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재형 프로게이머' 윤영서 "게임은 즐기라고 있는 것"

인터뷰 | 김홍제 기자 | 댓글: 9개 |
사람들은 '프로게이머'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부터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을 재능형과 노력형으로 나눠 평가하곤 했다. 재능과 노력. 흔히 예체능 계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우리는 어쩌면 이때부터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e스포츠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면서부터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재능형 게이머'와 '노력형 게이머'에 환호했다. 'S급 프로게이머는 타고난 재능이다 VS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게 게임이다'라는 주제는 15년 e스포츠 역사에 식지 않는 화젯거리 중 하나다.

팀 리퀴드 소속 프로게이머 '태자' 윤영서는 팬들뿐만 아니라 같은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재능형 게이머'로 많이 손꼽힌다. 2010년 스타크래프트2 오픈 시즌부터 활동해왔지만 2014년 현재까지도 슬럼프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연습량도 그리 많지 않다. 고작 하루에 5게임 정도. 이런 인식 때문에 항간에 떠돌던 윤영서에 관련된 이야기 중 '취미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엄청난 연습벌레다' 등 많은 소문이 있었다.

수많은 해외 대회에 다니는 터라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든 윤영서지만, 잠시 한국에 귀국했다는 말을 듣고, 직접 인터뷰를 하기 위해 윤영서의 집 근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Q. 정말 오랜만이다. 먼저 인벤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 부탁한다.

반갑다. 팀 리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올해 21살 '태자' 윤영서라고 한다.


Q. WCS 출범 이후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국내에선 보기가 힘들었다. 그동안 근황이 궁금하다.

해외 대회를 챙겨보시는 분들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2013년 WCS 코리아 시즌1 망고식스 GSL에서 16강 탈락 이후 해외에서 꽤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웃음).


Q. 2010년 오픈 시즌부터 2014년 현재까지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꾸준함의 비결이 있다면?

예전부터 VOD를 많이 챙겨봤다. 지금도 꾸준히 거의 모든 메이저급 대회 리그는 다 챙겨보는 편이다.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 아닐까? 집에서 연습하다 보니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든 것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연습에 대한 철학이 있다. 양보단 질이 중요하다는 마인드다. 컨디션이 좋고 집중력 있게 하는 1~2게임에서 깨달음을 얻을 때가 크다. 반복 숙달을 통한 연습으로 어느 정도 기본기는 깔끔해지겠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Q. 윤영서하면 테란 외에 저그와 프로토스도 수준급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무작위로 종족을 바꿔볼 생각은 없나?

나는 스타2가 너무 재밌다. 그래서 팬의 입장에서 테란 출전하지 않는 경기도 다 챙겨보는 편이다. 저그와 프로토스로 플레이해도 그마 100등 정도는 문제없다. 하지만 무작위는 좀 무리 같다(웃음). 개인적으로 다전제에서는 테란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노하우를 말할 순 없지만, 판짜기에서 테란이 유리한 점이 많다. 초반 주도권은 테란이 잡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Q. 집에서 연습하면서 친형이 많은 도움을 준다고 들었다. 어떤 도움을 주는지?

형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연습할 때도 옆에서 잘못된 점을 말해주고 나의 개인 코치라고 할 수 있다(웃음). 내가 바쁜 일정을 보낼 때도 형이 해외 대회 모니터링을 다 해주고, 상대 선수 분석도 해주고 있다.


Q. 잠시 과거 이야기를 해보면, 국내에서 제넥스와 슬레이어스에서 활동했었다. 처음 프로게이머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게이머가 꿈이었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e스포츠 광팬이었다. 대부분 프로게이머들이 그렇겠지만,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 그래서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마침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가 발매됐다. 이후 GSL 오픈 시즌1에 참가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예선을 뚫었다. 결정적으로 2011 GSL 코드A 결정전을 준비하던 당시 친형이 내가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을 대신 설득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형이 공부를 굉장히 잘해서 부모님이 형이 하는 말이면 거의 다 수긍하셨던 것 같다(웃음).






