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자율규제 반대) 신뢰 깨진 '자율규제' 이제는 '법제화'해야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84개 |
K-IDEA는 지난 15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과거보다 더 강력한 개선안을 들고 나왔지만 실효성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차라리 '법제화'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길일까요? 인벤에서 두 가지의 시선으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바라봤습니다.
[찬성] 그럼에도 '자율규제'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
[반대] 신뢰 깨진 '자율규제' 이제는 '법제화'해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은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 오래전부터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으며, 업계와 유저 모두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개발사와 유저들은 서로 다른 시선을 보냈고, 쉽사리 논란에 빠졌다.

2015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된 자율규제안도 별다른 효력을 거두지 못했다. 자율규제가 적용되었음에도 확률 논란은 계속해서 발생했고, 심지어 유저들의 증명으로 표기 확률과 실제 확률이 다름이 밝혀지는 사건도 있었다. 유저들의 불만은 계속해서 쌓여갔고, 문제를 해소하려는 방법들이 논의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15일 발표된 자율규제 개선안을 바라보며 유저들은 다시금 불만과 불신을 담은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변했다고 하나 허울뿐인 자율 규제, 믿지 못하는 게임사의 운영방침은 게임의 이용자들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같은 존재로 변화시켰다.



■ 2008년부터 2016년까지 - 말 뿐이었던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의 흐름

업계 전반적으로 큰 이슈가 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의 역사는 2008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게임산업협회가 발표한 '캡슐형 유료 아이템 서비스 제공에 대한 자율준수 규약'부터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해당 규약의 핵심은 '결과값에 0 또는 가치가 현저히 낮은 결과물 포함 금지', '필수 아이템을 유료로만 얻도록 하는 행위 금지', '사행행위 용어 금지' 등이 핵심이었다.

9년 전의 규약이었지만, 문제의 핵심은 분명히 짚어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실행 여부였다. 핵심 일부를 짚은 이 자율규제안은 지켜지지 않았고, 몇 년 뒤에는 국정감사에서 거론될 정도로 업계 전반의 중요한 이슈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 형태는 조금 달랐지만,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핵심은 2008년부터 논의됐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2011년부터다. 11년 7월 게임물등급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 운영과 관련해 주요 게임사 10곳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 해당 업체 전원이 불참하면서 자리는 무산되고 만다. 현황조사를 위한 자료요청에도 '영업비밀과 관련된 부분'이라 주장하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자율적인 영업활동 권리에 해당한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9월에는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안건이 재차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 측에서 '일부 온라인 게임들이 제공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안을 꺼낸 것이다.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도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차이가 큰 것이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문제로 지적됐다. 게다가 2008년 규제안에 포함된 상설 모니터링 기구를 설치한다는 규약도 지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본격적인 논의와 가이드라인이 생성되려 했던 시기였으나, 2011년 11월의 셧다운제와 2012년 2월 쿨링오프제가 논의되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는 미뤄지고 말았다.



▲ K-IDEA가 2014년 11월 발표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

흐지부지되었던 자율규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등장한 시기는 2014년 11월. K-IDEA(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가 내놓은 자율규제안은 기존 문화부가 추진하던 가이드라인의 결과물이자, 조금 더 명확하고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방향을 보여줬다. 이번 규제안의 핵심은 유료 아이템을 결제해 사용했을 때 어떤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지 목록을 공개하는 것에 있다. 또한, 그간 문제가 됐던 모니터링 및 사후 이행 점검에 관련된 부분도 강조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2015년 4월 K-IDEA 회장으로 취임한 강신철 전 네오플 대표는 "행정 규제가 닿기 전에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4월 30일, 자율규제를 게임물 전체로 적용 · 구간별 확률 수치를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확대안을 발표하고, 5월 8일에는 구체적인 적용 방법을 소개하는 자리까지 마련했다. 민간협의체를 운영하여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2016년까지 이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K-IDEA 강신철 협회장

