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년 전과 똑같은 도전의 길에 선 'DJMAX'

칼럼 | 박태학 기자 | 댓글: 86개 |


⊙개발사: 로키 스튜디오 ⊙장르: 리듬 액션 ⊙플랫폼: PS4 ⊙발매일: 2017년 1월

어제 소니에서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새로운 게임이 참 많이 나왔는데요. 15년 만의 신작인 '화이트데이: 스완송', 닫힌 문 박차고 나온 '헬게이트 VR'이 현장에서 꽤 주목을 받았습니다.

'와, 이제 우리나라 게임회사들도 콘솔 게임 많이 만드는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데, 제 눈을 사로잡는 게임이 하나 나왔습니다. '헬게이트 VR'과 마찬가지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이었어요.

'DJMAX 리스펙트'

기자이기 전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참 기뻤어요. 사실 리듬액션 게임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했거든요. 오락실에선 비트매니아와 EZ2DJ를, 컴퓨터로는 BM98(Be-Music 98)로 시작해 '믹스웨이버', '리듬잇(지금은 '루브잇'으로 나오고 있습니다.)'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리듬액션 장르가 건반형에서 터치형으로 넘어가던 시절에 접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즐거웠던 기억이었고, 그 특유의 성취감은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 가장 오래 한 건 역시 'BM98'이었습니다.


DJMAX는 원래 PC 온라인 게임이었습니다. 서비스는 넷마블에서 맡았고, 약 12년 전인 2004년 8월에 OBT를 시작했어요. 완성도가 참 높았습니다. 어뮤즈월드 출신 개발자들답게 자체 음원 퀄리티가 요즘 기준으로도 최상급이었고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디자인이나 BGA도 유치하지 않게 잘 만들었어요. 2년간 서비스하면서 업데이트한 곡도 200개 가까이 될 정도로 운영도 나름 성실했습니다.

다만, 몇몇 곡의 노트 퀄리티가 낮아 '치는 맛'이 떨어졌고, 당시 기준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월 9900원 요금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거듭한 DJMAX 온라인은 2008년 3월 서비스를 접게 됩니다.

그렇게 인기가 저물어가던 2006년, 'DJMAX'는 의외의 장소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합니다. PSP로 출시한 'DJMAX 포터블'이 8만 장 이상 팔리면서 말 그대로 '대박'을 쳤어요. 사실 당시 PSP로 출시된 리듬 게임이 '태고의 달인'밖에 없었기에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모험이었죠.

개발사 펜타비전은 'DJMAX 온라인'을 서비스하면서 온갖 단맛, 쓴맛, 눈물 젖은 빵 맛을 강제로 느꼈고, 그와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았습니다. 휴대용 게임기임에도 노트 치는 맛을 잘 살렸고, 패키지 게임이기에 처음부터 꽉 찬 완성도를 보여주었죠. 이후 출시된 'DJMAX 포터블 2'는 약 9만 장을 판매하며 '국내 최다 판매된 PSP 게임'으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포터블 시리즈의 미래 역시 찬란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중음악을 넣은 '클래지콰이 에디션', 하드코어 유저를 지향한 '블랙스퀘어'까지는 무난한 평가를 받았지만, 2010년에 출시된 'DJMAX 포터블 3'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GUI는 과거로 퇴보했고 레벨 디자인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DJMAX 포터블 2'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은 시스템이 평가를 깎는 원인이었죠.

그리고 2010년은 스마트폰 게임시장이 급부상하던 때였고, 이때 출시된 '탭소닉'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DJMAX'는 큰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어요. 결국, 그것으로 건반형 'DJMAX' 시리즈는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게임 판매량에 영향을 주었음이 분명한 'DJMAX 포터블' 오프닝 무비
(출처 - k2hdevil 유튜브)


그렇게 제 추억의 한편에 남은 'DJMAX'가 돌아온다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DJMAX 리스펙트'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백승철 PD는 "그동안 많은 팬으로부터 DJMAX를 살려내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았다. 지금까지 기다려 준 팬들에게 보답하는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DJMAX'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하나하나 설명했는데요.

일단, 시리즈 중 가장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DJMAX 포터블' 1편과 2편을 기반으로 한 건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물론, 사골 육수처럼 진~하게 우려내기만 해서는 팬들이 만족할 리 없어요. 백승철 PD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시리즈라고 불릴 만큼의 신곡을 준비 중이다."라고 하니 기대를 걸어보겠습니다.

한편, 'DJMAX 테크니카' 시리즈는 아케이드 시장을 중심으로 나름의 입지를 다져왔는데요. 여기에만 등장한 곡도 꽤 많습니다. 따라서 곡을 일부러 빼지 않는 한, 'DJMAX 리스펙트'가 볼륨에서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겁니다. 백승철 PD의 추가 DLC 언급으로 보아, 시기를 두더라도 최대한 많은 곡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같이 테크니카 시리즈를 하지 않은 'DJMAX' 팬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에요.



▲ 오락실에서는 'DJMAX'를 하지 않았던 저에겐 희소식!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점이 있어요. 'DJMAX 리스펙트'가 시리즈를 아우르는 종합 선물세트라 것과는 별개로, 'DJMAX 포터블'이 보여준 것과 유사한 형태의 '도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휴대용 콘솔 시장이 아닌, 거치형 콘솔 게임 시장을 조준했어요. 거치형 콘솔에서 건반형 리듬액션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결코 대중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DJMAX 포터블'이 출시되기 전 PSP 시장의 모습과 유사합니다.

또한, 듀얼쇼크4와 PSP는 엄연히 다른 물건입니다. 손으로 쥘 때 느낌도 다르며, 진동의 유무도 제법 큰 차이죠. 또, 듀얼쇼크4에는 터치패드 및 내장 스피커와 같은 신기술이 탑재되었습니다. 'DJMAX 리스펙트'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이 가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애매하게 사용하느니 그냥 안 쓰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DJMAX 포터블'도 PSP의 모든 기능을 쓴 건 아니지만, 이를 문제 삼는 유저는 거의 없었으니까.



▲ DJMAX 리스펙트를 플레이하게 될 '듀얼쇼크4'


개인적으로 리듬액션 게임의 경쟁력은 '노트 배치'와 '음원 품질'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잡은 게임은 플랫폼과는 별개로 오랫동안 시장에서 살아남았어요. WAV 음원 도입과 함께 전문 작곡가를 고용해 퀄리티를 높인 '오투잼'이 그랬습니다. 모바일 기기의 특성을 살려 슬라이딩 노트를 맛깔나게 넣은 '탭소닉'도 좋은 예시입니다.

앞서 말했듯, 'DJMAX 리스펙트'의 가장 큰 강점은 이미 검증을 끝낸 고품질의 음원들입니다. 이것만으로도 과거를 추억하는 유저들에게 충분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조금만 더 부탁하고 싶어요. 과거 모습 그대로 튀어나와 넉넉한 미소를 짓는 게임보다는, 풍부한 콘텐츠로 무장하고 최신작들과의 대결도 피하지 않는... 뜨거운 눈빛을 가진 도전자로 완성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정말 'DJMAX' 팬들을 향한 '리스펙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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