■ 게임은 재밌어야 게임 아닌가요?

Q. 많은 프로게이머가 윤영서하면 '재능형 게이머'라고들 하는데, 본인의 생각이 궁금하다.

나도 약간 동의한다(웃음). 연습량이 많지 않아도 실력이 줄거나 폼이 떨어지는 폭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상위권 테란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장점을 금방 흡수하는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스타크래프트2 테란이 나에게 정말 잘 맞는 것 같다.


Q. 아무리 그래도 연습량이 부족하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 할텐데?

안전한 운영을 추구하는 편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필살기성 빌드를 사용하면 오히려 감사하다. 안정적인 스타일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장점이 훨씬 크다고 본다.


Q. 본인 외에 인정하는 테란 선수가 있나?

이신형 선수다. 모든 면에서 나보다 뛰어난 것 같다. 사실 이신형 선수의 플레이를 많이 챙겨보고 따라 하려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나와 스타일이 비슷한 선수 같다. 조성주 선수도 잘하지만, 컨트롤로 이득을 보는 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는 편이다. 사실 요새 손목이 좋지 않아서 화려한 컨트롤은 힘들다(웃음).


Q. 언제부터 손목이 아팠나?

예전부터 뭔가 연습하면서 손목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손목 운동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더 악화되더라. 지금도 병원 다니면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서 마우스 감도도 원래 엄청 느리게 했는데, 손목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바꿨다.


Q. 프로리그에서 활동하는 협회 소속 선수에 비해 즐기는 마인드가 더 강한 것 같다는 말이 많다. 이에 대한 생각은?

게임은 즐길 때 더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너무 틀에 갇힌 시스템은 선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견해 차이겠지만, 게임은 즐기라고 있는것이다. 즐기지 못하면 창의적인 플레이도 나오지 않게 되고, 금방 한계에 도달한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2 외에 즐겨하는 게임도 있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와 피파온라인3(이하 피파)를 즐겨한다. 롤은 현재 다이아 5다. 피파도 전설이고, 1,800점 정도다. 조금만 해도 그 게임을 어떻게 잘하는지 눈에 보이는 편이다. 롤이나 피파도 플레이한 시간보다 방송을 통해 시청한 시간이 훨씬 많다.



▲ 출저 : 팀 리퀴드 공식 홈페이지



■ 해외 팀 이적은 내 인생의 전환점

Q. 국내 팀에서 해외 팀으로 이적을 결심한 이유는?

슬레이어스 당시 (문)성원이 형을 필두로 다른 형들은 해외 대회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내가 실력에서 밀린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해외에 출전할 기회가 적었다. 그러던 찰나 팀 리퀴드에서 좋은 제안이 와서 가게 되었다. 그리고 내 연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다른 선수 경기를 도와주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숙소 생활 자체가 나와 맞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 하는 게 편하다.


Q. 최근 1년 동안 무려 7번의 메이저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해외 활동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국내 리그는 리그 진행 기간이 길다 보니 준비할 시간이 많고 상대에 대한 파악이 쉽다. 그런데 해외는 기본기 위주로 승부하는 단기 토너먼트다. 그런 점이 나에게 더 맞는 편이다.



▲ 윤영서의 우승 트로피. 일부에 불과하다.



Q. 많은 팬들이 해외파 테란 중 윤영서와 최성훈을 자주 비교하곤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누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나?

전혀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당연히 성훈이 형이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WCS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지 않나? 그리고 성훈이 형의 장점은 머리가 좋아서인지 병력 움직임이 정말 좋다. 단점을 꼭 찾으라면 손이 느리셔서 멀티 태스킹이 조금 부족한 편? 확실한 건 성훈이 형은 나보다 더 재능형 게이머라고 생각한다(웃음).


