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인터뷰④] 블리자드 코리아 백영재 대표 "WoW부터 오버워치까지, 게임은 재미가 우선!"

인터뷰 | 이종훈 기자 | 댓글: 386개 |
인벤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을 만나 자사의 비전과 함께 게임업계를 전망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그 네 번째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스타크래프트, WoW, 디아블로, 하스스톤, 히어로즈... 국내 게임시장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강골들의 총본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그 한국 지사를 이끌고 있는 백영재 대표입니다.

백영재 대표는 2011년 6월 13일 블리자드 코리아의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 햇수로만 놓고 보면 3년 남짓. 블리자드의 간판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대격변을 몰고 오신 데스윙보다 한 기수 늦게 푸른색 블리자드 로고를 단 셈이죠. 하지만 블리자드 팬들 사이에서 백 대표의 존재감은 분명 그 이상일 겁니다.

작년 겨울, 블리즈컨2013에서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 뒤 지스타2013에서 '인벤 어워드' 전달을 위해 블리자드 부스를 방문했었죠. 무려 4개 부문을 석권하는 저력 앞에 미소로 화답하던 백영재 대표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어떤 내용이든 '핫'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월한 진행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고블린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시간은 금이라구, 친구'. 블리자드에 관한 수많은 궁금증들 사이에서 어떤 것들을 먼저 질문해야할지, 꽤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블리자드 코리아 백영재 대표

처음이다. 공식적인 인터뷰로 백영재 대표를 만나는 것은. 사실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는 글로벌 클래스 게임사로 자리잡은 '블리자드'의 한국 지사를 총괄하는 인물이니까.

하지만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친숙한 분위기다. 왜일까.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유저들과의 만남에 적극적이었다는 것. 실제로 백영재 대표는 유저행사가 있을 때마다 거의 매번 모습을 보였고, 단상에 올라 마이크 잡고 한 마디씩을 하곤 했다.

지난 3월, 인벤 방송국에서 펼쳐진 하스스톤 특별 매치 방송에서 백영재 대표는 직접 리치왕 코스프레를 선보이기도 했다. 블리자드라는 회사의 규모와 인지도 같은 것들을 떠올려봤을 때, 분명 쉽게 연상하기는 힘든 모습이었다.

[돌발포토] 블리자드와의 한판 승부! 블리자드 코리아 vs. 인벤 하스스톤 현장

아침 이른 시간. 백영재 대표는 작년 지스타에서 봤던 것과 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인터뷰 자리에 나왔다. 본사에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는 WoW 신상 후드집업 차림의 소탈한 모습이 잘 어울려보였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오는 연말을 맞아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근황을 풀어놓았다.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일이 많았네요. 연초 '하스스톤'부터 시작해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출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 알파 테스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이하 드레노어)까지... 옛날보다 훨씬 바빠졌습니다.

제가 블리자드에 처음 들어왔을 때 프랜차이즈가 3개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오버워치'까지 6개입니다.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해서 정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 듣고 보니 올해만큼 블리자드가 분주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언제나 굵직굵직한 타이틀 한두 개에 잔뜩 힘을 싣는 모습을 보여줬던 블리자드였다. 그런데 올해는 라인업 전체를 넘나들며 그야말로 '빅뉴스'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일이 많으면 그만큼 뭔가를 흘릴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는 법. 사람이건 기업이건 언제나 일정한 주기마다 지난 시간을 반성하곤 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던가. 블리자드 코리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표의 입장에서 그가 되돌아본 2014년은 어땠을까.

"좋았던 것이라면 역시 프랜차이즈들이 성공적으로 런칭된 것이죠. 먼저 하스스톤은 카드 게임 장르와 모바일 버전 연동으로 블리자드의 영역을 한 단계 더 넓히는데 이바지했다고 생각합니다. 디아블로3는 인벤에서 리뷰도 써주셨는데, 2.0 업데이트에 이어 '영혼을 거두는 자' 확장팩이 나오면서 정말 반응이 좋았어요.

지난 11월 '드레노어'를 오픈했을 때는 또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왜, 유저들 사이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WoW는 그만두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이라고요(웃음). 그 말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확장팩 중 최고라는 반응도 있었고, 'WoW 2 같다'는 반응도 있었죠. 주둔지처럼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그렇고, 캐릭터 무료 업그레이드 서비스로 인해 신규유저/복귀유저 유입도 꽤 됐습니다. 여러 모로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앞으로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드레노어 시네마틱 트레일러는 패러디로도 유명했다

'히어로즈'는 테크니컬 측면과 함께 전반적인 유저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일찌감치 알파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놓고 봤을 때는 상당히 긍정적이에요. 테스트에 참여 중인 유저들로부터 피드백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그것을 토대로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죠.

