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에어 그린윙즈의 해결사 류원, '코치는 내 운명'

인터뷰 | 김지영 기자 | 댓글: 3개 |
e스포츠 업계에는 많은 프로게이머들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코치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지도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e스포츠에서 모든 선수들이 전부 이길 수 없으니까요. 코치가 아무리 성심성의껏 지도한다고 하더라도 선수가 패하고 돌아오면 선수나 코치 모두 속상하기는 마찬가지죠.

그렇기에 코치들은 선수들에 비해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맡고 있는 선수들의 스타일이 제각각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으로 나타나는 선수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있죠. 그렇기에 '성적을 잘 내는 코치'란 타이틀은 정말 달기 어려운 영광스러운 업적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에서 류원 코치만큼은 이 타이틀에 가장 근접한 코치가 아닐까요? 과거 슬레이어즈의 코치로 e스포츠 업계에 처음 발붙인 류원 코치는 웅진을 거치면서 문성원, 김유진, 노준규, 김민철 등의 걸출한 선수들을 지도했습니다. 그렇게 쌓은 넓은 인맥과 높은 신뢰성은 류원 코치의 가치를 상승시켰습니다. 지금은 진에어 그린윙스에 둥지를 튼 류원 코치, 팀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하지 않겠죠?





■ 비프로게이머 출신의 재야고수 류원, '코치는 내 운명'

류원 코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보통 현역 선수들이 코치로 전향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죠. 경험적인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니까요. 하지만 류원 코치는 프로게이머 출신이 아닌 코치입니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재야고수로 유명했지만, 정작 프로게이머 생활은 하지 않은 것이죠.

"스타크래프트1때도 사실 게임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리플레이를 보고 빌드를 많이 연구하는 편이었죠. 당시에는 제가 몇달 전부터 독창적으로 연구해서 쓰는 빌드가 있었는데 몇달이 지나니 프로리그에서 그 빌드를 쓰더라고요. 그 정도로 빌드에는 자신이 있었죠. 하지만 제 자신이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기엔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준프로게이머 자격이라도 따보자는 생각에 커리지 매치에 출전했었는데 결승에서 떨어졌어요. 이게 제 최고 기록이죠.

프로게이머들은 확실히 일반인과 다른 뛰어난 부분이 있어요. 본능적인 움직임, 동체시력이 좋다든지 여러가지 강점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부분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순간적인 판단력이 떨어지고 컨트롤도 너무 좋지 않았죠. APM이 200도 안나왔지만 연습을 통해 400까지 끌어올리긴 했어요. 당시 나이가 20대 초중반이었는데 이렇게까지 해도 안되더라고요. 게이머로서의 역량은 부족하구나를 통감했어요."



하지만 류원 코치의 말과 달리 선수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상당한 실력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선수가 직접 찾아와서 직접 게임을 가르쳐달라고 했을까요? 일개 아마추어에 불과했던 류원 코치에게 당시 준프로게이머였던 노준규가 게임을 가르쳐달라고 한 일화는 유명했죠.

"노준규 선수가 준프로게이머를 땄을 상황이면 아마 '혼'길드 시절이었을거에요. 제게 저그전을 알려달라고 왔었어요. 근데 지금은 본인이 기억을 잘 못하더라고요(웃음). 처음 보는 사람이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저그전을 배우고 싶습니다. 가르쳐줄 수 있나요'라고 묻더군요. 지금도 이런 선수는 잘 없을걸요? 초면인 제게 게임을 알려달라고 하니 나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준프로게이머도 찾아와서 게임을 배우고 가는 류원 코치의 역량에 프로게임단이 주목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도 물론 좋아했지만, 그보다 리플레이를 보고 전략을 짜고 빌드를 만드는 것에 더욱 특출난 역량이 있었던 류원이란 사람에게 어쩌면 '코치'는 운명과도 같은 일인지도 모르죠.

