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캐릭터는 '정체성' 확립 우선! - 아크시스템웍스 이시와타리 디렉터&안베 CTO

인터뷰 | 양영석,김수진 기자 | 댓글: 6개 |
2D 격투 게임을 한결같이 개발해온 대전 격투 게임의 명가, 아크시스템웍스는 이제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상당히 잘 알려진 개발사가 됐다. 과거 시절부터 수준높은 도트 기반 2D의 그래픽은 물론, 최근에는 3D를 2D처럼 보이게 만드는 극한의 렌더링 기술로 대단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런 '아크시스템웍스'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20년이나 회사에 재직한 두 개발자가 이번 NDC를 찾았다. 바로 길티기어 시리즈의 아버지인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디렉터와, 그와함께 초창기 길티기어 시리즈부터 계속 개발을 해온 '안베 히데유키' CTO가 그 주인공이다.

강연에서 '근성'을 강조하며 그동안 아크시스템웍스가 걸어온 길을 설명한 두 개발자들. 인벤에서는 이번 NDC에 참여한 아크시스템웍스의 두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아크시스템웍스에 대한 더 많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아크시스템웍스의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디렉터(좌), 안베 히데유키 CTO

Q. NDC는 처음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강연을 진행했는지 간략한 소개를 부탁하고 소감도 들어보고 싶다.

안베 히데유키
=이번 NDC 강연에서는 아크시스템웍스의 30주년을 기념해, 역사를 돌아보며 격투 게임에서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설명을 드렸다. 처음 강연을 시작할때는 사람이 적은 편이라 걱정을 좀 했는데, 자리가 점점 차면서 긴장이 더해졌다. 이렇게 큰 규모로 강연을 해본건 처음이라서,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아직도 긴장이 계속 되고 있고, 사실 좀 강연이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는 기분이 든다. 다음에 또 불러주시면 더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 생각이다.

※ 관련기사 : [NDC2018] 2D 장인정신의 길, 해답은 근성? - '아크시스템웍스'가 걸어온 길

Q. 이번 강연에서 독특했던 부분이, '근성'을 많이 강조했었다.

이시와타리
=길티기어를 만들때, 납기일(마감)은 정해져있는데 타사의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도 평균 이상은 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족한 게 많아서, 마지막에는 진짜 근성으로밖에 극복할 수 없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안베
=근데 일본에서도 '근성'은 좀 나쁜 이미지가 있다. 우리가 강연에서 강조했던 건 나쁜 이미지에서의 근성이 아니라 스태프들이 정말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을 좀 더 잘만들려고 한 의지같은 느낌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들어가있지는 않다.

- 꽤나 극한 상황에서 개발을 했던거 같은데, 농담으로라도 개발을 끝내고 하늘을 보고 어지럽거나 하지는 않았나?

이시와타리
=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한 1년 반 정도 집에 못들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이거 완전 블랙기업아닌가(웃음).

안베
=말로 표현하니까 약간 그런 느낌도 있긴하다(웃음). 그냥 당시에는 게임 개발을 마치 서클 활동처럼 하는 느낌이랄까...그런 감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이시와타리
=이걸 이야기해도 될 지 모르겠는데...넥슨 사무실에 보니까 '수면실'이 있더라. 우리는 처음 시작할 때 그런 시설은 없었고, 안베 씨와 둘이서 침낭사와서 침대 밑에서 자면서 작업을 한 기억이 있다. 물론 지금은 절대로 안그러니까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이 '근성'은 긍정적 의미의 근성이라고 한다.

Q. 이시와타리 디렉터는 신작 개발을 할 때마다 머리를 자르는 걸로 알고 있다. 지금 보니 머리를 다듬었는데, 신작 개발에 돌입한거로 봐도 되는 건가?

이시와타리
=아, 이거는...신작은 아니다. 그냥 머리가 좀 길어서 잘랐다고 봐주시면 된다. 신작 관련해서는, 아마 이런 자리나 강연 같은곳에 제가 자주 얼굴을 비추지 않게 되면 개발에 돌입했다고 보면 된다.


Q. 아크시스템웍스는 그래픽 퀄리티에서 대단한 칭찬을 받았다.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시와타리
=근성! 그건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최근에 제작했던 드래곤볼 타이틀도 근성이었다. 그게 비결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그래픽으로 감탄을 한 게임이 있는데, 한국에서 출시했던 게임이다. 블레이드앤 소울인데, 그거는 진짜 우리도 해보고 많이 놀랬다. 김형태 대표의 화풍이 제대로 CG로 나타났고, 잘 표현이 되어 있어서 감탄했다.


