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리그 통역 임소정, 그녀가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인터뷰 | 김지영 기자 | 댓글: 101개 |
한국인 프로게이머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우리 선수들은 세계의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외국 팬들도 들으면 알만한 유명 선수들이 많습니다.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글로벌화는 스타2 선수들이 주도했고, 요즘에는 리그오브레전드 선수들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죠.

스타2에서는 자연스럽게 GSL을 비롯한 국내 리그들이 세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프로리그가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에 발 맞추어 프로리그에도 GSL처럼 글로벌 중계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프로리그에서는 이유라의 MVP 인터뷰를 통역해 전달해주는 '통역요정' 임소정이 등장했죠.

임소정이 등장하면서 짜릿한 승리를 거둔 MVP 선수들의 감동이 해외 팬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임소정은 가끔씩 커뮤니티에 나타나 글을 남기며 팬들과 소통하려 노력합니다. 지금까지 e스포츠 업계에 없었던 독특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인벤이 만나봤습니다. 지금부터 스타2 래더 브론즈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여대생 임소정을 소개합니다!


■ 도타2 슈퍼매치 통역 맡던 임소정, 프로리그에서 마이크 잡다




Q.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온게임넷과 WCG에 다녀온 이후 한동안 일을 쉬었고, 이후 스포티비에서 SK플래닛 프로리그 통역을 맡고 있어요. 도타2 슈퍼매치 끝나고 바로 중국에 간 것 같아요. WCG에 다녀오고 3개월 가까이 일이 없었죠. WCG에서는 통역을 했어요. 이슬언니가 진행했던 권이슬이 간다!란 코너에서 제가 취재를 했어요.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요(웃음). 번역일 하면서 생방송 하는 스탭들 도와드리고, 재밌었어요. 여담이지만 WCG가 그렇게 끝난 것이 정말 아쉬워요.


Q. 어떻게 스타2 프로리그에 합류할 수 있었나요?

이것도 도타2 슈퍼매치와 마찬가지로 제가 PD님에게 먼저 하고 싶다고 연락했어요. 유라언니가 말할 때 울프나 브랜든이 말을 안하고 있는거에요. 그걸 보고 통역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고, 사람을 건너가면서 PD님에게까지 닿게 됐죠. 1라운드에는 여러가지 부산한 일이 있어서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2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어요.


Q. 스포TV에서의 대우는 나쁘지 않나요?

방송사끼리 비교하고 싶진 않아요. 받아야 만큼은 받는 것 같아요. 제가 방송에 나오는 시간이 5분도 안될 거에요. 얼굴도 안 나와요. 통역을 하니까 화면에 같이 나오는 줄 아는데 메인은 유라 언니고, 전 아예 다른 채널에서 목소리만 나오거든요. 그렇게 5분 안짝으로 나오는 것 치고는 잘 받고 있어요. 또 학생 신분이니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요.


Q. 정확하게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요?

프로리그 통역을 하고 있어요. 유라 언니가 인터뷰를 시작하면 그 부분만 통역을 하고 있거든요. 커뮤니티와 이어주는 역할이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메인은 따로 있으니까 제 역할이 알려지기 힘든데 그래서인지 PD님이 가끔 저를 카메라로 잡아주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해설진이 말을 해줘요. 그래서 제 역할이 알려진 것 같아요. PD님에게 감사하죠.





Q. 통역을 듣게 되는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런 말 제가 하기 부끄럽지만 괜찮은 것 같아요(웃음). 도타2때부터 해외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활동했었거든요. 그걸 보고 스타2팬들이 트위터에 캡쳐해서 보내주시더라고요. 스타2 살리고 있다고 OP란 반응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버인 것 같긴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울프나 브랜든이 유라 언니 인터뷰 시간이 되면 가만히 있었잖아요. 그 때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대요. 제 덕분에 팬들과 현장 인터뷰로 연결되는 것이 팬들에게 크게 와 닿은 것 같더라고요.


