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축제, '네코제'의 금손들을 만나다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11개 |



고양이가 떠오르는 귀여운 이름의 네코제. 네코제는 Nexon Contents Festival의 Ne와 Co를 붙여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넥슨 게임 IP를 가지고 유저들이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OST연주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즐기는 장이지요.

네코제는 2015년 12월 개최된 제1회 네코제를 시작으로 매 회 그 규모와 콘텐츠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3차 네코제에는 음악 공연이 함께하는 '네코제의 밤'이 함께 진행되었고, 2017년에는 굳이 오프라인 행사가 아니더라도 굿즈를 사고팔 수 있도록 온라인 '네코장'이 개최되었지요. 크라우드 펀딩식으로 모금하고, 상품을 배송하는 식으로 7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나본 두 분은 네코제에 아티스트로 참여하고 있는 '금손'들 입니다. 도트 디자인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던 것을 시작으로 인디게임 팀에 합류해 픽셀 아티스트가 된 최민성 님과 작년 네코제의 밤에 참여했던 밴드 '리벤스 마이'의 리더 주민하 님. 두 사람이 직접 체험하고 겪으면서 느꼈던 네코제의 이야기와 콘텐츠, 2차 창작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픽셀 아티스트 최민성(좌), '리벤스 마이' 리더 주민하(우)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민성
안녕하세요, 소규모 인디게임 팀에서 도트그래픽을 맡아서 하고 있는 최민성이라고 합니다. 네코제는 처음부터 참가했었고, 도트 캐릭터 상품을 제작해 판매했습니다. 게임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를 많이 했지만 마음의 고향은 메이플스토리2에요. 소통이 활발해서 그런지 더 인상적이었어요. 요즘은 바빠서 많이 플레이하진 못하고 있네요.

주민하
밴드 ‘리벤스 마이’의 리더 주민하입니다. 3회 네코제, 네코제의 밤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메이플스토리1를 주로 플레이했습니다. 최근엔 안 한 지 오래되긴 했네요.


Q.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와 어떻게 네코제에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주민하
전 중학교 때부터 밴드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고3 때 네코제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음악 하는 친구들에게 함께 할래? 해서 ‘리벤스 마이’를 구성하게 된 거에요. 네코제를 위해서 만들어진 팀이죠.

‘리벤스 마이’의 리벤스는 삶, 마이는 봄을 뜻해요. 두 단어가 합성되면 새로운 뜻이 되는데 ‘청춘’이라는 뜻이 됩니다. 팀원은 현재 8명이 있어요.

최민성
시작은 메이플스토리 운영자 캐릭터를 만들면서 시작됐어요. GM 캐릭터를 종이인형으로 제작했었는데 메이플스토리 공식 홈페이지의 포스트 되었던 게 너무 기뻤던 게 생각나요. 그때 그 기억 때문에 만들게 되더라고요.

네코제에 참가하게 된 것은 제가 만든 것이 해당 조건에 맞았기 때문이에요. 이런 행사가 있는데, 내가 만든 게 되네? 그래서 신청한 거죠. 처음부터 도트로 무엇을 해야겠다! 이렇게 시작된 것은 아니고 종이로 뭘 만들어보자, 그림 그릴 실력은 안되어도 도트그림을 그려보자, 해서 시작된 겁니다. 인게임에서, 유저들끼리 서로 재밌게 여기는 요소들을 가지고 제작했지요.


Q. ‘성공한 덕후’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최민성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웃음), 그냥 제가 만든 작품을 보고 게임 GM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기뻤어요. 야외행사 때 직접 와서 사가시더라고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이렇게!


Q. 네코제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픽셀 아티스트로 활약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최민성
인디게임 팀에서 픽셀 그래픽 디자인을 맡고 있어요. 다 네코제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가능했던 거에요. 팬아트를 그리다 보니 그 작품들이 모두 포트폴리오가 되더라고요. 도트를 그리다 보니 ‘도트는 움직여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죠. 그때 만난 분들과 함께 개발을 시작하게된 거에요.



▲네코제에 참여한 작품들은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직접 제작한 픽셀 아트

Q. 팬아트 작업을 할 때와는 많이 다를 거 같은데 힘든 점은 없나요?

최민성
차이가 크죠. 네코제를 위해서 작업할 땐 애니메이션 없이 ‘예쁜 것’을 만들면 되는 거였거든요. 예쁜 도시, 캐릭터. 인디게임 팀에 들어가니 움직이는 캐릭터, 맵과 따로 분리되는 도안 등 게임을 위한 도트는 또 다른 거였어요.









