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닌텐도의 모바일 시장 진출이 보여준 '큰 그림'

칼럼 | 정필권 | 댓글: 21개 |
3월 3일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의 효과는 굉장했다. 매물이 없어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것은 물론, 함께 출시한 AAA급 타이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출시 전 논란들은 일순간에 날아가고, 기기를 구하려는 사람들과 정식 발매되지 못해 아쉬움 표하는 사람들의 탄식이 들릴 뿐이었다. 낮은 스펙에도 효과적인 결과를 낳는 닌텐도의 '경쟁을 피하는 전략'은 이렇게 또 한 번의 성공 사례를 낳았다.

스위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던 시기, 닌텐도는 모바일 시장에서도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거뒀다. 스위치의 출시에 가려져 큰 주목은 받지 못했으나, 지난해 12월의 '슈퍼 마리오 런'과 지난 2월의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를 거치면서 자신들의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다시금 입증했다.

시장 진입이 2년이나 지난 후발주자였음에도 새로운 방법으로 시장을 선도하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것도 전형적인 BM과 살짝 아쉬운 게임들을 가지고선 말이다.






■ "우리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 닌텐도의 전략

닌텐도라는 회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누군가는 'A급 IP를 다수 보유한 IP 홀더', 다른 누군가는 '혁신을 보여주는 회사'라고 평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닌텐도의 정체성은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위치를 찾는 것에 뛰어난 회사'라고 평가하고 싶다.

NDS부터 스위치까지 닌텐도의 시장 진입 전략은 항상 '경쟁 구도의 밖에서부터 시장을 선점하는 것'에 있었다고 본다. 화면이 두 개라는 독특한 휴대기기 NDS와 혁명적인 조작을 보여준 Wii, 거치와 휴대를 전환할 수 있는 스위치 모두 경쟁자들과는 다른 각도로 시장에 진입한 것이 특징이었다. 정석적인 휴대용 게임기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α를 첨가하는 것으로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굳혀나갔다.



▲ 언제부터였을까. 닌텐도가 경쟁을 피해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은?

경쟁을 피해 자리 잡은 위치는 확실한 효과를 가져왔다. 다른 회사가 기기의 스펙을 높이는 데에 열중하고 있을 때, 닌텐도는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도 판매고를 올릴 방법을 찾았다. 적당한 스펙으로도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자신들의 장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은 10년이 넘는 IP의 퍼스트 파티로 보완하곤 했다. 다행히도 이런 전략은 주효했고, 시기적절하게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다.

닌텐도가 보여준 전략들은 모바일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늦은 진입부터 IP 기반의 게임을 출시한 것까지 전부 말이다.

닌텐도가 모바일 시장 진출을 천명한 것은 2015년 3월. 이미 모바일 게임 시장이 자리 잡기를 마친 시점이었다. 각국 시장에서 장기간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들도 많았고, 점차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던 상태였다. 당시 닌텐도의 모바일 진출 소식을 접했던 사람들이 의문과 불안감, 기대감이 혼재된 시선을 보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 "기다려 A급 IP 들어간다" - 모바일 게임 시장에 남긴 세 개의 발자국

닌텐도가 모바일 시장에 첫걸음을 내딛기까지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전까지 플랫폼을 구축했던 회사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으로 진입하는 시점에서는 약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정체되어있던 상황은 IP를 빌려준 '포켓몬 GO'의 흥행으로 단숨에 해결됐다.

나이언틱 스튜디오가 포켓몬 컴퍼니와 닌텐도의 협업으로 개발한 '포켓몬 GO'는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흥행 성적을 달성했다. 16년 7월 초 출시하여 7개월 만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한편, 모바일 게임 역사상 가장 빠른 기간에 5,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큰 실적을 남겼다.

포켓몬 GO가 닌텐도 입장에서 큰 실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자사의 IP가 모바일로 나왔을 때, 어떠한 결과가 예상될 것인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 이제 막 진입하려던 닌텐도에게는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된 셈이다.



▲ 결과적으로 나이언틱이 웃었지만, 닌텐도에겐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닌텐도의 본격적인 진출은 '슈퍼 마리오 런'을 통해서 시작됐다. 오롯이 닌텐도를 통해 출시되는 최초의 모바일 게임이었다. 9월 8일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미야모토 시게루가 자리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아이폰7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12월 15일 iOS 우선 독점으로 출시되었고, 기본 무료/풀버전 유료 방식의 BM으로 시장에 처음 진입한 '닌텐도 최초의 모바일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갔다.

다음 진출작을 선보이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간의 침묵을 해소하듯 '슈퍼 마리오 런'의 출시가 2개월여 지난, 2017년 2월 2일.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를 내놓았고, 나름의 실적을 내는 데에 성공했다. 다운로드 무료에 '가챠'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었다. 2012년 닌텐도가 자사의 결산 설명회에서 가챠 형태의 BM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례적이었다.

여기서 닌텐도가 내놓은 세 개의 모바일 게임의 유형을 분석해보면, 시장에 있는 BM을 하나씩 채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포켓몬 GO'는 IP를 이용해서 부가적인 수익을 얻는 형태였고, '슈퍼 마리오 런'은 유료 게임으로 판매하는 형태를,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는 가장 보편적인 확률형 BM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대표적인 세 유형의 BM으로 시장에 진입해본 뒤,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살펴보는 듯한 모습과도 같았다.



▲ 모바일 게임의 대표적인 BM을 하나씩 시험해본 느낌.



■ "살짝 아쉬운. 2%가 부족한" - 닌텐도 모바일 게임의 독특한 스탠스

시장의 대표적인 BM을 실험한 것 외에도 닌텐도는 세 개의 게임을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세 개의 게임 모두 '원작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약간은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는 점'에서 닌텐도의 의도를 읽어볼 수 있다.

