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찬 칼럼] [스타트업 법률특강 ⑫]- 스타트업, 영업비밀 유출을 방지하려면?

칼럼 | 윤홍만 기자 | 댓글: 10개 |
게임 관련 법률 전문가로 유명한 이병찬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온새미로 소속이며, 블로그 '함께 바꾸는 세상'을 통해 게임 규제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기재하고 있습니다. 금일(19일), 이병찬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 게임회사 설립 노하우를 서술한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특강'이라는 칼럼을 인벤에 기고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게임회사 스타트업과 법률 관련 주제들을 갖고 칼럼을 연재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이병찬 변호사 ]
“갑” 주식회사는 “을” 벤쳐캐피탈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 방식으로 3억원을 투자받은 뒤, 본격적으로 차기작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A는 정통 RPG로 개발되는 차기작의 이름을 한참 고민하다가, 엄마와 여자친구의 모진 탄압에 굴하지 말고 꿋꿋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라는 의미를 담아 게임명을 “울지마”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울지마”의 개발이 한창이던 어느 날, A는 대학 동기인 Z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Z는 주로 퍼즐 게임을 만드는 모바일 게임사의 대표였는데, 힘든 일이 있으니 소주나 한 잔 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녁에 만나 사연을 들어보니, 약 한 달 전 Z의 회사에서 일하던 프로그래머 한 명이 경쟁사로 이직했는데, 며칠 전 그 경쟁사에서 Z가 개발한 게임과 거의 똑같은 게임을 출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A는 밤늦게 집에 돌아와 Z가 개발했다는 게임과 경쟁사의 게임을 각각 플레이 해보았습니다. Z가 말하던 대로 두 게임은 거의 동일했고, 세부적인 그래픽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더욱이, 경쟁사는 주로 대전게임을 만드는 회사였기 때문에, 이직한 프로그래머가 소스코드를 들고 나갔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A는 Z가 큰 배신감을 느꼈을지 걱정하다가, 문득 “갑” 주식회사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갑” 주식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이 소스코드를 들고 퇴사한다면,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스타트업이 영업비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영업비밀이 무엇인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정보가 보호받는 것은 아니고,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2호). 따라서,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우선,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은 정보여야 합니다(비공지성).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회사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정보와 같이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진 정보는 영업비밀이 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정보여야 합니다(경제적 유용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정보 보유자가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구내식당 식단표처럼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없는 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어야 합니다(비밀관리성).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 특정 정보를 비밀로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한 바가 없다면, 이러한 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위 요건 중 스타트업에서 특히 눈여겨 보아야 하는 것은 비밀관리성입니다. 스타트업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소스코드나 중요 정보를 아무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상황은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비공지성이 문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입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정보인지 여부는 스타트업의 노력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보 자체의 성질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노력과는 무관합니다(예를 들면, 회사가 아무리 열심히 비밀로 관리해도 구내식당 식단표가 경제적 가치있는 정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특정한 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받고자 한다면,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① 중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워터마크를 표시하고, 파일을 암호화하는 등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② 특정 정보에 접근하는 경우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도록 하고, 접근기록을 보관하며, 직급이나 담당 업무에 따라 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을 차별화하는 등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며, ③ 입사 및 퇴사시 비밀준수 서약서를 교부받는 등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만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조치들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구성원들의 경각심이 높아져 사고 발생 가능성도 줄어들고, 설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쉬워져 권리구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평소에 비밀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이를 인정받기 어려우므로, 중요 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들을 이행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개개인이 여러 명의 몫을 감당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조치를 이행하는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아무리 힘들고 귀찮더라도, 일단 사고가 발행한 후에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손해와 스트레스를 고려한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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