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열로더로 거듭난 '킹슬레이어' 주성욱 "2014년을 나의 해로 만들겠다"

인터뷰 | 김홍제, 석준규 기자 | 댓글: 3개 |
'로열로더'(Royalroader, 왕도를 걷는 자)란 스타크래프트1 브루드워 시절부터 사용된 단어이며, 임요환이 첫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에서 유래됐다. 첫 출전한 개인리그 본선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선수의 행보는 황제가 걸은 길이란 의미로 '로열로더'라고 불렸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선수 수명이 짧고,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e스포츠에서 로열로더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부터 현재 스타크래프트2:군단의 심장까지 국내 리그에서 로열로더가 되었던 선수는 10명 남짓이다.

얼마 전, 새로운 로열로더가 탄생했다. 바로 KT 롤스터의 주성욱이다. 2014 핫식스 GSL 시즌1 코드S에서 첫 예선 통과후 우승을 차지하며 로열로더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우승자 출신 선수들을 연이어 격파하며 '킹슬레이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주성욱의 프로게이머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제 겨우 4년차 프로게이머지만 팀을 세 번이나 옮겼고, 소속 팀이 해체되는 충격적인 일도 겪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몇 차례 찾아온 위기를 스스로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았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럼, 지금부터 '왕으로 거듭난 킹슬레이어', 'GSL 역사상 세 번째 로열로더',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매력적인 남자' KT 롤스터의 주장 주성욱 이야기를 들어보자.





스타를 좋아하던 시골소년에서 프로게이머로


Q. 안녕하세요. 다시 한 번 우승 축하드립니다. 먼저 인벤 독자 여러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3달 전부터 KT 롤스터 주장을 맡게 된 23살 주성욱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Q. 팀 내에 전태양과 김명식 외에 모두 23살 동갑으로 알고 있어요. 그중에서 본인이 주장으로 뽑힌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음... 글쎄요. 제 생각에는 제가 프로리그에서 돌격대장 이미지도 있고, 팀 내에서도 가장 남자다워서 그런 게 아닐까요? 물론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웃음).


Q. 스타크래프트1 시절에 아이디가 P7GAB이었잖아요? 특이한 아이디로 주목을 받았었는데, Zest로 바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P7GAB(피칠갑)이라는 아이디 자체의 인상이 너무 강했나 봐요. 여성 팬분들이 보시기에 너무 강렬하고 잔인한 느낌이라 이미지 변신을 위해 Zest로 바꾸게 됐습니다.

Q. 이제 어느덧 데뷔한 지 3년 차 프로게이머인데, 처음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가 기억나시나요?

처음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냥 막연했어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지만,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방법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던 중 준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커리지 매치를 알게 되어 그때부터 도전하게 됐어요. 집이 창원인데, 커리지 매치가 부산과 대구에 열릴 때마다 참가했던 것 같아요. 비록 커리지 매치에서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이스트로에서 테스트를 볼 기회가 생겼고, 인연이 닿아서 감독 추천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게 됐죠.


Q.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어땠나요.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주성욱 선수 역시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땠나요?

부모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반대하는 건 아니었어요. 다만, 뭘 해도 좋으니 고등학교는 제대로 졸업하고, 도전하라고 하셨죠. 그때가 18살쯤인데, 제 생각엔 그때도 제가 또래 선수들에 비해 엄청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과 가장 큰 갈등이 생겼던 것 같아요. 물론 그전에도 개구쟁이 아들이었지만, 진지하게 부모님과 마찰이 생겼던 적은 없었거든요.





두 번의 소속팀 해체,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Q. 우여곡절 끝에 첫 팀인 이스트로에 합류했어요. 하지만 숙소 생활은 단 5일밖에 하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맞아요. 당시 18살이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시작하라는 부모님의 의견이 강해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집에서 연습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숙소 합류가 늦어졌고, 합류하자 마자 이스트로가 해체됐죠.

당시 신인이었던 저는 다른 팀에 가기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제 기량을 보여줄 기회가 전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한국e스포츠협회에 연락해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죠. 다행스럽게도 한국e스포츠협회 측에서 제 의견을 받아들여 주셔서 프로게이머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Q. 이스트로 해체 이후 위메이드 폭스를 거쳐 2011년 11월에 KT 롤스터에 합류했죠. 짧은 기간 동안 많은 팀을 옮길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 심정이 궁금합니다.

위메이드에 합류한 뒤 얼마 되지 않아서 위메이드도 곧 해체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당시 제가 신인 치고 주목을 많이 받았고, 앞으로 더 잘할 자신도 있어서 더 좋은 팀에 가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했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KT 롤스터에 합류한 게 아닌가 싶네요.





Q. 프로리그에서 허영무, 김택용 등을 잡아내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는데, 유독 포스트시즌만 가면 무기력해졌어요. 느끼는 것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때 저희 팀은 밑에서 치고 올라왔고, SKT T1은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뒤 결승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결승전 엔트리를 구상할 때 제가 정규리그에서 김택용 선수를 이겨본 경험이 있었어요. 비록 신예였지만 김택용 스나이퍼 역할을 맡았죠.

