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엘유게임즈 오영파 대표 "한국과 중국을 잇는 게임사가 되고싶다"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19개 |
유엘유게임즈는 지난 2012년 중국 상해에서 설립되어 꾸준히 우리나라에 게임을 선보이는 회사이다. 이미 국내 게임 시장에 '열혈삼국', '상고전기' 등의 PC 온라인 게임과 웹게임을 들여왔고 '천상의 기사단'과 '열혈삼국M' 등의 모바일 게임도 런칭했다. 아직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 유저들 사이에서 '유엘유게임즈'의 인지도는 낮다. 하지만 최근 선보인 모바일 MMORPG '글로리'가 출시 직후 매출 순위 100위권에서 시작해, 최근 19위까지 오르자 업계는 조금씩 '유엘유게임즈'라는 낯선 이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왜 상해에 있는 게임사가 우리나라에 집중하는 걸까? 유엘유게임즈를 전부터 아는 이들은 이 회사를 "어느 게임사보다 한국 유저를 사랑하는 회사"라고 전한다. 설립 때부터 우리나라에 신경 쓴 유엘유게임즈는 실제로 매출의 80% 정도를 한국에서 거두고 있다. 최근 '글로리'와 '진시황' 서비스를 시작한 유엘유게임즈는 올해 우리나라 유저 입맛에 맞춘 게임 6종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유엘유게임즈의 오영파 대표는 우리나라 게임 시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꾸준히 방문한다. 또한, 단순히 중국 게임을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에 지사를 설립해 전문적으로 살펴본다. 중국에 몸담고 한국 게임 시장을 바라보는 오영파 대표. 그를 만나 우리나라와 중국 게임 시장의 이야기, 앞으로의 유엘유게임즈에 대해 물었다.





▲ 유엘유게임즈 오영파(吴永波) 대표

이두현 기자(이하 이두현) : 아직 유엘유게임즈라는 이름이 낯설다.

오영파 대표(이하 오영파) : 아직 유엘유게임즈가 '대박' 낸 게임은 없으니까(웃음). 유엘유게임즈는 2012년 5월, 상해에서 설립한 회사이다. 한국에 진출한 지는 이제 5년쯤 됐다. 초기에는 PC 온라인 게임, 웹게임을 주로 서비스했고, 이제는 모바일 게임까지 맡고 있다. 올해부터 글로리, 진시황 서비스를 시작으로 대작급 게임을 연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유엘유게임즈는 주로 중국 게임을 한국과 동남아 지역에 서비스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 게임을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내보내기도 한다. 유엘유게임즈의 매출액 대부분이 한국에서 나는 만큼, 한국 시장에 집중한다. 다년간의 퍼블리싱 경험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 진출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고, 중국 내에서도 한국 게임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한국 게임이 중국에 진출할 때 최고의 파트너가 되도록 성장하고자 한다.



이두현 : 중국 유저는 한국 게임과 같은 외국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오영파 : 한국 게임이 중국에 진출해 성공할 수 있냐는 건데...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차별화'이다. 일본의 개구리 게임(타비카에루)은 한달 매출 3천만 위안(한화 약 50억 원)까지 올렸었다. 중국 현지화 없이 일본어 버전인데도... 이제 창의력만 있는 게임이라면, 인디게임이라도 중국에서 먹힌다. 국가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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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현 : 굳이 중국이란 큰 시장을 두고 왜 한국 시장에 주력하는 건가?

오영파 : 한국 유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정확하기 때문이다. 한국 유저는 게임과 서비스만 좋다면 지갑을 연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게임이 재밌으면 유저가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유저가 돈을 쓰도록 게임사가 유도해야 한다. 그 때문에 게임이 정말 잘 만든 게임인지, 재밌는 게임인지 평가하는 건 한국 시장이 좋다.


이두현 : 한국과 중국 게임 시장 사이에 첨병으로 서로를 잇는 거 같다.

오영파 : 유엘유게임즈는 전문 게임 퍼블리셔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한국게임산업개발원(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한국의 좋은 게임을 중국에 수출하는 일을 도운 적이 있다.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해선 현지인으로서 잘 알고,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 판호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양국 간의 가교 구실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두현 : 게임 전문 퍼블리셔로서 어떤 게임을 눈여겨 보나?

