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DEC] 스위치로 프로그래밍을? '원데이 프로그래밍 캠프'와 스마일붐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2개 |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 개발이 될까?"

CEDEC 2018 일정을 보던 중, 눈에 들어오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래밍 캠프인 '원데이 프로그래밍 캠프 in 세덱'이었죠. 제목만 보면 흔한 교육 캠프였지만, 닌텐도 스위치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원데이 프로그래밍 캠프 in 세덱' 현장에서는 실제로 닌텐도 스위치로 아이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게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에셋이 미리 제공된 상태지만, 이를 움직이도록 코드를 짜는 것은 아이들이 직접 해야 하는 부분이었죠.

원데이 프로그래밍 캠프 in 세덱을 진행한 스마일붐은 닌텐도 스위치 외에도 NDS, 3DS 등 콘솔을 활용해 프로그래밍을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아동 프로그래밍 교육을 진행해온 회사입니다. 스마일붐의 코바야시 타카키 대표는 아이들에게 게임 개발의 즐거움을 쉽고 편안하게 가르쳐주기 위해서 지난 7년 간 그와 같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죠.



▲ 스마일붐 코바야시 타카키 대표


윤서호: 프로그래밍 교육을 한다는 것은 알았는데, 스위치로 진행한다는 점은 살짝 놀랐습니다.

코바야시: 실은 3DS로도 가능합니다. 지금 이 '푸치콘4 스마일 베이직' 말고 전 세대 푸치콘은 3DS용으로 만들어졌고, 이를 활용해서 교육이 가능하죠. 그렇지만 요즘에는 아이들이 닌텐도 스위치를 많이들 갖고 있고, 또 닌텐도 스위치 게임들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스위치 버전으로 교육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콘솔뿐만 아니라 PC로도 프로그래밍과 게임 개발을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를 활용해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및 게임 개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윤서호: 회사와 그 프로그램들에 대해서 좀 더 소개 부탁드립니다.

코바야시: 저희 스마일붐은 홋카이도 삿포로에 위치한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회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체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과 게임 개발 교육을 하고 있죠. 거창하게 '게임 개발자가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것은 아니고, 정확히는 아이들에게 게임 개발은 이런 것이다, 라는 느낌을 전달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면서 무언가 만드는 것이 이렇게 즐겁다, 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본사는 홋카이도 삿포로에 있습니다만. 홋카이도뿐만 아니라 일본 곳곳을 다니면서 프로그래밍과 게임 개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체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푸치콘4 스마일 베이직', 그리고 '푸치콘' 시리즈 외에도 다른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PC, 특히 라즈베리 파이용으로 고려해서 만든 '파이스타터', 마찬가지로 저사양 PC도 충분히 고려해서 만든 'TB 스타터' 등이 있습니다. 좋은 PC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PC가 없는 곳에서도 게임 개발이나 프로그래밍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들이죠.


윤서호: 이 원데이 프로그래밍 커리큘럼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코바야시: 사실은 NDS로 아이들에게 간단한 프로그래밍 교육을 해보자! 라고 해서 시작을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햇수로 따지면 한 7년? 그 정도쯤이었을 겁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많이 갖고 있고, 또 관심을 보이는 콘솔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도를 하게 됐죠. 그렇게 시작한 프로그래밍 교육 캠프였습니다만, 계속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윤서호: NDS도 그렇고 3DS 등 콘솔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언어를 주로 사용하시나요?

코바야시: 베이직 언어입니다. 원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위해서 만들어진 언어고, 가장 기본이 되는 언어죠. 그래서 기기에 상관없이 호환도 될 뿐만 아니라, 원래 목적부터가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좋겠다 싶어서 채택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베이직 언어를 가르치다보니까, 이곳에 잠깐 들리신 개발자들 중에는 종종 옛날이 그립다고 하시면서 자리를 떠나질 않으시기도 합니다(웃음). 고전 게임은 대부분 베이직으로 만들어졌으니까요.





윤서호: 업계에서는 최근 C언어 계열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해서 처음에는 C언어 쪽일 줄 알았습니다.

코바야시: 물론 업계에서는 C언어 계열을 많이 사용합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죠. 아무래도 베이직 이후에 나온 언어라서 여러 가지로 개선되기도 하고, 또 최근에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언어니까요. 업계를 간다고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아무래도 C언어 계열을 가르치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그것보다는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이란 이런 것이고 게임은 이런 구조로 되어있다! 라고 가르치기엔 베이직도 모자람이 없죠.

사실 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에게 흥미를 가지게 하면서, 또 대강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본다면, 이 과정도 진짜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만에 만든다는 건 솔직히 어려우니까요(웃음). 이미 저희가 만들어 놓은 소스를 바탕으로 예시로 준 베이직 언어를 작성하고, 안에 있는 수치를 이리저리 고쳐보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해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대충 이런 식이다, 라는 느낌만 받을 수 있게 한 셈입니다.



▲ 예제를 주고, 이를 입력한 뒤에 하나하나 확인해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윤서호: 하긴 아이들에게 진짜 게임에 쓰이는 것들을 알려주는 건 어렵죠.

코바야시: 그랬다면 아마 아이들이 다 도망갔을 겁니다(웃음). 그것보다는 "게임 개발은 이런 느낌이야"라고 맛만 보여주는 것이죠.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블록놀이 같은 느낌이죠. 아이들은 블록으로 무언가를 만드는데, 블록을 아이들이 처음부터 만들지는 않잖아요? 그런 감각으로 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도 스위치나 콘솔로도 교육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윤서호: 스위치로 하는 건 처음봤습니다. 보통은 PC로 많이 하죠. 일반적으로 게임 개발이나 프로그래밍은 PC로 많이 하고, 한국에서는 PC 게임을 많이 즐기기도 하고요.

