간단한 것을 추구한다.

영화와 드라마를 비교해보면,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동원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가? 반면 드라마는 에피소드가 매주매주 나온다. '초이스'는 드라마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Q. '초이스'는 스토리텔링 장르인데, 이 장르는 아시아권에서 크게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다. 아시아권에서 출시할 때 언어나 문화적 측면을 어떤 식으로 고려해서 현지화할 것인지 궁금하다. 또 아시아권에서 출시가 확정된 곳이 있는지도 알고 싶다.

미아오 CEO: 아시아권에서 출시 일정은 아직 잡혀있지 않다. 장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스토리라는 장르를 생각해볼 때 어느 곳에서나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텔링 장르는 사실 책 같은 장르다. 요즘 사람들은 옛날에 비해 책을 덜 읽는다. 이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웹사이트라던지 그런 곳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아울러 읽는다는 것은 보편적인 행위가 됐다. 그 행위를 하는 빈도 수나 양을 보면, 옛날보다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장르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만일 한국에 '초이스'를 출시하고자 한다면, 한국 게이머들을 위한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 있는 작가를 섭외해서 한국 유저를 위한 최상의 스토리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고. 사실 이런 점이 우리가 넥슨에 합류한 이유이기도 하다. 넥슨은 아시아 시장에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 외에 다른 아시아권 로컬라이징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미국에 있는 스튜디오에서도 흥미롭게 보고 있다. 한국 작가가 쓴 이야기를 미국에 갖고 올 수 있지 않는가. 그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접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해가 가면 갈수록 한국 문화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드라마나 음악, 이야기 등 일부는 미국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 단순히 출시하고, 공략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다. 한국 문화를 세계 시장에 내놓고, 한국 문화나 이야기를 세계에 어필하고자 하는 것도 있다.


Q. 대화형 스토리텔링 게임에 오래 집중해왔는데, 이 장르의 가능성에 대해서 깨닫게 된 계기가 있는가? 또 이 장르의 가능성을 개발 초기부터 믿고 있었는지, 그런 부분을 물어보고 싶다.

미아오 CEO: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도 놀랐다. 이런 성과가 나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까. 다만 수년 간 개발 끝에 배운 게 있다면, 스토리가 굉장히 힘이 있는 요소라는 점이랄까. 모든 훌륭한 엔터테인먼트에는 이야기가 그 핵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TV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콘텐츠에는, 가장 훌륭한 대본을 쓰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뛰어난 작가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마음 속에 담은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대화형 스토리텔링이나 스토리텔링 기반 장르가 지금처럼 강한 영향력을 가진 장르라는 믿음이 있어서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스토리의 힘을 이해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작가들과 일하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들은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갖고 있고, 그들의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면은 다른 팀원들로 하여금 동기를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하고. 그런 창의적이고 가능성 있는 작가들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스토리의 가능성을 지금은 믿는다.


Q. 앞서 말한 것처럼 픽셀베리 스튜디오는 다양한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또 스토리가 모든 문화 콘텐츠의 근간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렇다면 회사에서 내놓은 스토리를 다른 콘텐츠나 미디어로 녹여낼 의향이 있는가?

미아오 CEO: 아주 잘 짚어줬다. 이 부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심을 갖고 접근해가고 있다. 다만 당장에 내놓기엔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EA에서 있었을 때, '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라는 게임을 발표했던 적이 있다. 그 작품을 책으로 출판하기 위해서 출판사와 협업하는 단계까지 갔지만, 사정상 출판되지는 못했다.



▲ 미아오 CEO가 EA 재직 시절 개발했던 '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Surviving Highschool)'

'초이스' 같은 경우에는 출시 후 몇 년 동안 협업 가능성을 보인 잠재적 파트너들이 있었다. 다만 당시에 우리 회사가 바빴기 때문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런 점 때문에 넥슨 같은 좀 더 큰 회사와 일하고자 한 것도 있다. 우리는 우리 게임으로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우리 힘만으로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넥슨이 자사 게임을 활용해서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행사 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또 자신의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유저들의 관심을 상기하려고 노력해온 것도 안다. 개인적으로 메이플스토리 머그컵이라던가, 넥슨이 IP를 활용해서 만든 상품에도 관심이 많다. 오프라인 행사도 좋게 평가하고 있고.

이런 걸 보면서 많은 걸 배웠고, 배운 걸 실천해볼 생각이다. 올해 말에 공식적인 첫 팬미팅을 진행할 예정인데, '초이스'가 오래도록 사랑 받는 IP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협업하게 되면서 많은 리소스를 확보하게 됐고, 미디어믹스화를 도와줄 사람들도 생겼다. 이 파트너십이 어떤 결과물이 낳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만,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우리 게임에 한국 작가들이 참여해서 한국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그것을 또 오프라인 콘텐츠로 제작하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우리와 넥슨의 차이점 때문에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분명 우리 게임과 넥슨이 만든 게임은 다르다. 그렇지만 넥슨이 다양한 게임을 내놓았다는 점과, 자사 게임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부분을 높게 사고 있다. 또 게임이라는 그 자체에서 유사점이 있다고 본다.


