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CDPR, "PvP 게임은 무조건 한국 유저들의 검증 필요하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9개 |
▲ CDPR 신작 '쓰론브레이커 30분 게임플레이 영상


* 재생 후 13분 50초까지는 '영어 음성, 한글 자막'이며,
그 이후는 '한글 음성, 한글 자막'입니다. 함께 비교해보세요.

* CDPR 측의 규정에 따라 영상은 30분 분량으로 편집했습니다.

폴란드 CD 프로젝트 레드(이하 CDPR) 본사에서 해본 '쓰론브레이커'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중간에 컷신 한 번씩 나오는 싱글 카드배틀 게임 정도일거라 생각했는데, 마치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가 연상되는 맵 보드까지 갖추고 있었어요. 캐릭터를 움직여 모험하는 느낌도 제법 잘 살려냈습니다. '궨트: 더 위쳐 카드 게임(이하 궨트)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과정에서 한 층 더 개발력을 쏟아부었다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게임을 해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떠오른 여러가지 의문점을 해소할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쓰론브레이커'의 마테우스 토마키위치 총괄 디렉터, '쓰론브레이커'와 '궨트'의 미할 도브라월스키 리드 게임플레이 디자이너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위쳐의 미니게임 신분에서 CDPR이 처음 도전하는 온라인 카드배틀 게임 위치까지 올라선 '궨트', 그리고 그 궨트의 싱글 캠페인 모드로 시작했지만, 볼륨을 키워 별도의 스탠드 얼론 게임으로 출시 예정인 '쓰론브레이커'. 두 게임 모두 범상치 않은 개발 과정을 겪었습니다.

두 게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인터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마테우스 토마키위치 '쓰론브레이커' 총괄 디렉터


Q. '쓰론브레이커'가 갖는 의의부터 묻고 싶다. 위쳐 사가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이라고 해석해도 될까.

일단 시나리오 상으로는 '위쳐1' 이전 이야기를 다룬다. 위쳐 세계관을 채용한 건 맞지만, 위쳐 시리즈의 다음을 책임지는 게임이라 부르기엔 좀 부담스럽다. 정식 시리즈보다는, 위쳐 세계관에 디테일을 더해주는 게임 정도라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쓰론브레이커' 이후에도 위쳐 세계관에 디테일을 더해주는 작품이 또 나올 수 있는 건가.

참고로 말하자면, '메브 여왕'은 원작 소설에 등장한 바 있지만, 게임상에선 거의 언급되지 않은 캐릭터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삼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만든 스토리를 입힌 게 '쓰론브레이커'다. 출시 후 유저들의 반응을 먼저 보려고 한다. 시장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메브 여왕 외 다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신작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 '쓰론브레이커'의 주인공인 메브 여왕. 리리아 & 리비아를 다스리는 여군주다.


Q. '쓰론브레이커'는 당초 '궨트'의 싱글 캠페인 버전으로 개발되고 있었지만, 볼륨이 커지면서 별도의 작품으로 나오게 됐다.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다.

원래 '쓰론브레이커'는 10시간 정도 분량을 목표로 개발 중이었다. 그런데 '메브 여왕'을 비롯한 캐릭터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구현하고 스토리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플레이 타임이 요구되었다. 보드 디자인도 내부 토의를 거친 뒤 조금씩 수정됐다. 대표적인 게 보드의 '나무'다. 배경 오브젝트인 나무와 캐릭터 간 비율을 조정하면서 전체적인 보드 크기도 커졌다. 그리고 보드 크기가 커졌다면,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갈 새로운 콘텐츠도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자 게임의 볼륨이 처음 계획했을 때보다 훨씬 커졌고, 결국 총 플레이 타임으로 약 30시간 분량의 '쓰론브레이커'가 탄생했다.


Q. 엔딩 종류가 약 20개라고 들었는데, 결과를 구분짓는 조건이 무엇인가.

정확히 엔딩이 20개로 나누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갈리는 진행 과정의 숫자가 20개라는 뜻이다. '위쳐3'의 스토리텔링 방식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Q. '궨트', '쓰론브레이커'를 개발할 때 원작 위쳐 팀과도 협업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은 건가.