하지만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었고, 노웅래 의원이나 이원욱 의원 등 자율규제를 심화 화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노웅래 의원은 자율규제 시행 현황 자료를 통해 준수율이 줄어든다는 점과 공개한 확률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를 수정하기 위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이원욱 의원은 '10%이하의 기댓값을 가진 확률형 상품이 있는 게임을 청소년이용불가등급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민원들, 그리고 정치권의 움직임은 협회로 하여금 자율규제 개선안을 내놓게 만들었다. 자정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몇몇 게임에서 확률 조작 논란들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 자율규제 개선안, 확대 의미는 있어도 여전히 구멍 투성이

햇수로 10년이 되어가는 자율규제 논의는 지난 15일, 한 단계 더 나아간 형태로 발전되기에 이른다. 세부적인 사항은 공지되지 않았으나, 지난번의 자율규제보다는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조항들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고심 끝에 발표한 자율규제 강령은 이전과는 무엇이 달랐을까?

먼저, 이번 규제안에서는 자율규제 적용 대상이 전 플랫폼과 전 이용등급으로 개선된다. 업계 화두로 떠오른 VR과 AR 플랫폼 역시 규제안에 포함되며, 이로써 플랫폼과 등급 구분 없이 더 많은 이용자들가 개선안의 보호 영역에 포함되도록 변했다.




특히, 이번 규제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때 개발사가 금지해야 하는 사항과 이용자의 보호를 위한 사항들도 추가됐다. 이번 규제안에서 개발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표기하여 허위 또는 오인할 수 있는 행위', '결과물에 유료 캐시를 포함하는 행위',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 행위', '다음 진행을 위한 필수 아이템을 포함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여기에 확률형 아이템으로 제공되는 모든 아이템의 명칭, 등급, 제공 수, 기간 등을 표기해야 한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을 1회 또는 10회 구매할 경우에는 구매가격과 동등 또는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거나 이에 준하는 유료 아이템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하여 이용자의 피해사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기존 자율규제안에서 '매우높음', '높음'과 같이 수치가 아닌 단순 고저로만 표기했던 확률공개 방식도 개선된다. 확률형 아이템의 개별 결과물 구성 비율을 등급별로 공개하도록 했다. 같은 등급이라도 다른 종류의 아이템이 있다면, 명확한 수치에 근거한 방식으로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

주요 민원사례로 제기되었던 '결제에도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방안도 신설됐다. 해당 조항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된 것으로, '결제 금액이 일정액에 도달한다면 상응하는 아이템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공개된 확률과 정보들은 게임 내에 표기하거나 별도의 창구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의무화될 예정이다.






■ 게이머? 게임사? 누구를 위한 자율규제일까?

문제는 협의체의 구성원들이 게임 업계 외부인들이 주로 구성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총 16명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대형 게임사의 대표들을 제외하면, 유저 입장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 구성원들은 위원회나 행정 측 사람들인 셈. 정부, 기업. 두 개로 분류하더라도 기업의 비율이 높을뿐더러, 정부 : 사용자 : 기업의 세 분류로 나눈다면 비율 문제는 더더욱 극단적으로 나뉜다. 이러한 의견 구조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어디까지 반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자율규제 안이기 때문에 유저의 의견보다는 기업의 의견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실제로 시행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사 측이니 말이다. 정부와 기업 간의 협의에 가까운 자율규제안이니, 기업의 입장이 중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데이터만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소비 주체인 유저들의 의견과 규제안 적용 대상인 기업 간의 온도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강력한 규제 또는 대책을 주장하는 유저 측과 이를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적용하는 유관기관들, 개발자 단체 및 산업체 간의 시각차가 맞물리는 것이다. 사안을 바라보는 서로의 온도차는 결국엔 애매한 규제안으로 결론이 나게 된다. 현실적인 제한점과 시각차. 모든 것이 뒤섞여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로 승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 주체인 사용자들의 의견을 더 가감 없이 반영할 필요성은 있다. 협의체의 구성원들이 조사하고, 통계를 내린 자료로는 유저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을지언정, 유저의 생각과 인식까지 완벽히 반영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지금까지의 의견 합의 결과는 유저의 의견이 덜 반영된, 어디인가 아쉬운, 핵심을 조금은 벗어난 자율규제안이라는 인식이 남는 것이다.



