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닌텐도 스위치, 인디 게임의 이상향이 되다

칼럼 | 윤홍만 기자 | 댓글: 40개 |



작년 3월 출시한 '닌텐도 스위치'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런칭 타이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호평 일색인 데 이어 '스플래툰2',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등 퍼스트 파티 게임들이 연달아 흥행한 덕분이다. 이 같은 성적에 닌텐도는 작년 1,000만대로 예상하던 판매 수량을 10월 1,400만대로 상향 조정했고 올해는 2,000만대 이상을 목표하고 있다.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끈 덕분일까. 부실한 지원에 닌텐도 콘솔을 떠났던 서드 파티 역시 하나둘 스위치에 관심을 보이며 출시를 알려왔다. 최초의 하이브리드 콘솔이라는 상징성은 물론이고 휴대성과 성능, 그리고 Wii U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닌텐도의 서드 파티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빚어낸 결과였다.

한편, 이처럼 퍼스트 파티부터 세컨드, 서드 파티를 아우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스위치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소규모·인디 게임들이 스위치로 출시한 후 더 많은 판매량과 수익을 내고 있단 소식이었다.


인디 게임, 닌텐도로 제2의 전성기를 맞다


스위치로 출시된 대부분의 인디 게임들은 이미 PC나 타 플랫폼으로 출시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인디 게임들의 대부분은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위치로 출시된 인디 게임들의 판매량은 기존의 판매량을 크게 웃도는 경우가 많았다.

출시한 지 3년이 넘은 '셔블 나이트'의 경우 무려 스위치에서 전 플랫폼 중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개발사가 밝힌 바 있다. 정확히 얼마나 팔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셔블 나이트' 스팀 판매량이 약 50만 장 정도인 것으로 볼 때, 최소한 50만 장 이상은 팔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같은 성과를 보인 건 비단 '셔블 나이트'만이 아니다. '스팀월드 디그2'의 경우 압도적일 만큼 스위치에서 많이 팔렸다. 약 30만 장 정도가 스위치로 팔렸는데 스팀과 비교하면 무려 10배나 많이 팔린 셈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인디 게임인 '엔터 더 건전' 역시 스위치 출시 2주 만에 7만 5천 장이 팔리는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대부분 게임의 경우 출시 한두 달간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을 좌우하는 만큼, 이러한 인디 게임들의 성과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 '엔터 더 건전'은 스위치로 출시 2주만에 7만 5천 장이 팔렸다


인디 게임, 성공 요인은?




스위치는 출시 전까지만 해도 Wii U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아왔었다. 하이브리드라는 콘셉트는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Wii, Wii U처럼 독특함이 서드 파티 진입에 발목을 잡을 수 있었고 강력해졌다지만 라이벌인 PS4, Xbox One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닌텐도는 스위치 출시를 준비하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스위치 SDK를 소규모·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5만 엔이라는 파격가에 제공한다거나 국가코드로 인해 패키지에 종속되온 판매 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러한 변화는 다수의 인디 게임 개발자가 스위치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사실 그들이라고 닌텐도가 싫어서 게임을 안 낸 게 아니다. 닌텐도라 하면 소니, MS 이전에 전 세계 게임 시장을 평정했던 회사다. 당연히 군침이 돌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그 문턱이 너무나도 높았다. 어쩌면 닌텐도였기에 품을 수 있었던 오만함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Wii U의 부진으로 닌텐도는 달라졌다. 스스로가 먼저 문턱을 낮춰 개발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닌텐도가 이렇게 스스로 몸을 낮추자 개발자들 역시 하나둘 스위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앞서 스위치가 PS4, Xbox One에 비해 성능이 낮다고 했지만,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겐 별다른 문제는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인디 게임들의 경우 고사양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저들에게 있어서도 스위치 인디 게임들은 썩 만족스럽게 다가왔다. 퍼스트 파티의 연이은 흥행과 서드 파티의 참여가 활발해졌다지만 타 콘솔과 비교해 라인업이 여전히 부족한 편이었는데, 이 빈자리를 인디 게임들이 채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위치의 하이브리드 콘셉트가 인디 게임과 찰떡 궁합을 자랑한 점 역시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고 성능 역시 인디 게임을 하기엔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스위치의 부족한 라인업을 메꾸는 한편, 유저들에게 있어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을 제공해줬기에 인디 게임들은 스위치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됐다.



▲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스위치의 이러한 특징은 인디 게임 성공의 열쇠가 됐다


스위치 인디 게임, 기대되는 장르는?




스위치로 성공한 인디 게임들은 크게 두 장르로 구분된다. 플랫포머, 로그라이크로 인디 게임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인디 게임에 있어선 선점 장르인 셈이다. 당연히 인기가 있는 만큼, 경쟁작들도 많다. 그렇다면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앞으로 스위치로 게임을 낸다고 할 때 어떤 장르의 게임을 내는 게 좋을까.

우선 인디 게임을 내기에 앞서 스위치의 특징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위치의 특징이라 하면 하이브리드 콘솔이란 점과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단 점이다. 상황에 따라 거치형이나 휴대형으로 번갈아 가며 즐길 수 있고 하나의 콘솔로 여러 명의 친구들과 즐길 수 있다.

이런 특징을 고려할 때 스위치에 어울리는 인디 게임 장르는 다음과 같다. 시뮬레이션, 턴제 RPG, 파티용 게임이다. 플랫포머, 로그라이크의 경우 스위치에 제격이지만 진득하기 즐기긴 어렵다. 세심한 조작이 필요하고 집중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시뮬레이션 장르는 다르다. 게임을 하는데 세심한 조작이 필요없을 뿐더러 여유롭고 느긋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장르적 특징은 스위치의 하이브리드 콘셉트와도 썩 잘 어울려서 '스타듀 밸리'의 경우 2017년 스위치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중 하나가 됐다.




턴제 RPG 역시 스위치에 딱인 장르다. 이 역시 시뮬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정교한 조작이 필요 없고 느긋하게 즐기기 좋다. 여기에 장르 특성상 진득하니 즐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스위치의 하이브리드 콘셉트가 더욱 빛을 발한 것이다.

여기에 파티용 게임이라는 닌텐도 콘솔만의 특징을 고스란히 계승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닌텐도 64, 게임큐브, Wii, Wii U를 거치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닌텐도가 포기하지 않은 콘셉트로, 스위치 하나로도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실제로 스위치로 출시한 게임 중 상당수는 조이콘을 이용해 최소 2인용으로 즐길 수 있는데 인디 게임 개발자들 역시 '갱비스트'나 '엔터 더 건전'처럼 여럿이서 즐길 수 있는 파티 게임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 스위치는 파티용 게임이라는 닌텐도의 DNA를 고스란히 계승했다


스위치, 인디 게임의 이상향이 되다




인디 게임의 이상향. 현재의 스위치를 나타내는 말이다. 물론 콘솔 플랫폼에서 인디 게임을 지원하던 게 스위치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콘솔은 이전부터 꾸준히 인디 게임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표면적인 지원에 그쳤었다.

하지만 스위치는 달랐다. Wii U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은 닌텐도는 적극적으로 서드 파티를 영입했고 그 일환으로 인디 게임 역시 포용했다. 그 결과 스위치는 인디 게임의 이상향이 됐다. 기존 플랫폼보다 더 잘 팔리고 더 많은 수익을 낸 것이다.

스위치와 인디 게임이 빚어낸 이러한 성공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진 모른다. 하지만 인디 게임들이 최근에는 웬만한 메이저 게임 못지않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팬덤을 구축하기도 하는 만큼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스위치와 인디 게임의 공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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