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슈 '콕!'] 스타2 프로리그 폐지에 대한 소고

칼럼 | 김홍제 | 댓글: 48개 |




2016년 10월 18일 한국e스포츠협회가 앞으로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를 개최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14년이란 세월 동안 e스포츠의 뿌리를 다지고 함께 성장해 온 '프로리그'의 폐지가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다. 프로리그는 단순한 게임 리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리그였다. 적어도 프로리그에 열광하고 스타1의 전성기와 청소년 시절을 함께 보낸 세대들에겐 말이다.

단순한 게임 대회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스포츠화 될 수 있도록 발돋움을 위한 팀 단위 리그였던 프로리그. 프로리그가 생겨나면서 임요환과 홍진호 등 프로게이머 1인의 팬이 아닌 프로 야구나 프로 축구, 프로 배구처럼 SKT, kt 등 걸출한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팀을 창단하면서 팀 단위의 팬덤이 생겨났다. 그리고 학창시절을 이 시대와 함께 성장하며 지금 30대가 되어버린 기자 역시 프로리그는 e스포츠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주고 평범한 학생에게 하고 싶은 것, 꿈이란 걸 가지게 해 준 소중한 리그였다.

하지만 프로리그가 폐지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생각보다 덤덤했다.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2~3년 전부터 프로리그 폐지에 대한 문제는 매년 제기되어 왔고, 스타2의 위상과 인기는 대중적으로 쭉 하향곡선을 이어온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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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역사의 프로리그, 마침표를 찍다






2003년 KTF EVER 2016 프로리그를 시작으로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6 시즌까지 14년이란 세월 동안 진행된 프로리그가 마침내 종료되고 말았다. 프로리그는 대한민국 e스포츠에 있어 태동기를 함께 했다고 해도 무방하고 e스포츠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팀 단위 리그인 프로리그가 출범하면서 생긴 가장 긍정적인 요소는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e스포츠판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 CJ, 삼성 등 대기업들이 하나 둘 창단의 포문을 열었고, 지금처럼 체계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여러 가지 이슈를 만들며 게임,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2005년 여름 부산 광안리에서 개최된 전기리그 결승은 10만 관중 시대라는 e스포츠 최고의 전성기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이성은의 화끈하고 개성 넘치는 세레머니나 임요환-홍진호의 임진록, 택뱅리쌍 등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게이머들의 은퇴 사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 문제까지 공군 에이스가 창설하며 해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프로리그도 위기가 없던 건 아니다. 2007년 한국e스포츠협회가 중계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게 되면서 양대 방송사와 갈등을 빚었던 '프로리그 중계권 이슈', 그리고 이후 2010년 블리자드까지 개입된 지적 재산권 문제로 스타1에서 스타2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미 제대로 된 진행이 되지 않았고, 스타1과 스타2 병행 리그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게임에 집중할 수 없는 선수들에게도 혼란을 가져왔고, 두 게임을 모두 연습해야 했던 상황에 몇몇 선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새로운 게임인 스타2에 흥미를 제대로 붙힐 수 없기도 했다.

스포티비 게임즈가 스타2 프로리그 중계를 이어가긴 했지만, 신도림 인텔 e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3 시즌은 굉장한 혹평을 받았다. 넥슨 아레나라는 걸출한 스튜디오가 생긴 뒤 안정감을 찾아 팬들에게 찬사를 받았지만, 크게 봤을 때 스타2의 인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고, 결국 2016 시즌을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스타크래프트2 인기의 현주소






사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가 '마침표를 찍었다'라는 표현보다 타의에 의해 '찍혔다'는 게 더 정확하다. 리그의 흥행, 아니 최소한의 존속을 위해서 필수 조건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수년 동안 스타2 관련 리그를 집중적으로 취재하면서 느낀 스타2 팬들의 사랑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가장 1차원적인 문제, 스타2 팬들의 수 자체가 객관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게임인 LoL이나 오버워치와 비교했을 때 명함도 내밀기 힘든 수준이다.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이미 스타2에 인기가 식어버린 건 구글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예로, 국내 최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만 봐도 수 천, 많게는 수 만 명의 시청자를 거느리는 게임 BJ들은 대부분 LoL이나 오버워치를 콘텐츠로 다루고 있고, 스타2 방송은 500명을 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뿐만 아니라 피시방을 찾아봐도 스타2를 플레이하는 유저는 5% 내외다.

힘든 상황일수록 팬들은 더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며 멋지고 재밌는 리그를 시청자와 방송사가 함께 만들어 갔지만, 현실적으로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실제로 프로 무대에서도 몇 년째 걸출한 신인 한 명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될 승부조작이 2015년에 터진 데 이어, 스타2 최고 스타 중 한 명이었던 선수까지 가담한 2차 승부조작이 2016년 초에, 또 석 달 만에 연이어 터지면서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해졌다.


팀의 공중분해, 선수들의 미래는?






프로리그 폐지는 곧 팀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게 된 결정적 이유였고, 18일 프로리그 발표 기준 프로리그 참가 팀 중 SK텔레콤 T1, kt 롤스터, CJ 엔투스, MVP 치킨마루, 삼성 갤럭시가 스타2 게임단 운영 종료를 알렸고, 진에어는 팀을 유지, 아프리카는 아직 명확한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특히 SK텔레콤 T1이나 kt 롤스터와 같은 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팀들마저 스타2 팀에 대한 운영을 종료하면서 사실상 진에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는 향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팀은 사라지지만 개인리그는 꾸준히 열리므로 내년에도 게이머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말한 A선수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지원을 아끼지 않던 팀이 해체되면서 자기 관리가 더 중요해졌지만, 꾸준히 대회는 열리기 때문에 조금 더 게이머 생활을 이어가며 도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많은 관계자들이 프로리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발사의 의지가 조금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팀의 해체 여부와 상관없이 꾸준히 게이머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선수들도 있는 반면, 상당수의 게이머들은 이미 프로리그 폐지와 팀의 해체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부터 군입대, 개인방송 BJ, 혹은 다른 게임으로 전향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19일 SK텔레콤 T1 김명식은 Team First Heroic라는 오버워치 팀에 입단해 연습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생각보다 팀의 해체 수순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초기에는 선수나 코칭 스태프들의 향후 미래에 대해 지원을 해주겠다는 이야기도 나왔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얘기가 바뀌고 있어, 당장 진로에 대한 고민이 다들 상당하다"고 말했다.

프로리그 폐지는 스타2 리그 중 굉장한 비중을 차지한 리그였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프로리그가 없어졌다고 스타2가 완전히 죽은 것 역시 아니다. 개인리그는 여전히 존재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개최될 예정이다. 스타2의 인기가 수그러드는 와중에도 특히 2015년 이후부터는 팬들이 스타2에 보내온 열정과 성원은 대단했다.

특히 야외에서 개최되는 결승전이 열리는 날은 항상 만원 관중으로 붐볐고,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떻게 해서도 다시 원상복구 시킬 수 없다. 그러나, 팬들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고 더 많은 성원을 보내준다면 기존에 담았던 그릇이 아닌 더 크고 튼튼한 그릇으로 대체될 수 있다. 기억하라. 리그의 존재 이유는 많은 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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