▲ 일반적인 통계보다는 특정 계층의 의견을 더 심화해서 취합해야 하지 않을까?



■ 아리송한 개정안, 세부 시행안 마련이 급선무

새로운 규제안이 발표되었고, 구체적인 시행안은 7월 중으로 공개될 예정이라 밝혔다. 최종적인 결론은 시행안이 나온 상태에서 판단할 수 있겠지만, 현재 공개된 주요 자율규제 안에서도 지적할 수 있는 부분들은 많다. 결제 금액이 일정액에 도달하면 그에 상응하는 아이템을 제공하는 방안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주요 불만인 수차례 결제에도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를 해결하려는 방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만족스러운 아이템 획득 경험 비율이 얼마나 되었는가?'를 조사한 결과를 정리했다.

해당 설문의 결과에서는 '만족도 1% 미만'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온라인 게임에서는 30%, 모바일 게임에서는 23.3%에 달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비율은 온라인 게임에서는 평균 18.9%, 모바일 게임에서는 22.2%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결국,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확률템을 구입한 대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번 자율규제안에서는 '결제 금액이 일정액에 도달하면 그에 상응하는 아이템을 제공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는 선택이 아닌 개발사에 강제된 조항으로, 게임별로 '희귀아이템'을 설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율규제가 진행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희귀아이템'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다.

개발사별로, 게임별로 희귀 아이템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희귀 아이템의 정의를 어떤 것을 기준으로 내릴 것인가가 아직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몇 모바일 게임이 도입한 마일리지 보상 개념과 무엇이 다르며, 기준은 확률인가 기대값인가도 불분명하다. 심지어 '희귀'라는 개념도 게임마다 다르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딱히 불필요한 특정 아이템의 가치를 높게 설정하고, 이를 희귀아이템으로 지급하는 사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자칫하다가는 무의미한 자율규제 항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의 주체가 보상의 항목에 정의를 내리고, 이를 지급하는 형태가 옳은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 어디까지를 '희귀 아이템'으로 봐야 하는가?



■ 자율규제 개선안, 모두 지키더라도 누가 믿어줄 것인가?

개발사 측이 자율규제안을 적용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개발사가 이를 지키는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이 규제안에 없다는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혹여나 규제안을 지키지 않더라도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것' 점이다. 마지막으로 '사용자들이 공개한 확률을 믿어줄 것인가?'하는 신뢰의 문제가 남아있다.

자율규제안은 어디까지나 자율규제안.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실제 시행을 입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유저의 몫이다. 모니터링을 위해서 별도의 인력을 운용한다고 밝혔지만, 해당 모니터링 팀의 목적인 '규제안의 실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즉, 확률 표기 방법을 지키고 있는지. 또는 희귀아이템을 설정하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지만을 체크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표기 확률과 실제 확률이 다름을 입증하는 것은 이용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데스티니차일드의 확률 오류를 유저들이 직접 찾고, 이를 공론화했던 것처럼, 이번 규제안 또한 실제적인 확률 차이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은 오직 유저들의 통계에 달려있다는 말이 된다.

그마저도 수천 번에 이르는 표본을 수집하고, 이를 도식화할 수 있는 유저들이 없다면 무의미한 자율 규제가 되는 셈이다. 실제 확률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 그저 기분 탓이나 의혹으로만 남는다. 게다가 유저 수가 얼마 없는 소규모 게임이라면? 실제 확률을 증명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모니터링은 시행 여부만 본다. 그렇다면 검증은? '데스티니차일드' 처럼 유저의 몫이다.

