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4] '리틀 뱀파이어' 조진형 "생각보다 스팀은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4개 |
게임 ‘리틀 뱀파이어(The little vampir)’를 제작한 브레이너트는 아직 개발사라기보다는 개발팀이란 명칭이 더 어울린다. 서로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였고, 아직 졸업하지 않은 학생인 채로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하나의 게임을 완성했고 스팀 출시까지 완료했다.

요즘답지 않게 PC 기반의 2D 도트풍의 게임이라서 그럴까? 스팀을 통한 해외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수많은 인디게임 경쟁작 속에서 제3회 BIC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머리와 가슴을 자극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브레이너트, 대표로 조진형 개발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왼쪽부터) 박지혁 프로그래머, 조진형 기획자, 안진영 디자이너

먼저, 제3회 BIC 출품작으로 선정된 소감이 궁금하다.

BIC에 응모할 때는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 워낙 쟁쟁한 작품들이 많지 않았나. 팀원인 프로그래머 오빠가 “그래도 만들었는데 도전해보자”해서 응모했다. 처음 출품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분이 얼떨떨했다. 예전 BIC 출품작을 다시 살펴보니 정말 멋있고 화려한 작품들이 많은데, 우리 게임은 좋게 말하면 클래식이고 속된 말로 하면 너구리 게임 같았다. 축제의 격을 떨어트리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많은 사람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기분 좋다.


‘더 리틀 뱀파이어’를 처음 보는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남자들 피에 질린 뱀파이어가 우연히 본 공주의 피를 마시기 위해 성에 침입하는 잠입-타이밍 전략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성에 들어가 신성한 보호막에 부딪혀 모든 힘을 잃은 작은 뱀파이어로 게임을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비병의 인식 범위에 들켜서는 안 된다.

스테이지를 깰수록 뱀파이어는 힘을 더 채우면서 다양한 능력을 부릴 수 있다. 플레이어는 병사 캐릭터마다 다른 반응을 잘 파악하면서 공주에게 다가가야 한다. 또한, 스테이지의 오브젝트, 뱀파이어의 스킬 조합을 통해 잠입과 전략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인디게임 개발팀 브레이너트(Braineart)와 팀원 소개를 한다면?

브레이너트는 우리가 만든 브레인(Brain)과 하트(Heart)의 합성어다. 이성과 감성 모두 자극하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를 담고 있다.

팀원은 모두 세 명으로, 다 같이 대학생이다. 팀을 만들게 된 계기는... 대학교 1학년 때 동기인데 오빠인 사람이 있었다. 얘기하다가 서로 게임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고 나중에 같이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고, 3학년 때 프로그래머를 데려와 처음 팀을 결성했다. 그런데 주선했던 오빠가 개인 사정으로 중간에 나가버렸다! 그래도 프로그래머가 끝까지 만들어보자고 해서 팀을 유지했고, 나중에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친구를 꾀어서 같이 하고 있다.



▲ 클릭 시 브레이너트의 첫 만남 웹툰을 볼 수 있다

‘더 리틀 뱀파이어’의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모두 처음 만드는 게임이다 보니, 좌충우돌이 많다. ‘더 리틀 뱀파이어’의 원래 기획 의도는 타이밍 게임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RPG였는데, 지금은 병사에게 들키면 바로 죽는 시스템이다. RPG였을 당시, 친구에게 테스트 플레이를 시켜봤는데 “노잼이야”라는 답변을 받았다. 긴장감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한 잠입의 긴장감이 떨어져, 무자비한 긴장감을 주는 게임으로 바꿨다. 말 그대로 뒤집어엎었다. 컨셉은 그대로이지만 구조를 많이 바꿨다.


개발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지?

경비병의 인식범위 설정이다. 이게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면서도 예민하다. 인식범위 끝에 닿으면 반응할지, 경계선을 연하게 할지 진하게 할지 등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범위도 처음에는 사각형이었는데, 인간의 시야 범위처럼 보이기 위해 지금과 같이 수정했다. 끝에 조금만 닿아도 반응하는 것은 하드코어한 맛을 살리려고 남겨 두었다.



▲ 경비병의 인식 범위(노란 빛)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

게임 제작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나?

브레이드. 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단순한 설정에서 시작했지만 재밌지 않나. 우리가 게임을 만들때도 단순한 능력과 컨트롤로 최대한 머리 쓰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원래 ‘언인바이티드(Uninvited)'라는 제목으로 선보였었다. 게임명을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이전 제목으로 스팀에 올렸는데, 누군가 커뮤니티에 “이 게임명 이미 있는데? 너네 이거 써도 돼?”라는 코멘트를 남기더라. 이후 알아보니, 같은 제목에 부제와 플레이가 다른 게임이 있었다. 꽤 팬덤도 모인 게임이었다. 우리가 나중에 사용했으니 그쪽에 개인 메신저를 통해 ‘언인바이티드’ 타이틀을 써도 되냐고 물어보니 “바꿔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동안 ‘언인바이티드’로 활동했기 때문에, 안 바꿔도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해외 개발자와 얽히기도 했고 법도 잘 모르니 괜히 복잡해지지 말자고 생각했다.

바꾼 이후에 든 생각이지만, 잘 바꿨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타이틀이 우리의 게임을 더 잘 표현하고 있다.




▲ '언인바이티드'로 선정됐던 스팀 그린 라이트

지난 6월 30일, 스팀에 출시했다. 성과가 있나?