위쳐 팀의 시니어 작가들이 개발 초기에 많이 도와줬다. '궨트'가 별도의 게임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이미 스토리를 짜놓기는 했지만, 이걸 게임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기존 궨트가 '궨트의 귀환'으로 업데이트할 때도 위쳐 개발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캐릭터 모델링도 그들 덕분에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고.


Q. '쓰론브레이커'의 전체적인 그래픽 콘셉트는 2D다. '위쳐'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인데, 이를 채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위쳐3'의 로딩 화면이 만화같은 컷신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냥 로딩 화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걸 게임 전체의 콘셉트로 잡아도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다. 다만, '궨트'와 '쓰론브레이커'의 핵심인 카드 디자인은 원작보다도 더 진지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원작의 '궨트'는 바에서 맥주 마시며 NPC랑 한 판 즐기고 하는 게임이였지만, 이번 작품의 궨트는 말 그대로 전투 시스템이다. 그래픽 테마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 2D 그래픽은 CDPR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Q. '쓰론브레이커'의 목표 유저층이 궁금하다. 카드게임 팬과 위쳐 팬, 어느 쪽에게 더 어울리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나.

어느 한쪽만 목표로 만들지는 않았다. '쓰론브레이커'를 해봤으니 알겠지만, 여러가지 요소가 많이 섞여 있다. RPG는 물론, 카드 게임과 퍼즐 그리고 위쳐 특유의 스토리텔링까지. 우리는 플레이어가 이 모든 걸 고루 즐겼으면 좋겠다. 두 팬 층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위쳐 세계관을 더 깊이 알려주는 게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카드 게임의 팬덤이 '쓰론브레이커'로 인해 좀 더 늘어나길 바라고 있다.


Q. '쓰론브레이커'의 퍼즐 전투 비율이 궁금하다. 시연 버전만 놓고 보면, 튜토리얼 끝나자마자 거의 모든 전투가 다 퍼즐 방식이더라.

서브 퀘스트가 주로 퍼즐로 이루어져 있다. 메인 퀘스트는 원작의 궨트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덱을 짠 후 전략을 써서 이기는 방식이다.


Q. 개인적으로는 튜토리얼 직후 등장하는 서브 퀘스트들의 퍼즐 난이도가 매우 높아서 당황했다.

지금 난이도 조정을 포함한 최종 작업을 진행중이다.




▲ 미할 도브라월스키 '쓰론브레이커', '궨트' 리드 게임플레이 디자이너


Q. '궨트'와 '쓰론브레이커'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나.

게임플레이 팀을 리드하고 있다. 전투 시스템 및 캐릭터 선정 등... 게임 개발이 더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Q. 캐릭터 선정 과정도 맡는다고 하니,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게롤트를 비롯한 기존 위쳐 시리즈의 주요 인물들도 '쓰론브레이커'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지금 여기에서 다 말하면 재미없지 않나(웃음). 내가 알려줄 건, 원작 소설의 몇몇 장면을 '쓰론브레이커'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메브 여왕'과 '게롤트'의 첫 대면을 예로 들면, 그 전후 과정을 '쓰론브레이커'에서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외 다른 캐릭터도 등장할 예정이지만, 지금 구체적으로 알려주긴 어렵다. 이해 부탁한다.


Q. '쓰론브레이커'의 주인공으로 '메브 여왕'을 채택한 이유는?

위쳐 사가에서 다루지 않았던 캐릭터 중 '메브 여왕'이 가장 흥미롭다고 판단했다. 수많은 배신을 당하면서도 닐프가드와의 전쟁에서 유일하게 버텨낸 사람이다. '쓰론브레이커'로 그녀의 일대기를 조명하면서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Q. 유저들이 '궨트'와 '쓰론브레이커'를 어떤 방식으로 즐겼으면 하는지.