MOBA 장르로서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오랜 역사를 가진 블리자드 프랜차이즈의 캐릭터들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타이틀명 그대로 '영웅'의 입장이 되어 역사를 이끌어나가는 경험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쉬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이번 지스타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많은 유저분들로부터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죠. 올해 블리즈컨은 제가 입사한 이래 최고라고 해도 될 수준이었습니다. 준비할 것도 무척 많았고요. 무엇보다도 드레노어 런칭 일정이 지스타와 매우 가깝게 잡혀 있어서 여러 모로 참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굉장히 아쉬웠죠.

블리자드에서는 유저들과의 상호작용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늘 지스타를 통해 소통을 이어왔기 때문에 몇 번을 이야기해도 너무 아쉬운 부분입니다."


2012년, 2013년 모두 지스타 블리자드 부스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작년 지스타 당시, 인벤 어워드 트로피를 전달하기 위해 그야말로 육탄돌파를 감행해야했을 정도. 올해도 역시 수많은 업체와 관객들이 벡스코를 채우긴 했지만, 블리자드 부스가 보여줬던 장관은 못내 아쉬웠다. 이번 인터뷰 자리를 빌어 다음 지스타에서는 꼭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최근 여유가 있을 땐 뭘 하냐는 물음에 백영재 대표는 요즘 바쁜 와중에도 틈날 때마다 히어로즈를 플레이한다며 웃었다. 함께 자리했던 홍보팀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결재 올릴 게 있어서 문 앞까지 갔다가도 게임 하시는 것 같으면 그냥 돌아오곤 한다"고 할 정도.

생각해보면 백영재 대표는 묘하게 친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아마 블리자드 게임의 팬이라면 유저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은 백 대표의 모습을 한 번쯤 보지 않았을까 싶다. SNS 등을 통해 소식을 전하거나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도 종종 있었고, 직접 리치왕 코스프레를 하며 포즈를 잡은 적도 있었다. 대표라는 위치를 생각하면 망설일 법도 한데, 그는 늘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제 얼굴 보여주려고 행사에 가는 건 아닙니다(웃음). 현장에 가서 유저 의견을 직접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염두에 둔다고 할까요. 블리자드 게임을 즐기는 한국 유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직접 듣고, 그것을 정리해 본사에 전달하는 것. 그게 블리자드 코리아의 가장 핵심 역할이 아닌가 합니다.

블리자드 본사는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운영 성과를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한국 지사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방향에 맞춰가고자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사무실에 앉아만 있을 것이 아니라, 현장에 한 번이라도 더 나가보는 편이 훨씬 보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저들의 생각이 이렇다'고 이야기하면 우리 직원들이 말하는 의견보다 훨씬 신빙성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본사 관계자들이 한국에 방문할 때면 유저행사에 함께 참석하도록 장려합니다. 또, PC방에 데리고 가서 우리 게임들을 직접 플레이해보도록 하기도 하고요."






근황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자,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블리자드의 여러 타이틀 중 오늘 인터뷰에서는 무엇에 가늠쇠를 맞출 것인가.

확장팩 출시를 앞둔 '하스스톤'도, 블리즈컨에서 신규 IP로 공개된 '오버워치'도 단연 뜨거운 이슈다. 대단원을 향해 달려가는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과 최근 콘솔판 컨버전스를 이룬 '디아블로3'도 이야깃거리는 많다.

모두가 옥석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시장에서 보다 주목받고 있는 것들을 짚으라면 아무래도 '드레노어'와 '히어로즈'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는 'WoW', 도움닫기를 준비하고 있는 올스타즈 타이틀 '히어로즈'. 이 자리에 딱 어울릴 듯했다.

"WoW의 이번 확장팩은 출시 하루 만에 380만 장 판매량을 달성했습니다. 여러 소식들을 접하신 분은 알고 계시겠지만, 유료 가입자도 다시 1,000만 명을 넘어섰고요. 10주년을 기념해 '그만두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이라는 말을 한 번 더 증명한 게 아닐까 싶네요(웃음).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체적으로 좋은 반응이 많습니다.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힘을 얻고 있어요. 커뮤니티 쪽 이벤트도 계획 중이고, 무엇보다 깔끔한 운영을 선보일 수 있도록 촉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얼라이언스 판다렌으로 종종 플레이합니다. 저번 드레노어 출시 행사 때 아즈샤라 서버 얼라이언스 유저 한 분이 눈물이 보이셨는데, 얼라이언스 유저로서 정말 마음이 짠하더군요.