Q. 통역일을 해보니까 대체로 어떤가요?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았다?란 생각이에요. 도타2 슈퍼매치 인터뷰는 너무 과분했어요. 제 능력보다 큰일이 주어져서 감당을 못했어요. 항상 이야기하는 거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급하게 들어갔죠. 카메라 테스트도 안 받았어요. 실력보다는 재미교포 스타일로 알려지기도 했죠.

그래도 그 경험 덕분에 프로리그에 와 있지 않나 싶어요. 프로리그 와서 제게 주어진 역할은 하나밖에 없잖아요. 통역, 지금은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에요.


Q. 방송 통역은 아직 생소한 역할이죠. 해외팬들의 반응도 좋다면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는데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 저는 스부심? 통부심? 그런 게 솔직히 있어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 팬들과 해외 팬들을 이어주는 느낌이에요. 참 자랑스럽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거든요. 저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 감히 자부심을 가져봐요.


Q. 다른 사람은 통역 일을 못 할까요? 임소정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정의가 가능할까요?

다른 사람과 저를 계속 비교할 수 있겠지요.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으로는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영어 실력보다도 게임의 이해가 중요하잖아요? 도타2때는 아이템, 영웅 이름을 외우는 데 집중했어요. 마찬가지로 프로리그에서는 선수 대기실에서 선수들의 이야기를 계속 듣거든요.

그래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요. 꼭 게임이 아니라 외적인 스토리에서는 정말 많이 알게 됐거든요. 병구 오빠나 태양이와 같은 선수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니까 갑자기 공룡 세레모니가 나와도 훨씬 부드럽게 통역할 수 있어요.


■ '팬'과 '관계자'의 중간에 위치한 임소정, "팬들과는 계속 교류하고 싶어요"





Q. 스타크래프트2에는 언제부터 인연이 있었던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CJ엔투스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프로리그에 처음 가봤어요. 막내 삼촌이 브루드워 팬이셨죠. 스타2 리그에 대한 관심은 없었어요. 본격적으로 간 건 작년 12-13 시즌에 신도림 경기장에 간 것이었어요. 딱히 스타2란 게임에 대해 많이 안 것은 아니었지만, 개념은 알고 있었어요. 최근에는 e스포츠로는 LoL로 입문을 하니까 스타2를 해볼 기회가 없었죠.

원래 제가 F1 매니아였거든요. 자동차 관련 기자가 꿈이었어요. 탑 기어 코리아에서 통역을 하기도 했었고, 관심을 가지려고 하면 다 들어오는 것 같아요. 태양이하고 친해지니까 태양이가 말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엮어가는 것 같아요.

오늘 경기 이랬어, 이건 이렇게 된 거야. 등등과 같이 여러가지 이슈를 처음부터 들으면 정신없죠. 하지만 이게 일상생활이 되어서 여러 선수의 이야기를 모아서 짜깁기하면 조각이 맞춰져요. 자연스럽게 알게 되죠. 제가 알 수 없는 완전 옛날이야기인 공군 에이스 관련 스토리도 기본적인 내용은 알게 돼요. 사실 쉽진 않아요. 통역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만 노력하고 있어요.


Q. CJ엔투스 사무국에서는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었나요?

서울에 올라와서 막막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었으니까요. 제가 LG-IM 팬이었어요. 지금 IM도 아니고 완전 LG-IM! 미드킹이 미드 라인 최강이던 시절, 라일락이 활약하고 막눈이 타워 다이브하는 그때에요. 당시 LG-IM 팬페이지를 감독님이 관리하셨어요. 그런데 조금씩 오류가 있었고 감독님이 다는 못할 것 같아서 언제 한번 연락을 했어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하지만 뜻대로 잘 안됐고, 다른 팀을 알아보다가 CJ엔투스 사무국에 연락했더니 면접을 보자 해서 했죠. 그래서 처음 맡게 됐는데 실수도 잦았고 많이 혼났어요. CJ엔투스는 스타2와 LoL팀이 모두 있는 팀인데 LoL쪽에 지나치게 편중되게 일을 하다보니 스타2팬들의 원성을 많이 샀어요.

