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낭만오크와 스타2에 마지막을 걸었다, 프라임 게임단 이준호 감독

인터뷰 | 오의덕 기자 | 댓글: 41개 |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의 오픈베타가 시작된 지도 벌써 3주째를 맞고 있습니다.


국내 일부 매체에서는 오베 시작부터 스타2의 흥행가능성을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타2의 각종 게임 순위는 꾸준히 상승하면서 상위권에 진입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2와 관련한 활발한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소개할 인물도 스타2를 밑거름으로 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e스포츠 방송국의 해설위원부터 게임단 코치, 게임단 창단 작업, 감독 대행까지 대한민국 e스포츠의 역사와 항상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 불혹의 나이에 스타크래프트2의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낭만오크 이중헌을 필두로, 이형주, 박외식, 곽한얼 같은 인기 프로게이머 선수들과 함께 e스포츠 프로게임단, 프라임(Prime)의 정식 창단을 위한 첫발을 내딛는 이준호 감독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 프라임 게임단, 이준호 감독




▶ 스타크래프트2 게임단, 프라임을 창단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곰TV 해설을 그만두고 1년 동안 휴식기를 가졌다. 그러면서 남모를 좌절감도 느꼈다. 지금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형주 선수와 만나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바로 뜻이 통했다. 이중헌 선수까지 선뜻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현재 프라임 게임단의 뼈대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했던 이야기는 별게 없다. 감독으로써 내가 잘하는 부분을 반드시 해줄 테니, 선수들은 이 부분만 열심히 해달라. 그게 다였다. 대부분의 선수가 워크래프트3 프로게임단 생활을 해봤었기에 이 바닥 생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상호간에 별다른 계약서 조차 만들지 않았다.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내자는 다짐 이거 하나다.

감독과 선수라는 예전의 절대적인 상하 구조에서 벗어나 함께 고생하며 함께 꿈을 이루는 ‘동업자’라는 관계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 유명 프로게이머가 프라임 게임단에 다수 포진해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다들 일명 꼬꼬마 시절부터 알던 친구들이라 신뢰가 남다르다. 이중헌 선수를 비롯해서 이형주, 박외식, 곽한얼 외 10명 정도가 있다. 특히 이중헌 선수는 프라임 게임단에서 주장을 맡았는데 대한민국에서 이중헌 선수처럼 스타일리쉬한 경기를 펼쳤던 선수도 드물었다고 생각한다. 본인 스스로도 스타2를 통해 임요한 선수와 같은 하나의 아이콘이 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노력을 많이 한다는 거다. 담배와 술도 거의 하지 않는다. 보통 다들 밥을 좋아한다. (웃음)






▲ 낭만오크, 이중헌 선수




▶ 투신 박성준 선수도 프라임 게임단에 합류했다는 소문이 있다.

클랜으로 활동은 하지만 게임단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박성준 선수 같은 경우 게이머뿐 아니라 해설자로서의 입지도 상당하기 때문에 e스포츠 바닥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분명 생각하는 바가 있을 거고. 그 모든걸 접고 찾아온다면 당연히 받아주겠지만 지금은 다시 말하지만 박성준 선수는 프라임 게임단 소속이 아니다.



▶ 현재 프라임 게임단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1 보다는 주로 워크래프트3에서 활동했었던 선수들이다. 이 때문에 활동에서 어려움 점은 없겠는가?

단지, 팀 컬러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OGS 클랜은 스타크래프트1을 주력으로 했던 선수들이 모였고, 우리 프라임은 워크래프트3를 주력으로 했던 선수들이 모였다. 실제로 현재 OGS 선수들의 기량이 엄청나지만 프라임은 프라임만의 색을 가지고 있고 OGS와는 차별화되는 경기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되도록이면 앞으로도 이런 색깔을 유지하고 싶다.

스타2의 e스포츠판이 더 커지기 위해서는 일단 경기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OGS의 김원기 선수(닉네임 과일장수)는 현재 최강이다. 하지만, 다른 선수가 나와 김원기 선수를 이기고, 다시 김원기 선수가 그 선수를 이기는 일련의 극적인 과정들이 팬들을 열광케 하는 것이 아닌가.




▶ 현재 스폰서 유치는 잘 되고 있나?

일주일 리스트를 정해서 하루에도 메일을 거의 백 통씩 보내고 있다. 아직 스타크래프트2 출시 초기라 반응이 미지근한 면이 없지 않은데, 곧 좋은 스폰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오는 9월에 총 상금 2억 원이 걸린 GSL이 열린다.

프라임 게임단도 현재 GSL을 최대 목표로 연습 중이다. 하루 빨리 스타크래프트1 게임단이 정식으로 넘어와서 GSL 정정당당하게 붙어보고 싶다.





▲ 비운의 명작, 워크래프트3





▶ 연습실이 부천에 있다고 들었다. 선수들의 생활은 어떤가?

래더 경기를 하면서 손도 풀고, 아는 선수들끼리 친선 경기를 하면서 GSL을 준비하고 있다. 감독으로서 스폰서 협찬과 같은 외적인 일에 치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적인 부분은 주장인 이중헌 선수가 맡아주고 있다.



▶ 선수들과의 상금 분배는 어떻게 되나?

구두상으로 결정된 것이지만 프라임 게임단은 일체 분배금이 없다. 만약에 한 선수가 1억 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면 모두다 그 선수가 갖는 것이다. 단, 그 이야기는 했다. 지금까지 도움을 준 동료 선수들에게 고기집 가서 한번 쏘라고. (웃음)



▶ GSL의 상금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현재 스타크래프트1 선수들과 연습생들이 동요해서 결국 이탈하게 되지 않겠냐고 우려하는 소리도 많다.

