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라인게임즈는 왜 넥스트플로어를 인수했을까?

칼럼 | 이현수 기자 | 댓글: 20개 |


▲ 라인이 게임 사업 강화를 위해 라인게임즈를 신설했다

지난해 일본 도쿄,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한 라인주식회사(대표 이데자와 다케시)가 게임 사업 본격화를 위해 게임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 라인게임즈'를 설립하고 라인게임즈를 통해 게임 개발사 '넥스트플로어(대표 김민규)에 투자를 진행, 지분 51%를 확보했다.

라인게임즈는 라인의 100% 자회사로, 게임 퍼블리싱을 전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라인의 주요 사업 국가인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라인 게임' 사업을 진행해오던 것에서 나아가, 글로벌 게임 퍼블리싱을 전개할 예정이다.


왜 라인은 라인게임즈를 설립했을까?

2016년 7월 15일, 네이버의 자회사인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뉴욕과 도쿄 증권시장에 동시 상장하면서 소위 '대박'을 쳤다. IPO 첫날 도쿄 증권시장에서는 공모가(3천300엔)보다 32%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어 4천345엔에 거래를 마쳤다. 라인의 시가총액은 9천214억 엔(9조 9천억 원)으로 10조 원에 육박했다.

그로부터 1년, 화려한 시작에 비해 라인의 성장은 폭발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정체라는 단어가 어울릴지 모르는 상황을 맞았다.

16년 4분기 실적은 예상을 밑돌았다. 라인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한 374억 6,500만엔 (한화 약 3,844억 원)을 기록했다. 라인의 매출을 견인한 부분은 라인 페이, 라인 캐릭터 사업, 라인바이트 등 '기타' 매출이다. 기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9% 증가한 40억 200만 엔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67.5% 감소한 16억 300만 엔(약 164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은 애초 블룸버그 켄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하회한 것이다. 블룸버그 컨센서스는 라인의 4분기 매출액으로 387억 엔(4,032억 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업이익은 53억 엔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16억 엔에 그쳤다.

2017년 1분기는 매출은 389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당기 순이익은 16억 3천200만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억 3천400만엔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데서 벗어났다. 다만, 영업이익은 40억 엔으로 전년동기 대비 24.6% 감소했다.



▲ 라인 실적 요약

특히, 라인 게임, 라인 플레이, 라인 망가, 라인 포춘, 라인 뮤직 등이 자리 잡고 있는 콘텐츠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104억 엔을 기록했다.

라인이 라인게임즈를 설립한 배경이 콘텐츠 부문에서의 성장을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되는 이유다. 게임은 플랫폼 입장에서 좋은 수익원이자, 파이를 늘릴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다. 일본- 동남아시아에 국한돼있는, 성장이 정체된 라인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IM) 플랫폼인 카카오는 2009년 17억 원 적자, 2010년 40억 원 적자, 2011년 매출 18억 원에 152억 원 적자로 누적적자 규모가 21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채산성이 낮았으나 게임 서비스의 흥행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

카카오는 2012년 7월 말부터 '애니팡' 등을 서비스하기 시작해 약 2달 만에 처음으로 월간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10월에는 게임 누적 매출액 400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에서의 게임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라인 분기별 글로벌 월 활동 이용자 수

라인의 2016년 4분기 MAU는 2억 1천 700만 명으로 2011년 6월 서비스 출시 후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메신저 실사용자가 줄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특정 지역에 대한 MAU 쏠림 현상은 심해졌다. 2016년 4분기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의 합산 MAU는 1억 100만 명으로 전 분기보다 200만 명 늘어 처음 1억 명을 넘었고 일본 MAU도 6천600만 명으로 200만 명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MAU에서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4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보다 약 10% 상승한 77%로 집계됐다. 이를두고 미국의 IT 전문지 쿼츠는 라인의 상장이 역설적으로 최전성기를 이미 지난 회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심지어 네이버 광고 매출이 라인의 실적 어닝 쇼크를 방어하는 모양새라는 평가가 국내 증시에 돌았다.

메신저 기반의 플랫폼의 강력함은 많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충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메시징 앱의 일주일 평균 사용시간은 다른 카테고리 앱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결과는 이미 많이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트래픽과 별개로 수익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메신저 기반 플랫폼에 항상 따라다녔다. 늘어나는 사용자만큼 서비스 유지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플랫폼 사업자는 확보한 대규모 트래픽을 이용해 광고와 게임아이템, O2O 등과 연계시키며 수익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라인은 모바일 메신저에서 시작해 라인프렌즈 등 자체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는 게임으로 정했다. '라인 게임즈'는 글로벌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통해 라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라인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은 아예 없던 일은 아니다. 이미 2012년 11월부터 '라인 게임'으로 게임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라인은 이번 행보를 통해 종래 강점을 보인 캐주얼 게임과 IP 활용 게임, 그리고 미들/하드 코어 게임까지 손에 넣게 됐다.