스타2는 거의 신경 안쓴 반면, LoL은 꼬박꼬박 중계를 했어요. 결국 프로답지 못한 모습에 많이 혼났고,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여담이지만 선수들을 오빠로 보고 친하게 지내니까 좋지 않게 보시더라고요. 다들 또래고 오빠고 동생들이니까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일하는 처지가 다르니까요.


Q.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네요. 어리다고는 들었는데, 혹시 올해 나이가?

아니 아무도 내 나이를 모르더라고요(웃음) 커뮤니티에서 저를 보고 통역 누나?라고 하는데 고등학생이 아닌 이상 제가 누나일 수가 없어요. 저는 94년생 만 19세! 12월 29일이 생일이거든요.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을 하나밖에 못 받아요(웃음).

저는 소정 누나보다는 소정이가 좋아요! '하루 한 번 소정이'란 꾸준글을 올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본인이냐는 말도 있는데 저 아니고요(웃음). 악플도 많이 받지만, 진짜 감사했어요. 그런 관심도 관심이라 진짜 감사해요.






Q. 디시인사이드 도타2 갤러리나 도타2 인벤 등 커뮤니티에서 직접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반응이 갈려요. 제가 디시인사이드를 한다고 하면 갤러들은 좋아하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의아하게 봐요. 전 모든 팬들을 좋아하거든요. 인벤과 같은 다른 커뮤니티 회원들도 좋아하고요. 팬들도 저를 좋아해 주시는 이유는 아무래도 대화가 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만약 프로게이머와 친구 신청을 했는데 그 선수가 받아준다면 기분 좋을 것 아니에요? 주위에 많은 관계자들과 함께하는 제가 팬들과 함께 노니까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마치 옆집 누나 같은 느낌? 제가 예쁜 얼굴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좋아요. 감사해요. 저도 팬이었으니까 관계자가 같이 교류해준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아요. 나중에는 이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도 있으실 것 아니에요. 제가 먼저 일하는 입장에서 여러가지 조언을 하면 뿌듯하다고 해야 할까요? 민망한 느낌도 있네요(웃음)

누군가 제 인터뷰를 읽고 먼저 다가와 준다는 사실은 놀라워요. 이런 팬들에게는 내가 더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감사하고, 기자님들이 저를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집에서 놀래요(웃음). 제가 봐도 여신은 좀 아닌 것 같고(웃음). 요정은 근데 좋은 것 같아요. 마스코트 같잖아요. 통역은 비중이 크지 않아서 별명이 생길 위치가 아닌데 요정이라고 해주시니 한번 더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직관러들에게 귀엽더라 이런 말도 많이 들리고, 좋아요.


Q.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지금도 상처를 안 받는다면 거짓말이죠. 친한 해설진에게도 "이런 말 들었다. 속상하다." 이러거든요. 예전엔 '살쪘다' 이런 악플이 많았는데 지금은 건설적인 비판이 많아요. 유닛 이름을 틀리거나 하면 해외 팬들이 정확하게 짚어주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런 것 말고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도갤러(디시인사이드 도타2 갤러리 유저)들이 제 맨탈의 반을 키운 것 같아요. 외모비하 같은 경우는 예쁘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런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인 거지요. 이제는 누가 못생겼다고 해도 '하하!' 하고 말아요(웃음).