"게이머로서의 역량은 부족했고, 그때 코치를 바로 할수는 없었죠. 나이도 너무 어렸고요. 지금와서 느끼는건데 게임을 잘 안다고 해서 코치까지 할 수 있는건 아니더라고요. 선수들 관리도 잘했어야 하고, 게임 외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많았죠. 그때 코치를 했다면 잘 안됬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김)명운이가 한빛에 들어가면서 '명운이가 에이스가 되면 나도 저 팀에 코치로 들어갈 수 있겠지'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명운이가 남에게 부탁을 잘 하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꿈을 약간 접었죠. 군대를 빨리 가야하는 상황이 오기도 했고요. 입대를 하게 되면서 약간 접은 꿈은 완전히 접는 쪽으로 갔죠. 전역 이후에는 적응할 수 없을 것으로 봤거든요.

하지만 전역하기 전부터 스타2가 유행하더라고요. 마침 알고 지내던 문성원 선수에게 '게이머를 해봐라'라고 조언해봤어요. 그러더니 이 유닛은 무슨 유닛인지, 이 유닛의 공격력은 몇인지등의 사소한 것까지 다 물어봤어요. 그때부터 시작이 됐죠. 제가 전역하고 나서 문성원이 본격적으로 게임을 익힐 수 있었고, 결국 슬레이어스에 입단했죠.

문성원 선수가 대회를 준비하는데 저보고 도와달라고 했어요. 제가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열흘만에 마스터까지 오르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깊게 판건 아니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문성원 선수의 요청을 거절할 순 없었고, 그래서 같이 이야기하다가 일주일에 두어번씩 슬레이어즈 숙소에 가서 같이 도와주기도 했죠. 여기서 인연이 되어 아예 그 팀에 입단하게 됐죠. 문성원 선수 덕분에 코치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코치는 항상 무조건 알려주는 존재가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존재라고 봐요. 코치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선수들에게 물어보며 배우고, 그렇게 깨달은 점을 다시 선수들에게 알려주는 존재죠. 선수들의 느낀점을 배우면서 게이머 출신이 아닌 점을 최대한 보완하는 것이죠. 항상 생각해야 해요. 심도있는 게임이야기를 하는 것을 저는 언제나 즐겼어요."




▲ 게이머 출신이 아니라면, 코치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 지금은 스타가 된 '류원의 아이들'. 각별한 만큼 옥신각신했던 에피소드들

친분이 있던 문성원을 돕다가 코치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류원 코치, 문성원이 2011~2012년 전성기를 자랑하면서 류원 코치의 역량 역시 높게 평가되기 시작합니다. 슬레이어즈를 떠나게 된 이후 웅진에 다시 자리를 잡았던 것도 이와 같은 놀라운 성과 덕분이기도 하지만, 사실 류원 코치의 진짜 강점은 선수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성품입니다. 지금은 스타가 된 문성원과는 막역한 사이이기도 하죠.

"문성원 선수하고는 친하기도 한만큼 절교할 정도로 싸운 적도 있었어요. 문성원 선수가 19살 때부터 저를 알았거든요. 8년째 알고 지내는 셈이죠. 예전에는 성원이가 형편이 정말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마우스도 사주기도 하고 밥도 사주고 그랬죠. 하지만 성원이가 슬레이어즈에 입단한 이후에는 완전히 역전한거에요(웃음). '제가 살게요'란 말이 부쩍 늘어났죠.

제일 감동했을때는 성원이가 SKT T1 연습생인 시절 의류 협찬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매장에서 자기것 챙기기도 바쁠텐데 제 트레이닝 복, 티셔츠, 운동화를 따로 챙겼더라고요. 이때 정말 감동했죠. 최근에는 미국에 다녀오더니 명품 선글라스를 사주더군요. 이 나이 되도록 선글라스 하나 없었는데 성원이가 좋은 선물 뭐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선글라스가 생각났다며 사왔어요. 정말 기분 좋았어요."