Q. 아케이드와 가정용 콘솔 타이틀을 둘 다 만들어봤을텐데, 제작할 때 그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무엇인가?

이시와타리
=초반에 길티기어 시리즈는 가정용 콘솔로만 만들어서 좀 다른 부분이 있었다. 대전 격투는 분명히 스포츠성을 생각하면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당시 제작할때는 그런것보다 '손'의 감각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걸 우선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격투기 게임으로서는 아마 밸런스가 나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아케이드 버전을 만들때는 분명히 생각을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아케이드 게임은 유저들이 100엔을 넣고 플레이를 했는데 재미가 없으면 안하게 된다. 그래서 승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밸런스라던가, 경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좀 더 디테일하게 작업을 했던 것 같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밸런스를 납득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해야 할까? 그게 차이점이었던 것 같다.


Q. 밸런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길티기어 시리즈는 대체적으로 게임이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는 편이다. 신규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시와타리
=구체적인 계획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렵고, 그냥 좀 어려운 주제같다. 우리는 신규 유저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연구를 하는 편이다. 유저들이 이탈하는 문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게임이 어렵다, 쉽다를 분석하기 보다는 어떤 부분에서 플레이를 하게 되는지, 그만두게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편이다.




Q. 최근 길티기어 작에서 '포스로망캔슬'이 사라지고 '로망캔슬'만 남아있는 것도 같은 일환인가?

이시와타리
=그렇다. 신규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면 된다. 포스 로망 캔슬을 삭제했을때, 오랫동안 시리즈를 즐겨온 유저들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이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 로망 캔슬을 삭제하고 신규 유저들이 게임을 새로 즐기게 됐다는 그런 목소리도 많이 들은 편이다.


Q.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원작의 느낌과 연출을 잘 구현했던 거 같다. 팬들에게도 임팩트있을 원작에 없는 장면도 있었는데, 이를 제작하는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안베
=일반론으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가끔 원작이 있는 게임을 만들때의 이야기다. 우리는 원작에 있는 장면을 잘 구현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원작을 파고드는 사전 작업을 거친 후에 제작을 한다. 그리고 나서 원작의 장면이 잘 구현되면 우리도 기쁘더라. 우리가 기쁠수 있을 만큼의 퀄리티를 추구하도록 하고 있다.

이시와타리
=한가지 말씀 드릴 부분은, 드래곤볼 시리즈는 모르는 팬들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인지도를 가진 작품이다. 블레이블루나 길티기어처럼 어떻게 해야 유저들이 좋아할까를 모르는 상태에서 만든 게 아니라, '정답'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게임을 작업하는데 있어서는 좋은 부분이 있었다.


Q. 이번 NDC강연에서 깜짝 발표를 했는데, 故 신해철씨의 음악을 스위치 이식작에 수록한다고 했다. 이는 어떻게 결정하게 됐나?

이시와타리
=이거는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지점에서 제안을 주셨다.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
=지난 해가 故 신해철님의 3주기였다. 여러 매체에서 추모 기사가 올라왔는데, 당시에 담당자님이 했던 인터뷰도 있었다. 거기서 마지막에 故 신해철님의 곡은 YBM계약 당시에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계약이 됐는데, 최근 길티기어 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하시더라. 자유롭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보고 우리 측에서 바로 연결해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감이 있다. 그 곡을 본사에 제안을 넣고 경위를 설명드리니 긍정적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Q. 그렇다면 이번에 길티기어XX 액센트 코어 플러스 R을 스위치 버전으로 내놓게 된 계기가 있나?

이시와타리
=이것도 아시아지점에서...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
=닌텐도 스위치가 지난해 3월에 나온 이후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신작도 중요하지만 스위치의 경우는 아시다시피 휴대용 콘솔이기도 하고, 가정용으로 설치해서 쓸 수도 있다보니 예전 게임들의 이식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편이다. 순차적으로 이식을 할 예쩡이라서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액센트코어 플러스R 처럼 추가적인 요소가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


Q. 길티기어도 그렇고, 예전부터 궁금했던 부분인데 게임 이름이 상당히 길다. 샤프리로드, 엑센트 코어 등등...이렇게 이름을 길게 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내부 개발자들도 헷갈릴 거 같다.

