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세대 저그 에이스 박령우 "내 꿈은 개인리그 10회 우승"

인터뷰 | 김홍제 기자 | 댓글: 3개 |
게임만 잘하면 된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게임을 잘하는 건 필수 덕목이며, 수많은 프로게이머 사이에서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선 팬들의 관심을 사야하고, 자신을 팬들의 뇌리에 각인시켜야 한다. 스타크래프트2가 리그로 출범한 이래 초창기 장민철, 원이삭 외에 그런 선수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오랜만이었다. 인터뷰에서 당당히 프로게이머로서 자신을 어필하고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며 패기 넘치는 선수의 모습을 본 것이. 주인공은 바로 SK텔레콤 T1의 박령우. 외모만 보았을 땐 까무잡잡한 피부에 훈남형 얼굴, 솔직히 언변이 뛰어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마이크가 쥐어진 박령우는 웃으면서 자신의 소신을 모두 밝힐 줄 알았고, 때론 다른 선수들에게 도발도 하며 가십거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였다. 최근 들어 패기 넘치는 인터뷰 스킬 만큼이나 실력도 일취월장하며 차세대 저그 에이스로 손꼽히고 있는 박령우를 만나기 위해 SK텔레콤 T1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Q. 반갑습니다. 먼저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K텔레콤 T1에 입단한 지 2년 정도 된 저그유저, 21살 박령우입니다.


Q. 2012년 슬레이어스에서 본격적인 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스타1부터 게임을 같이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스타2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스타2를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스타2 클랜이나 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혼자 래더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슬레이어스 2군 선발전에서 2등으로 합격했죠.

이후 온라인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GSL 예선 현장이었을 거에요. 거기서 코치님에게 숙소합류를 통보받고 본격적인 생활을 시작했어요.


Q. 슬레이어스에는 임요환, 문성원 등 유명 선수가 많이 있었죠. 처음 숙소생활을 했을 때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TV에서나 보던 선수들과 합숙하고 밥도 굉장히 잘 나오고 숙소도 굉장히 좋아서 모든 게 신기했죠(웃음). 당시 숙소가 김포였는데 정말 주변에 놀만 한 게 하나도 없는 벌판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었고, 죽도록 연습에 몰두했어요.


Q. 그리고 SK텔레콤 T1으로 이적했죠. 하지만 1년 동안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어요. 포기하고 싶단 생각이 들진 않았나요?

SK텔레콤 T1에 처음 합류했을 때 생각보다 내부 성적은 좋았어요. 그런데 제가 원래 게임 스타일이 개념유저가 아니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이었는데, 개념을 찾고 체계적으로 하려다 보니 실력이 오히려 줄더라고요? 그래도 차츰 내 스타일에 맞춰서 색깔을 찾다 보니 실력이 나아졌어요. 그게 아마 2014년 GSL 코드S에 처음 올라갔을 즈음일 거에요.


Q. SK텔레콤 T1에 처음 입단할 당시, 최고 대우를 해주는 팀이다 보니 연습 환경이나 모든 부분이 이전 생활과 달랐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처음에는 조금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도)재욱이 형, (김)택용이 형, (정)명훈이 형 등등 형들이 정말 잘 챙겨줬어요. 그래서 적응하는데 크게 힘든 부분은 없었지만 협회팀이 처음이라 체계적인 연습에 적응하는데 너무 힘들었죠(웃음).



▲ 첫 코드S 진출 당시. 지금에 비하면 많이 경직된 모습이다


Q. 사실상 박령우라는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 시킨 건 2014년 초 코드S에 진출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프로리그 2014 시즌 후반기부터 출전했던 것 같아요. 앞서 말했지만 그전에는 연습을 해도 실력이 안 나오고 스타일을 바꾼다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시즌 막바지에 기회를 잡으면서부터 술술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아요.


Q. 인터뷰에서 거침없는 입담과 도발을 자주 하는데, 그런 캐릭터인지 전혀 몰랐어요. 진짜 박령우의 모습은 어떤가요?

원래 자신감은 항상 있는 편이에요. 다만, 방송에서의 도발은 살짝 컨셉입니다(웃음). 팬들에게 프로게이머 박령우를 알리고 각인시키려면 필요한 것 같아요. 아마 개인리그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제 도발은 계속될 겁니다.


Q. 최근 경기력이 상당히 매서워요. 이전에는 SK텔레콤 T1의 저그 유망주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T1의 에이스 저그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종종 들리고요.

그동안 지면서 배운 게 정말 많아요. 그때마다 모두 제 것으로 흡수하려고 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실력이 느는 것을 체감상으로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 억울한 게 하나 있는데, 제가 테란전에 비해 토스전을 못하는 이미지더라고요? 스스로 토스전을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IEM 예선이랑 프로리그에 몇 번 져서 그런 것 같은데 프로토스전을 하게 되면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Q. 꼭 승리하길 바랍니다. 그럼 아직 박령우를 잘 모르는 팬들에게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저는 시원시원하게 밀어붙이는걸 좋아해요. 소소한 교전보다 뭐든 압도적으로 이기려고 하죠. 힘으로 상대방을 찍어누른다고 할까요? 근데 요즘 저그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초중반까지는 모두 비슷하지만 그 이후로 조금씩 다르죠. 저도 저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처럼요.