그리고 예상대로 1세트에서 김택용 선수를 만났어요. 게다가 초반 분위기도 꽤 좋았죠.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결승 무대가 처음이라 그런지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도 되고 잔 실수가 잦아지더니 자연스럽게 김택용 선수 쪽으로 흐름이 넘어가더라고요. 원래는 제가 긴장을 많이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큰 무대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좋은 경험이었죠.


Q. 스타2 전환 이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특히 이번 SK텔레콤 프로리그 2014 시즌 1라운드 결승에서는 올킬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징크스도 깼어요. 그 이후 각성한 느낌을 받았는데, 어땠나요?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다승왕까지 노려볼 정도로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어요(웃음). 그런데 생각보다 정규시즌에서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죠. 그래서 1라운드 결승 때도 '내가 출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선봉으로 출전을 시켜주시더라고요. 이후에는 1세트만 이기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승자연전방식이었기 때문에 1세트만 이기면 기세를 타서 멀티킬을 해낼 자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어요. 원래 제 스타일이 안정적인 편인데, 1라운드 결승 때는 전략적인 플레이도 섞어가면서 스타일의 변화를 줬어요. 특히 정윤종 선수를 이기면서 방송 경기를 풀어나가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안정적인 스타일로는 어느 정도 상위권까지는 치고 올라갈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략적인 카드를 잘 사용해야 비로소 우승에 가까운 선수가 되는걸 몸으로 느꼈죠.


Q.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실력이었지만 유독 개인리그와는 인연이 없었어요.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프로리그 12-13 시즌 초반부터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때는 실력에 대한 자신감은 없었어요.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슬슬 자신감이 생겨났고, 개인리그도 금방 통과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예선에서 자주 지다 보니 좌절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실력에서 밀린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예선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뭔가가 부족하긴 했던 것 같아요.





Q. 국내 리그뿐만 아니라 해외 대회와도 인연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해외 대회에 대한 생각은 없으신가요?

IEM 8 뉴욕 예선에서 이원표, 이신형 등 잘하는 선수들을 연파하며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올랐죠. 스스로도 정말 자신 있었어요. 그런데 첫 해외 대회다 보니 적응을 잘 못했어요. 이승현 선수한테 졌는데, 그래도 이승현 선수가 우승해서 조금은 위안이 되더라고요(웃음).


Q. 하지만 지난 2014 핫식스 GSL 시즌1에서는 예선 통과 후 우승까지 질주하며 로열로더로 등극했어요. 시즌 초반만 해도 주성욱 선수가 우승하리라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자신 있었나요?

누구를 만나더라도 자신은 있었어요. 팬들에게 빨리 제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죠. 가장 큰 고비는 16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민철(SK텔레콤), 조성주(진에어), 백동준(무소속)이라는 우승자 출신들과 같은 조에 속하면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어도 약간의 불안감은 생기더라고요. 게다가 첫 경기에서 조성주 선수에게 지면서 '아 여기까지인가...'라고 생각했는데, 대기 시간 동안 마음을 추스르고 경기에 임하니까 연습 때 실력이 나오면서 조 2위로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우승자 출신 선수들을 연달아 잡아내며 '킹슬레이어'라는 별명까지 생겼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제일 높은 곳에서 승자가 되려면 왕이 되어야 하는데, '킹슬레이어'라는 별명을 만들어 주시니까 우승자들끼리 붙는 핫식스컵이나 GSL 글로벌 챔피언십에서는 제가 진짜 '킹슬레이어'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아요.


Q.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솔직히 경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7세트에서도 'GG를 받아내기 전까지 방심하지 말자'고 계속 되새기면서 경기에 임했죠. 마침내 GG를 받았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지금 그 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니 우승을 또 하고 싶네요.

Q.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게임을 잘하면 잘생겨진다는 속설이 있잖아요. 주성욱 선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다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편이에요. 인상이 사나워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특히 무표정으로 있으면 다들 화난 줄 아시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경기가 잘 풀리면서 헤어스타일 같은 부분을 바꿨더니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연예인들이 앞머리를 많이 기르길래 저도 한 번 해봤습니다(웃음).





정상에 올랐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기


Q.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흔히 말하는 '본좌'급의 절대 강자가 군림했던 시기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주성욱 선수에게 이점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은데, 자신 있나요?

그 동안 대부분의 우승자들이 우승 이후 '나태해지지 않겠다, 이 자리를 지키겠다'라며 많이 노력하셨는데, 제 생각에는 우승 이후에는 해왔던 만큼이 아니라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승했다고 해서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더 큰 목표를 잡고 달려가야죠.


Q.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더 높은 목표를 향하여 가실텐데, 그 목표가 궁금합니다.

올해의 목표는 2014년을 주성욱의 해로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에요. 그러다 보면 우승 횟수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지 않을까요?


Q. 오늘 인터뷰 정말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제가 예선을 뚫기 전부터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계십니다. 매번 예선에서 떨어질 때마다 하루 빨리 본선에 올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스럽네요.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리고, 강도경 감독님 고강민 코치님, KT 롤스터 사무국에도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로열로더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모두 맹활약하는 주성욱으로 거듭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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