코바야시: 그렇군요. 저희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PC로 하는 교육도 있습니다만, 아이들 중에는 PC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닌텐도 스위치 같은 콘솔은, 아무래도 게임기고 그걸로 갖고 논다, 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 보다 쉽게 접근하는 느낌입니다.





윤서호: 사실 프로그래밍이라는 게 아이들에게 많이 어려울 거고, 또 초등학생이라 영어 문장 같은 것을 보고 힘들어할 것 같습니다.

코바야시: 수업을 진행할 때 그래서 굉장히 많이 물어봅니다. 선생님 이건 뭐에요, 이건 무슨 뜻이에요, 라고 말이죠. 그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자기가 실제로 무언가 움직이는 걸 만든다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죠.

물론 저희가 준비한 것은 굉장히 단순한 양식입니다. 테이누가 달려가서, 스컹크를 피해서 사과를 따고 목적지까지 달려가는 게임이죠. 마지막 길목에서 곰과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여기서 이기면 승리하게 됩니다.

그에 맞춰서 단계별로 학생들에게 하나하나씩 설명을 하죠. 물론 기본적인 기능을 처음에 설명해줘도 그것부터 물어보러 오는 학생도 있습니다만(웃음),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죠. 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저희 스탭들이 같이 와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윤서호: 소소한 오타라던가 그런 것도 질문을 많이 할 것 같은데요. 프로그래밍에선 그런 게 많잖아요.

코바야시: 많죠. 그리고 원래 쓰던 양식과 다른 양식으로 사용하는 기호들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Bool 속성 데이터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보통은 =는 한 번만 쓰잖아요? 그리고 실제로도 프로그래밍에서도 다수가 =을 한 번만 사용하고요. 이런 부분이 헷갈려서 아이들이 많이 틀립니다. 때로는 “선생님 왜 한 개는 안 돼요?”라고 묻기도 해요.

때로는 점을 잘못 찍어서 단위가 10단위, 100단위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점프를 누르는 순간에 테이누가 날아가버리거나, 혹은 움직임이 굼떠지죠. 어느 라인에서 오타가 났는지 아이들이 배운대로 찾아보기는 하지만, 워낙 처음 보는 생소한 구조의 문장이라서 당황하고 자주 선생님을 찾곤 합니다.

아이들에게 제공한 문제 중에도 그런 게 있습니다. 9번 문제가 그렇죠. 쉼표가 들어가야 할 부분에 마침표를 넣었거든요. 사실 프로그래밍할 때마다 저도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웃음). 물론 처음에 "여기에 틀린 게 있으니 한 번 찾아보렴"이라고 미리 예고를 하긴 하죠. 안 그러면 "잘못된 게 없는데 기계가 이상해요"라고 넘어가기도 하거든요. 어딘가가 틀렸다고 말하면, "내가 맞춰볼래"하고서 아이들은 더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이죠.

아이들이 오타, 혹은 틀린 점을 하나하나 찾는 걸 지켜보면서도 너무 어려워 할 때는 종종 도움을 주죠. 아이들은 그걸 바탕으로 하나하나 고쳐가고, 의도대로 진행되는 걸 체험하는 것이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서호: 이와 같이 콘솔로 프로그래밍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해외에도 알릴 생각이 있으신가요?

코바야시: 일단 북미와 유럽 쪽에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일단 잘 몰랐던 터라서요(웃음). 유니코드니까 한글도 대응을 하겠습니다만, 혹시라도 안 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들긴 합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아이들 모두가 이런 과정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어느 나라의 아이들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세계의 모든 아이들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거든요. 한국어하고 한국의 게임계, 그리고 한국의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잘 몰라서 확답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아직 저희 스마일붐 프로그램 스위치 버전이 완성 버전은 아닙니다. 테스트 버전이죠. 테스트용이 나온 것도 두 달 전의 일이었습니다. 올해 가을이면 완성되는데, 완성판이 출시되면 그때 이를 토대로 좀 더 교육을 확장해나가고자 합니다.






▲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하는 '원데이 프로그래밍 in 세덱'



▲ "여러분 9번 문제를 보세요"



▲ 미리 나눠준 교재를 보고 프로그래밍을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겠어요"



▲ "어디 이상한 곳 안 보이니?"



▲ 정답은 이 부분에 잘못 찍힌 마침표를 쉼표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 그 외에도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헤매는 부분이 있으면 스태프들이 힌트를 주러 옵니다



▲ 한켠에는 현재 교육에 사용하고 있는 '푸치콘4 스마일 베이직' 프로그램을 전시했습니다



▲ 또 다른 프로그래밍 교육 프로그램, 'TB 스타터'



▲ 싱글카드 PC인 라즈베리 파이에서도 호환되도록 개발한 교육용 프로그램 '파이 스타터'



▲ 캠프 종료 전에는 자신이 만든 게임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 최종 목표인 가위바위보 승부까지 무사히 도달했습니다



▲ 때론 수치를 잘못 입력해서 발표 중에 체크하고 수정하기도 합니다.



▲ "언젠가 한국의 아이들과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8월 22일 개최된 일본 개발자 컨퍼런스 CEDEC 2018의 강연 정보와 뉴스를 현지에 나가 있는 박광석, 윤서호 기자가 생생하게 전달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ha5v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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