이시와타리
=그게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다. 아마 계획성이 좀 없어서랄까...전에 철권의 하라다 PD님한테도 한 번 이름을 기억도 못하게 왜 이렇게 길게 만드냐고 혼난 적이 있다. 중2병이 살짝 있다고 해야 하나...? 이게 별 의미는 없는건데 이것도 우리가 반성해야 할 포인트인 것 같다. 개발자들도 가끔 헷갈리기도 하고, 이게 게임이 20년이나 됐다보니까 뒤에 뭔가 자꾸 붙어져서 길어지는 것 같다.


Q. 길티기어나 블레이블루 시리즈는 꽤 자주 확장판이 나오는 편인데, 이렇게 게임을 제작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시와타리
=격투 게임이 '확장판'이 나오는 건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격투 게임을 하다보면서 유저들이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직접 플레이로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필요하고 어떤 부분이 아쉬운지 계속 검토한다. 그래서 좀 더 성장된 버전으로, 납득할 수 있는 상태로 격투 게임을 만드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확장판이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GG Xrd는 'Rev2'까지 다수의 확장판 버전이 출시됐다.

Q. 길티기어 이그저드는 언리얼3를 이용해서 훌륭한 그래픽을 보여줬는데, 이제는 언리얼4의 신 버전이 나왔다. 이용 엔진을 새로 교체해야 할텐데....이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는가?

안베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언리얼 엔진도 우리가 엔진 자체를 쓰고 있다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개조를 해서 사용하고 있는 편이다. 언리얼3에서는 캐릭터를 스케일링하는 기능이 없어서 부가적으로 개조해서 쓴 편인데, 언리얼4에서는 처음부터 그 기능이 있어서 개조가 필요없는 부분이 있어서 이행하는 건 큰 문제가 없는 거 같다.

이시와타리
=오히려 디자인 파트에서는 언리얼4가 되서 훨씬 쓰기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Q. 앞서 강연에서 밸런스를 공격적으로 하는 게 좀 재미있을거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 좀 추가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이시와타리
=사내에서 키워드로 자주 사용되는 말이 있는데, '와일드' 조정과 '마일드' 조정이다. 마일드 조정의 경우는 누군가 독보적인 캐릭터가 없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비슷비슷하게 균형을 잡는 형태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면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밸런스가 좀 좋지 않더라도, 플레이어들이나 게이머들이 한 번 져서 분하니까 다시 도전하는 느낌이 들도록 조정하는 경우가 바로 '와일드' 조정이다. 그런 느낌이 들되, 지나치지는 않도록 와일드하게 조정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의 게임 밸런스도 완벽한, 아름다운 밸런스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계속 주시를 해야할 것 같다. 앞으로도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Q. 길티기어도 그렇지만, 블레이블루의 경우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독자적인 '자원'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개성도 될 수 있지만 캐릭터들의 조작이 독자적이 되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단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시와타리
=블레이블루 시리즈를 만든건 아니라서 잘모르겠지만, 같은 이야기를 길티기어에 빗대서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캐릭터들이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 방식이라고 정해놓고 시작하는 편이다.

다른 회사의 격투 게임은 캐릭터를 선택해도 이거이거만 하면 다 이길수 있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거는 우리가 흉내내도 안될 거 같고...그냥 하나하나 정체성을 확립해서 개성을 살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중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아크시스템웍스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한다.

이시와타리
=지금까지도 아크시스템웍스를 좋아해주시는 유저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사실 길티기어 시리즈가 여러나라에서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해주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지금은 이제 인터넷으로 대전을 할 수 있는 시대다보니 많은 유저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한국과도 연결되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길티기어 시리즈와 아크시스템웍스에 대한 응원을 계속 보내주셨으면 좋겠고, 유저분들이 플레이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베
=우리가 만드는 게임에서 우리가 좋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공감을 해주는 유저분들이 많은게 바로 우리가 근성을 발휘하는 원천이 된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해주시면 더 좋은 근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시와타리
=한국에 올 때마다 드리는 이야기인데, 정말로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입맛에도 잘 맞는다. 다음에도 다시 한 번 초청받을 수 있도록 좋은 게임을 만들 예정이고, 초청받아서 열심히 많이 먹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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