▲직접 제작한 굿즈들


Q. 네코제를 첫 회부터 계속 참여해오셨는데 매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최민성
많이 달라졌어요. 일단 공간이 개방됐죠. 물론 1회 네코제 때도 공간이 개방되어있었고 사람도 많았지만, 야외행사는 이후에 조금씩 더 개방된 느낌이 들었어요. 입장료가 없으니 사람들이 그냥 와서 즐기고, 귀여우면 사가고. 굳이 이 행사를 위해 찾아오지 않은 사람들도 지나가면서 즐길 수 있지요. 회차를 거치면서 점점 규모 자체가 커지는 느낌이에요.


Q. 그럼 이번엔 주민하님께 질문할게요. 작업할 때 가장 좋았던 곡이 있다면?

주민하
사실, 작업하기 싫으면 안 해요. 전 사실 전공이 소프트웨어거든요. 음악은 재미로 하는 건데 고통받으면서 할 이유는 없죠. 옛날부터 했던 게임의 노래고, 다 좋아하는 노래들이에요.


Q. 편곡과정도 재창조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좋아하는 곡을 편곡하고 연주하는 만큼 더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주민하
네, 원곡과 다른 곡이죠. 편곡작업을 하거든요. 작년 네코제때도 원곡을 연주한 것도 있지만 편곡한 작품들이 많아요. 장르, 박자, 리듬, 조성 다 바꿔서 작업하고 연주하는 거라 들어보시면 색다르실 거에요. 저도 팬의 입장보다는 생산자라는 입장에서 임하고 있고요.


Q. 네코장에서 크라우드 펀딩식으로 CD판매를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앨범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있나요?

주민하
제가 이과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앨범 만들 때도 체계적으로 임하는 편이에요. 앨범 타겟층은 누구인가, 어떤 식으로 구성할 것인가. 저는 타켓층을 90년대생들, 메이플스토리를 주로 했던 층으로 잡았어요. 앨범 곡 구성은 메이플스토리 플레이를 시작해서 2차전직하기 전까지 접하게 되는 곡들을 순서대로 배치했어요. 게임을 켜서 로그인 음악을 듣고, 메이플 아일랜드를 지나 이후까지.

Q. 게임을 즐기듯 음악이 진행되는군요.

주민하
즐기려면 제대로 즐겨야죠(웃음).





Q. 다시 공통질문으로 돌아와 볼까요? 사실 굿즈를 창작하고 판매하는 행사는 네코제말고도 작게, 크게 곳곳에 있잖아요? 네코제가 다른 행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민성
다른 행사보다 네코제는 페스티벌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 강점인 거 같아요. 가만히 있어도 재밌거든요. 부스에서 대기하고 있어도 주변을 둘러보면 특이한 행사들도 하고 공연도 있고. 물론 다른 행사도 그렇지만 같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이 재미있고, 더 나아가 즐길 거리가 많다는 점이 좋아요. 살 수 있는 것은 물론 들을 수 있는 것, 볼 수 있는 것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지요.

그리고 아무나 올 수 있어요. 기억나는 게, 첫 네코제때 제 부스에 한 할머님이 손주 손을 잡고 오셨거든요. 제가 그때 캐릭터 송을 부르면 안경닦이를 더 드리는 행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할머님께서 부르고 타가셨어요. 진짜 잘 불러주셔서 두 개 드렸습니다(웃음).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게임도 캐주얼하고.

주민하
말씀하신 것처럼 시장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페스티벌로 한다는 점에 동의해요. 단순히 굿즈를 사고파는 형식이었다면 ‘그래, 괜찮은 물품이 많네.’하고 끝이었을 거에요. 하지만 페스티벌 형식으로 진행하니까 이벤트를 즐기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수요를 자극하는 거죠. 개인적으로 활성화 되지 않은 시장을 두드린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키하바라에 갔었을 때 생각했던 것이 어떻게 이런 문화가 이정도로 클 수 있었을까, 하는 거였거든요. 전 그 해답이 사람들이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넥슨 게임이라는 문화, 그리고 이를 즐기는 사람밖에 없었죠. 이제는 공유의 장이 생긴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리부트’ 붐이 불고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워즈 리부트가 한 예죠. 리부트는 생산자가 다시 생산한 거에요. 네코제는 생산자가 만든 걸 소비자가 다시 만든다는 점이 달라요. 문화를 즐겼고 잘 이해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생산자가 되는 거죠. 그런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넥슨 게임이 콘텐츠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주민하
네, 네코제에 사람들이 왜 오는가, 생각해보면 콘텐츠가 한국게임이기 때문이거든요. 한국인 이용자가 많고, 공유하고 있는 만큼 네코제에 찾아오는 사람도 많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넥슨 게임에는 캐주얼한 게임이 많고 남녀노소 즐기니까요. 그만큼 앞으로도 행사는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다들 옛날에 많이 했던 게임들이 많고, 지금 하는 분들도 많고. 그만큼 수요자 풀이 크죠.