대박은 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인디게임 수준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좋기는 하다. 해외 유튜버나 트위치 스트리머가 종종 방송해준 덕을 본 거 같다. 스팀 유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우리 게임이 그 경우에 속한 거 같다. 도트 느낌도 좀 나고... 좋은 게임은 알아서 성장한다는 말에 기대 중이다.


‘더 리틀 뱀파이어’ 개발 중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하다.

뱀파이어 스킬 중에 ‘유혹’이 있다. 여성 NPC를 유혹하면 캐릭터 조종권이 넘어가서, 뱀파이어가 못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십자가 치워주기나 창문을 닫아 햇빛을 막는 등 스테이지 클리어에 핵심 기술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세상에 여자만 유혹하는 게 말이 되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남성 NPC도 유혹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성적인 평등을 위해서. 엄청 잘생긴 성기사 캐릭터를 만들어서 유혹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게임이 너무 쉬워지더라. 그래서 뺐다.

그리고 골렘 캐릭터가 중간 보스급으로 설정했는데, 프로토타입을 어느 정도 만들다가 개발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스테이지 어딘가에 넣어 놨다. 이스터에그로 남았으니 찾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개발하면서는... 초기에 사무실이 없어서 그래픽 디자이너 친구 집을 빌렸다. 그 집에 오전 9시까지 모여서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식으로 진행했었다.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제대로 된 사무실이 있다.



▲ 한동안 사무실로 사용했던 그래픽 디자이너의 방

스팀 출시까지 해낸 입장에서 다른 인디게임 개발팀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

먼저, 생각보다 스팀이 무서운 곳은 아니었다. 게임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자기 게임을 스팀에 올리고 싶어 하지 않나. 준비할 때는 엄청 떨렸다. 올린 이후에는 누군가는 우리 게임에 관심가진 다는 것을 알았다. 꼭 대박을 칠 수 있는 게임만 올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충분히 게임성을 갖추고 개발자 스스로 탄탄하다고 여긴다면, 관심 주는 플레이어는 반드시 있다.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한다.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댓글러들이 있다. 우리도 번역에 대해 트집 잡는 사람이 있었다. 화나서 그 사람이 다른 게임에 남긴 댓글도 봤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더라. 물론, 받아야 할 피드백은 받지만 너무 감정적인 거 까지 신경 쓰지 말고 상처받지 마라.

마지막으로 게임을 만들다 보면 스스로 정해둔 완성도가 있다. 그 완성도만 쫓다가 유저들에게 못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론 개발할 때 유저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단, 얻고 싶은 피드백이 무엇인지 확실한 계획을 가져라.

위 사항의 팁이 있다면, 우리 팀의 경우 욕심 문서를 만들었다. 특정 NPC의 색이 황금색이면 더 좋겠다와 같이,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디자인은 따로 문서로 만들어서 나중에 모아서 본다. 그때 가면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봐도 필요하다 여기면 그때 적용한다.


인디게임계를 경험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을 거 같다.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여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내 의도대로 플레이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축제 외에는 그다지 기회가 없다.

또한, 서류 작업이 복잡하다. 일반적인 게임사의 경우 서류를 따로 준비해주는 부서가 있지만 인디는 그렇지 못하다.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가 서류 작업까지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하지 않은 작업에 많은 시간을 들이니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저작권 문제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도 기존 게임과의 저작권 문제가 걱정된다. 물론, 존중하는 것이 맞지만 저작권 인정, 침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인디에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점들을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개발 당시 중요하게 여긴 것은 아까 얘기해 줬고, 게임성 자체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게임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숨겨진 시나리오와 게임 내에서 볼 수 있는 조각들의 비밀 등을 강조했다. 스토리도 공주의 루머와 멀티 엔딩을 준비했다.


텀블벅 모집이 38% 달성에 그쳤다. 펀딩 무산되었던 당시의 솔직한 심정이 궁금하다.

“이래서, 사람은 욕심을 부리면 안 돼”라고 느꼈었다. 공교롭게도 사망여각이 텀블벅으로 큰 결과를 얻을 때와 겹쳤다. 인디 입장에서는 ‘돈도 지원받고 홍보도 할 수 있으니까’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하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니 텀블벅 준비하느라 잃은 것도 많았다. 설명 이미지와 보상 계획 등 준비에만 1달 정도 걸렸다. 특히, 모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그거에 매달리니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겼었다.

만약, 텀블벅 모집을 할 거라면 정말 중요한 일인지 아닌지 판단을 잘 해야 한다.



▲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텀블벅, 그래도 큰 노하우를 얻었다

BIC에서 기대하는 게임이 있는지?

사망여각. 텀블벅에 성공도 했고, 인디게임으로써 많은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플레이해보진 못했다. BIC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거 같아서 기대가 된다.


출품작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인가? BIC에 참가하면서 기대하는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BIC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이 안 온다. 일정만 보면, 개발자는 자기 부스를 지켜야 해서 오히려 나는 축제를 잘 즐길 수 없을 거 같은 구조더라. 행사에 참가하면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또한 유저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기대가 크다.


브레이너트에게 BIC는 어떤 의미인가.

고마운 기회다. 왜 고맙냐면, 자극제가 된다. 우리 팀도 출시하고 나서 각자 사정이 있어 업데이트를 제때 하지 못했다. 인디게임사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는 이상 ‘꾸준히’가 안 된다. 이 기회에 다시 게임을 뒤돌아보고 고칠 수 있다. 유저들이 우리에게 업데이트하라는 주인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주는 거 같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