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첫 걸음 뗀 오버워치 리그, 흥행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은?

칼럼 | 김경범 기자 | 댓글: 66개 |
지난 7월 11일, 오버워치 리그에 참가할 첫 7개의 팀이 공개되었다.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매-올랜도, 샌프란시스코, 상하이, 그리고 서울을 거점으로 하는 오버워치의 첫 참가팀은 해당 지역팀 소유주들의 화려한 면면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오버워치 리그의 첫 7팀은 기존 스포츠 사업의 유명인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와 함께 블리자드에서는 오버워치 리그의 개략적인 진행 방식 및 수익 분배와 관련된 내용 역시 공개했다. 기본적인 형태는 NBA나 NFL, MBL 같은 기존 지역 연고 기반 프로 스포츠를 따라가게 되는데,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첫 시즌은 연내 개막되며, 팀별 경기 시설이 준비될 동안은 LA의 전용 경기장에서 시즌 경기 진행
▷ 경기는 매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에 치러짐(세부 스케줄은 추후 공개)
▷ 리그에서의 순 매출은 각 팀에 균등 분배되며, 각 소유주는 광고와 티켓 판매, 방송 중계권을 통한 수익 창출 가능
▷ 각 팀은 매년 연고 지역에서의 최대 5회의 아마추어 대회 운영 및 인게임 아이템 판매 권한을 가짐
▷ 인게임 아이템 판매 등을 통한 매출의 50%는 모든 팀을 위한 리그 전체 공유 수익으로 적립

그동안 물밑에서만 진행된 리그의 틀이 공개된 것에 대해 팬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기존 e스포츠 사업과 비교해 진입 비용이 비싸다는 평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러한 비용을 지불하고 판에 뛰어드는 자본가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팬도 선수도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굴지의 재벌들이 리그에 투자를 했다는 것은 분명히 리그에 대한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이기에, 후발 투자를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 향후 얼마나 많은 팀이 추가로 참가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APEX 등 기존 대회를 억지로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버워치 리그와 공존하면서 유지된다는 내용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오버워치 리그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아마추어 대회나 지역별로 진행되는 메이저급 대회들이 전부 고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역별 e스포츠의 특색은 유지하면서 새롭게 오버워치 리그라는 풀이 늘어나는 형태가 된 것이다. 다만 아직은 지역별 리그와 오버워치 리그가 어떤 식으로 상생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 정보가 나오진 않았기에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게임 내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 역시 크다. 현재 오버워치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갖는 불만 사항 중 하나가 업데이트나 밸런스 패치가 너무 더디다라는 것인데, 대대적인 투자와 리그 흥행을 위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플레이의 박진감을 높이기 위한 규정 개선은 스포츠 경기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농구에서 지루하게 공을 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샷클락 바이얼레이션의 시간이 30초에서 24초로 줄어든다거나, 야구에서 관중의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 이닝 교대나 타석 교체 등에 제한 시간을 두는 스피드업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최근 오버워치는 "돌진 메타"로 요약되는 메타 고착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오버워치 리그가 지속적으로 팬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메타 변화를 줄 수 있는 패치와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옵저버 모드의 개선 등의 작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하는 재미를 보는 재미로 이어가기 위한 개선은 어떻게 이뤄질까?


물론 호재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 1이 독보적인 인기를 얻고 프로리그가 운영되던 시절에도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하는 프랜차이징은 고려되었지만 많은 요소 때문에 한계에 부딪혔었다.

일단 리그 자체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가이다. 현재 오버워치 리그의 주된 수입원은 대회와 연계된 광고와 중계권, 경기장 입장 수익, 인게임에서 판매되는 상품이다. 이는 MLB에서 관중 수익과 방송 중계권 판매, 팀 모자나 선수 유니폼을 판매하는 것과 거의 유사한 구조다. 다만 문제는 두 종목 사이에는 역사와 규모라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경기장만 놓고 본다면 가장 큰 규모의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상암 OGN e스타디움도 총 수용인원이 1,000명 남짓으로, 평균적으로 4~5만 규모의 수용 규모를 가진 MLB 야구장이나 2만 내외의 수용 인원을 갖는 NBA 경기장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MLB의 주된 수입원이 입장권 판매에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기장을 찾는 관중의 절대 수치가 적다는 점은 e스포츠가 갖는 분명한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첫 시즌은 경기장이 준비될 동안 LA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홈-앤-어웨이 방식의 지역 연고 방식을 매력을 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 사실 대규모 관중 동원은 다른 e스포츠 종목에서도 결승전 정도가 아니면 어렵다.