Q. 앞서 언급하긴 했지만, 집에서 혼자 연습하는 것에 대한 단점은 전혀 없는 것인가?

예전에도 숙소생활을 해봤지만, 혼자서 내 연습을 하는 게 좋았다. 다른 선수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지금이 정말 편하고 좋다. 그리고 스카이프 팸이라고 고석현(로캣), 원이삭(SK텔레콤), 이종혁(Spider), 강초원(YoeFW), 조명환(AI)과 함께 게임 내적인 교류도 자주 하는 편이라 불편함은 전혀 없다.


Q. 최근 열린 드림핵 섬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는데?


사실 거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드림핵 섬머 참가 명단을 확인했을 때 전승 우승을 차지할 자신이 있었다. 홈스토리컵9 우승 이후라 자신감도 충만했고, 내 플레이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손목 때문에 잠시 쉬고 있어서 WCS 아메리카 시즌3 16강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웃음).


Q. 많은 해외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 토너먼트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을 것 같다. 어떤가?

노하우라기 보다 '나의 성향과 잘 맞는다'라고 해야 맞는 말 같다. 해외 대회는 보통 2~4일 안에 일정이 마무리된다. 또한, 상대 선수가 하루하루 결과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맞춤형 플레이를 준비하기 힘들고, 기본기 위주의 싸움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나는 이런 기본기 싸움에서 정말 자신 있는 편이다.






■ 프로게이머 '윤영서'의 미래

Q.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내에서 붙어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

이런 질문들을 꽤 많이 받는데, 딱히 붙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선수는 없다. 최근 국내 프로토스 선수들이 굉장한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엄청 잘한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다. 가장 인정하고 무섭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이신형 선수다. 칭찬을 해도 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이신형 선수도 나를 칭찬해주더라(웃음). 그리고 어차피 WCS 글로벌 파이널이나 다른 해외 대회를 통해 만날만한 선수는 다 만나게 되어 있으니 기대해달라.


Q. 스타크래프트2 커뮤니티인 PLAYXP에서 '평택의 자랑 윤영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어떻게 생겨난 별명인지?

내가 Nos클랜 소속인데, 클랜에 아는 형이 내가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평택의 자랑! 윤영서'라는 글을 자주 올리시더라. 그러면서 팬 여러분들도 하나, 둘씩 외쳐주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칭으로 자리 잡았다. 내 솔직한 심정은 사실 무덤덤하다(웃음).


Q. 아직 많은 팬들이 윤영서의 플레이를 국내 무대를 통해 보고 싶어 한다. 같은 팀인 송현덕은 IM과 함께 출전하는데, 함께 프로리그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프로리그 시스템에 대한 부담이 제일 크다. 나는 한 경기를 위해 한 명의 선수에 맞춤으로 연습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추구하는 방식과 방향 자체가 다르다 보니 연습에 있어서 재미도 떨어지고 의욕이 잘 생기지 않더라.


Q. 지난 3월, SNS를 통해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진짜 은퇴를 결심했었다. 은퇴하려고 했던 이유는 손목 부상으로 인해 게임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군대도 가야 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겹쳤다. 아마도 내년에 입대할 예정인데, 그때가 은퇴하게 될 시기가 될 것 같다.


Q. 프로게이머 윤영서의 목표가 있다면?

WCS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다. WCS가 가장 큰 대회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우승 타이틀이 없다. 아직 시즌2, 3까지 두 번의 기회가 있으니 꼭 노려보겠다. 나아가선 글로벌 파이널 우승까지 꼭 해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윤영서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해외에서 많이 우승했지만, 우승을 하면 할수록 축하나 격려보다 비난하는 팬들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더라. 내가 우승한 대회 대회가 프로리그에서 활동하는 협회 선수들보다 훨씬 떨어지는 대회라 말하면서 나를 인정해주지 않더라.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나는 상관없지만, 가족들이 상처를 받는다. 앞으로는 비난보단 응원이나 격려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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