최민성
캐주얼한 만큼 행사도 뭐랄까, 전체이용가다? 그런 느낌이 있어요. 뭐 저야, 도트 아트니까... 어차피 네모지만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게임이고 추억이 있는 게임들이 많아요.


Q. 네코제를 위해 제작 및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최민성
먼저 네코제를 진행하면서 가격 책정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아는 형과 함께 준비하면서 가격을 정한 건데, 구매자입장에서는 비싸다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가격 책정할 때 ‘이 가격으로 해도 될까?’하는 고민이 제일 많이 들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네코제 준비를 마음껏 할 수 있었는데 이제 인디게임 팀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시간적인 부분이 부족해요. 기한 내 리소스를 그려내야 하니 바쁘거든요.

주민하
연습을 하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그런 공간을 찾기 힘들었어요. 전공자도 아니니 학교에서 지원받을 수도 없고요. 장소를 빌리려면 돈이 들고.

또한, 작년 기준 고등학생이었던 만큼 시간 맞추는 게 힘들었어요. 제3회 네코제가 수능 날과 근접해있어서 수능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친구들로 모집해야 했고… 그래도 금전적인 문제가 컸던 거 같아요.


Q. 조금 다른 각도에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콘텐츠에서 2차 창작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주민하
전 창작 자체를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때 동질감을 느끼잖아요. 하나가 되고 싶고. 여기서 시작해서 내가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거에요. 물론 이건 그 작품을 좋아한다는 점이 기본이 되겠죠. 밴드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2차 창작을 한다. 그 자체가 즐겁고 흥분되는 거에죠. 좋아하는 IP에 내 아이디어를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재밌고 행복해요. 게임 제작자가 아니어도 소비자가 생산자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네코제는 커뮤니티나 소규모로 2차 창작을 즐기던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IP를 터트리고 열어준 거라고 생각해요.


Q. 전에는 소비자 입장이었지만 생산자가 된 만큼 활동을 하면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나요?

주민하
'게임은 예술이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 확실히 ‘게임은 문화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민성
하나의 디자인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공식 굿즈는 물론 존재하지만, 로고나 캐릭터 정도죠. 유저가 제작하면 유저들끼리 잘 알고 있는 것, 공유하는 것을 즐길 수 있어요. 유저가 바라보는 시각을 넣어서 볼 수 있는 거죠.


Q. 네코제에 참가하거나 더 나아가 커리어까지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조언한다면?

최민성
창작활동에 초점을 두고 해보세요. 전 도트 디자인을 했으니까 사람들이 좋아해 줄 만한 굿즈를 만들기 시작한거에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다보면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고 이게 직업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개인적으로도 앞서 말했듯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었고요.

주민하
사실 전 소프트웨어를 전공했는데 이런 행사에 참가하면 넥슨이 날 채용해줄까?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웃음). 좀 다른 이야긴데, 네코제에서 IP를 이용한 미니게임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있어도 좋을 거 같아요. 작품을 선보이고, 우수한 작품을 접하고, 자신감을 토대로 창업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의 실력을 발전시키는 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네코제같은 행사가 아마추어나 대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채용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죠.


Q. 네코제에게 바라는 점이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최민성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어요. 지원을 되게 많이 해주는 편이라서요. 다만 앞에 말씀하신 거처럼 미니게임을 만드는 장이 있으면 재밌겠네요. 간단하게 점수내기 이벤트정도라도요.

주민하
다른 건 없지만 네코제의 밤 때 음향 문제가 있었던 게 기억나요. 사실 큰 부분은 아닌 게 학생 수준 무대에서 음향 실수는 언제나 발생하는 문제거든요. 리허설 땐 잘됐는데 왜 갑자기 안됐는지. 그래도 보컬이 임기응변을 잘해서 다행이었어요.

덧붙여 무대자율권을 더 줬으면 좋겠어요. 관중과의 인터렉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가지면 좋을 거 같거든요.

마지막으로 참여자끼리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킹 시간이 있으면 좋겠네요. 넥슨과 각 아티스트 뿐만이 아니라 아티스트끼리의 커넥션이 생기면 아티스트들의 목소리가 터지고 페스티벌 기획 자체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다음 네코제를 기다리며 기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민성
이번 네코제에서도 저번처럼 많은 사람들과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네요!

주민하
네코제에 대한 댓글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유저들의 축제에서 끝내지 않고 이런 피드백을 실제 게임에도 반영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행사뿐만 아니라 게임도 더욱 활성화되면 좋으니까요. 행사에서 볼 수 있는 유저들의 영향을 인지하고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이걸 파악해서 인게임에 반영하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전 요즘 게임보다 행사에서 더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그만큼 네코장의 재미를 살려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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