지금도 문성원과의 사이는 각별합니다. 이런 선수가 전성기를 맞이했던 2011~2012년에는 류원도 가슴깊은 벅참과 함께 코치로서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는 선수가 받지만, 그 선수가 해냈다라는 기쁨에 코치 역시 무대 뒤에서 조용히 감동을 느꼈을테죠. 문성원과 함께 준비한 빌드가 통해서 경기를 따낼 때, 같이 짜낸 전략이 먹혔을 때, 류원 코치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문성원이 정종현을 꺾고 우승했던 2011 소니에릭슨 GSL 시즌4 코드S 결승전은 정말 잊을 수 없죠. 블리즈컨 무대에서 열리기도 했고,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상대 정종현이 정말 잘했으니까요.

관중들도 엄청 많았고, 그런 무대에서 문성원 선수가 우승했단 것도 기뻤어요. 무엇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선수가 우승했잖아요. 배고픈 그 시절에 문성원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을 항상 상상해왔는데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죠.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그때는 문성원 선수가 메카닉 빌드를 쓰겠다는 것을 제가 대놓고 무시하면서 바이오닉만 준비하라고 얘기했었어요. 친하니까 가능했었던 일인데 이게 먹혔어요. 그게 마음에 들었고, 모든 세트에서 정종현이 선가스 밴시 견제를 할 것이란 가능성을 싹 배제했어요. 리스크가 큰 빌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했죠. 정종현은 리스크 없이 실력으로 커버하는 것을 선호하더군요. 본인이 자신감이 있으니까 가능했죠. 저는 그것을 느꼈고, 맞아 떨어졌어요.

당시 첫 세트 빌드를 나름 잘 준비했거든요. 하지만 현장 부스의 방음이 부실해서 안 하려고도 했어요. 그래도 제가 '이건 상대가 함성소리를 듣는다 해도 막지 못할거다' 라고 말을 했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진짜 막히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에 사실 불안했어요. 그래도 선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야 했기에 저런말을 했고, 결국 그 첫 세트를 가볍게 이겼을 때 정말 뿌듯했던 것 같아요."



코치의 마음은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나 봅니다. 힘든 부분을 물었더니, 류원 코치는 미국에서 문성원 선수를 서포트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상함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어머니의 마음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코치는 어찌되었든 선수의 서포트를 잘해줘야 하잖아요. 항상 한시간 두시간 일찍 일어났어요. 그렇게 먼저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했죠. 즉석밥이랑 한국 음식들을 주로 먹였어요. 미국 갔을때도 그렇게 했어요. 저녁에는 선수가 경기를 하고 돌아오면 리플레이를 두세시간 보고 자고, 잠이 부족했어요. 그런 점이 힘들었죠.

언제는 경기를 준비하는데 경기장 컴퓨터의 화면비가 16:9가 아닌 16:10이더라고요. 선수들은 이정도 변화에도 민감해서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항의를 했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성원이가 밥을 먹으러 갈때 "난 배가 안고프다"라고 말하고 그 부분을 해결봤죠. 위아래를 잘라내니까 16:9 비율이 되더군요. 이런 점이 고충아닌 고충이죠.

여담으로 성원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밥을 안먹겠다고 한 것을 알았다면 자기도 먹지 않았을 거예요. 이 부분을 해결하고 나서 뒤늦게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더니 이미 없더라고요(웃음). 또 당시에 고마운 점이 있다면 문성원 선수가 갑자기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됐었어요. 저랑 비슷한 수준의 경기를 펼칠 정도로 심각했어요.

급한 마음에 편의점에서 에너지드링크를 사려고 봤는데 도통 찾을수가 없는거에요. 그래서 마침 곰TV 배인식 대표님이 계시길래 드링크를 어디서 사야하는지를 물어봤는데 박스째로 사주셨어요. 그게 정말 큰 어려움이었는데 깔끔하게 해결해주셔서 지금도 감사드려요."