'포켓몬 GO'에는 시리즈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배틀과 교환이 빠져있는 상태이며, '슈퍼 마리오 런'은 플랫포머의 조작을 포기하고 일반적인 러닝 게임으로의 정체성만을 보여주고 있다.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는 시리즈의 정체성이었던 사망 시의 캐릭터 삭제와 회피, 필살 등이 삭제됐다.

이러한 닌텐도의 전략은 어디까지나 '모바일 게임다운' 게임의 시스템을 갖추는 데에 있었다. 다만, 이 방법으로는 원작의 시스템을 기대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모바일 기기로 원작 특유의 시스템을 즐기기엔 무리가 있었으니 말이다.



▲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원작과는 전부 별개의 물건이다.

따라서 닌텐도 표 모바일 게임들에는 '원작과 비교해서는 살짝 아쉽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어디까지나 의도된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닌텐도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모바일 시장에서의 성공에 머물러있지 않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수익의 극대화를 노린다기보다는 'IP를 널리 알리기 위한 새로운 창구'의 역할을 모바일에서 실험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IP로의 유입이 될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유롭고 우유부단한, 너무 먼 미래를 노린 전략일 수도 있지만, 양쪽 모두에서 실적을 거두는 중이다.

특히, 지난 2월 출시한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가 예상외의 매출을 거두며 닌텐도의 전략이 수익 면에서도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원작보다는 훨씬 간소화된 시스템과 재미를 가지고 있지만, 확률형 BM을 채택하면서 나름의 수익을 거두는 데에 성공했다. 출시 후 1개월이 지났음에도 매출 순위는 일본 앱스토에서 5위, 미국 앱스토어에서는 14위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매출 순위가 떨어지는 시점은 있었으나, 출시 후 1개월까지 지금과 같은 실적을 거뒀다면, 성공적인 매출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시 1개월이 넘게 지났음에도 매출 순위는 각각 5위와 14위다.

닌텐도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기존 IP 홀더들이 IP 기반 게임들을 계속해서 출시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만화,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 등 IP를 가리지 않고 출시하는 전략은 겉보기에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나, 자칫하다가는 IP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가지고 있기 마련. 소위 말해서 '게임을 찍어낸다'고 할 수 있는 업체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었던 IP 기반 게임들의 매출이 200위 언저리에 위치함을 보면 차이는 확연하다. 신작이라고 할지라도 매출은 50위권 밑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 시장이 성숙해진 단계에 접어들었다. 더이상 팬층과 IP만을 가지고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아니, 별다른 전략 및 고민 없이 출시했기에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 A급 IP가 성공을 보장하던 시대는 지난 것인지도 모른다.



■ "우리는 더 큰 그림을 그려" - 닌텐도의 최종 목표

그렇다면 닌텐도가 모바일 시장을 통해서 그리고 있는 목표는 어떤 것일까? 어딘가 모자란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고, 다양한 BM을 시험하면서 이뤄낸 결과는 어디로 이어질 것인가. 이러한 물음의 답은 '본가 시리즈와의 선순환 구조'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닌텐도의 모바일 게임들은 시스템의 한계가 말해주는 'IP로의 유입'과 '자사 콘솔로의 유입'을 배경에 둔 측면이 크다. 그렇기에 수익에 연연하지 않았고, 다양한 과금 모델과 시도들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닌텐도의 이러한 전략은 성공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당분간 닌텐도는 행복 회로를 신나게 돌려도 될 것 같다.

'포켓몬 GO' 이후에 출시된 최신작 '썬·문'이 시리즈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마다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판매량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는 했으나, 북미와 유럽에서 닌텐도 게임 중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북미에서는 전작인 X·Y 이후 판매량이 85%나 올랐고, 3DS의 주간 판매량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미 사전에 게임이 유출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포켓몬 GO'의 영향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수치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닌텐도의 모바일 진출이 'IP가 다시 알려지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닌텐도가 모바일 게임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게 정리됐다. 닌텐도에게 있어 모바일 게임이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금광보다는 일종의 광고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이자,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비로 나름의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여기서 다시 자사의 콘솔과 퍼스트 파티로 유입시킬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 전략은 굉장했다. 모바일은 모바일대로. 그리고 본작은 본작대로 시너지를 봤다.

닌텐도의 모바일 시장 진출은 이렇게 하여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새로운 기기, '닌텐도 스위치'를 발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당장 '동물의 숲 모바일'이 이번 회계년도 (2017년 4월 ~ 2018년 3월) 중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스위치의 판매량과 이슈화도 꾸준히 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아직 꺼내지 않은 IP들과 신규 기기의 신작들이 대기 중이니, 닌텐도로써는 아직 사용할 수 있는 패들이 많이 남은 셈이다.

앞으로 닌텐도가 선택할 전략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가? 아직은 확신할 수 없으나.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보유한 IP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거치와 휴대를 오갈 수 있는 스위치와의 모바일 기기 간의 연동은 물론,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활용 방식을 선보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 아직 모바일화되지 않은 IP에 스위치까지. 닌텐도의 카드는 더 늘어났다.

경쟁을 회피하고 시장을 비틀어 버리는 닌텐도의 전략은 닌텐도가 '시장 진입이 늦은 회사'가 아니라 '후에 들어와도 시장을 이끌 수 있는 회사'임을 증명했다. 개인적으로는 닌텐도가 보여준 이러한 전략이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한다. 매출 외에도 더 큰 계획에 따라 상생을 노리는, IP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회사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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