Q. 작가진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 작가들은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사람들이지만, 그만큼 자기 주장이나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충돌이나 갈등이 있을 것 같다. 또 스토리를 쓰는 데 있어서 작가들마다 개인차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이를 조율해나가는 노하우를 듣고 싶다.

미아오 CEO: 맞는 말이다. 작가들은 열정도 있고 창의적인 사람들이지만, 자기 의견이 세다. 그런 만큼 서로 의견이 충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픽셀베리에서 이를 관리하는 방식은, 작가를 어느 하나의 거대한 그룹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의 여러 그룹으로 작가진을 구성하는 식이다. 소그룹 내에서 작가들은 하나의 스토리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데, 그걸 단시간에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 구성부터 먼저 하고, 구성이 모두 짜인 상태에서 실제로 이야기를 쓰게 된다.



▲ 일관성있는 스토리라인을 위해서 오랜 기간 사전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친다

앞서 말했듯 '초이스'는 매주 새로운 이야기가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주마다 앞으로 나올 챕터에 대해 논의를 계속 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 가게 된다.

스토리의 일관성에 대해서 말하자면, 픽셀베리에는 모든 작가진을 총괄하는 콘텐츠 담당자들이 있다. 그들이 어떤 작가를 어떤 팀에 배정할지, 어떤 식으로 그룹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한다. 작가들을 잘 보면 가끔 누군가와 충돌하는 성격인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넣는 것이다. 대다수의 작가들은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그룹이 좋은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까 적극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요구가 이루어지면 적극 협조한다. 다만 각각 개성이 강한 만큼,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서 팀을 배치한다.

앞서 말했듯 '초이스'에서 챕터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때는 다양한 작가들 간의 협업을 중시한다. 가끔은 굉장히 진지한 애정 관계를 묘사하는 데 특기가 있는 작가와 웃긴 농담을 잘 쓰는 작가와 매칭하기도 한다. 진지한 내용을 잘 쓰는 작가와, 세부적이고 디테일한 부분을 생생하게 잘 묘사하는 작가와 연결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쓸 때도 있기도 하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스토리를 위해서 같이 모이게 되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각자가 원하는 방향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가장 잘 하는 부분이 합쳐지면서 좋은 스토리가 나온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충돌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이런 충돌이 가장 좋은 이야기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초이스'는 여성 유저 비율이 높다고 하는데, MAU에 대해서 알고 싶다. 또 '초이스' 외에도 다른 스토리 게임들이 있는데, 여성 유저들이 어떤 점에서 이 게임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가?

미아오 CEO: MAU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말하기 어렵다. 일단 여성 유저의 비율에 대해서 말하자면, 3분의 2 가량이 여성 유저고 나머지가 남성 유저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의 이야기가 여성 유저들에게 매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이야기를 좋아하는 남성 유저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유저 비율이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여성들이 더 매력을 느끼는 스토리에 집중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드라마나, TV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좋은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은, 좋은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 간의 상호 관계에 대한 것이다. 어느 멋지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면 그 캐릭터를 누가 좋아하는지, 또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애정 관계라던가 이를 시기해서 벌어지는 대치 상황이나 충돌 등을 묘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로맨스는 여성에게 어필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자들이 더 '초이스' 등 픽셀베리 게임을 더 즐기는 것이 아닌가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건 여자건, 우리는 다른 사람과 커넥션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 로맨스가 여성에게만 먹히는 소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이야기의 포커스나 마케팅이 여성 유저쪽에 집중해있기 때문에 여성 유저가 좀 더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년이 지나면서 배운 점은 이 부분이다. 그렇지만 남성 유저에게 로맨스를 어떻게 마케팅해야 하는가? 또 로맨스 요소를 어떤 식으로 차근차근히 녹여내야 하는가?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슈퍼히어로 영화나 액션 영화를 보자. 우리는 그들의 액션 시퀀스를 좋아하고, 그것을 보기 위해서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를 볼 때는 액션 시퀀스뿐만 아니라, 영화 속 캐릭터에 빠져들게 된다. 영화 한 편으로 끝나지 않고 속편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캐릭터의 연속성이다. 그때 빠져들었던 캐릭터가, 속편에 또 관여하지 않는가. 아울러 캐릭터 간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는가, 그 이야기를 확인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특히나 그 관계가 로맨틱한 관계라면 더더욱이나 확인해보고 싶어한다. 이 부분은 여성이냐 남성이냐 관계가 없다. 여자나 남자나, 누군가의 로맨틱한 관계에 대해서는 항상 화제거리로 삼지 않는가.

이야기는 누구나 좋아한다. 로맨스도 그렇고. 문제는 이것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 어떻게 어필하느냐, 이런 차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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