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는 강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미드계의 신성 - KT '유칼' 손우현

인터뷰 | 신연재, 남기백 기자 | 댓글: 49개 |
kt 롤스터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스프링 스플릿은 슬프고도 기쁜 시즌이었을 것입니다. 정규 시즌 3위, 포스트 시즌 3위라는 성적은 분명 아쉽지만, 드디어 kt 롤스터에도 대형 신인 미드라이너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2001년생 신인, '유칼' 손우현 선수가 포스트 시즌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섬머 스플릿에 대한 선전 포고와도 같았습니다.

SKT T1과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유칼' 선수는 신인의 패기와 마치 베테랑 같은 냉철함을 모두 보여줬습니다.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한 움직임으로 맞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맹렬히 몰아붙였죠. 예상했던 것보다 더 거센 압박 플레이에 SKT T1은 허리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 선수가 게임의 판을 짠 것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kt 롤스터의 숙소 근처 카페에서 '유칼' 선수를 만났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앳되어 보이는 외모였지만, 모든 질문에 한자 한자 힘주어 대답하는 모습에는 자신감이 가득했습니다. 그의 공격적이고 패기로운 플레이 성향이 성격의 영향을 받았다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죠. 플레이 스타일만큼이나 자신감 넘쳤던 '유칼' 선수와의 인터뷰. 그 내용을 지금 바로 공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t 롤스터 미드라이너 '유칼' 손우현입니다.


Q. 발음도 독특하고, 인상 깊은 닉네임인데요. 어떻게 '유칼'이라는 닉네임을 짓게 됐나요?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우갈'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어요. 이름에 '우' 자를 따서요. 그걸 프로 닉네임에 입히려고 했어요. 'Ucal'이라는 단어가 '나는 강하다'라는 뜻이더라고요. 그 뜻이 마음에 들어서 닉네임을 '유칼'로 정하게 됐습니다.


Q. kt 롤스터 연습생 신분에서 시작해 이제는 어엿한 정식 멤버가 되셨어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회에 출전하기에는 나이가 어려서 아마추어 시절이 되게 길었어요. 중학교 2~3학년 때부터 LoL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점수를 높이고 원하는 팀을 찾다가 작년 5월 쯤에 kt 롤스터에 들어오게 됐어요. 정제승 코치님과 코치님이 아프리카 프릭스에 계실 적부터 친분이 좀 있었거든요.

이후에는 경기에 뛸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자연스레 스크림도 뛰고 정식 엔트리에도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Q. 사실 연습생으로 있다 하더라도 팀에는 합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코칭 스태프가 '유칼' 선수의 어떤 점을 보고 정식으로 기용하게 된 거라고 생각하세요?

우선, 솔로 랭크 점수가 굉장히 높았고요. '폰' 허원석 형과 플레이 스타일이 정반대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높게 평가한 것 같아요.


Q.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출전한 경기들에서 굉장히 공격적이고 겁 없는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셨어요.

제 성격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공격적인 플레이는 결국 실수했을 때 리스크가 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플레이인데, 저는 실수를 안할 자신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플레이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정식 입단 후에 바뀐 점이 있다면요?

생활 패턴도 바뀌고, 게임 성향도 좀 바뀌었어요. 더 공격적인 성향이 더 확실해졌달까. 코치님과 개인 면담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제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 좋다는 판단이 들었죠.


Q. 같은 시기에 입단한 '러쉬' 이윤재 선수를 제외하면 경력이 엄청난 선수들이 팀에 포진해 있습니다.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정말 좋았어요. 제 목표가 어떤 대회에서는 우승을 하는 건데, 그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경험 차이는 정말 커요. 경기력에서 노련미가 느껴지거든요. 신인 선수들은 베테랑 선수를 만나면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유칼' 선수도 아직 그런 부분에서는 좀 부족함을 느끼고 있나요?) 아뇨, 저는 경험이 덜해도 되게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Q. 역시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그래도 경험 많은 팀원 형들이 도움되는 부분이 분명 있겠죠?

네. 제가 처음에 스크림을 하면서 느꼈던 부족한 부분들은 형들과 소통하면서 하나씩 고쳐나갔어요. 사실 그때는 연습 결과가 많이 좋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스멥' 송경호 형이 '너는 무조건 잘할 수 있다'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힘이 많이 됐죠.


Q. 콩두 몬스터와의 2라운드 경기로 LCK 데뷔전을 치렀는데, 처음 경기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긴장감이나 부담감은 없었나요?

그런 거는 아예 없었던 것 같아요.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잖아요.


Q. 자신의 데뷔전을 점수로 메겨본다면요?

10점 만점에 한 7점 정도? 자신감은 있었지만, 그때 당시의 제 실력은 부족했어요. 최고의 선수에 가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플레이오프를 하기 전까지는요. 저한테는 데뷔전이 제 단점을 많이 보완할 수 있는 경기였던 것 같아요.





Q. 이후에 펼쳐졌던 SKT T1와의 플레이오프는 팬들에게 '유칼' 선수 스스로를 단단히 각인시킨 경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경기 전부터 기대가 많이 됐었어요.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저랑 비슷하게 미드 라인에서 플레이 메이킹을 많이 하는 선수기 때문에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됐어요. 라인전은 사실 상성 그대로 갔던 것 같아요. 누가 정글러를 더 잘 쓰냐는 싸움이었는데, 제가 좀 더 정글을 잘 썼던 것 같아요.