출시 행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씀드리자면, 그 날도 본래 모집하려던 인원의 10배가 넘는 분들이 신청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고, 더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저희는 유저행사에 연예인을 초청하더라도 '블리자드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분'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 방침입니다. 그 편이 저희에게도, 유저분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행사에 사회자로 오신 김기열 씨도 수십 개 질문거리를 준비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질문을 던질 타이밍을 잡지 못해 결국 두어 개 정도밖에 묻지 못하셨다고 하더군요(웃음).

제가 알기로, 보통 연예인 분들은 자신이 특정 게임의 팬이라고 밝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에서 많은 분들이 WoW를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고 밝히셨고, 열성적으로 질문까지 준비해주셨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관련기사] 월드오브워크래프트 10년...'드레노어의전쟁군주', 출시 행사를 가다







확실히 드레노어 오픈 이후 WoW는 남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인벤 기자들 역시 지스타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한 템포 늦게나마 레벨업 대열에 동참했다. 아즈샤라 서버의 포화상태를 피하려 서버를 옮기기도 해봤지만, 다른 곳에서도 종종 대기열이 발생하곤 했다.

드레노어 이전까지 최근 몇 년간 WoW는 분명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내부에서 집계하는 점유율이라든가 이따금씩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유료 가입자 수도 많이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많은 서버들이 통폐합됐었다. 다시 끓어오르는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사라졌던 서버들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서버는 미국 본사 차원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라 제가 뭐라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 각 서버의 수용인원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최고 수준까지 높여놓은 상태입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서버 문제는 현재 가장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정말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빠르게 본사 쪽에 조치를 요청할 예정입니다."





'히어로즈'를 이야기로 넘어가자 백영재 대표의 눈빛이 약간 달라졌다. 최근 꽤 많은 시간 즐기고 있다고 하더니 할 말이 꽤 많은 듯했다. 알파 테스트가 시작된지 약 두어 달. 그동안 테스터 수도 점진적으로 많아졌고, 그에 따라 매칭 대기시간도 확연히 줄었다. 테스트 이전부터 시작 직후, 그리고 현재까지의 추이는 어떨까.

"북미에서는 3월부터, 한국에서는 10월 경부터 알파 테스트가 시작됐습니다. 저도 요새 매일 히어로즈를 플레이하고 있어요. 사실 '테스트 규모는 어느 정도다'라고 명확히 밝히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오는 1월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게 되면 지금보다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고,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파이를 넓혀나가려고 합니다.

게임의 현지화 수준에 대해서는 좋은 반응을 많이 얻었고, 기술적인 부분과 UI에 관해서도 차근차근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히어로즈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블리자드 게임의 로컬라이제이션 수준에 대해서는 이미 좋은 평가가 많이 있었다. 기자 역시 각종 업적이나 칭호에 그 당시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시사성 표현들이 들어간 것을 보고 빵 터졌던 적이 몇 번 있다. 그 노하우가 어디 갔겠나. 히어로즈 역시 현지화 부분에서는 준수함을 보여줬다.



이 장면을 보고 참 설렜었지...

수준급의 현지화와 그 위에 쌓아올려진 디테일한 흥미요소. 그것이 히어로즈의 전체적인 재미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나 싶다. 비교적 잘 알려진 영웅들이 다양하게 포진해있다는 것도 분명 그 중 하나일 터. 또 뭐가 있을까. 백영재 대표로 하여금 히어로즈를 매일 플레이하게 만든 매력 요소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봤다.

"몇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 장점은 블리자드의 24년 역사 안에 있는 영웅들을 내가 직접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겁니다. 나와 혼연일체가 된, 진정한 의미의 분신으로서 캐릭터들을 접할 수 있다는 거죠.

그 다음으로, 쉽습니다. 유사 장르의 타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그래요. 블리자드 역시 개발사이니만큼 늘 다른 게임사들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 장르에서 승리를 거두려 한다기보다는 그 분야의 시장 자체를 키워나가는 것에 더 무게를 둡니다. 회사의 방향성 측면에서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Mass(대규모의, 대중적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양한 맵이 존재하면서도, 그것을 유저가 직접 선택할 수 없다는 것도 굉장한 재미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강제 랜덤 맵 방식을 선택할 때는 내부에서도 상당히 반신반의했던 기억도 나네요. 각각의 맵마다 색다른 재미를 가지고 있고, 화려한 개인의 테크닉보다 팀 전체의 전략으로서 승부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물론 리더가 한 명 있어야겠지만, 히어로즈에서의 핵심은 팀 전략으로 귀결됩니다.