그렇다면 규제안을 지키더라도 실제적인 이득이나 손해가 있을 것인가? 법적인 구속력이 없으므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조항이라 할지라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게다가 외국계 개발사에 권고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자율 규제에서 항상 지적되었던 문제는 이번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행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의미다. 작년만 하더라도 확률 조작 논란은 계속됐다.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조사하고 시정할 수 있는 기반은 여전히 없다. 지난 개선안 발표에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이야기했으나, 결국에는 세칙을 협의하면서 반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애매한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개발사들이 확률을 공개하더라도 이를 유저들이 믿어줄 것인지도 의문이 남는다. 작년의 몇몇 사례들을 기억해 본다면, 공개한 확률과 실제 확률이 다를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확률을 게임 내에 표기하는 것, 최소한의 아이템을 지급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개발사가 사용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에 공개된 확률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문의와 상담 결과를 살펴보면 유저들이 신뢰를 갖지 못함은 명확히 드러난다. 자율규제 시행 전의 확률과 관련된 상담은 총 91건, 자율규제 시행 후의 상담 건은 총 93건으로 자율규제안 유무와 관계없이 상담 건수는 감소하지 않았다. 유저들이 확률을 의심하고 믿지 못하는 소비자의 불만이 잦은 것이 현실이다.



▲ 자율 규제를 한다고 불만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규제안의 의미에 대해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2015년 7월부터 시행된 자율규제의 준수 현황은 86%. 대부분의 게임들이 자율규제를 준수했으나 현실적으로 바뀐 것은 전무하다. 표기하던 하지 않던 간에, 개발사들의 매출은 발생은 계속됐고, 유저들은 공개한 확률을 믿지 못하는 상태다. 그렇기에 이번 규제안에서 더 자세히, 확실하게 공개하는 것은 지금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제화를 피하고자 개발사들이 자율규제를 선택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 "문제는 '신뢰'다" - 잃어버린 믿음을 되찾지 못한다면?

어찌 됐거나, 새로운 자율규제안은 공개된 상태다. 세칙이 마련되지 않아 가능성은 남아있으나, 공개된 수준을 보완하는 측면에만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언급하던 요구사항이나 바람들은 개정안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는 사례가 늘었으나, 이를 지켜보는 유저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심지어 확률에 기인하는 BM 모델을 보며 폐지를 주장하는 극단적인 의견도 나오곤 한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수익모델 자체는, 절대 악이나 타파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적절한 수준에서는 재미요소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확률 공개를 꺼리는 점도 일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표기된 확률과 적용된 실제 확률이 다를 수 있다는 불안감,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불신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결국, '신뢰'의 문제다. 자율규제 시행 이후에도 그동안의 운영 형태에서 확률 조작으로 의심할 수 있는 논란들이 발생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쌓여가는 논란은 결국 불신으로 이어진다. 자율규제를 통해 '공개한 확률을 믿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으로 봐야 한다.



▲ 공개는 했으나 '믿을 수 없다'

신뢰를 확보하고 자정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위한 자율규제였으나, 위반했을 때의 법적인 효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개발사 스스로가 신뢰를 저버린 일들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저들에게 공개한 확률을 믿기만 하라는 것은 부당한 처사에 가깝다.

첫 논의 후 햇수로 10년, 본격적인 시행 후 3년이 지났다. 그동안 개발사는 어떤 노력과 개선책, 결과를 보여줬었나를 돌이켜보자. 개발사는 최악의 상황인 법제화를 피하기 위해서 자율규제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배신을 겪은 유저들이 '법령', '법제화'를 부르짖는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유저들이 가진 생각은 무작정 새로운 BM을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확률형 아이템을 운영하려면, 양심적으로, 논란이 없도록 운영하여 '신뢰'를 보여달라는 의미다. 이제 애매한 확률 표기, 표기 실수로 논란을 덮어야 하는 시점은 지났다. 한쪽의 희생만으로 유지되는 자율 규제도 의미를 잃었다.



▲ 평가 위원을 위촉해도 마찬가지. 검증과 처벌을 위한 시스템과 제도가 있어야 한다.

셧다운제에서 게임업계의 손을 들어줬던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이르러 법제화를 하려는 국회와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형태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제 게임사들도 결단해야 한다. 그동안 기회를 줬음에도 업계는 유저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이제 유저들은 더는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

자율규제와는 별개로 이를 위반했을 때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정과 방지책만이 유저들의 분노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말 뿐인 자율규제보다, 위반 시의 강력한 처벌, 구체적이고 법적인 시행령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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