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져오기만 하면 땡인가요?" 지금 한국 닌텐도에 필요한 것

칼럼 | 윤홍만 기자 | 댓글: 84개 |

최근 한국 닌텐도의 안일한 국내 로컬라이징 행보에 게이머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본체의 한국어 미지원부터 한국 e숍의 부재, 퍼스트 파티 타이틀 및 독점작의 연이은 한국어화 불발, 여기에 차별하는 듯한 판매 정책 등 하나하나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이러한 행보가 계속되자 곪아온 상처가 터진 것처럼 게이머들이 저마다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처음부터 이렇게 게이머들이 불만을 내비친 건 아니었다. 본체의 한국어 미지원, 한국 e숍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이해한다는 분위기였다. Wii U는 부진 끝에 국내에는 정식 발매되지도 못했고 스위치는 웃돈을 주고 사야 했으니 이제라도 정식 발매하는 게 어디냐는 심정이었다.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과 넉넉한 초기 물량 덕분에 우려했던 물량 부족 사태도 일어나지 않아 한국 닌텐도의 스위치 로컬라이징 행보를 기대케 했다. 아직 아쉬운 점이 있으나 차차 나아지리라 여긴 것이다.

그런 게이머들의 바람을 알고 있던 걸까. 스위치 발매 초기만 해도 한국 닌텐도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동시 발매 타이틀로 '마리오 오디세이'를 내놓았고 이어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정식 발매를 알리며 신뢰를 쌓았다. 그 덕분인지 스위치는 국내 출시 3일 만에 5만 5천 대가 넘게 팔리는 등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독점작의 연이은 한국어화 불발과 출시 3개월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은 OS 한국어화와 e숍의 부재에 게이머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특히 문제가 된 건 e숍의 부재였다. 9월부터 스위치 온라인 서비스가 유료화되는 상황에서 e숍이 없다면 국내 게이머들은 여러모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한국 닌텐도는 이와 관련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만 있다. 응당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 닌텐도가 재빨리 나서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떻게든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황은 안 좋아져만 갔다. 카트리지의 해외판 사용 논란과 최근 출시한 '베요네타2'의 차별적인 판매 정책이 게이머들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으며 한국 닌텐도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최근에는 차라리 해외판으로 게임을 사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얘기까지 들릴 지경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결국 모든 단추를 잘 못 끼울 수밖에 없다. 도중에 다시 끼우려면 단추를 풀어야 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처음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닌텐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첫 단추'만' 잘 끼웠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출시 초기의 행보가 빛바래 보일 정도다.

현재 한국 닌텐도의 신뢰는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단순히 OS 한국어 미지원, e숍의 부재 때문이 아니다. 중요한 건 소통의 문제다. 왜 늦어지고 있는지, 현재 어떻게 준비 중인지에 대한 속시원한 답이 없기에 답답하고 불만인 것이다. 이제 한국 닌텐도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지금에라도 작금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제는 소통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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