여기에 영웅 조합까지 더해지면 더욱 다양한 양상이 만들어지죠. 물론 오토매치에서는 안 되지만요(웃음). 어떤 영웅을 우리 팀의 어떤 역할에 배정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순간, 이미 전략은 시작된 겁니다. 캐릭터마다 가지고 있는 색다른 스킬들로 인해 전략 전체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팀 전체가 레벨을 공유한다는 것도 처음에는 분명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팀워크를 맞춰가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장르에 존재하는 기존 법칙들을 토대로 다른 방식의 재미를 선보이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저는 이러한 특징들에 힘입어 히어로즈가 AoS나 MOBA 장르의 시장을 더욱 넓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캐주얼하지만 깊이 있도록 하는 것. 즉, 플레이하기는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꽤 어려운 게임. 제가 생각하는 블리자드 게임의 장점입니다. 이런 성향들이 전반적으로 시장의 확대와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봅니다."






테스트 결과를 비롯한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착실히 영역을 넓혀갈 채비를 하는 히어로즈. 그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e스포츠다. 블리자드 게임을 논할 때 e스포츠를 빼놓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는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을 인기인 반열에 올려놓았고, 신조어나 닉네임 등 다양한 문화현상을 만들어내며 한 시대를 수놓았다. '안드로 장'이라는 별명과 그의 플레이에 열광하던 사람들에게는 '워크래프트3'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그 영광의 시절이 여전히 회자되는 지금, 새로운 게임으로 다시 e스포츠의 주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 않을까.

"e스포츠라는 건, 게임이 재미있어서 많은 유저들이 즐기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장해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재미없는데 e스포츠를 통해서 부흥시킨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그래서 블리자드는 본래의 철학으로 돌아가서 'Game Play First'를 지향합니다.

물론 e스포츠 정책을 전혀 준비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마이크 모하임 대표만 해도 e스포츠에 대단한 열정을 지니고 있어요. 블리자드 전체를 통틀어도 그 열정은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재미와 퀄리티에 좀 더 우선순위를 매기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 파트너들과 협력해가며 e스포츠로의 발전을 모색해야겠죠.

e스포츠 쪽에서도 히어로즈가 잘될 것인지를 논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만, 저는 한국의 게이머들을 믿습니다. 그들은 게임을 보는 안목도 매우 높고, 전반적으로 실력도 출중합니다. 히어로즈가 e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항상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블리자드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역할에 더욱 주력해야하고, 그렇게 할 겁니다. 그 외에는 유저분들과 e스포츠쪽 전문 파트너사들을 믿어야죠. 전체적인 생태계의 기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니까요. 특히 e스포츠에 관한 한 저희보다 파트너사들이 훨씬 전문적인 식견을 지니고 있을테니, 블리자드에서는 게임 개발의 측면에서 어떻게 지원하면 될지 고민하는 일에 온전히 힘을 쏟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레 이루어질 거라 믿는다.' 당연하면서도 제법 날이 서있는 말이다. e스포츠라는 것은 어느 한 축이 아닌 생태계 전체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백영재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블리자드라는 단일 회사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이라며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비로소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로 커나갈 수 있으며,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재미있는 게임'에 매진하는 것이 블리자드의 역할이죠."





최근 블리자드 코리아는 인재채용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 10여 개 포지션에 대해 동시채용하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역사를 통째로 살펴봐도 이례적인 일이다. 아마도 늘어난 프랜차이즈를 제대로 소화해내기 위한 준비일 것이다.

실제 기자의 주변에서도 블리자드 코리아의 채용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준비해야할지를 묻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건 프랜차이즈 수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추가 인력이 필요해졌다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여담이지만, 이번에 채용 관련 공고를 발표하면서 SNS의 파워를 새삼 다시 느끼게 됐습니다(웃음).

각 분야별로 요구되는 덕목은 제각각이지만, 아무래도 일단 게임을 좋아해야 하겠죠. 저도 처음에 스타크래프트를 굉장히 즐겨 하다가 블리자드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물론 제가 우리 회사의 모든 게임을 잘 하는 건 아닙니다. 저 역시 입사 희망자들이 그러길 원하지도 않고요. 다만, 게임을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블리자드가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누차 말씀드렸듯 '게임의 재미'입니다. 흔히 스토리의 중요성을 언급하곤 하는데, 그것도 게임이 재미있는 이후에야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블리자드의 철학이죠. 프랜차이즈 전체의 스토리텔링에 관여하고 있는 크리스 멧젠 부사장이 신작 오버워치를 언급할 때도, 스토리와 함께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은 바 있습니다.