▲ 라인프렌즈 IP를 활용한 다양한 캐주얼 게임을 보유하고 있던 '라인 게임'


왜 라인게임즈는 넥스트플로어의 지분 51%를 확보했을까?

라인은 상장 직전 투자 설명회에서 상장으로 확보한 실탄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미국을 포함한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반면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사장은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라인 전체 이용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시아 4개국에서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가입자 확대를 위한 투자 뜻을 밝혔다.

라인 상장 1년,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이 언급했던 아시아 4개국에 대한 시장 점유는 공고해졌다. 그러나 성장은 정체됐다. 공헌했던 미국 시장 진출도 벽에 부딪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파구로써 선택한 것이 게임이고,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런칭하기 위한 사업조직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신설된 라인 게임즈는 '넥스트플로어'와 넥스트플로어의 대표 김민규를 선택했다. 라인은 넥스트플로어 지분 51%를 취득했다. 넥스트플로어는 2011년 설립한 회사로 '드래곤 플라이트' 등을 개발하고 '데스티니 차일드', '크리스탈 하츠' 등의 게임을 성공적으로 퍼블리싱 한 바 있으며 '지하연구소' 등 사내 독립 개발 스튜디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콘솔 게임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밴드게임은 가능성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라인은 왜 수많은 개발 및 퍼블리싱 회사 중에서 '넥스트플로어'를 선택했을까. 라인게임즈는 넥스트플로어의 현재 라인업과 더불어 게임 개발 및 운영 능력이 향후 라인의 게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쉽게 말해 넥스트플로어의 개발, 퍼블리싱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라인주식회사는 네이버가 지분 100% 가지고 있다. 네이버는 과거,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캠프모바일의 '밴드'로 게임 사업을 진행하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당시 밴드 게임은 낮은 수수료와 심사가 필요없는 여유로운 입점 조건,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지원사격에 기대가 높았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네이버 그리고 라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독자적인 사업 진행은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다.

피인수 업체의 가치도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넥스트플로어는 건실한 퍼블리셔 중에서 상대적으로 밸류가 낮게 측정된 업체 중 하나다. 양대 마켓 1위를 차지한 걸출한 게임을 보유하고 있는 퍼블리셔들은 라인 입장에서 인수하기에 부담됐을 금액이었을 것이다.

넥스트 플로어는 양대 마켓 1위를 차지한 '데스티니 차일드'라는 걸출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게임은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일본 서비스를 바로 시작해도 손색이 없다. 라인에게는 최고의 선택지였을 것이다.

라인은 지난해 엑스엘게임즈와 '달빛조각사', 하운드 13과 '헌드레드 소울'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넥스트플로어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라인업과 더불어 한국 개발사와의 원활한 스킨십을 위해 한국에 퍼블리싱 조직이 필요했다는 점도 넥스트플로어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다.



▲ 넥스트플로어는 양대 마켓 1위에 오른 경험을 가진 퍼블리셔다.


김민규 대표는 라인게임즈로? 넥스트 플로어로?

김민규 대표가 라인게임즈의 대표직으로 옮겨가면서 넥스트플로어의 경영권은 자체적인 운영방침에 의해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법인 설립 초기 단계인 만큼 김민규 대표가 라인게임즈와 넥스트플로어 대표직을 겸임하게 되며 향후 넥스트 플로어 대표직에 대한 인선이 완료되면 김민규 대표는 라인게임즈 경영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 라인게임즈 김민규 대표


넥스트플로어의 게임들은 라인게임즈로 서비스 이관되나?

라인은 넥스트플로어와 상호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현재 넥스트플로어의 개발 및 서비스 중인 게임은 현재와 동일하게 제공된다. 또한, 넥스트플로어가 개발 중인 콘솔게임 개발도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라인게임즈 - 넥스트플로어의 향후 사업 방향은?

라인게임즈는 개발 및 운영, 개발사 투자, 라인 플랫폼 넘어선 퍼블리싱을 고려하며 게임 산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는 퍼블리싱도 전개할 방침이다. 다만, 아직 법인 설립 초창기 단계라 구체적인 콘텐츠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넥스트플로어도 마찬가지다. 김민규 대표가 두 법인 대표를 겸임하기는 하지만, 라인게임즈를 통해 출시할 게임은 새로운 고민을 통해 결정될 계획이다. 아직은 구체적인 사안을 조율해야 하는 단계이므로 어떤 게임이 라인게임즈의 라인업에 들어갈지 확정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 모두 현재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복안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두 기업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사업을 전개하리라는 점이다. 라인게임즈는 시너지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 향후 라인게임즈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 라인은 지난해 달빛조각사, 헌드레드 소울 등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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