Q. 그렇다면 계속 팬들과 직접 소통을 이어나갈 생각인가요?

그럼요. 언제는 도벤(도타2 인벤)에 처음 글을 썼어요. 그랬더니 도갤에서 난리가 난 거에요. 첩자라고요!(웃음) 커뮤니티마다 색깔이 다른데 그런 부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부분은 아쉬웠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중립을 지키려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만 해요. 친구요청이 너무 많이 와서 다 받기 힘들지만, 트위터의 경우 다 답변을 해드리니까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이야기 많이 꺼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잊혀진다는게 정말 크더라고요. 마치 반짝 떴다가 가라앉은 연예인이 된 느낌이었어요. 결국,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에 잘 버틴 기분이에요. 하루에 한 번 꾸준글을 써주시는 분도 도움이 됐어요. '관심받아야지'란 생각에 끈을 놓지 않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 사이에서 귀여움받고 자라서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대학생 되고 나서는 그럴 시간이 없잖아요. 도타2 슈퍼매치에서 받는 팬들의 관심이 정말 커서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어떤 분은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어놓고 저에게만 글을 쓰는 분도 있어요. '저는 소정 씨를 방송에서 보고 싶은 사람이니까 힘내라'는 글을 받으면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가영 언니나 유라 언니와는 다른 것 같아요. 통역은 범위가 다르잖아요. 저는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관심을 받으려고 트위터에 셀카도 올리고, 자주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관심 받으려고. 저는 e스포츠를 사랑해요(웃음). 너무 가식적인가? 그래도 진짜 좋아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게임 유저들끼리 대립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타2가 국내에서 저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미있는 게임이거든요. 관점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 그런 점은 넓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편견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 하고 싶은 것 너무나 많은 임소정, 부모님에게는 투정쟁이 나쁜 딸





Q. 영어는 어떻게 잘하게 됐나요?

3년 동안 유학을 다녀왔어요. 부모님과 같이 공부하려고요. 그러면 사람들이 "와~ 부잣집 딸이네!" 라고 하겠죠? 전혀 아니에요. 캐나다 밴쿠버의 시골 쪽에 살았어요. 그때는 한인도 별로 없었어요. 2003년!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그때 영어를 배운 것이 제일 컸어요. 영어는 조기교육이 최고인 것 같아요. 거듭 강조! 거기는 다 백인밖에 없었어요. 제2외국어가 금지에요. 무조건 영어를 배워야 했죠. 그리고 제가 아이니까 "어디서 왔니?"라며 먼저 물어보는 이웃도 있었고요. 승마, 수영, 피겨스케이트 하지 않은 게 없거든요. 캐나다는 정말 싸요. 장비 대여료 같은 실비만 내면 배울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승마장에도 말이 다 있으니까, 수업료만 내면 돼요. 워낙 시골이라서 돈만 내면 외국인도 가능했어요. 걸어서 5분 거리에 승마장 있고, 차를 타면 25분 거리에 수영장 있었고 그랬어요. 한국에선 못하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피겨스케이팅만 1년 더 하고 다 그만뒀어요. 그때부터 제 인생이 달라졌죠(웃음).


Q. 어린 나이에 유학을 겪는 과정에서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네요?

진짜 너무 많아요. 영광의 상처도 많고. 부모님께 많이 미안해요. 더욱 넓은 세상을 보여주신다고 해서 유학을 결정한 것이거든요. 근데 어린 나이에 너무 넓은 세상을 접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적응을 못 했어요. 공부도 안 했고, 다시 국외로 나가고 싶다고만 했어요. 반항만 했죠. 너무 개념 없이 행동하는 외동딸이었어요.

어렸을 땐 많이 심했죠. 크면서 아빠한테 많이 혼나니까 괜찮아졌어요. 엄마한테도 미안해요. 고등학교를 자퇴하면서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 같아요. 많이 미안해요. 엄마아빠한테. 부모님이 원하는 것은 공부인데 이렇게 방송활동 하는 것도 내심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스케이트를 타는데 뒤에서 누가 밀었어요. 넘어졌는데 누가 손가락 위를 스케이트 날로 밟고 지나갔어요. 손에서 뼈가 보이더라고요. 크게 다쳤죠. 지금도 손가락이 잘못 붙어서 모양이 이상해요. 진짜 심하게 다쳤어요. 영하의 온도에서 스케이트를 타니까 아픈지도 몰랐어요. 근데 장갑을 벗으니까 피가 확 쏟아지더라고요. 엄마는 쓰러졌고요.

그렇게 병원에 가니까 의료보험이 안된다 하더라고요. 외국인이니까요. 그렇게 영광의 상처가 됐죠. 다리도 못생겼어요. 피겨해서 발도 못생겨졌고, 그래서 샌들을 잘 안 신어요. 아빠가 군인은 아니신데 군인 정신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해졌어요. 어릴 때는 정말 야속했거든요.