▲ "아, 그때는 정말 아찔했었죠. 지금 다시 생각해도…"


■ e스포츠계를 떠나고자 했던 류원, 이제는 진에어의 품으로… 코치생활 제2막 시작

우연일까요? 류원 코치가 팀에 합류한 직후 진에어 그린윙즈의 성적은 크게 올랐습니다. 2라운드를 1위로 마무리하고 포스트시즌 결승에 올라있죠. 또한 김유진 선수는 오랜기간 겪던 부진을 털고 IEM 월드챔피언십에서 무려 10만달러의 상금을 확보했습니다. 류원의 코치 인생에서 김유진과 함께하는 지금은 문성원과 함께했던 과거만큼이나 중요한 시기입니다.

"김유진 선수를 처음 만난 것은 웅진이었죠. 저도 그렇고 김유진도 그렇고 팀에 늦게 합류한 스타일이에요. 첫 인상은 약간 시골소년 같은 느낌이었어요. 순박하더라고요. 게임도 제가 원하는 피지컬 능력이 나오지 않았어요. 깔끔하고 정교하고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간신히 필요한 만큼만 드래그해서 공격보내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알아갈 수록 머리가 꽉 찬 친구였어요. 배포도 있죠. 이번 결승전에서 보셨잖아요. 맵 7개 순서 정하기도 전에 제게 메신저로 말을 걸더니 '1-2세트 모두 전진관문 쓸건데 한번은 얻어 걸리겠죠?'라고 했어요. '설마?'했어요. 그러려니 하고 넘겼고, 맵 순서도 보니 '안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근데 진짜 했어요. 이게 쉽지 않거든요. 정말 배짱 두둑한 선수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죠. 불안감도 없지 않았을텐데 확률적으로 잘 파고들고, 성공적이었어요.

김유진을 비교하자면 정윤종과 비교해야할 것 같아요. 안정적이지만 하나의 빌드를 오차 없이 정확하게 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이 빌드 저 빌드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새로운 매타, 전략 전술을 잘 쓰는 스타일이에요. 마치 카멜레온 같은 스타일? 이 점이 장점이죠. 먹힌다면 어지간한 에이스라도 잡아낼 수 있는 선수인 것 같아요. 잘 이기기도 하고요.

김유진의 가장 큰 장점은 의욕이에요. 열심히 준비하고, 더 머리를 쓰죠. 아껴뒀던 빌드도 아낌없이 방출하고 이런 부분이 커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배짱도 있고요. 기가 죽을 수도 있는데 지켜야 할 때는 굳건하게 지켜내는 단단함, 그런 점이 정말 좋아요.

제가 진에어에 입단한 것이 김유진 선수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솔직한 심정으로 성적만 놓고 보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웃음). 결과적인 얘기잖아요. 김유진 선수가 너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보니 치고 올라올 때가 된 것 같아요. 물론, 원래 기량으로도 충분히 지금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게임에서 다듬어줄만한 부분은 별로 없어요. 스스로 잘 하는 선수니까요. 어떻게 보면 김유진 선수 덕분에 저도 잘 되고 있는 거죠(웃음)."



김유진이 확 달라진 것은 역시 류원 코치 덕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류원 코치도 사실 코치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웅진 해체 이후 류원 코치는 e스포츠가 아닌 다른 쪽에서 새로운 진로를 찾고자 했죠. 주위에서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거절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류원 코치는 다시 코치 생활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이유는 류원 코치가 스승처럼 모셨던 이재균 전 감독의 권유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원래 계속 코치할 생각이 없었어요. 나이도 많이 먹었다보니 진로의 문제도 있었어요. 그래서 코치 생활을 계속할 것이란 생각을 아예 안하고 있었고, 제안을 수락하지도 제가 먼저 구하지도 않고 있었어요. 이렇게 쉬고 있는 와중에 이재균 전 감독님께 연락이 왔었어요. 이재균 전 감독님이 협회의 서형석 차장님께 부탁을 받아서 저를 잘 설득 해달라고 했고, 그렇게 이재균 전 감독님과 진에어 입단 관련 이야기를 하게 됐죠.