Q. 정글러를 쓴다는 표현을 해주셨는데요. 1세트는 '러쉬' 선수가 나와서 패했고, 2세트부터는 '스코어' 고동빈 선수가 나와서 전승을 거뒀습니다. 미드-정글 구도에서 어떤 변화가 승패를 갈랐다고 생각하세요?

노련함의 차이도 있었겠지만, 1세트는 팀적인 호흡이 잘 안 맞았던 게 패인이라고 생각해요. 미드-정글 싸움의 문제는 아니었고요.


Q. 미드 라이너의 입장에서, 두 정글러의 차이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간단히 말해서 '러쉬' 선수는 좀 더 리스크 있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많이 하는 편인 것 같고, '스코어' 선수는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러쉬' 선수 같은 경우는 제가 케어를 하면서 플레이를 해야 하고, '스코어' 선수는 저를 케어해줘요.


Q. 그럼 라이너의 입장에서는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스코어' 선수가 더 편하겠네요?

처음에 제 실력이 좀 부족했을 때는 '스코어' 형이 제일 편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둘 다 각자의 장점이 있어서 다 좋아요. '러쉬' 선수와 함께하면 상대를 더 피말리게 할 수 있거든요. 정석 싸움은 '스코어' 형이 더 잘하고요.





Q. 반대로 '유칼' 선수가 있을 때와 '폰' 선수가 있을 때 팀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제가 더 공격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대신 원석이 형이 있을 때는 봇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어요. 제가 있을 땐 미드-봇이 반반 비중을 갖게 되고요.


Q. 시즌 동안 탈리야와 아지르를 주력 카드로 활용하셨습니다. 본인이 가장 자신있어서 뽑은 챔피언인가요, 아니면 팀이나 메타에 어울려 선택한 챔피언인가요?

둘 다예요. 자신감도 있었고, 메타에도 잘 맞았어요. 저랑 잘 맞는 챔피언들이에요. 내가 싸움을 걸지 말지 선택할 수 있거든요. 카르마 같은 챔피언은 싸움을 받아칠 수밖에 없잖아요. 가장 자신있는 챔피언을 꼽자면, 라이즈에요. 전부터 가장 좋아하기도 했고. 이번 시즌에는 메타나 상성 때문에 많이 쓰지는 못했지만요.


Q. 지난 스프링 스플릿이 '유칼' 선수 개인적으로는 호평을 받았던 시즌이었지만, 팀적으로는 아쉬운 성적을 남긴 시즌이기도 했어요. 어떤 점이 팀의 발목을 잡았던 것 같나요?

음, 팀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것 같아요. 저희 팀이 어느 한 라인이 무너졌을 때 이긴 경기가 거의 없어요. 복구 능력이 좀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맞춰가는 방식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팀적으로 움직이는 데에 있어서 누구 하나 불만이 없도록요.

보통 게임 내에서 팀적으로 희생해야 할 상황이 올 때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확실하게 피드백을 하고 있어요. 누군가 희생을 하면 다른 쪽에서 확실하게 이득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무의미한 희생이 되지 않게요.





Q.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네요. 이번 섬머 스플릿, kt 롤스터의 좋은 경기력과 호성적을 기대해도 될까요?

매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팬들께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기대해도 좋으실 것 같아요.


Q. 프로게이머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스코어' 선수와 '페이커' 선수요. '페이커' 선수는 제가 LoL을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고요. 경기에서 그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동빈이 형은 그렇게 좋은 실력을 오랫 동안 유지한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두 선수가 제 롤모델이에요.


Q. 자신을 포함해 섬머 스플릿을 준비하고 있는 LCK 미드라이너 중 가장 잘하는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비디디' 선수요. 성향도 공격적이고 다 잘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상황이든 팀적인 호흡을 잘 맞추는 선수인 것 같아요. 저는 많이 늘었다고 해도 아직 팀적인 움직임은 조금 부족하거든요. (그 다음을 꼽자면요?) 저요. 딱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팀플레이 능력이요.




▲ 2014년 섬머 '마타' 선수의 다짐(좌)과 2018년 섬머 '유칼' 선수의 다짐(우, 출처 : '유칼' 선수 SNS)

Q. 개인 SNS에 LCK 섬머와 롤드컵, '스코어' 선수 성불(우승)에 대한 각오를 다진 사진을 게시해서 이슈가 됐었습니다. 2014년도의 '마타' 선수가 떠오르는 사진이었는데요. '스코어' 선수가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빨리 성불시켜달라고 하던데요(웃음). 동빈이 형이 요즘 저만 믿고 있습니다. (정말로 휴가와 휴식을 다 반납하셨나요? 쉼 없이 달리면 지칠법도 한데요.) 네, 다 반납했어요. 아직은 어려서 괜찮은 것 같아요.


Q. 경기가 끝나고 진행되는 팬미팅도 '유칼' 선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어떤 선수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때 자신의 줄에 서는 팬이 거의 없다보니까 팬미팅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는데, '유칼' 선수는 어땠나요?

저에게 팬이라고 해주시는 분이 생기기 시작하니까 정말 많이 좋았죠. 프로 데뷔를 하면 당연히 팬이 생길 수 있단 걸 알고 있었어도 정말 좋았고, 한 분 한 분이 다 고마웠어요. 음, 팬미팅 줄은 길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지금은 저를 알고 응원해주시는 팬이 적어도, 나중엔 분명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그대로 재미있게 즐겼던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팬이나 팬에게 받은 선물이 있나요?

만화 캐릭터 피규어를 선물해주신 분이 계셔요. 그 피규어를 컴퓨터 옆에 항상 두고 연습하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있을 경기에 대한 각오 한 말씀 들으면서 인터뷰 마치도록 할게요.

스프링 때는 많은 걸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섬머 때는 더 다양한 챔피언으로 더 좋은 경기력 꼭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동빈이 형 성불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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