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 또한 지나가지 않는다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63개 |


대형 게임사의 운영자가 아이템을 조작했다는 논란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 운영자는 정상적인 플레이로 가질 수 없는 아이템을 조작해 현금 거래도 했다. 해당 게임사는 공지사항을 통해 운영 외주업체의 일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운영 외주업체는 게임사의 지분 100% 자회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 유저가 공지사항만 본다면, 게임사와는 무관한 일이고 운영 외주업체의 일탈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화된 서비스를 위해 분리한 회사를 단순히 운영 외주업체라 표기한 것은 사건에 어울리지 않는 해명이다.

현재 게임사는 공지사항에 '해당자에게 본 비위 행위에 상응하는 최대한의 징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만 명시했다. 유저는 게임사의 공지 외에는 당사자에게 처한 조치를 확인할 수 없다. 또한, 당사자가 아이템을 조작해 판매한 일이 이번 한 번뿐인지, 조작된 아이템이 게임 내에 다수 풀렸는지 유저는 알 수 없다. 만일 조작된 아이템이 더 풀렸다면 정당하게 플레이한 모든 유저가 피해자다. 또 아이템 현금 거래를 통해 얼만큼의 이익을 거두었는지 유저는 알 수 없다.

게임 관계자의 조작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문제는 이런 일탈이 단순히 '게임 아이템을 조작했다'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까운 예로 과거 e스포츠 관계자가 대회 맵의 종족별 빌드 시간, 유닛 능력치를 조작한 일이 있다. 이 사건은 해당 e스포츠 대회의 존폐를 결정지을 뻔했으며, 이후 각종 미디어에서 e스포츠 대회가 온전히 스포츠로 분류되지 못하는 이유로 언급될 때 단골 사례가 됐다.

유저들에게 익숙한 사건도 있다. 지난 2007년 7월경에는 특정 게임의 운영자 8명이 조작한 아이템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들은 유저로 위장해 서버 자체를 장악했다. 이후 게임 내 콘텐츠인 '콜로니'를 점령, 세금을 최대치로 부여하고 유저를 조롱했다. 유저들이 노력 끝에 이들이 운영자라는 것을 밝혀내자 게임사 대표는 공식으로 사과했다. 그리고 8명의 운영자는 해고됐다. 하지만 해당 서버는 '유령 서버'가 되어 통합됐다. 결국 최후의 피해자는 유저인 셈이다.

이러한 운영자 개인의 일탈이 쌓인다면, 문화 산업에서 입지가 불안정한 게임 업계 자체에 영향을 끼친다. 물론 기자의 걱정은 기우일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게임 업계를 생각한다면,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진 게임사는 상세한 감사 결과를 유저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는 조작된 아이템이 얼마나 풀렸는지, 다른 가담자는 없는지, 재발방지대책 등이 포함돼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게임은 200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속칭 '올드 유저'가 많다. 이 사태는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플레이한 올드 유저에 대한 배신이다. 통보형 사과문으로 그칠 게 아니라 회사 대표의 책임감 있는 사과문으로 유저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신뢰를 저버린 행위는 결코 '이 또한 지나가지' 않는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