이러한 직관 유치의 한계는 거기서 파생되는 수익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메이저리그에서 관중 동원이 단순히 티켓 판매에 그치지 않고 '다저 도그'나 '길로이 갈릭 프라이' 같이 경기장별로 독특한 먹거리나 해당 팀의 프랜차이즈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e스포츠에서는 대회 그 자체를 통해 생기는 수익 요소보다는 대회를 통해 게임 내 상품을 판매하는 쪽의 비중이 큰 것이다.

실제로 도타 2의 경우 매년 진행되는 자체 대회인 The International이 시작되기 전에 기록서(Battle Pass)라는 것을 판매해 대회 운영 비용과 상금을 충당하는데, 올해에도 기록서 판매로 상금 규모가 2천만 달러를 돌파한 상태이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2에서도 이러한 e스포츠 후원 상품인 '워체스트'를 곧 판매 예정일 정도로 리그와 인게임 상품의 판매를 연계하는 형태는 분명히 효과적인 부분으로 작용한다.




▲ 스타크래프트 2에 직접적인 후원책이 될 워체스트


다만, 이러한 부분이 리그를 후원하는 다른 업체의 광고 효과와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대부분의 e스포츠 리그를 후원해서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야구장을 찾아간 아이가 자라서 다시 자기 아이를 야구장에 데려가는 식으로 팬의 연령과 성별의 스펙트럼이 넓은 기존 스포츠와 달리, 10대에서 30대 사이의 남성에게 주 소비층이 집중된 e스포츠가 갖는 고질적인 약점으로 예전부터 지적되던 사항이었다. 리그가 주목받고 성공적이라고 해서, 그 리그를 후원하거나 광고가 이뤄진 상품의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GSL를 후원하면서 한국 지역에 네임밸류와 판매 수익 향상 효과를 본 핫식스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이는 청소년층에서도 구매에 부담이 없는 가격의 상품이라는 점이 크다.




▲ 기존 스포츠에 비해 e스포츠의 구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수익 창출 측면 외에도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게임에 대한 인기가 충분히 오랫동안 유지 될 것이냐는 점이다.

기존 스포츠가 적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인기를 유지하며 이어진 "보장된 상품"이라면, 게임은 기술의 발달이나 플레이어의 흥미에 따라 인기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한국에서 여전히 현역인 스타크래프트 1이나 중국 지역에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워크래프트 3같은 장수 케이스도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으며, 게임을 즐기는 사람보다는 게임 방송을 보는 사람이 주가 되기에 앞서 언급한 게임 내 상품 판매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게임 자체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면 결국 기반이 되는 팬층이 얇아지고, 리그를 통한 홍보 효과나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국 지역에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몰락한 데에는 승부조작이나 스타크래프트 2의 출시 같은 요인도 있었겠지만, RTS 장르 자체에 대한 인기 하락과 리그의 홍보 효과 감소에서 이어진 스폰서 유치가 어려워졌다는 점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버워치의 인기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도 리그 유지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오랜 세월 인기를 유지하며 리마스터까지 발표된 스타크래프트 1이지만...


분명 오버워치 리그가 진행되기에 앞서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지역 연고제를 살리기 위한 경기장 설립이나 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상태며, 각 지역팀들이 세계를 오가며 경기를 치루는 방식이 얼마나 팬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을 것인가도 아직은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오버워치 리그가 제대로 성공을 거둔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어찌되었건 간에 본격적인 첫 걸음을 내딛는데 성공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2,000만 달러에 달하는 연고지 매입 비용을 거론하며 "현실성이 없다", "그 비용으로는 참가하려는 기업이 없을 것이다"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었다. 그러나 벌써 7팀이나 발표되면서 여론도 뒤집어낸 지금, 각 지역 오너와 블리자드가 이러한 약점과 불안요소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도 주목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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