Q.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고 했는데, 왜 자퇴하게 됐나요?

TEDx라는 컨퍼런스가 있어요. 대전에도 생겼고, 카이스트에도 있어요. 제가 카이스트 컨퍼런스의 PR매니저를 했어요. 이 일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되겠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필요 없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 이거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국의 유명한 요리사가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한 적이 있어요.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제도권 교육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란 생각에 엄청나게 열심히 활동했어요. 고2 여고생이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오면 어느 부모님이 좋아하겠어요. 이러다 결국 자퇴를 했죠. 처음에는 좋았어요. 하지만 엄청나게 후회했어요. 다시 대학에 들어오려고 했으니까요.

검정고시를 보고 남들보다 1년 일찍 입시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다 떨어졌어요. 제 자만감이 하늘을 찔렀던 거예요. 어렸을 때는 시키는 대로 해서 우등생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입시에는 크게 실패했어요. 검정고시를 본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서류에서 다 떨어져서 충격이 심했죠. 제 장기라고 생각하는 영어를 저보다 잘하는 친구들도 훨씬 많았고, 저도 영어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러다 어영부영 12월에 재수학원에 들어갔어요. 공부를 거의 5년을 안 했는데 갑자기 공부하려니 되겠어요? 해가 바뀌고 7월쯤 됐어요. 선생님이 절 부르시더니 "소정아, 넌 안될 것 같다. 3수를 준비하자." 라고 하셨어요. 영어 관련 계열로 가든지 알아서 해라. 나는 못 해주겠다. 이런 말까지 들었어요. 충격을 받아서 엄마한테 대치동에서 제일 비싼 영어학원을 끊어달라고 하고 고시원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논술공부만 했어요. 그러다 수막염에 걸렸어요. 감기가 너무 심해서 실려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퇴원하겠다고 했더니 각서를 쓰고 나가래요. 결국, 수술은 안 했어요.

이러다 보니 공부랑 인연이 아닌가 싶어 카투사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엄마한테 공부는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시험 보러 갔더니 1차에서 떨어졌죠. 우여곡절 끝에 중앙대 시험을 보게 됐어요. 운도 없게 일주일 전부터 몸이 아팠어요. 시험 보고 나오자마자 같이 시험 본 사람들이 쫙 갈라지는 거에요. 다들 마중 나온 부모님 찾으러 가는데 저는 부모님이 안 오셨거든요. 집에 와서 '다른 엄마들은 다 시험장에 마중 오는데 나는 아픈데도 시험 보러 갔는데 대체 어디 갔느냐'고 투정부렸어요.

또 엄마한테 '오늘 시험 못 봤으니까 결과 물어보지 말라'고 하고 3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생각도 했어요.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고 합격자 발표 날이었어요. 오후 1시쯤이었는데 제 이름이 있는 거에요! 엄마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울면서, 서러웠나 봐요. "나쁜 년이 모질게 말하더니 결국 이랬나 보다." 하시더라고요. 일주일 동안 아주 그냥 천국이었어요. 정말 파란만장했어요.


Q. 완전 반항만 하고, 나쁜 딸인데요? 엄마한테 미안하지 않아요?

많이 미안하죠. 그래서 이번 인터뷰 때 꼭 이야기하려고요. 엄마 사랑해! 제 꿈이 그거에요.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 도타2때도 마찬가지고 막연하게 방송에서 통역을 하니까 제가 방송일이 하고 싶은지, 통역이 하고 싶은지, 아니면 캐스터가 하고 싶은지 몰랐거든요.

지금 통역이 정말 잘 맞아요. 야속할 정도로 잘 맞아요. 나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엄마한테 하고 싶은 직업이 뭐라고 말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에요. 공무원부터 박사까지, 너무 막연했죠.


