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은 '데스티니2' PC판 안 나온다고?"

칼럼 | 박태학 기자 | 댓글: 38개 |




뭐? 데스티니2 PC판 나온다고?
"유통사가 블리자드야? 그럼 한국어화도 되겠네?"

올해 5월 19일이었다. 데스티니2의 PC판 출시 소식이 전해졌다. 그냥 들어도 핫한데, PC판 유통사가 알려지며 더 큰 이슈가 터졌다. 블리자드가 직접 맡았다. 게다가 자신들의 IP 말고는 발도 못 대게 하던 배틀넷 런처의 한 자리를 흔쾌히 내어줬다.

데스티니2가 어떤 게임인가. 6,500만 장 이상 판매한 헤일로 시리즈의 개발사, '번지'의 신작 아닌가.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하려는 번지의 FPS 개발 노하우가 집결된 작품. 여기에 아이템 파밍 중심의 RPG 요소 좀 톡톡 뿌려서 완성했다. 전편의 단점이었던 지나친 반복 플레이도 똘똘하게 해결해 평단의 반응 역시 좋았다. 그 결과, 데스티니2는 지난 9월 6일 PS4와 XBOX ONE으로 출시된 후, 첫 주간 평균 동시접속자 100만 명을 찍었다.

이런 '데스티니2' PC판의 한국 정식 출시는 국내 게이머들에게 분명 희소식이었다. FPS+RPG라는 장르적 매력도 넘쳤고, 번지의 개발력을 갈아 넣은 작품을 블리자드에서 직접 서비스한다는 것 또한 가슴 두근거리는 이야기였다.

PC판 출시는 올해 10월 24일로 정해졌고, 이날 국내 팬들은 자랑스러운 모국어로 데스티니2를 즐길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이거 진짜 나오긴 하는거야?
"홈페이지에서도 한국은 PC판 출시 안 한다던데?"

이후 행보는 너무 조용했다. 예전 블리자드라면 출시 직전까지 꽁꽁 싸맸겠지만, 그것도 오버워치 출시 전 얘기다. 기대감 증폭을 위해 한국어 로컬라이징 과정이라던가 세계관 소개, 심지어 여캐 성우가 누구 인지만으로도 이슈를 끌었던 게 그들이었다. 그런데 데스티니2는 너무 조용했다. 글로벌 출시가 10일도 안 남았는데.

눈에 보이는 한국어화는 데스티니2 북미 공식 홈페이지가 전부였다. 심지어 액티비전 서포트 페이지에서 한국은 시리아, 리비아, 북한같이 뭔가 좀 섬뜩해 보이는 국가들과 함께 '미지원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문의해보니 데스티니2 PC판은 한국 출시 계획 없다더라'는 내용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상황. 이렇듯 유저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인데도 번지나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현재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말하지 못한 상황. 들려오는 이야기도 '아마도'에서 '거의'가 대부분인 지금, 기자도 개인적인 생각을 꺼내보려 한다.



▲ 우린 대체 왜...



결국은 출시할 것.
"그런데 10월 24일에는 안 나올 거 같아요."

데스티니2 한국 정발 소식에 대해 블리자드 코리아 역시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벤은 해당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곳을 수소문한 결과,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정통한 관계자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미결정 사항이지만 한국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 정발 하더라도 글로벌 출시일보다는 좀 늦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데스티니2 한국 출시는 계획하고 있다는 말이다.

블리자드가 초기 크게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고 한국 게이머란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본격적인 급성장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계적인 흥행 덕분이지만, 그 급성장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은 한국에서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한 e스포츠 문화의 탄생에 있었다.

새로운 게임 소식을 꺼낼 때마다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얘기를 빼먹지 않았던 블리자드다. 공식 홈페이지까지 한국어화 한 게임을, 출시도 안 하고 덮어둘 게임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홈페이지 로컬라이징을 안 하지 않았을까.

국내 PC판 출시 소식이 지지부진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개발사 번지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예상한다. 한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번지와 블리자드 간 온도 차가 났을 수 있고, 더 큰 성공 가능성을 품은 시장을 먼저 노리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배틀넷 게임 리스트에 데스티니2가 정식 등록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 블리자드는 게임의 완성도와 마감새를 올리는 데 변태에 가까운 집착을 하기로 유명한 회사다. 자신들 눈에 만족스럽지 않다고 무지막지한 개발비와 시간을 쏟아부은 '타이탄'을 엎어버리기도 했다. 즉, 자사의 기준을 통과한 게임들만이 배틀넷 게임 리스트에 등록될 수 있고, 여기에 등록된 작품들은 모두 국내 출시까지 이루어졌다. 데스티니2가 자기들 작품 아니라고 슬그머니 '한국은 출시 안 해요'라며 뒤로 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지만, 애초 PC판 출시일로 알려진 10월 24일에 딱 만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데스티니2의 PC판 국내 정식 출시가 이루어지려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현재 블리자드 코리아는 등급분류신청도 넣지 않았다. 게임 하나가 심의를 통과하는 데 약 15일이 걸린다. 아무리 빠르게 처리하더라도 10월 24일 동시 출시는 어렵다는 의미다.



