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는 삼성맨' 백동준, "더 이상 팀 옮기고 싶지 않다"

인터뷰 | 김홍제 기자 | 댓글: 1개 |
'외유내강' '팀 파괴자' '로열로더', '고진감래'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있다. 아마 스타크래프트2를 즐겨 시청했던 분들이라면 기자와 똑같은 선수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 바로 얼마 전 삼성 갤럭시 칸으로 이적한 'Dear' 백동준 선수다.

백동준은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착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승부욕 만큼은 누구보다 강한 선수다. 개인리그에 별다른 활약이 없던 시절에도 본인 스스로 만족할만한 연습량을 자랑해왔고, 당장 눈앞에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백동준은 이 말을 절실히 믿는 선수다.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노력의 결과물로 단번에 로열로더로 오르고, 시즌3 파이널 우승까지 차지했다고 믿고 있다. 또한 백동준은 파란만장한 프로게이머 인생을 걸어왔다. 이스트로를 시작으로 STX SOUL, SOUL, 해외 팀인 Mousesports, 그리고 현재 삼성 갤럭시 칸까지.

5개 팀을 거쳐왔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팀을 옮겨야 했던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제는 더 이상 팀을 옮기고 싶지 않고 삼성 갤럭시 칸에서 선수 생활을 끝까지 하고 싶다는 백동준. 그의 각오에선 진심이 느껴졌다.





Q. 지난 2013 WCS 시즌3 파이널 우승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많은 일이 있었다(웃음). 해외 팀인 Mousesports에서 나온 뒤 집에서 혼자 연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혼자 있다 보니 나태해지고 연습에 지장이 생기더라. 그래서 새로운 팀을 구하고 싶었다. 그러던 찰나 삼성 갤럭시 칸에서 먼저 제의가 와서 합류하게 됐다.


Q. 삼성 갤럭시 칸에 입단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Mousesports팀에서 나온 뒤 실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느꼈다. 그리고 뒤돌아 보니 확실히 협회 소속 팀 시절에 내 기량이 최고조였던 것 같더라. 좋은 기회가 왔고, 삼성 갤럭시 칸이라면 좋은 선수들과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Q. 삼성 합류 이후 실력이 많이 상승했다고 느끼는지?

확실히 협회 소속 팀에서의 체계적인 연습이 나와 맞는 것 같다. 삼성 합류 이후 실력이 복구되어 가는 과정이다. 바로 티가 나진 않겠지만 이정도 연습량을 유지하면 조만간 다시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다.





Q. 해외 팀과 무소속으로 활동할 때 집에서 연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집에서는 연습에 집중이 안 되나.

연습을 꾸준히 하긴 하지만 전략이나 최신 유행 빌드, 트렌드에 대해 같이 공유할 선수가 없다 보니 뒤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협회 소속 프로토스 선수들은 계속 발전해가는데 나는 2013년에 멈춰있는 느낌이었다.


Q. 해외 팀은 꽤 자유로운 분위기다. Mousesports에 입단할 때 알고 있던 부분이 아닌가?

물론 자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자유롭게 연습하다 보니 연습량이 자연스레 줄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실력이 떨어지더라. 확실히 해외 팀 소속은 자기 관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Q. 백동준은 한때 '팀 파괴자'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이스트로, STX SOUL, SOUL, Mousesports까지 많은 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자의에 상관없이 팀을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힘들지 않았나?

나한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웃음). 매번 팀원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그때마다 우리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헤어지게 되어 굉장히 슬펐다. 그래도 막상 새로운 팀에 합류하면 금방 적응하는 편이다.


Q. 삼성 갤럭시 칸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선수가 있나?

팀원 모두가 편하게 대해줬다. 굳이 한 명을 꼽자면 (강)민수다. 가장 살갑게 대해줬고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해졌다. (송)병구 형도 친하게 먼저 말도 먼저 걸어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셨다. 이자리를 빌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웃음).