결국 제가 감독님의 꼬임에 넘어간 것 같아요(웃음). 바로 설득을 당해버려서 곧바로 면접을 봤고요. 최종면접은 차지훈 감독님과 보고 팀에 입단하게 됐죠. 나중에 알고보니 차지훈 감독님이 협회에 새로운 코치가 필요하다며 요청을 했고, 서형석 차장님이 이재균 전 감독님께 부탁을 해서 입단하게 됬습니다.

웅진에서 나오게 된 이후 친구가 사업을 하자고도 했어요. 동업 제안이 와서 고민하고 있었죠. 그런 와중에 코치로 다시 오게 됐네요. 너무 지쳐서 다시는 못할 줄 알았는데 많이 쉬다보니까 재충전도 됐고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코치를 다시 한다고 해놓고도 숙소에 들어갈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니까 마치 재입대를 하는 기분이었어요.

제 손으로 다시 직접 고생길로 접어드는구나란 생각이 강했는데 일단 숙소에 오니까 의욕도 많이 나요. 진짜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서 제 나름대로 비장해요. 그래서 더 힘낼 수 있는 것 같고요."



결연한 각오로 진에어에 둥지를 튼 이상 류원 코치의 최대 목표는 성적입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팀을 프로리그 정상권 궤도에 올려놓으면서 저력을 증명하고 있죠. 대기업팀과 비교하자면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류원 코치는 이런 선전의 비결이 '팀에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사무국 덕분'이라고 공을 돌립니다.

"1라운드에서의 진에어는 생각보다 상황이 열악했던 것 같아요. 선수층도 얇았고, 동기부여도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기존의 대기업 팀을 부지런히 쫒아가는 입장이었죠. 그런 부분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부터도 '여기서 성적 잘 낼 수 있을까?'란 생각에 반신반의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이상으로 실전에서 보여주는 것 같고요. 김유진 선수가 다시 제 페이스를 찾은 것도 이번 결승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고 봅니다. 팀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몇몇 있어야 하는데 조성주와 함꼐 중심을 꽉 잡아주고 있잖아요. 이런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 같고, 이런 선수들에 발 맞춰서 저도 빌드 완성도를 높여서 내보낸 것이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제가 연습실에서는 이병렬 선수와 같이 앉아있거든요. 이병렬 선수와는 거의 붙어 지내면서 게임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어요. 땅굴망을 하는 것은 어떠냐, 섬멀티를 하는 것은 어떠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좋게 작용한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도 이병렬 선수는 뭔가 엄청난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잠재력이 있어서 기대를 품고 있어요.

김유진 선수하고도 게임이야기를 많이하고 준비할 때 다듬어 준 것도 있긴 한데 그런것 보다는 쉬는 시간에도 같이 어울려 다녔거든요. 얘기도 많이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성적 좋았을 때의 그 느낌을 되찾은 것 같아요. 감정 상태 같은 부분도 대체로 좋고요.

김유진 선수가 제가 오기 전에는 '팀에 형들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자신의 고민을 속 시원히 들어줄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지금은 제가 그 역할을 맡고 있죠. 팀에서도 김유진 선수의 성적을 끌어올리라는 특명이 있었고, 지금은 잘 해결된 것 같아 다행이죠.

팀에서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도와주려는 것이 느껴져요. 진에어 사무국 쪽에서 항상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게 느껴지거든요. 조현민 전무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팀을 아낀다는 것을 저도 느끼고 선수들도 다 같이 느끼죠. 그래서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든 팀들이 항상 게임을 사랑하면 성적이 잘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경기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확실히 도움이 돼요."




