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VR의 또 다른 가능성을 알리다" - 부산 VR페스티벌 후기

칼럼 | 양영석 | 댓글: 7개 |



올해 들어서 VR에 대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VR의 원년'이라는 말이다. 2016년까지는 준비기간이었고, 이제 VR이 보급되고 콘텐츠들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 예전에도 많이 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2016년이었다.

2015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 예측했던 VR은, 지금에 와선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치부해도 될 정도다. VR도 사실 다를 바 없다.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소프트웨어도 등장하고 있다. 다른 '붐'을 일으킨 최첨단 기기들의 보급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컬러 TV가 그랬고, 개인용 컴퓨터(PC)와 VCR도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이런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기기들은, '기폭제'가 있어야 폭발적인 보급이 가능했다. 컬러 TV와 VCR, PC 역시 마찬가지였고, VR도 예외는 아니다. VR에서 기폭제가 될 수 있을만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VR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VR의 성장이 예상보다 '폭발적'이는 않지만, 느린 건 아니다.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가상현실'은 응용 분야가 많은 만큼 이것저것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더미다. 정말 현실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가상세계를 볼 수 있게 만드는 렌더링과 프레임을 소화할 수 있는 PC는 보급량이 매우 낮다. 멀미 현상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잊을만하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골칫거리다. VR 기기 자체의 가격도 소비자가 선뜻 지갑을 열 수 없는 가격이다. 벗고 쓰는 과정은 귀찮은데 오래 쓰고 있으면 땀이 차서 15분 이상 플레이하기 어렵다. 하, 정말 진퇴양난이다.

일찍이 VR을 빠르게 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고 개선하려고 한 문제다. 당시에 제1순위 해결 과제들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프레임과 기기의 소형화(경량화), 멀미 현상이었다. 실제로 이 부분은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어느 정도 해결도 됐다. 이제는 또 다른 부분을 함께 신경 써야 할 때다. 바로 킬러 콘텐츠, '소프트웨어'다. VR의 '기폭제'가 되어줄 콘텐츠는 소프트웨어밖에 없다.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른 편이니, 이제 확실히 남은 건 '소프트웨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 '부산 VR페스티벌'에 참여했다. 1, 2일차는 평일이라서 관람객이 많이 부족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토요일은 앞선 두 날보다 더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했다. 아직도 VR은 '생소하고 신기한' 콘텐츠이며, 관심을 받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알리는' 의미에서 '부산 VR페스티벌'은 충분한 역할을 수행했다. 더 많은 체험 콘텐츠들을 공개하고 전시하며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기능' 자체는 충실했다. VR 시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꼽히는 '인지도'를 높이는 행사로서는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참여 업체들이 다양했던 점 역시 좋았다. 물론 VR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건 게임과 어트랙션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엔터테인먼트'는 강렬하고 즐거운 인상을 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다. 그래서 대부분의 VR 행사들이 이를 위주로 부스를 꾸리는 편이었다.




'부산 VR페스티벌'은 게임 외에도 의료, 교육, 건축 등 여러 분야의 부스들이 참여했다. 음성인식이나 시뮬레이터 등의 분야도 있었다. 가장 인상적으로 본 것은 재활 치료용 VR과 치매예방용 VR, 그리고 지진 안전교육 VR이었다. 실제로 지진 안전교육 VR 부스에는 가족단위의 관람객이나 저연령층 유저들이 체험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했다.

그렇다고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야를 소홀히 한 건 아니었다. 홍빈네트워크 특유의 돔 형 부스는 많은 관심을 끌었고 체험자들도 만족스럽게 '재미있는' VR을 즐겼다. 캠프VR이 선보인 서바이벌 형태의 VR은 이번 행사의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KOCCA의 지역 경제 활성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거제도'는 높은 퀄리티로 '체험할만한 가치'를 보여줬다.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부스가 가장 눈에 띄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성과 '인지도를 높이는 부분에서는 좋은 행사였다. 미래부는 이번 행사를 '철저하게 VR 시장과 VR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B2B 시장 활성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아울러 VR 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동남권 중견기업'이 컨퍼런스 등에 대거 참여하여 VR 기업과 동남권 기점 산업과의 협업 시스템 구축을 촉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실리콘밸리 가상현실 모임인 SVVR과의 협업과 한국 지사의 설립은 정말 좋았다. 해외 연사들을 초대하여 강연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비전을 공유하자는 취지 자체는 좋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국내 개발자들과 해외 개발자의 정보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으니까. 그러나 행사의 '하이라이트'라던 전문 컨퍼런스는 쉬는 시간이나 브레이크 타임조차 없이 빽빽하게 시간표가 채워진 탓에 청중과 연사의 '교류'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



컨퍼런스는 정말 '진행'이 아쉬웠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번 '부산 VR페스티벌'은 막 1회를 시작한 행사다. 취지는 좋았고, 실제로 VR에서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시선을 공유해야 할지 모색하는 '비전' 자체는 옳았다고 생각한다. 향후 VR의 미래를 이끌어갈 '소프트웨어'들의 다양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알릴 수 있었던 행사였다. 함께 마련된 컨퍼런스는 진행이 아쉽더라도 강연의 스펙트럼을 다양한 분야로 마련한 점 자체는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VR은 가능성이 정말 높은 분야다. 지금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발전을 주도하고 있을지 몰라도, '킬러 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게임에서만 나오리란 법은 없다. 게임 외의 다른 분야에서 활용된 콘텐츠가 게임으로 접목될 수도 있다.

첫 번째 행사였던 만큼, 피드백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국내외적으로 VR 관련 행사들은 더욱 많아지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부산 VR페스티벌'도 선두주자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음 회차의 행사에서는 이번 행사의 아쉬웠던 점들을 보완해서, 업계인과 관람객 모두 만족스러운 행사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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