Q. 진로에 갈팡질팡하면서 부모님을 엄청나게 속상하게 했네요. 이 자리에서 한마디 하자면?

진짜 많이 방황했어요. 갑자기 '의대에 갈 거다.'라고 말했고, 선생님, 스튜어디스, 시도를 안 해본 게 없어요. 엄마가 정말 힘들어했죠. 그래서 이제 제 말을 안 믿으세요. "그래, 해"라고 하셔요(웃음). 완전 포기! 그래도 엄마, 그동안 믿고 별 반대 없이 믿고 지지해줘서 고맙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든든한 지원군 같은 존재니까, 연락이 잘 안돼도 섭섭해하지 말고… 사랑해! 사실 방송 때문에 연락을 못받으면 엄청 섭섭해하시거든요.


■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통역 일…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요!





Q. 학업을 병행하면서 프로리그 통역 일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요?

스케쥴은 의외로 살만해요. 지금 시험기간이라 죽을 것 같아요(웃음). 두 마리 토끼 중 지금 한 마리를 놓치고 있어요. 학교 토끼를 완벽하게 잡을 순 없을 것 같아요. 둘 다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공부 싫어한다고 오해도 생기긴 하는데 학교도 나름대로 열심히 다니고 있으니까 안 빠지려고 하고 있죠. 공부 잘 할거란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전혀 아니에요. 보통의 대학생 수준이니까요. 통역도 풀타임으로 프로게이머를 하는 게 아니니까요.


Q. 아직 어린 나이에 놀고 싶기도 할 것 같고, 억울한 느낌은 없어요?

바쁜 게 좋아요. 전 혼자 바쁜 걸 좋아해요. 남자친구도 없어요. 연예는 추적자와 하고 있어요. 추적자의 얍삽한 귀여움? 이상형은 모선핵 같은 남자가 좋을 것 같아요. 광자과충전으로 날 지켜주고 귀환시켜줄 수 있는? 내가 뭐라는 거지(웃음).


Q. 그렇다면, 지금 맡고 있는 통역 업무에 만족하고 있나요?

아주 좋아요. e스포츠 쪽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여성 MC라면 진행 잘하고 예쁘고 이런 게 필요한 데 저는 통역만 하면 되는 거죠.아직 통역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보니 블루칩이죠. '초브라'도 있긴 하지만, 아직 시작이니까요.

통역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겹치거든요. CJ사무국 일은 하고 싶지만 제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통역일은 완전 제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통역이란 포지션은 이제 시작이니까요.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저한테 게임을 많이 알려준 박진영, 전태양 선수에게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선수들 덕분에 예전에는 단순 번역에서 지금은 통역하는 느낌으로 바뀐 것 같아요.


Q. 방송일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에요. 앞으로도 자신 있나요?

지금 그런 어려움이 없어요. 통역에 정말 자신 있어요. 큰 실수도 없었고요. 평소의 털털한 성격은 방송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제 역할을 다하고 싶어요. 특히 해외 팬들한테 많이 다가가고 싶어요. 관심도 관심이지만요. 두 가지 언어를 하는거잖아요. 사명감이 있는 것 같아요. 외교관 같은 느낌? 외교관도 하나의 꿈이었어요.


Q. 본인의 성격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성격은 어떤 것 같아요?

제 성격은 굉장히 괴팍하지만 나름 둥글둥글한 편이죠. 낯을 가리진 않고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톰보이, 상남자죠. 마음에 안 들면 대놓고 이야기하고, 그런 걸 좋아해요. 그렇다 보니 비판적인 의견도 겸허하게 수용할 자신이 있어요. 대체로 쿨한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소심하기도 해요. 상처도 많이 받고. 이쯤 되니까 여기 있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진영 오빠 고맙고, 태양이 고맙고, 우리 엄마 고마워요. 아직 통역으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드리진 못했어요. 지금 하는 만큼 제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겠느냔 생각이에요. 쭉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안주하지 않고 영어 공부도 하고 게임도 열심히 해서 두루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 번 진영 오빠, 태양이 고맙고, 프로리그 연출진들에도 감사드리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도 고마워요. 프로리그 화이팅! 도타2도 화이팅!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