Q. 백동준 하면 아무래도 작년 조군샵 GSL 시즌3와 시즌3 파이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2연속 우승을 차지하리라고 자신했나?

2연속은 커녕 조군샵 GSL에서도 우승하리라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한 단계씩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결승이었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그때 몸소 체험했다. STX SOUL 시절에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성과가 그 때 나온 것 같다. STX SOUL 시절에는 쉬는 날에도 항상 연습실에 있었다. 1년 중에 연습실에 없던 날을 손에 꼽을 정도다.


Q. 하지만 이후 SOUL도 해체되면서 해외 팀인 Mousesports에 입단하게 됐다. 해외 팀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팀도 좋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해보고 싶었다. 해외 대회에 대한 욕심이 가장 컸다. 솔직히 국내 활동만으론 WCS 글로벌 파이널에 가기 힘들지 않나. Mousesports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입단할 수 있었다. Mousesports 소속으로 아서스 2014 윈터, IEM 쾰른,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했었다. 우승은 하지 못했다(웃음).


Q. 해외 팀으로 활동하면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일단 체력적으로 힘들더라. 음식도 안 맞았다(웃음). 그래도 좋았던 점이 많다. 해외 대회에 다니면서 해외 팀 선수들과도 친해져서 새로운 인맥이 생긴 게 가장 좋다. MYi의 손석희, 팀 리퀴드 송현덕, YoeFW 강초원 선수들과 가장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과 같이 얘기해보면서 느낀건데, 확실히 국내 선수들과 개념이 다르더라. 가끔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의 VOD보면서 어떤 생각으로 게임하는지 몰랐던 부분이 있는데 그런걸 물어보면서 친해졌다.

Q. 해외에 있는 동안 유럽 선수들과도 많은 경기를 치러봤나?

독일에 2주 동안 머무를 기회가 있었다. 처음으로 유럽 서버 래더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잘하더라. 깜짝 놀랐다. 특히 'Vortix'와 'Bunny'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버니는 협회 소속 팀 선수들 못지 않은 연습량을 자랑한다. 예전에 주변 지인들한테 'Bunny'는 곧 잘해질 거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최근 해외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걸 보니까 뿌듯하다.



▲ Mousesports 시절 백동준


Q. Mousesports에 있으면서 얻은 것도 있지만 예선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당시 심정은?

일단 집에서 연습하면서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다. 숙소 생활을 몇 년씩 하다가 집에서 하려니 적응이 안 됐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들이 겹칠 때였고, 실력도 줄고 있던 상태였다. 의욕마저 사라져갔다. 그런데 예선으로 추락하고 나니 '이건 아니다'라는 정신이 확 들더라. 멘붕을 크게 해서 잠시 휴식을 가졌고, 은퇴까지도 고려했었다. 앞서 말했지만 그러던 와중에 삼성과 인연이 닿았다.


Q. 최근 STX SOUL 출신 선수(이신형, 조성호, 김도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나?

도우 형도 우승하고, 성호도 MLG 우승, 신형이 형은 최근 조금 주춤했지만 워낙 잘했다. 아무튼 모두 잘하고 있어서 정말 기뻤다. 서로 팀이 해체가 안 되고 같이 있었으면 정말 멋진 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마음 속으로 서로 응원하는 끈끈한 우정이 있는 것 같다.


Q. 생각해보면 STX SOUL 시절 프로토스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많이 발휘한 것 같다. 삼성 프로토스와 조화는 어떤가?

STX SOUL 시절에는 성호한테 많이 물어보고 배웠다. 프로토스 선수들 모두가 스타일이 달랐고 장점들을 잘 공유했던 것 같다. 삼성 갤럭시 칸도 나를 포함해 (송)병구형, (남)기웅이, (이)제현이가 있는데 모두 스타일이 다르고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성적이나 실력이 상관없이 모두 한 가지 이상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삼성 갤럭시 칸 백동준'의 목표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국내 팀에 돌아왔으니 팀에 보답하는 길은 프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그것이 1차적인 목표고, 나아가 개인리그에서도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려보고 싶다.


Q.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팬분들한테 한마디 부탁한다.

이제 다시 안정적인 팀을 찾게 되었으니 열심히 해서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팀을 옮기고 싶지 않다(웃음).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 동안의 부진은 모두 내 잘못인 만큼 배로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팬분들의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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