오영파 : 당연히 재밌는 게임이다. 한국 유저는 재미없는 게임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리텐션과 과금율 등의 지표도 꼼꼼하게 본다. 게임도 문화 사업이니 패션계와 같이 패턴이 있다. 패셔니스트는 1년 전에 어떤 옷이 유행할 것인지 예측하고 상품을 기획한다. 우리도 반년 정도 앞을 내다보고 게임을 준비한다.


이두현 : 요즘 중국 게임이 잘 나간다. 중국 내에서 만든 게임이나 우리나라 게임 IP를 중국 개발사가 게임으로 만들어 다시 한국에 오기도 하니까. 이렇듯 중국 게임사가 잘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오영파 : 앞서 말했듯, 게임 유행에도 패턴이 있다. PC 온라인 게임에서 웹게임, 그다음이 모바일 게임으로 대세가 흘렀다고 할 수 있는데, 중국이 대세를 놓치지 않고 잘 잡았다.

한국은 PC 온라인 때 정말 잘 나갔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 북미까지 한국 PC MMORPG가 휩쓸었다. 그 배경에는 정부 차원에서 밀어준 게 한몫했다. 정부가 게임 엔진을 사서 게임사에 배포하기도 했고 인큐베이팅 지원도 좋았으니까. 반면, 모바일 게임이 뜨기 시작할 무렵에는 지원이 없었다. 정부가 규제만 했지 지원은 딱히...

이후 한국은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 맞춰 캐주얼 게임을 주로 만들었는데, 이때 중국 게임사들이 확 따라 잡았다. 중국은 한국 게임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웹 게임 때부터 BM을 연구했고, 모바일로 넘어가자 하드코어, 미드코어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했다.

게임에 대한 투자에서도 양국 간에 차이를 볼 수 있다. 한국 게임사가 규제에 시달릴 때, 중국 게임사는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중국 내에선 게임이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좋다는 분위기가 돌아 민간자본이 몰려들었다. 즉, 한국 게임사가 규제를 받고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만들 때 중국 게임사는 대규모 투자를 받고 다양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했다.



이두현 : 한국 유저와 중국 유저 간의 성향 차이를 어떻게 보는지?

오영파 : 중국의 경우 현재 '과시형 유저'에서 '선택형 유저'로 넘어가고 있다. '과시형 유저'는 '미르의전설'을 즐겼던 아저씨 세대로, 게임 내에서 어떻게 해서든 1등을 차지하려는 경우다. 이들은 게임이 재밌어서 하기보다는 과시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요즘 젊은 게이머들은 '게임이 재밌어야' 지갑을 연다. 현재 중국은 두 세대, 다른 성향이 겹치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중간 과금 유저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게 더 건강한 구조라고 본다. 게임에 대해 애정도 깊어서 피드백도 빠르다. 게임에 버그가 있거나 현지화가 잘못됐다면 바로 반응이 온다. 중국 유저는 그런 거 없다. 게임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안 하니까... 게임을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는 한국 유저가 더 낫다.



이두현 : 최근 넷마블 방준혁 의장이 NTP에서 "이제는 중국을 벤치마킹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국과 한국 게임 업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이 발언에 공감하나?

오영파 : 방준혁 의장이 정확히 어떤 의미로 말한 것인지 모르지만, 한국 게임사는 저력이 있으므로 금방 처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100위 내에 중국 게임 비중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한국 게임사의 저력은 '창의성'에 있었다. 실제로 많은 중국 게임사가 여전히 한국 게임을 따라 한다. 중국의 개발 실력은 좋지만, 어쩌면 한국 게임사가 벤치마킹해야 할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지만 창의성은 여전히 한국이 낫다. 한국 개발자는 아티스트 적인 면이 있어서 개발하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아에 갈아엎기도 하니까. 사업하는 처지에 좋은 경향은 아니지만... 그래야 게임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아티스트와 같은 자세를 중국에선 보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아티스트와 같은 자세를 요즘 한국 게임사에서 보기 힘들어 아쉽다.



