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돈 받고 '듀오'해드립니다. 변질된 대리 방식, 적절한 조기 진화 필요

칼럼 | 김홍제 | 댓글: 140개 |




리그오브레전드의 대리 게임이 새로운 형태로 변신했다. 논란이 되었던 대리 사이트가 사라진 자리에는 '듀오', '강의' 사이트가 들어서 있다.

타인의 계정을 플레이해 티어 등급을 대신 올려주는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일명 '대리' 게임이 논란이 된 것은 벌써 수 년 전.

당시 라이엇은 대리 게임 방송과, 대리 게임 사이트 등에 대해 "그동안 대리 게임을 중개하는 사이트가 발견되는 경우 폐쇄 권고 또는 서비스 중단 요청을 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 왔으나 유저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히며 "향후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2013년의 일이다.

사업자등록까지 하고 홈페이지를 개설해 버젓이 영업을 해왔던 대리 사이트는 한국e스포츠협회나 라이엇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후 음지의 영역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3~4년이 지난 지금, 대리 사이트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듀오'나 '강의'의 이름이 차지하고 있다. '강의'도 무슨 문제인가 싶겠지만 강의라는 이름을 내세운 대부분의 사이트들 역시 '듀오'를 병행하고 있다. 이전처럼 타인의 계정을 직접 플레이해주는 형태는 아니지만, 대리 사이트들과 마찬가지로, 금전적 대가를 받고 티어를 올려주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영업 중이다.

문제는 이런 '롤 듀오', '롤 강의' 사이트들이 버젓이 광고까지 하고 있다는 것.

주요 포탈 사이트에 '롤 대리'를 검색했을 때 나왔던 사이트들은 사라졌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롤 듀오', '롤 강의' 사이트들이 대신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인터넷 방송의 주력 컨텐츠이기도 한 리그오브레전드이기에, 리그오브레전드를 주로 방송하는 BJ들의 방송 화면에까지 홍보 배너가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 광고 배너를 걸어 놓은 BJ를 찾는 건 1분도 걸리지 않았다.


LoL을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 BJ들의 방송에는 '롤 듀오', '롤 강의'라는 홍보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듀오 랭크 사이트의 수익구조는 익히 알려진 대리 사이트와 다를 바 없었다. 돈을 받고 함께 랭크 듀오를 해주며 의뢰인의 티어를 올려주는 방식이다.

취재 중 이야기를 나누게 된 한 롤 듀오 사이트 관리자의 말을 통해 이런 롤 듀오 사이트의 뿌리가 대리 사이트에 닿아있음도 엿볼 수 있었다. 듀오 사이트 관리자는 BJ들도 '양학 방송'을 하는데다 제재 사항도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롤듀오 사이트 관리자와 대화 내용

=대리와 듀오는 다른 것인가. 어떤 걸 해주는 사이트인지.

"원래 예전에는 대리 사이트였는데 현재는 듀오 랭크를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다."

=대리와 다르다곤 하지만 본인 실력이 아닌 등급에서 플레이하는 것인데.

"BJ들도 양학 방송이라는 명목하에 낮은 티어 계정으로 방송을 하지 않나."

=듀오 랭크의 '강사'라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본인 명의 계정으로 플레이 하나?

"그렇다. 얼마 전 자유 랭크가 활발할 때는 고객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강사들이 부계정도 다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 직접 본계정으로 하기도 했다."

=본인의 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과, 돈을 받고 영업을 하는 것을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지 않나.

"돈을 받고 듀오 랭크를 한다고 해도 라이엇 규정에 아무런 제재사항이 없다."

=대리는 전혀 하지 않는가?

"고객이 대리를 원하시면 해드리기도 한다. 가끔은. 예를 들어, 듀오 랭크를 하다가 고객이 힘들거나 주무시러 가실 때가 그렇다."


본인 명의 부계정을 이용한 듀오 플레이 자체가 라이엇의 제재 대상이 아니므로 문제 없다는 논리에 제재 사유를 들이대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대놓고 금전적 이익을 취하더라도 제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당당할 수 있을까.

물론 대리 기사와 차이는 있다. 의뢰인의 계정을 대신 플레이하는 대리와 달리, 듀오 랭크의 경우 각자가 본인의 계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점만 놓고 보면 라이엇이 대리 기사를 제재했던 것과 같은 기준에서 제재하기는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대리 랭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동등한 실력의 유저끼리 공정하게 대결하도록 하는' 매칭 시스템의 원칙을 깨버린 것에 있었다. 그리고 돈을 받고 이뤄지는 듀오 랭크 역시 이같은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실버 등급의 랭크전에 챌린저 실력을 가진 듀오 랭크 기사가 상대편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돈을 벌기 위해서'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인 것.





이에 대해 관계사들은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먼저 라이엇 게임 관계자는 "관련된 사항에 대해 우리도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듀오 사이트들이 앞으로 더 랭크 게임의 생태계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충분히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도 "롤 듀오나 롤 강의와 같은 대리와 유사한 사이트들의 광고 배너는 제재 대상이다. 수동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현재도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고, 앞으로도 BJ들에게 그런 광고 배너는 노출시키지 않도록 주의를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건 사고든, 미리 방지하고 예방할 수 있다면 그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다. 대리 사이트가 유행할 때도, 헬퍼 논란이 있을 때도, 대부분 일이 커지고 수습하기 위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많았다. 그리고 라이엇도 현재 주시하고 있긴 하지만, 당장 심각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지는 않은 모양새다. 그러나 이는 많은 선량한 유저들이 피해를 보기 전에 뿌리를 뽑아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미리부터 강력한 조치를 취해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1인 미디어로 주목받으며 게임계에 영향력이 큰 아프리카TV 또한 이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모니터링에 신경 쓰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한 것은 다행이지만, 지금도 LoL BJ들 방송에서 이런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고, 심지어 공식 e스포츠 리그까지 개최하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뉴미디어 e스포츠’를 2017년 모토로 삼고 e스포츠 부문 투자를 대폭 늘린다고 밝히기도 했던 아프리카TV다. 투자도 좋지만, 공정한 게임 플레이를 어지럽히는 부분에 보다 강화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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