Q. 2014년은 팀 동료인 어윤수 선수의 활약이 엄청났죠. 실력을 늘림에 있어 어윤수 선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요?

2014년에 정말 대단했죠. 방송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식으로 하면서 이기지?'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랑 스타일이 다른 편이여서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소소한 팁이나 기본적인 빌드 정도만 공유하고 있어요. (김)민철이형도 마찬가지였고요.

제가 요즘 잘하는 게 다 윤수 형이랑 민철이 형 영향이라고 알고 계시는 팬분들이 있으신데, 제가 게임에 대해서는 고집이 강하고 혼자 스스로 성장하는 타입인 것 같아요.


Q. 아직 해외대회 출전 경험이 없어요. 해외 대회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물론 기회가 되고 해외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면 좋죠. 하지만 아직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SK텔레콤 T1에서의 생활도 굉장히 만족하고 있고 충분히 팀에서 동기부여를 잘해주고 있어요. 제가 게임 내적인 고집은 강하지만 게임 외적으로 저를 잡아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답니다.


Q. 이병렬 선수와 함께 살아남은 양대리거 저그에요. 그래서 이병렬 선수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진 않나요?

요즘 이병렬 선수와 같이 주목받고 있죠. 예전에는 다른 저그선수들에게 라이벌 의식도 많이 느꼈는데, 지금은 제가 제일 잘하면 그만이라는 마인드에요. 저도 여기저기서 이병렬 선수가 저한테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는 전혀 관심 없고요(웃음). 이병렬 선수와 친분이 없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친해지고 싶어요.


Q. 최근 테란전에서 타락귀를 섞어주는 특이한 조합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죠. 이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테란전의 기본은 뮤탈리스크와 저글링, 맹독충 조합이죠. 뮤탈리스크 같은 경우는 수가 많이 모여야 강해지는데 그러다 보면 저글링과 맹독충의 수가 줄어들어서 허무하게 밀릴 때가 많아요. 아마 저그유저라면 많이 공감하실 거에요. 반면, 타락귀는 소수만 있어도 제 몫을 다해주죠. 다만, 의료선 견제를 막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서 '오늘은 뮤탈리스크, 내일은 타락귀' 정해서 오지 않고 상황을 보고 유연하게 맞춰가는 편이에요.





Q. 테란이 사기라는 말이 많아요. 현 밸런스에 대해서 한마디 해보자면요?

테란이 확실히 강하긴 하죠. 그런데 테란이 좋아져서 정말 S+급 선수들이 생겨난 게 아니라, 그저 그랬던 선수들이 모두 상향 평준화된 느낌이에요. 그래서 어떤 테란을 만나든 크게 무섭진 않아요. 근데 제 옆자리가 (김)도우 형인데, 맨날 보면 테란들의 치즈 러시에 뚫리고, 땅거미 지뢰에 당하고, 한숨만 쉬세요(웃음). 이걸 보면 확실히 테란이 좋은 것 같아요.


Q. 최근 분위기가 좋아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어떤 식으로 해결하시나요?

실력은 국내가 해외보다 뛰어나지만, 개념은 다들 비슷해요. 그래서 저는 국내보단 해외 대회에서 영감을 얻고 있어요. 특히 팀 리퀴드의 Snute 선수 경기를 많이 보고 있는데,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Q. 박령우가 선수가 생각하는 종족별 TOP3를 뽑아주신다면?

일단 테란은 조성주, 이신형, 김도욱 선수요. 성주는 경우에는 테란이 암울할 때부터 잘했잖아요? 그런데 최근 테란이 좋아지니까 마치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느낌이랄까요? 신형이 형은 굉장히 정석적인데, 피지컬이 너무 좋아서 상대하기 힘들어요. 김도욱 선수는 최근 대회에서 만난 테란 중 유일하게 저한테 패배를 줬던 선수라 뽑게 되었네요.

프로토스는 김유진, 주성욱, 김준호 선수. 김유진 선수는 워낙 변칙적인 스타일이라 정말 어떤 빌드를 사용할지 감이 안 잡히는 선수라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것 같고, 주성욱 선수는 신형이 형처럼 정석적인데 단단한 스타일 중에 제일 잘하시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김준호 선수의 점멸 추적자는 저그 입장에서 정말 지옥입니다. 저그는 딱히 잘 모르겠어요. 그나마 제가 인정하는 선수는 이병렬 선수 정도?입니다.


Q. 2015 시즌이 시작되었는데, 지난 2014 시즌3와 맵이 동일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14 시즌3도 테란에게 굉장히 좋은 맵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분위기까지 좋아서 테란들이 맹활약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테란전에 자신 있어서 상관없어요.


Q.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프로게이머 박령우의 앞으로의 각오가 궁금합니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제 목표가 개인리그 10회 우승이에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 10회 우승이요. 요즘 분위기를 보면 드디어 첫 우승의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저도 그걸 인지하고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 팬분들의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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