'궨트'는 무엇보다도 유저의 실력이 중요한 게임이다. 상대방을 이긴 다음에 '운이 아니라 내 머리가 좋아서 이긴거야'라는 뿌듯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반면, '쓰론브레이커'는 위쳐 세계관을 탐색하며, 캐릭터와 이야기를 더 깊이 파고들어가는 재미를 강조한 작품이다. 따라서 정교한 카드 밸런스보다는 RPG 자체에 집중한 레벨 디자인을 보여준다.



▲ '쓰론브레이커'의 카드 밸런스는 '궨트'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Q. '쓰론브레이커'는 카드 게임과 RPG가 결합된 방식이다. 두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들어보고 싶다.

'쓰론브레이커'는 그 자체로 딱 떨어지는 RPG를 지향한다. 개발 초기부터 계획된 거라서 제작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전투만 궨트 룰을 채용했을 뿐, 다른 부분은 기존 RPG 개발 방식과 유사했다.


Q.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카드 게임들을 보면, 확장팩이나 신규 카드팩 출시로 콘텐츠를 강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궨트'도 그런 구조인가.

'궨트'도 아마 그렇게 될 것 같다. 새 카드 출시하고 밸런스도 잡으면서 계속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여담으로 '쓰론브레이커'는 아직 별도의 확장팩 출시 계획은 없다.


Q. 그렇다면 '쓰론브레이커'는 앞으로 신규 지역 추가도 없는 건가?

앞서 말했듯, '쓰론브레이커'는 그 자체로 완성된 게임이다. 추가 DLC 계획은 없지만, 메브 여왕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캐릭터를 주제로 해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물론, 이것도 '쓰론브레이커'가 성공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 '쓰론브레이커'의 월드 맵 디자인



▲ 보드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 매직'과 닮았다.


Q. '궨트'가 한국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 유저에겐 '운빨'보단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궨트'가 그런 게임이다. 랜덤성에서 오는 변수가 거의 없기에 유저의 실력이 강조된다.


Q. 그렇다면, CDPR은 한국 게임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알다시피 '궨트'는 PvP 전용 게임이다. 경쟁을 테마로 하는 게임이라면, 무조건 한국 게이머들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지난 2014년에 모바일로 출시된 '위쳐: 배틀 아레나'는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CDPR이 출시한 게임 중 유일하게 묻힌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패에서 얻은 것도 있었을텐데.

음... 이건 회사 입장이 아닌,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걸 먼저 말하고 싶다. '위쳐: 배틀 아레나'를 출시하고 난 후 가장 크게 느낀 건... 역시 라이브 서비스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커뮤니티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궨트'는 아직 정식 출시한 것도 아닌데 이미 몇 차례 확장팩을 업데이트했다. 배틀 아레나 서비스하면서 배운 걸 '궨트'에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사실 '위쳐: 배틀 아레나'는 외주 개발사가 만든 게임으로, CDPR은 아트만 지원해줬다. 100% 우리 작품이라 말하기 어렵기에 많은 얘길 해주긴 어렵다. 이해해주길 바란다.


Q. 게임을 라이브 서비스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과거에서 배운 게 있다면, 라이브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그룹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 '궨트'는 별도의 라이브 서비스 팀이 관리하고 있다. 또, 플랫폼을 담당하는 GOG 팀 역시 게임 서비스 및 콘텐츠 업데이트 관련한 노하우가 풍부하다. GOG 팀은 바로 옆 건물이라 커뮤니케이션도 편하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처리가 가능하기에, 과거와 비교하면 더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Q. '궨트'의 향후 e스포츠화 계획을 들어보고 싶다.

지금 진행 중인 시즌이 있다. '오픈' 다음에 '챌린저', 최종 마무리로 '마스터즈'가 치뤄진다. 그외 새로운 e스포츠 시스템은 일단 '궨트: 더 위쳐 카드 게임'을 100% 완성하고 난 후 고민해볼 예정이다. CDPR은 e스포츠를 배워가는 입장이다. 도전한다는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Q. 회사에 소속된 입장에서, CDPR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순한 답일 수도 있지만, 오직 '열정'이다. 전세계의 많은 유저들이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고 즐기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더 열정적으로,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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