▲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진에어에서 활동하는 류원 코치


■ 코치 류원의 '인간적인 고뇌', 신뢰가 사람을 이끈다

이 세상 모든 일이 쉽지 않다지만 코치의 경우는 더욱 더 그러합니다. 원래 사람을 지도하는 일이 쉽지 않은 편인데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자면 더욱 어렵죠. 프로게이머는 게임만 잘해서는 안 됩니다.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죠. 류원 코치는 이러한 부분을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코치의 역할은 감독님과 함께 팀을 잘 굴러갈 수 있게 하는 그런 역할인 것 같아요. 달리다보면 방향이 틀어지기도 하고 삐걱거릴 수도 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 달리게,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치열한 승부의 세계이다보니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인간적인 고뇌에 빠지게 될 상황이 많아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선수간의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그렇다고 가식적으로 유지할 생각은 없고, 사람대 사람으로 진솔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진에어에 입단하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김유진 선수와의 면담을 시작으로 모든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어요. 다들 제게 편하게 이야기 해줄 것이라 믿었지요. 주장인 하재상 선수하고의 면담에도 시간을 많이 쏟았죠. 쉬는 시간에도 일찍 와서 밥먹자고도 해보고, 술도 한잔 해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제 이야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하는 것, 이게 제일 중요해요. 그렇게 인간적인 신뢰가 쌓여야 선수들도 제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내보낸 선수가 이기고 돌아온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만사가 모두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또 이길 것이라 장담했던 그 선수가 지고 돌아온다면 선수의 상심 만큼이나 코치의 아쉬움도 큽니다. 하지만 내일이 있습니다. 절망에 빠진 선수를 치유하고, 다음 기회에서 선전을 펼칠 수 있게 만드는 것 역시 코치의 역할입니다.

"내보낸 선수가 지고 돌아오면 참 난감하죠. 이럴 때 선수들을 치유하는 방식은 선수마다 달라요. 경험으로 보면 김민철 선수의 경우는 일단 놔두는게 좋아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고, 이 때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해요. 근데 문성원 선수가 지고 돌아왔다면 그때는 그자리에서 돌직구를 꽂아요. 문성원의 경우 멘탈이 터지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바로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요.

김유진의 경우는 아직 그렇게 크게 지고 돌아온 적은 없어서 심각했던 상황은 없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적은 있었죠. 작년 프로리그에서 에이스결정전 출전이 예정되어 있었어요. 윤용태 선수와 같이 준비를 시켜뒀죠. 이 상태에서 나갔던 세트 경기를 지고 돌아오는 바람에 멘탈이 터져버렸어요. 이런 경우는 그때 처음봤죠. 에이스결정전을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연습할 때 승률이 좋지 않았는데 실전에서 져버리니까 극심한 불안감이 온 것이죠. 악재가 겹쳤어요.

결국 김민철 선수를 내보냈는데 상대가 어윤수 선수였어요. 김민철 선수가 이겨서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코치 입장에서는 철렁한 순간이었죠.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선수들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은 '신경쓰지 말라'고 해요. 어차피 지는 게임이었는데, 빌드 상성에서 너무 불리해서 이길 수 없는 게임을 반복하다보면 벽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게임인데도 한번 이기게 되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네요."



모든 선수가 코치의 지시를 잘 따른다면 좋겠죠. 하지만 가끔은 자신의 의도를 잘 반영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진 선수가 코치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거나, 불만스러운 감정을 다른 선수에게 표출해 연습실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혈기왕성한 어린 선수들이 모이다보니 가끔은 이런 일이 벌어지죠. 이런 경우 류원 코치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선수가 모두 다 다른 인격을 갖고 있잖아요. 이 부분이 제일 힘들죠. 예를 들어서 불만이 가득차서 삐딱한 친구가 있어요. 이 선수에게 맞춰주다보면 다른 선수가 그걸 보고 배운단 말이에요. 그러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죠. '쟤는 성적이 좋으니까 코치가 눈감아준다.' 이런 이야기까지 들릴 수가 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경우는 내버려두되 감독님께는 보고를 하죠. 감독님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시니까요(웃음).