이두현 : 앞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어떤 장르의 게임이 뜰 거라고 보는가?

오영파 : 예측할 수 있다면 대단한 건데... 이건 답이 없어 보인다. 나올만한 게임 장르는 다 나왔고 IP 역시 쓸 건 다 썼다. 그래서 이제는 장르를 혼합한 게임이 나올 거 같다. 전에 없던 장르가 아니라 MMORPG와 수집형, 카드 게임 등을 혼합한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이번에 유엘유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진시황' 역시 SRPG와 카드 게임 요소를 혼합한 게임이다.


이두현 : 판호가 잘 해결된다면 앞으로 많은 중소 게임사가 중국에 진출할 텐데. 이때 유엘유게임즈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오영파 : 중국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처럼 하나의 플랫폼으로 게임이 서비스되는 국가가 아니다. 수백 개의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중국을 잘 모르는 게임사는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규제도 다르고. 우리는 한국 게임사가 중국에 잘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백 종의 마켓 입점 지원과 현지화 QA, 마케팅, 중국에 맞는 운영 지원 등이다.


이두현 : 최근 출시한 '글로리'가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100위권으로 시작해 현재 20위 안까지 들어온 게 인상적인데,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어떻게 이런 성과를 냈는지 궁금하다.

오영파 : 유저들이 새로 나온 게임이니 '설치나 해보자'로 시작해, 해보니 재밌어서 계속하게 되는 거로 해석된다. 그동안 유엘유게임즈가 한국 유저를 위한 게임을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 대규모 쟁탈전이 특징인 '글로리'

이두현 : 아직 '글로리'를 안 해본 유저에게 게임을 소개한다면?

오영파 : ‘글로리’는 화려한 액션과 극한의 타격감을 채운 모바일 게임이다. 전체 맵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PK와 다양한 펫을 이용한 이동 및 육성시스템, 아바타 변화시스템, 길드 간 대규모 PVP 등이 특징이다. 아울러 유저 개성을 살릴 수 있게 캐릭터별 코스튬 지원 및 다양한 전직, 강화, 진화 등을 통해 자신만의 아바타를 육성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유저들이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편의성을 극대화했는데, 자동 사냥 시스템과 길 찾기, 퀘스트 연결 등을 모두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 춘추전국시대의 전쟁과 모략을 담아낸 '진시황'


이두현 : 춘추전국을 배경으로 한 '진시황'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오영파 : '진시황'은 이미 중국에서 꽤 인기를 얻었던 게임이다.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이지만 카드 수집도 있고 RPG 요소도 있는 하이브리드 게임이다. 진입 장벽을 많이 낮춰서 모든 유저가 초반부터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게임이다.

진시황'은 대륙을 통일한 최초의 중국 황제 '영정', 엄청난 괴력의 영웅인 초한지 '항우', 춘추전국시대 전쟁의 틀을 바꾼 손자병법 '손무' 등 다양한 역사 속 영웅을 등용할 수 있다. 객잔의 일반 등용, 고급 등용을 통해 얻은 영웅은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의 부대에 배치할 수 있다.

길드와 커뮤니티가 잘 구성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며, 한국에서의 선전도 기대하고 있다.



이두현 : 앞으로 유엘유게임즈는 어떤 게임을 선보일 예정인가?

오영파 : 장르로 나눈다면 크게 세 가지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모바일 MMORPG가 2개 더 나올 예정이고, SRPG 장르의 게임도 준비 중이다. 또 큰 인기를 끌었던 소녀전선, 붕괴3rd와 같은 게임도 올해 내 선보인다.


이두현 : 앞으로 어떤 회사로 거듭나고 싶은지 궁금하다.

오영파 : 서비스를 잘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사실, 유엘유게임즈라고 이름 짓기 전에 '감동 게임즈'라 지으려 했다. '감동 게임즈'가 안 돼서 유엘유로 지었는데... 유저에게 감동을 주는 회사가 되려 한다. 유엘유게임즈가 큰 회사는 아니지만, 중국 내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서비스 노하우를 쌓은 회사 중에 하나다. 꾸준히 좋은 게임을 소개해 한국 유저에게 인정받는 회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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