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NDC가 보여준 '상생'의 가치

칼럼 | 이현수 | 댓글: 2개 |



NDC(Nexon Developer Conference)'는 2박 3일에 걸쳐 119개의 강연을 선보였다. 119개의 강연은 저마다의 지식을 전파하고 새로운 생각과 실행에 도움이 되는 씨앗를 제공했다.

컨퍼런스는 지식·경험 공유의 장이자 일종의 축제다. 컨퍼런스는 그 방식 자체만으로 한 분야의 선도자가 자신의 경험, 지식 등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함께 미래를 꿈꾸는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

사회 생태학자 피터 드러커는 '지식 노동자'란 말을 20세기 중엽쯤 사용하며 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식 사회 내에서 핵심적인 경제 자원은 전통적인 자원이 아니라 '지식'에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측면에서 지식을 효과적으로 창출하고 전달하여 조직의 핵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그랬다. 나아가 지식의 공유가 조직 구성원의 신뢰를 불러일으키고 구성원의 만족, 협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말했다.

2007년 넥슨이 처음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 때의 의도도 아마 이러했을 것이다. 그렇게 4년 정도 진행해 보니 지식 공유 파급력의 강력함을 깨달았고, 다른 업계 인에게도 문호를 열어 동반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NDC는 실무강연과 지망생을 위한 세션, 비전문직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세션이 섞여 있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게 되었다. 완전 무료로 진행되는 NDC에는 다른 컨퍼런스와 다르게 스폰서 부스, 스폰서 휘장을 찾아볼 수 없다. 말 그대로 지식 공유와 전달에 완전히 초점을 맞춘 컨퍼런스로 자리 잡았다.

지난 2년간 NDC는 넥슨 자사의 특정 게임에 집중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사 게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걸 뭐라고 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대부분의 내부 강연자 세션이 특정 게임 위주로 발표가 진행되어 프로모션 행사냐는 아쉬운 소리도 나오고는 했다.

그런데 올해 NDC는 조금 달랐다. 매년 슬로건을 정해 업계에 화두를 던지려 노력했다면, 올해는 그 공을 강연자들과 참관객들에게 넘겼다. 더 많은 자유로운 주제를 통해 더 많은 담론, 더 많은 관측, 더 많은 생각을 이끌어 내려 했다.

오웬 마호니 대표의 환영사도 이런 의도에 부합한다. 그는 "주제가 너무 다양하고, 우리는 이걸 하나의 단어로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나의 대주제보다는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지식 공유 전달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연일 최고 매출을 갱신하고 있는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위기론에 목멘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론, 포스트모템,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마케팅, 데이터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3일간 열띤 전파가 이루어졌다.

실무 테크닉을 공유하는 강연이 있었는가 하면 자신의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 강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지망생들을 위한 개론 수준의 강연도 있었다. 실무자들은 새로운 인사이트에 탄성을 내질렀고, 지망생들은 꿈을 키우는 데 좋은 양분을 받아먹었다.

참관객의 직군을 가리지 않고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포스트모템 시간도 확대됐다. 작년의 배 이상 늘어난 11개의 포스트모템은 성공과 실패를 가리지 않고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경험을 공유했다. 먼저 길을 걸었던 사람으로서의 지식을 청중에게 나눠줬다. 심지어 올해는 커리어 포스트 모템도 나왔다. 개인 커리어 설계에 민감한 업계인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보드게임이나 워크샵 게임 강연처럼 다른 컨퍼런스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았던 분야도 초빙하여 다양한 주제를 포옹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반영했다. 또한,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VR 세션도 신설하여 초기 개척 단계의 인사이트와 경험을 공유하도록 했다.

이와 같은 디테일한 요소뿐만 아니라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처럼 아주 담담하게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키노트를 진행한 이은석 PD는 인공지능 시대를 전망하며 '한국이 잘했던 패스트팔로우 전략은 인공지능이 더 잘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의 범위와 깊이를 더 해줬다.

타사에서 NDC 강연을 들으러 온 한 프로그래머는 우스갯소리로 "세상엔 난 놈이 매우 많고 나는 그 난 놈처럼 인사이트는 없지만, 난 놈이 가르쳐 주는 건 알아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만약 NDC와 같은 지식 공유의 장이 없었다면 선도자들의 지식과 경험은 작은 네트워크 안에서만 맴돌았을 것이다. 이 말 한마디가 NDC의 본질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국내외 다양한 컨퍼런스, 이를테면 GDC, NDC, IGC, KGC 및 각종 세미나를 '구텐베르크의 활자'에 비유하고 싶다. 지식의 전파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지 새로운 장을 열게 할 것으로 믿고 있기에 그렇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GDC에서 일주일은 급격한 레벨업의 기회였다. 업계 최정상의 사람들을 직접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는데, 그들의 지식도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는 비단 GDC 뿐만 아니라 국내의 컨퍼런스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대중에게, 타사 직원에게까지 공개하는 개발사 차원의 컨퍼런스는 넥슨만이 개최하고 있다. 사옥에 외부인이 빈번하게 출입하며, 하고도 좋은 소리 듣지 못하는 때도 있지만, 넥슨은 2011년부터 꾸준히 그들의 지식을 내어주고 공유하고 있다.

규모가 조금 있다고 하는 기업들도 내부에서 컨퍼런스와 세미나를 빈번하게 개최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도 스마일게이트도 엔씨소프트도 실무에서 써먹을 수 있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자세하고 강력한 강연들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기업의 판단이기에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절대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지식이 퍼지지 않고 소수만이 가지고 있을 때 강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넥슨처럼 규모가 큰 선도 기업들이 그들의 정보를 공유하고 산업에 양분을 제공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할 뿐이다.

NDC는 넥슨이라는 선도기업이 업계에 공헌하는 아주 건전한 형태의 움직임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질 것 같다. NDC는 매년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고, 매년 더 많은 참관객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업계의 대표적인 지식 공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자들에게는 대학강의 이후 다시 공부해야하는 어려움을 가져다 주는 행사지만, 아무렴 어떤가. 지식 공유라는 동반 성장 선순환의 실마리, 그 현장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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