맞춰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맞춰줍니다. 회유를 해보기도 하다가 안되면 포기하게 되죠. 이때는 정말 냉정해질 수 밖에 없어요. 팀을 운영해야 하니까요. 아쉽지만 플랜B를 구상할 수 밖에 없어요. 다른 선수들을 위해서도 어쩔 수 없죠. 이 부분은 모든 코칭스태프들이 고민해요. 선수들이 이런 부분은 조금 주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결국 코치는 선수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또 다른 난감한 상황은 감독님의 방침과 선수들의 의견이 서로 다를때가 정말 곤란해요. 이런 경우 중간자 입장인 코치가 중재를 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근데 이 과정에서 감독님은 '코치가 선수한테 휘둘리냐'란 핀잔을 들을 수도 있고, 선수는 '코치님이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신다'고 할 때도 있어요. 이럴 때 힘이 좀 빠지는 건 사실이에요. 속상하죠.

요령이 있다면 감독님 앞에서는 감독님의 편을 들면서 선수 입장을 강조하고, 선수들 앞에서는 반대로 선수들의 편을 들면서 감독님의 입장을 강조해요. 선수들이 좋아하지 않는 정책을 펴야 할 경우 '감독님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어쩔 수 없다'란 부분을 잘 설득해보고자 노력하죠. 그렇게 해도 100% 이해할 수는 없겠죠.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웅진때는 그런 부분을 잘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의견이 엇갈린다면? 대화로 풀어나가야 해요"


■ 항상 도움 주시는 모든 분들, 맛있는 것 실컷 먹어봅시다!

류원 코치의 장점은 넓은 인맥입니다. 많은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연습할 팀을 수월하게 물색하거나 그 외에도 여러가지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받습니다.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팀 선수들에게 이런 우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류원 코치의 힘은 '인간적인 신뢰'에 기반합니다.

"제가 인맥이 두텁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더라고요. 사실 도와달라고 하기 위해 친해진 것은 아닌데 친해지고 보니 도움을 받는 일이 생겼어요.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 것은 정말 고마운 것 같아요. 인맥이 좋다고 자랑하는게 아니라,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웅진 시절에도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하기까지 여러가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경기를 한두판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빌드까지 알려주고 관전까지 같이 참여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정말 큰 도움이었죠.

제가 봐도 정말 열렬히 도와주니까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우릴 도와줄까?'란 생각이 들때가 있죠. 사람들이 정말 착한 것 같아요. 미안할 때가 있어요. 도움을 받으면 우리만 좋잖아요. 프로리그에 나가서 이기면 나중에 인센티브도 받고 연봉도 오르는데, 순수하게 도움을 받으니까요.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런 것도 정말 고마워요. 단점을 지적해주는 주위분들은 친하니까, 우리를 아껴주시니까 그런 것이잖아요. 제가 동생들을 좋아하고 잘 챙기다보니 이렇게 복을 받은 것 같아요.

코치 생활을 하면서 좋은 인연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말씀을 드리자면 염치가 없을 정도로 도움을 많이 받는 입장이라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해요. e스포츠가 맺어준 정말 고마운 인연들이죠. 이런 관계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연습은 당연히 도와드리는 것이고, 돈도 조금 생기면 진짜 맛있는 곳에 다들 함께 가서 배터지게 먹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네요. 맛있는 것 실컷 먹기!"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은 본인의 성품이 올곧기에 주위에 그런 사람이 모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류원 코치의 인복은 자기 자신이 만든 셈이죠. 이러한 힘은 곧 성적으로도 나타납니다. 진에어에 자리를 잡은 이후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며 이미 어느정도 능력으로 증명했습니다. 앞으로 류원 코치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많은 분들이 항상 좋게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고, 진에어에 왔으니까 진에어를 정상으로 올려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코치가 되겠습니다. 또한 경기를 관전하시는 시청자 여러분도 즐거울 수 있게 빌드나 다양한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항상 힘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재균 전 감독님께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감독과 코치 관계를 떠나서 저를 동생으로 보시고, 굉장히 많이 챙겨주셨어요. 혹독하게 키워주시기도 했죠. 정말 잘 키워주셔서 어디를 가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큰 스승님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차지훈 감독님을 새로운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모실 각오입니다. 감독님마다 장점이 다르잖아요. 차지훈 감독님 밑에서 새로운 점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더욱 훌륭한 코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류원 코치 측의 요청으로 인해 3월 31일자로 기사의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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