▲ 현재 데스티니2는 콘솔 버전만 심의를 통과했다.


한국어화 여부는?
"출시 시점에선 안 될 듯... 하지만, 업데이트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정식 한국어화 가능성은 PC판 출시 얘기가 나올 때부터 가장 큰 이슈였으니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정식 한국어화 가능성은 낮다. 한국 지사가 설립된 2004년 이후 출시된 블리자드 게임들은 하나같이 높은 현지화 퀄리티를 보여줬다. 하지만, 데스티니2는 블리자드가 직접 개발한 게임이 아니다. FPS 게임이기는 하나 MMORPG 수준의 텍스트가 들어간 작품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심의보다 시간 더 오래 걸리는 게 한국어화다. 특히, 블리자드 코리아는 미국식 애드립까지도 찰떡같이 번역할 만큼 현지화에 신경을 써왔다. 이런 한국어화를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데스티니2의 한국어화가 영원히 이뤄질 수 없단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 한국 시장은 블리자드에 있어 특별하다. 외국 지사를 가장 먼저 설립한 나라도 한국이었다. 블리자드를 향한 한국 유저들의 신뢰도에 균열이 가는 건 그들도 원치 않을 게 분명하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추후 한국어가 업데이트될 가능성을 점쳐본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뜰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어화 확정이라면."

2016년, 오버워치를 처음 선보일 때 블리자드의 생각은 아마 이랬을 거다. '이 정도 다듬었으면 됐어, 게임도 스피디하게 잘 만들었고, e스포츠화 준비도 다 끝냈어. 이 게임, 한국에서 반드시 뜹니다.'

성적표도 괜찮았다. 국내 PC방의 최종 보스였던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한동안 끌어내리기도 했고, FPS 시장에선 사실상 적수가 없었다. 양강 체제는 1년이 좀 넘게 이어졌다. 그렇게 오버워치는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뒤를 이어 한국 시장에 강한 블리자드의 저력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런데 2017년, 전혀 예상치 못한 경쟁자를 만나게 된다.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가 스멀스멀 PC방 점유율을 끌어올리더니, 급기야 오버워치를 3위로 끌어내리고 새로운 강자로 올라선 것.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에 오버워치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 오버워치의 흥행으로 기존 PC방 평균 사양이 오르면서 배틀그라운드가 원활히 구동될 환경이 만들어졌고, ▲ 스킬 활용이 강조된 오버워치가 보급되면서 국내 유저들이 새로운 형태의 FPS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배틀그라운드가 그만큼 매력적인 게임이었으니 가능했던 거고, 위 분석은 간접적인 영향만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현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블리자드 입장에선 '재주는 오버워치가 부리고 돈은 배틀그라운드가 챙긴' 상황으로 비칠 수 있다.



▲ 블리자드가 예상치 못했던 경쟁자, '배틀그라운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이 데스티니2의 한국 출시에 호재일 수도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오버워치보다도 더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이건 데스티니2도 마찬가지인데,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으로 국내 PC방은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미 사양 많이 올려놨으니까.

배틀그라운드가 PvP 전용이라는 점 역시 데스티니2만의 무기가 될 수 있다. PvP가 높은 몰입도를 주는 콘텐츠임은 틀림없지만, 다른 유저와 싸운다는 것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도 적지 않다. 슈팅에서 오는 짜릿함을 그대로 제공하면서 RPG의 성장 요소가 들어간 데스티니2라면, 이 유저층을 대상으로 충분히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장점들도 한국어화 없이는 빛을 보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데스티니2는 북미판을 사더라도 한국에서 플레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어, 미리 게임을 해보기도 쉽지 않다. 출시가 확정되었고, 한국 팬들에게 소개할 준비가 끝났다면 더 지체 말고 바로 공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결론을 내보자. 데스티니2가 한국어화 됐다는 전제하에 한국 게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PC방 요금제와 서비스 차별화는 더 논의가 있어야겠지만, 사양으로 인한 문제가 큰 것도 아니다. 기자도 결국 유저들과 같은 생각이다.

"출시하려면 최대한 빨리 알려주시고요. 늦더라도 한국어화는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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