글쎄, 한 순간 남의 말에 솔깃해서 옮기는 사람치고 잘 되는 사람 보지 못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스타크래프트1 게임단을 버리면서까지 스타2로 옮기는 선수가 과연 정상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크고 넓게 봐야 한다.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스타크래프트1도 스타2로 완전히 넘어오게 될 것이다. 그 시점이 됐을 때 이전에 이탈한 선수들이 어떤 대접을 받게 될까?

물론, 상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욕심도 생길 수 있지만, 노력과 실력이 아무리 있다고 해도 결국 우승은 운도 따라줘야 하는 법이다. 한 순간 동요해서 지금 몸담고 있는 곳을 이탈하는 행위는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과연 스타크래프트2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흥행할 수 있을까?

어린시절 흑백TV만 보다가 컬러TV를 처음 본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흑백TV는 도저히 못 보겠더라. 지금도 마찬가지 HD화질 영상을 보다가 기존 것들 보기가 힘들다.

스타2 해본 사람은 다 알 거다. 스타2 하는 순간 스타1은 손떼게 된다. 이번 스타2는 멀티플레이뿐 아니라 캠페인, 도전과제, 업적 다양한 면까지 고루 갖췄기 때문에 스타1보다 더 많은 팬들이 모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최대 관건은 스타2 방송을 얼마나 재미있게 하느냐, 선수들이 얼마나 양질의 게임을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 e스포츠로서 뜨려면 프로게이머뿐 아니라 일반 유저들에게도 크게 어필해야 할 것 같다.

일반 유저들에게도 조금만 더 하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겠다는 마음을 계속해서 만들어주는 것이 스타2다. 인터페이스가 대폭 개선되어 실제로도 프로게이머와 일반 유저들의 플레이 차이가 스타1처럼 그렇게 심하게 나지는 않는다. 최상위 리그에 진입하면 벽을 느낄 수 밖에 없지만 이런 전작과 구분되는 특징도 스타2만이 가진 장점 중에 하나다.



▶ 이중헌 선수를 비롯 다른 선수들은 스타2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다들 최고의 게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그 친구들도 제대해서 이제 사회인으로서의 길을 걸어야 하는 시기에 스타2만 보고 20대의 마지막 승부를 건 거다. 그 정도로 선수들 모두가 스타2에 빠져있고 너무 좋아한다. 이건 프라임뿐 아니라 OGS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이유없이 스타2를 너무 좋아해서 뭉친 거다.





▲ 스타1이 흑백TV라면, 스타2는 컬러TV, 그것도 HD 화질




▶ 개인적으로 스타2에서 이런 점은 꼭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을 듯 하다.

솔직히 지금 저그는 패치해줘야 한다. 프라임, OGS 모두 저그 선수들이 유난히 많은데, 대부분 징징 모드다. 아직 밸런스를 더 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래더용 맵 뿐 아니라 다양한 대회용 맵도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 아직도 케스파(KeSPA)와 블리자드, 곰TV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견해를 듣고 싶다.

‘옳다, 그르다’를 따질 건 아닌 것 같다. 정도를 가면 해결된다는 생각이다. 결국은 e스포츠판을 키우자는 것이고, 거기에 중점을 두면 답은 보인다. 다들 머릿속에는 정답을 알고 있을텐데 알면서도 뭔가 잘 안 되는 건지 참 아쉽다.



▶ 결국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어 스타크래프트1 게임단이 대거 스타2로 진출했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은 프라임과 OGS 선수들 같은 은퇴한 선수들이 잘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합숙을 기본으로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연습을 하는 스타크래프트1 현역 선수들에게 경쟁에 뒤쳐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프라임 게임단의 선수들도 그런 생활을 다 거쳐오며 경험했었다. 이미 팀 체제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시스템이나 팀 체제 때문에 경쟁에 뒤쳐진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경험상으로 볼 때 게임만 주구장창 한다고 성적이 올라가는 게 절대 아니다. 일정 정해진 연습시간이 있을 거고, 그 외 시간은 선수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선수들의 개인적인 고민까지 하나씩 풀어주면서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게임만 한다고 성적이 잘 나온다고 치면, 공군에이스가 항상 1등을 차지해야 하지 않겠나.




▶ 개인적으로 현역, 은퇴 선수를 모두 포함해서 스타2를 했을 때 가장 잘할 것 같은 선수를 꼽는다면? 지금 이미 스타2를 하고 있는 선수는 빼고.

이제동, 이영호. 역시나 제일 잘할 것 같다. 우리 선수들도 물론 잘할 거고 벌써부터 스타2에 뛰어들어 전략과 전술을 연구하고 있는 만큼 스타2로 그 선수들이 넘어오자마자 모든 것을 다 먹게끔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두 선수는 잘할 것 같다.

특히 이영호 선수는 생활의 모든 것이 게임에 맞춰져 있다. 게임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건지가 유일한 고민거리인 선수다. 게임도 자신이 너무 좋아서 하기 때문에 억지로 해라, 말아라 할 필요가 없다. 게임이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성적이 잘 안 나오기 시작하는데 현재의 이영호 선수는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선수다.






▲ 최종병기 이영호, 스타2에서도... (이미지 출처: 포모스, http://www.fomos.kr/)




▶ 앞으로의 목표는?

정말 괜찮은, 든든한 스폰서를 구해서 하루빨리 프라임 게임단 선수들이 오직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 GSL에서 우리 선수가 우승해서, 우승한 선수가 사주는 고기 한번 얻어먹는 것이 지금 가장 큰 소원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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