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홀로그래픽'에서 '혼합 현실'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디딘 한 걸음

칼럼 | 양영석 | 댓글: 6개 |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상 현실 플랫폼이 '홀로그래픽'에서 '혼합 현실'로 변경됐습니다.

이는 약 한 달 전인 1월 27일, 게임바 기능 향상과 빔 스트리밍 등의 신규 기능 및 기능 개선이 적용된 윈도우10의 '인사이더 프리뷰 빌드'가 공개되면서 함께 적용됐죠. 자세히 살펴보면, 이날 이후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상 현실 콘텐츠에 대해 발표할 때 '윈도우 홀로그래픽(Windows Holograpfhic)'이 아닌 '윈도우 혼합 현실(Windows Mixed Reality)'이라고 언급해왔으며, 공식 홈페이지 역시 혼합 현실로 교체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바로 3월 1일입니다. 이날 무슨 이슈가 있었느냐면, 바로 '에이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혼합현실을 구동할 수 있는 보급형 헤드셋의 스펙이 공개되면서부터였죠.(관련 링크 : Windows Mixed Reality dev kits shipping this month)

단순히 이름 변경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은, 제법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혼합 현실, 아니 '복합 현실'의 생태계를 좀 더 포괄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겠죠. 윈도우10에 대형 업데이트로 탑재될 복합 현실 기능이 단순히 '홀로렌즈'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에이서의 보급형 복합 현실 헤드셋.

◆ 에이서 보급형 헤드셋 스펙
  • 2개의 고해상도 액정 디스플레이 (1440 x 1440)
  • 디스플레이 재생 빈도 최대 90 Hz (기본)
  • 3.5mm 잭을 통한 내장 오디오 출력 및 마이크 지원
  • 연결용 HDMI 2.0(디스플레이) 및 USB 3.0(데이터)이있는 단일 케이블


  • VR, MR 가상현실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고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러나 눈에 띌 정도로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지는 것은 아마 소비자용 디스플레이가 보급되어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이 발생하려면 당연히,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죠. 충분히 소비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가상 현실은 현재 최첨단 기술입니다. 기술 노하우나 동작 원리 등을 함부로 공개하긴 어려운 실정이고, 공들여 개발한 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사가 관리하고 싶은 욕심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세계적으로 구축한 '애플'처럼 말이죠.

    대표적으로 HTC와 오큘러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관리해 자신만의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처음에는 이에 동참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윈도우10의 보급률은 말할 것도 없으니 소프트웨어 시장은 이미 구축되어 한참 앞서나간 셈이고, '홀로렌즈'만 제대로 보급된다면 양 측 모두 손아귀에 쥐는 셈이니까요.

    아, 물론 예전에 오큘러스에서 DK1의 블루프린트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만, 오큘러스 입장에서 보면 그건 병살타였죠. 결과적으로는 VR시장이 불어나긴 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고, 지금에와서 보면 그 덕분에 HTC와 오큘러스를 함께 지원하는 콘텐츠가 등장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마치 저 둘은 콘솔 시장에서 PS와 XBox의 관계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둘과는 노선이 완전히 다른 느낌이 강합니다.



    CES2017에서는 불투명한 형식의 AR기기도 많이 공개됐습니다.

    아무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략을 확실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홀로 렌즈'에만 한정됐던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로 풀어나간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발표한 '에이서'의 헤드셋에 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후 에이수스와 델, HP, 레노버 등의 제조사들이 혼합 현실 기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혼합현실 헤드셋은 '서드파티'를 통해서도 보급이 된단 의미입니다. 이는 CES2017에서도 어느 정도 발표된 사실이기도 합니다.

    에이서가 발표한 헤드셋은, 형태만 봐도 홀로렌즈와는 제법 차이가 있는 데다가 카메라의 수도 차이가 납니다. 홀로렌즈는 많은 카메라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 속에 가상 콘텐츠를 노출하도록 하는 투명 바이저가 있는 반면에 이 헤드셋들은 다소 적은 카메라로 현실 세계의 정보를 입수하여 가상현실에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홀로렌즈가 '투명'한 접근을 했다면, 서드파티의 헤드셋들은 '불투명'한 형태로 콘텐츠를 풀어내는 형태입니다.

    CES2017에 선보인 대부분의 서드 파티 헤드셋들도 대부분 투명 바이저가 있는 방식은 아니라서, '복합 현실'을 표현하는 것에 홀로렌즈와 많은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른 문법으로 보여주는 것 아주 흥미로운 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0월 발표회에서, 윈도우10 무상 업데이트와 함께 혼합 현실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에 공개됐던 레퍼런스 모델의 표준 가격은 299달러였습니다. HTC VIVE,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격과 비교해보면 아주 저렴합니다. 당시에 발표로만 했던 '큰 그림'을 본격적으로 올해부터 구축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르면 3월 말, 개발자들은 에이서의 보급형 복합 현실 개발자 헤드셋을 입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대로만 된다면, 복합 현실 헤드셋은 '가상현실'에 비해서 가격 면도 유리하고 '윈도우10'으로 소프트웨어를 배포할 마켓도 이미 확보가 된 상태입니다. XBOX까지 지원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죠. 결국, 복합 현실의 '생태계'를 꾸며줄 개발자들의 흥미진진한 콘텐츠만 있으면 상용화 시점이 예측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겁니다. 생각보다 저렴한 보급형 헤드셋이 개발자들에게 제공된다면, 혼합 현실의 콘텐츠가 더욱 많이 나올 수 있겠지요. 발표대로 서드파티의 불투명한 헤드셋 용 앱을 개발하기 위한 가이드도 제공할 예정이고, 홀로렌즈용 앱이나 다른 가상현실 헤드셋용 앱을 새로운 윈도우 혼합현실 헤드셋용으로 포팅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공된다면 더 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관계자들이 2017년은 VR과 AR에 있어서 '보급'이 중요한 시기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확실히 이 관점에서 보면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AR이 VR보다 더 개발이 어려운 콘텐츠라고 한만큼, 개발자킷의 보급도 더 저렴하고 빠르게 하려는 의도는 확실히 좋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걱정스러운 건 단 한 가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보급형' 개발자 하드웨어의 가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정도입니다. 설마 어디처럼 산통 깨는 가격을 발표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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