열려 있는 마음가짐, 팀으로서 작업할 수 있는 자세, 글로벌 시대에 맞는 시각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면접에서도 같은 덕목을 중점에 두고 볼 생각입니다. 시니어급 면접에 오신다면 저를 직접 만나게 되실 수도 있겠죠(웃음)."





어느새 2015년이 코앞이다. 블리자드 코리아 역시 2014년을 정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할 것이다. 그들의 내년 목표, 또 그 이후까지 내다보고 있는 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일까?

"우선 드레노어의 안정적인 운영에 신경을 써야하고요. 대표적인 단기 목표는 히어로즈의 베타에서 얻은 피드백을 토대로 게임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또, 하스스톤의 모바일 이식과 태블릿 버전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국내에서 태블릿 시장은 메이저급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사용하시는 분들이 꽤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UI 최적화 등 디테일한 부분을 조정한 뒤에 2015년 중 선보일 예정입니다.

보다 장기적인 계획이라면, 준비 중인 신작을 포함한 모든 라인업에 있어 유저 의견을 발 빠르게 본사에 전달하고 그것이 실제 게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거겠죠.

사실 게임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은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까다로운 유저 분들이 많습니다. 시장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들이 더 크지만, 실제로 가장 앞에서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은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 그 안에서 빠르게 변하는 한국 유저의 트렌드를 본사에 전달하는 것이 블리자드 코리아의 중요한 역할이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소통에 임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가가도록 할 생각입니다."




WoW도 10주년, 블리자드 코리아도 10주년

어느새 10주년. 오리지널 오픈 후 아제로스를 떠돌던 기자도 10살을 더 먹었다. 당시 WoW 정보를 얻기 위한 커뮤니티로서 처음 접한 인벤은 이제 직장이 되었고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마찬가지로 10주년을 맞은 WoW, 그리고 10주년을 맞은 인벤. 백영재 대표에게 한 마디 덕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레노어 오픈 이후 에볼라 구제활동을 위해 특별 판매 중인 신규 애완동물 '아르기'의 성과에 대해서도 넌지시 물어보았다.

"인벤 유저분들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인벤은 유저 피드백을 가장 활발히 볼 수 있는 곳이고, 한편으로는 유저들의 놀이터로서도 자리매김했다는 생각입니다. 저 역시 하스스톤 덱을 짜거나 WoW 퀘스트가 막힐 때 인벤을 자주 활용합니다(웃음). 물론 제가 스스로 해결할 때도 있지만요.

블리자드 게임 하면 대개 많은 댓글들이 달리곤 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출근하면 매체 기사나 게시판 코멘트들을 살펴봅니다. 그 중에서도 인벤은 시장 반응을 살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창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벤에 블리자드 관련 기사가 올라갔을 때 많은 유저들이 열정적으로 반응해주시니 거듭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것이 질책이든 칭찬이든 말이죠.

댓글들을 살피다보면 종종 날선 내용들도 보이곤 합니다만, 사랑이 없으면 꾸짖음도 없는 법이니 그런 것들도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블리자드 게임을 사랑해주시고, 게이머로서의 열정을 계속 유지해주셨으면 합니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유저분들이 얼마나 깊은 사랑을 보여주고 계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욕 먹지 않고 칭찬만 들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인벤에 오시는 유저분들은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지 않을까요.

인벤 10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블리자드 코리아 역시 WoW의 서비스 시작과 함께 했으니 10주년을 맞은 셈인데요. 함께 커나가는 동반자이자 게임산업을 키워나가는 협력자로서 서로 긍정적인 교류를 계속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아, 판매 중인 애완동물 '아르기'는 12월 31일까지 모인 전액을 적십자사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블리자드 코리아 직원들도 많이들 샀더라고요. 좋은 취지로 진행하는 것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아르기 귀엽지 않나요? 제가 볼 땐 굉장히 귀엽던데(웃음).

아무튼, 인벤 창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주년, 또 그 이상까지도 계속 성장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인벤 창간 10주년 인터뷰 리스트

[창간인터뷰①]  문명온라인의 송재경 대표 "N사들이 각성해서 창의적인 게임 만들어야"
[창간인터뷰②]  "독보적 1위" 한국 LOL의 사령탑, 라이엇 이승현 대표를 만나다
[창간인터뷰③]  유저투표 1위! 액토즈 배성곤 부사장이 말하는 '파이널판타지14'
[창간인터뷰④]  블리자드 코리아 백영재 대표 "WoW부터 오버워치까지, 게임은 재미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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